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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조승연 : 지식엔 위계가 없다, 깊이만 있을 뿐

한이룸

이커머스

2024. 10. 6.

‘내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다가도 문득, 내가 쳇바퀴 속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답답함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뭔가 일과 동떨어진 걸 배우고 싶어져요. 머리에 숨통을 틔워주고 싶달까요!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도움을 구할 사람을 찾았어요. 바로 조승연 작가예요.

조승연 작가는 ‘지식 스토리텔러’예요. 역사와 문화, 심리, 경제, 그리고 정치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풀어내죠. 자극적인 영상이 넘치는 유튜브에서, ‘인문학’이란 소재로 180만 구독자를 모았어요.

그라면 어떻게 내 세상을 넓힐 수 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조승연 작가를 만나러 한남동의 한 오피스 라운지로 향했죠!

조승연 작가

‘조승연의 탐구생활’에 첫 영상이 올라온 건, 2019년 8월. 지금까지 올라온 영상은 530편이 넘어요. 일주일에 2편씩인 셈이죠. 영상 길이는 대개 15분에서 20분 정도. 그 시간을 꽉 채워서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말로 먹고사는 사람은, 머리에 넣는 시간보다 말하는 시간이 더 많으면 끝이에요.”

인터뷰 초반, 조승연 작가가 한 말이에요. 그래서, 도대체 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습득하는 거죠? 어떤 지식을 배울지 정하는 기준은 뭘까요? 궁금증을 가득 안고 그와 대화를 이어나갔죠.

Chapter 1.「조커」의 계단에서 출발해, 70년대 뉴욕 역사까지

조승연 작가가 올리는 영상엔 특징이 있어요.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풀어내는데, 그 단초는 인문학과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단 거죠. 예를 들면, 1970년대 뉴욕 브롱크스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영화 「조커」에서 시작해요.

이 10분짜리 영상, “조커는 어떤 동네에 살지?”하는 질문에서 출발해요. 저도 영화 볼 때 궁금했던 거예요!

조커의 배경은 1970년대 뉴욕 북부 브롱크스. 조 작가는 브롱크스 역사를 풀기 시작해요.

이 지역을 왜 고속도로가 갈라놓게 됐는지, 이로 인해 어떻게 지역이 낙후됐는지, 그리고 평지인 뉴욕 남부와 비교해 어떤 지형적 특징이 있는지까지. 마지막에 조 작가는 분석해요.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제도가 무너졌을 때, 조커처럼 이해할 수 없는 폭력(senseless violence)이 일어난다고요.

신기해요. 뉴욕의 정치부터 지형까지, 꽤 복잡한 이야기들이 쏙쏙 들어와요.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봐요. 영상엔 ‘조커를 더 풍성하게 볼 수 있었다’, ‘조커 리뷰 중 가장 배워가는 게 많은 영상’이란 댓글이 잔뜩 달려있죠.

「조커」 뿐만이 아니에요. 조 작가의 유튜브 영상은 대부분이 대중적인 소재에서 출발해요. ‘영화 「1917」로 배우는 1차 세계대전’, ‘「탑건」과 「탑건 : 매버릭」으로 보는 X세대와 MZ세대’ 같은 것들이죠. 인기 영화에서 시작하지만, 역사적 사건과 사회 현상을 깊이 있게 짚어줘요.

좋은 전략이에요. 「조커」라는 소재 없이, 1970년대 브롱크스 역사를 설명했다면? 일단 전 안 봤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조 작가는 “구독자의 시선을 끄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해요. 그럼, 왜 이런 소재를 고른 걸까요?

‘조승연의 탐구생활’은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적인 콘텐츠에서 지식과 깊은 메시지를 끌어낸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Chapter 2.배움의 시작점은 내가 정하는 것

“어떤 소재에서든 깊은 배움을 끌어낼 수 있어요.”

조승연 작가가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거래요.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시작한 이유가 “지식엔 위계(Hierarchy)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요.

“흔히들 니체를 읽은 사람이 웹툰을 본 사람보다 ‘더 배운 사람’이라 여겨요. 지식과 장르에 위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조 작가는 ‘무엇을 보는가’가 배움의 깊이를 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요. 무엇을 보든 내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가가 배움의 정도를 결정한다고요.

