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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에 관하여 : “당신은 당신 편인가요?” 100만부 베스트셀러 의사의 질문

한이룸
이커머스
2025. 7. 20.
제가 취업을 준비할 때 큰 위로를 준 책이 있어요! 2016년에 나온 『자존감 수업』. “진짜 행복은 튼튼함 자존감에서 나온다”라는 문장에 몇 번이고 밑줄을 쳤었죠.
『자존감 수업』에 열광한 건 저만이 아니었어요. 책은 무려 140쇄를 찍었고, 100만 부 판매라는 성과를 거뒀거든요. 출간 당시, 한국에서 ‘자존감 열풍’도 일으켰죠.
그로부터 9년, 그동안 우리의 자존감은 더 건강해졌을까요? 음, 제 삶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마음이 무너질 때가 꽤 많거든요.
그래서 저자의 ‘지금 생각’을 물어보기로 했어요. 그 주인공은 윤홍균 원장. 그는 18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돌봤어요. 그에게 연락해 이렇게 부탁했죠. “2025년 판 ‘자존감 수업’을 들려달라”고!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가 처음 자존감을 화두로 던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기 더 쉬워졌고, 기술은 내 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니까요. 자존감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여긴다는 건, 보기 싫은 친구와 늘 붙어 다니는 것과 같거든요. 그렇게 24시간을 살면? 당연히 행복할 리 없죠.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자신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라고 권합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나의 편이 되어주나요. 우리는 가장 가깝고 든든한 조력자를 내 안에 둘 수 있습니다. 그게 곧 나의 자존감과 이어지죠.
Chapter 1.자존감, 우린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먼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요즘의 나’를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대견하고 자랑스러우신가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반면 나의 아쉬운 모습이 연이어 떠올라 한숨을 쉬셨나요? 그럼 자존감이 낮은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내가 당당하게 지내면’ 자존감이 높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위풍당당해 보여도, 속으로는 상처받을까 눈치를 보고 있을 수 있거든요.
이처럼 자존감은 일상 용어가 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 의미를 헷갈리고 있어요. 제가 보는 자존감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주관적’ 평가.”
쉽게 말해 ‘나 정도면 괜찮아’라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면 자존감이 높은 거고, ‘난 왜 이것밖에 못 할까?’라고 비난한다면 자존감이 낮은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주관적인’ 입니다. 말 그대로 ‘내 관점’이 나의 자존감을 좌우하는 거예요. 가령, 노벨상을 받은 인물이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은 거죠.
문제는 많은 분들이 자기 삶을 주관적으로 깎아내린다는 겁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착실히 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거죠. 가령 “남들보다 바쁜 것도 아니면서 지친 내가 나약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내담자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좋지 않죠.
이렇게 된 이유, 다들 아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전쟁 폐허에서 일궈낸 ‘한강의 기적’은 ‘강인한 정신력’에서 출발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자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왔죠. 무조건 치유하자는 ‘힐링’이 한동안 유행했고, 다음에는 사람들이 탈진했다는 의미의 ‘번아웃’이 사회에 자리 잡았습니다.
나를 채찍질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우리는 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도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제가 말하는 당근은 무엇일까요?

서울 공덕동의 진료실에서 인터뷰 중인 윤홍균 원장. 그는 18년째 임상에서 마음을 돌보는 법을 고민해 왔다.
Chapter 2.밍밍하지만, 꼭 필요한 존재 ‘공감’
공감. 비난과 다그침 곁에는 이해와 공감이 놓여있습니다. 사실 가장 유명하면서도 인기 없는 솔루션이죠.
제가 공감을 말한 순간부터 실망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제가 내담자들께 “정말 힘드셨겠어요”라고 위로하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어요.
“아뇨 선생님, 그런 거 말고요. 다른 효과적인 방법 없을까요?”
맞습니다. 공감은 지루하고 밍밍해요. 하지만 제겐 ‘공감의 효과가 확실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경험이 있어요. 어린 시절 친형이 제게 건넨 한마디가 제 삶을 바꿨거든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흥미가 없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나도 이렇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의대를 준비했습니다.
제대로 해본 적 없는 공부가 한 번에 잘 될 리는 없었어요. 첫 입시에 실패해 저는 재수를 했습니다.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그 전엔 몇 안 되는 친구들과 당구장에 가는 게 낙이었지만, 재수 학원에 등록하면서 시간을 내기 어려웠어요. 한두 번 만남을 거절하자, 친구들도 더는 저를 찾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성적도 오르지 않았다는 거예요. 두어 달 동안 점수는 그대로였고, 일상은 무기력한데 친구까지 잃는 기분이었죠. 불안했습니다.
부모님께 고민을 털어놓으니 냉정한 지적이 돌아왔습니다. ‘네가 뭘 얻으려면 뭐 하나 포기하는 게 있어야지’라는 말씀이었죠. 물론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자처한 고생길이었으니까요.