“예를 들어, ‘마스크 걸’은 표면적으론 재밌고 자극적인 웹툰이에요. 하지만 얼마든지 깊게 들어가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외모 숭상 사회에서 외모가 부족한 이들은 어떤 삶을 사는가. 노력으로 외모가 나아졌을 때,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착취되는가. 외모가 아닌 다른 기준이 중요한 사회는 또 어떤 모습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다 보면 배움이 일어나는 거죠.”

생각해 보면, 저도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철학책이 웹툰보다 훨씬 깊이 있다고 여겼죠. 왜 우리는 지식에 위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조 작가는 “한국 입시 교육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입시 제도는 무엇이 ‘공부’인지를 한정 지어요. ‘과목’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과목’이 아닌 건 배움의 대상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죠. 심지어 그 안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을 체육이나 도덕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요. 그러니 우리 머릿속에 ‘지식엔 위계가 있다’는 생각이 박힐 수밖에요.”

지식에 위계가 없다는 걸 깨닫는 건 왜 중요할까요? 일상의 모든 순간이 배움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에그타르트에서 포르투갈 문화를 알아갈 수도 있고, 「흑백요리사」를 보고 미쉐린의 역사를 파헤쳐볼 수도 있는 거죠.

“무엇이든 사고思考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디에서부터 당신의 세상을 넓혀갈지는 당신이 선택하는 거고, 당신의 취향이다.’ 그게 제가 유튜브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어요.”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조승연 작가. 그는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배움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롱블랙

Chapter 3.지식을 넘어, 생각의 여정을 보여주다

일상에서 생각을 확장해 나간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어요. 교과서와 수업, 시험 없이 뭔가를 배우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요.

그래서 조승연 작가는 지식뿐만이 아니라, ‘생각의 여정’을 담아 콘텐츠를 만들어요. 그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처음 했는지, 그 생각이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되었는지, 사고의 흐름을 보여주는 거예요.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빙고! 구독자들도 흥미로운 주제를 발견했을 때, 스스로 파고들 수 있어요.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거죠.

최근에 올라온 ‘마포아파트? 잠실 주공? 서울은 어떻게 아파트의 도시가 되었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볼까요?

조 작가는 『메트로폴리스』*라는 책을 읽다, 한국과 세계의 도시 속 서민 주거 환경이 궁금해졌다고 해요. 옛 유럽 도시에서 석조 건물에 살았던 건 일부 귀족이고, 서민들은 대부분 판자촌에서 살았다는 내용을 읽고요.

  • 도시를 중심으로 인류의 문명사를 풀어쓴 책. 미국 역사학자 벤 윌슨이 썼다.

흔히 서울의 아파트와 파리의 석조건물을 비교하며 주거 환경을 비교하곤 하는데, 그 비교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대요.

생각의 흐름은 곧 그가 지식을 습득하는 순서가 돼요. ‘다른 나라에선, 도시의 서민들은 어디서 살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상당수가 슬럼가에 살고 있단 걸 알 수 있었어요. ‘슬럼가는 왜, 어떻게 만들어지지?’, ‘우리나라는 왜 슬럼가가 적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한국의 공공주택 역사에까지 도달하는 거예요.

“전 교수가 아니라 스토리텔러예요. ‘이렇게 생각을 넓혀갈 수 있다’, ‘이렇게도 배울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거죠.”

나라별 도시 주거 환경에 대한 궁금증은, 공공 주택이 왜 중요한가라는 고찰로 이어진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Chapter 4.생각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저도 궁금증은 많아요. 하지만 파고들진 않게 돼요. 먹고사는 일과 상관없잖아요. 너무 깊은 생각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조승연 작가는 의외의 답을 주더라고요.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게 사치”라는 거예요.

“생활이 안정적이니까 깊이 생각을 안 해도 되는 거죠. 내일 할 일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요.”

고도화된 사회에선 사람들이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도 된대요. 직장이란 시스템에 날 맡겨버리잖아요. 그는 이런 생활을 ‘학생’에 비유했어요.

“대부분의 현대인은 평생을 학생처럼 살아요.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서고, 정해진 장소에 모여 일하고,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집에 가죠. 다시 말하면, 어른으로서의 생활을 안 하는 거예요. 내 시간을 자율적으로 쓰고, 무엇을 할지를 자기가 결정하는 게 어른인데, 그 결정을 안 하는 거죠.”