그날 저녁, 늘 무뚝뚝하던 형이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그거 진짜 짜증나. 공부하면 친구랑 멀어지고, 친구랑 가까우려면 공부랑은 또 멀어져야 해. 성적은 또 죽어도 안 오르잖아? 짜증나지.”
이상하게도 그 말에 제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다른 사람도 겪은 일일 때가 많습니다. 달리 말하면, ‘누군가 나처럼 힘들어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작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이런 공감의 말을 해줄 사람조차 없다”고 토로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땐 일부러 포용의 언어를 자신에게 건넬 수 있어야 해요. 저는 실제로 내담자들께 이런 말을 혼자서 해보시라고 제안해요.
“회사가 요즘 벅찰 수 있어. 당연한 거야. 네가 나약한 게 아냐.”“아무것도 하기 싫구나. 요즘 안 좋은 일이 많아서 지쳤나 봐. 괜찮아.”“오늘도 버텨냈네. 그것만으로도 꽤 잘한 거야. 막막해도 언젠가 지나갈 테니까.”
공감은 밍밍하지만, 힘이 있습니다. 무조건 버티기보다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주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어요.
이 효과를 ‘감정 라벨링*’이라 부릅니다. ‘나 힘들어!’라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적 폭주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대책을 궁리할 힘을 얻거든요.
감정을 말로 표현할 떄, 이성적 조절이 가능해진다는 뇌과학 연구에서 비롯된 개념. 2007년 UCLA 매튜 리버만 박사 연구로 알려졌다.

2016년 출간된 윤 원장의 저서, 『자존감 수업』은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자존감 열풍을 이끌었다. 그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Chapter 3.당신의 자존감을 좌우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공감으로 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다음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열어야 합니다. 바로 내 욕구를 확인하고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죠.
내 욕구를 아는 노력. 이걸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걸 모를 때가 많거든요.
그 예로 제가 한 부부 내담자와 했던 대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찾아온 이들, 서로를 향해 “하는 게 없다”고 제게 불평을 늘어놨습니다. 그때 제가 이렇게 물었어요.
“그럼 상대방이 어떻게 해주시길 바라나요?”
그들은 답을 잇지 못했어요.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싫긴 싫은데, 정작 원하는 모습은 없었던 거예요.
이런 생각은 나 자신에게도 적용됩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난 이것도, 저것도 못 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죠. 그럼 그때 ‘내가 원하는 게 뭐지?’라고 물으면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즉, 원하는 거 없이 자존감만 깎아내렸던 거죠.
정리하면, 내 욕구를 알아야 우리는 만족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족할 만한 욕구 기준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면? 그때 행복감을 누릴 수 있죠.
대신 기준을 잘못 세워선 안 됩니다. 사회의 기준을 내 욕구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내 답을 찾기도 전에 1등이나 좋은 직장, 자유로운 삶으로 목표를 정하는 거죠. 이렇게 세운 기준으로는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를 달성하면, 그 기준은 또 높아질 거거든요.
남의 취향을 알고 싶어 한 질문, 내게도 던져보자
그렇다면 건강한 욕구 기준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답은 싱겁습니다. 열심히 발로 뛰고, 탐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신 작은 요령은 있습니다. 나를 알아가는 노력을 할 때는 스스로와 잠깐 서먹해지는 것. 우리가 처음 보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처럼 행동하는 거예요.
우리는 관심이 가는 ‘남’에게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쉴 때는 뭘 하는지, 좋아하는 콘텐츠와 동네, 브랜드는 뭔지 묻곤 하죠.
그 질문을 그대로 나에게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여기에 답하다 보면, ‘이거 재밌다. 더 알고 싶은데? 가보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요. 그렇게 조금씩 기준을 세워갈 수 있는 거죠.
그래도 쉽지 않으시다고요. 제가 하고 있는 노력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지금도 저는 블로그에 기분 좋은 순간, 기억하고 싶은 글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년 넘게 배운 복싱에서 느낀 점, 등산하며 만난 풀꽃, 출근길에 떠오른 생각을 일기장처럼 쓰곤 해요.
블로그를 쓰는 건,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록하는 거예요. 이게 제 욕구를 채워주고,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결국 나를 알아가고 친해지는 데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떠올려 보시길 바라요.
누군가요? 바로 ‘나 자신’이에요. 가장 소중한 나에게 투자하는 과정은 자존감과 직결됩니다.
Chapter 4.‘믿는 구석’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
이번엔 자존감의 높고 낮음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질문하고 싶어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가장 크게 나타날까요? 저는 ‘기분 나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종업원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컵을 던지듯 내려놓았다고 해보죠.
물론 언짢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이들은 ‘저 사람 오늘 기분이 안 좋았나 보다’라며 넘길 수 있어요. 그 상황이 핵심 문제에서 벗어난 거라면,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거죠.