만약 16세기에 살았다면? 먹고살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해요. 물건을 만들어 팔 건지, 농사를 지을 건지, 닭을 기를 건지. 선택지가 많으니, 생각도 많아지죠. 계속해서 세상의 변화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해요.

“21세기의 최고의 함정은 조직 속에서 느끼는 ‘일시적인 편리’예요. 편리는 생각을 죽여요. 그런데 그 편리는 평생을 가지 않죠. 저는 IMF 때 아버지 세대를 보며 깨달았어요. 20년 차 대기업 직원이 갑자기 회사에서 쫓겨났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렸거든요.”

그에게 배움은 시험이나 명예를 위한 게 아니에요.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죠.

“내가 누군지에 대한 확실한 생각, 내가 사회에 어떤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제가 생각하는 배움이란 이런 것들을 찾는 과정이에요. 그래야 세상이 변해도 살아남을 수 있죠.”

조승연 작가는 530개(2024년 10월 기준)의 배움과 생각을 영상으로 풀어냈다. 그에게 배움은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사회에 가치를 전하는 방법이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Chapter 5.생각의 물꼬를 트는 법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이해했어요. 근데 생각은 어떻게 이어가죠? 궁금한 걸 검색한 다음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승연 작가는 “인터넷 검색은 안 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해요. 맥락이 아니라 답을 알아버리면, 궁금증이 사라지기 때문이에요. 생각이 더 이어지질 않죠.

“인터넷은 정보가 너무 많은 게 문제예요. 검색 결과로 한두 문장만 봐도 내가 뭔가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쉬워요. 그게 진짜인지, 어떤 맥락에서 나온 답인지도 모르는데 궁금증이 해소가 돼버리는 거예요. 그럼 더 이상 찾아보지 않죠.”

조승연 작가는 생각의 물꼬를 트는 방법으로 책 읽기를 추천했어요. 그런데 정답과 한 발 떨어진 책을 읽어보래요. 예를 들어, 프레피룩Preppy Look*이 왜 유행하는지 궁금하다면? 『남성복 100년사』 같은 책을 읽는 거예요. 프레피룩에 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요.

  • 미국 동부 명문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입는 단순하고 클래식한 옷차림.

프레피룩의 기원과 남성복 유행의 흐름을 보다 보면, 왜 지금 프레피룩이 유행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거예요. 다음 유행은 무엇일까, 추측도 해볼 수 있고요.

또 다른 방법은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기’예요. 책을 읽거나 누군가에게 묻기 전에 먼저 가설을 세워보는 거예요. 최근에 화려한 스타일이 유행해서 단정한 프레피룩이 유행하는 걸까? 80년대에 미국에서 유행했던 이유는 뭐지? 유행을 퍼뜨린 건 틱톡인가? 이렇게 가설과 질문을 잔뜩 쌓은 뒤 알아보기 시작하는 거예요.

“자료가 없고 알아볼 도구가 없다고 생각을 못 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스스로 근거를 대고 논리를 만들며 생각할 줄 알아야 하죠.”

조승연 작가는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선, 검색 없이 답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말한다. 이미지는 프레피룩을 다룬 ‘조승연의 탐구생활’ 영상 중 한 장면. ⓒ조승연의 탐구생활

Chapter 6.배우는 즐거움을 만드는 3원칙

‘조승연의 탐구생활’은 무엇이든 영상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사고를 넓힐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루기 때문이죠.

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엔 원칙이 있어요! 이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청자가 배움을 얻어가기 어렵거든요. 어떤 원칙인지 알아볼까요?

① 배움은 ‘호감’에서 시작된다

첫째 원칙은 ‘언제나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기’. 남을 좋게 바라봐야만, 배울 수 있거든요.

사실 유튜브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대로 가야 해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나쁜 뉴스에 더 관심을 갖거든요. 그건 생존 본능이래요. “누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보다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더 중요하잖아요.

섬네일 두 개를 떠올려보세요. 하나는 ‘파리에서 인종차별 당했습니다!’고, 하나는 ‘파리 베르사유 정원의 풍경’이에요. 그럼, 대부분이 인종차별 영상을 누른단 거예요.

알고리즘은 이걸 알고 있어요. 다음엔 파리 소매치기 영상과 난민 문제 영상을 보여주죠. 파리가 굉장히 위험한 도시로 보이겠죠? 그럼 어떤 것도 배울 생각이 안 들어요.

“남에게서 뭔가를 배우려면 일단 상대를 좋아해야 해요. 내가 나쁘다고 생각한 상대에게선 배우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조 작가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알고리즘에 불리하단 걸 알면서도요.

“나한텐 있는데 남이 부족한 걸 폄하하는 채널은 너무 많아요. 남이 나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해봤자 오만해지기만 하지, 내 인생이 발전하질 않잖아요. 그래서 제 채널은 ‘내겐 없는데 남이 가진 것’에 대해서만 얘기해요. 그래야 단 하나라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미국 재벌들의 기부 문화를 파고든 콘텐츠. 조승연 작가는 ‘배우고 싶은 긍정적인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든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②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 하기

두 번째 원칙은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 다른 데서 들을 수 있는 얘기는 하지 말자는 거예요. 어렵지 않을까요?

“의외로 쉬워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책을 안 읽거든요. 인터넷에 있는 얘기는 다 똑같지만, 책 속에 있는 얘기는 달라요. 그러니까 책 몇 권만 읽어도 남이 안 하는 얘기를 할 수 있죠.”

해외 사례를 조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예를 들어, 저출산 콘텐츠에서 ‘집값’을 이야기하는 건 흔해요. 하지만 조 작가는 국가별 저출산 원인을 같이 제시해요. 미국은 젊은 세대의 성관계 횟수가 준 게, 프랑스는 소셜 미디어 때문에 몸매 강박이 커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국내의 저출산 원인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저출산 원인 분석까지 소개하는 조승연 작가. ⓒ조승연의 탐구생활

③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기

마지막 원칙은, 생각을 바꾸려 들지 않기! 조 작가가 가장 지양하는 콘텐츠는 ‘당신이 생각하는 A는 틀렸고, B가 답이야’라고 말하는 콘텐츠에요.

“편견이란 건 내가 알고 있는 범위의 한계로 만들어져요. 인간은 자기가 아는 정보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뿐이에요. 그러니 편견을 바꾸려 드는 게 아니라, 그냥 정보를 더 주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생각은 바뀌어요.”

꼭 생각이 바뀔 필요도 없대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만으로도 지식 콘텐츠는 그 몫을 다한 거라고요.

“불량식품을 그만 먹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좋은 음식을 맛보이면 돼요. 내가 먹던 게 나쁘단 걸 깨달으면 그만 먹겠죠. 하지만 ‘난 미쉐린 레스토랑 음식보다 라면이 좋아’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 사람의 생각은 바꿀 필요가 없어요. 자기가 행복하니까.더 많은 걸 알아가고 배우는 이유는 내게 더 맞는 걸 찾기 위해서예요. 행복해지기 위해서죠. 그러니 선택의 폭만 넓혀주면 돼요.”

치킨 문화가 시작된 뉴욕 할렘가의 치킨을 소개하는 영상. 조승연은 독자들이 취향껏 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의 메뉴판을 써 내려가고 있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Chapter 7.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나의 일

5년 동안 530여 개. 조승연 작가는 쉴 새 없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 왔어요.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조회수로 평가를 받아요. 때론 비판적인 댓글도 달리고요.

내 일의 결과물을 온 국민이 평가한다니.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 받아요! 이렇게 꾸준히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그냥 스케줄 정해 놓고 계속 만든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콘텐츠가 10개일 땐 하나하나의 결과가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500개가 넘으면 하나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온 콘텐츠의 흐름과 방향을 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요.”

지식을 꽉 채운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는 조승연 작가. 도대체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는 걸까 궁금했어요. “4시간 이상은 일하지 않는다”라는 조금 놀라운 답이 돌아왔죠.

조금 위안이 되는 건, 그가 말하는 일은 ‘아웃풋Output’만을 말한다는 거예요. ‘인풋Input’은 노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저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일 안 해요. 4시간을 넘어가면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 안에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그냥 그 주엔 안 올려요. 보는 사람이 시간이 안 아까워야 하잖아요. 내가 신나게 만들지 않은 콘텐츠라면, 사람들이 왜 봐야겠어요?”

실제로 10월 3일 그의 유튜브 채널엔 공지글 하나가 올라왔어요. 하루 쉬어가겠다는 내용이었죠.

“좋은 컨디션에서만 일해야 한다. 그건 스토리텔러로서 제 철칙이에요.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제 일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