반면 자존감이 낮은 쪽에선 이걸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나를 무시했다”며 화를 내거나, 종일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라며 화를 키우죠. ‘나는 공격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저는 ‘믿는 구석’의 존재하느냐로 그 차이를 분석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믿는 구석’을 많이 갖고 있어요.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는 거죠. 어떤 순간의 경험이 좋지 않아도, 그 외에 나를 행복하게 할 수단이 많은 겁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없거나 적은 이들은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여기서 밀리면 나는 무너진다’는 생각이 속에 있는 거예요. 자연스레 매 순간 기를 쓰고 이기려 하는 겁니다.
정리하면, 자존감을 높게 하려면 ‘행복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저는 이걸 ‘믿는 구석’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언제 찾아가도 내 기분을 좋게 해줄 존재들을 말하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 말하는 윤 원장의 모습. 그는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회복할 방법을 아는 이들이 결국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순댓국부터 월 배당 ETF까지, ‘믿는 구석’ 늘리는 법
제게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저만의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과거 의대에서 유급을 당했을 때도, 가족과 다퉜을 때도 성공한 방법이죠.
바로 ‘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을 먹는 것’입니다.
계기가 있습니다. 재수하던 시절, 장수생 형들을 보며 마음이 복잡했던 때가 있었어요. 형들은 수능의 모든 지문을 외우는데도 꽤 오랫동안 입시에 실패했죠. 그 모습을 보며 ‘저 형들도 안 되는데 내가 될까’와 같은 불안이 피어올랐어요.
집중을 못 하는 동안, 친구가 “엄청난 곳을 찾았다”며 저를 끌고 나갔어요. 도착한 곳은 시장의 어느 순댓국집이었죠. 그곳에서 머릿고기에 부속물이 가득한 국밥을 배 터지도록 먹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날만큼은 소주도 시켜 얼큰하게 취했죠.
그렇게 먹고 계산하려는데, 가격을 듣고 놀랐습니다. 당시 가격으로 1만1000원. 1인당 5500원이 나온 거죠. 그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이거다. 하루에 5000원으로도 이렇게 배부를 수 있겠구나.’
그날 이후로 저는 공부하는 태도를 바로잡았습니다. 목표한 의대를 향해 최선을 다하지만, 설사 실패해도 내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품었죠. 단돈 5000원에도 배부를 수 있는 저만의 믿는 구석이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믿는 구석을 늘려 나가고 있어요. 절대 거창하지 않아요. 하나는 자투리 돈 재테크. 매달 배당금을 주는 ETF에 남은 용돈 일부를 넣어놨어요. 매달 말이면 적게는 8000원, 많게는 5만원 정도가 들어오는 걸 보며, 혼자 뿌듯해하죠.
일상의 루틴에서도 믿는 구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내향인의 단톡방’이라는 곳에 들어가 있어요. 매일 오전 7시 ‘굿모닝’이라는 메시지를 서로 보내는 단톡방이죠. 짧은 인사 한 줄로 각자의 삶을 응원하는 곳이에요. 그 외에 대화를 나누지 않아요. 서로 응원한다는 믿음만 주고받는 거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믿는 구석의 크기가 아니라, ‘존재’입니다. 소소할수록 좋아요. 내 마음을 만족하게 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더 촘촘히 쓸 수 있으니까요.
Chapter 5.내 마음대로 해피 엔딩을 그려 보자
자존감을 점점 건강하게 높여나가면,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능력’이에요. 맞닥뜨린 위기를 ‘배움의 기회’로 바꿔버리는 힘이죠.
자존감 높은 이들이 2단계로 자신을 지킵니다. 먼저 첫 단계에선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하고, 나만의 시스템으로 해소해요. ‘믿는 구석’을 찾아 자신을 회복하는 거죠.
그다음 단계가 바로 상황을 교훈으로 바꾸는 기술이에요.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상황을 보면서 ‘여기서는 이런 배움을 얻자’고 소화하는 능력이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보고서가 이게 뭐냐”며 상사에게 깨진 팀원이 있다고 해보죠. 일단 감정부터 푸는 게 좋을 거예요. 저라면 순대국밥을 거나하게 먹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믿는 구석으로 기분이 나아졌다면, 이제 문제 상황을 회고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팀원은 ‘팀장님은 이런 형식을 싫어한다. 다음에는 팀장님이 기존에 만든 보고서를 구해 양식을 맞춰야지’ 같은 배움을 남길 수 있을 거예요.
단, “상사가 눈을 씻고 봐도 배울 점이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토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권하는 배움 포인트는 이거예요. ‘최소한 저렇게 나이 들진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것.
높은 자존감을 품고 있다는 건, 결국 나를 아낄 줄 안다는 뜻입니다. 나를 지키고, 공격마저 나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여유이자 태도죠. 결코 내 소중한 순간을 망치지 않겠다는 선언인 거예요.
마치며 : 당신만큼은 당신 편에 서세요
자존감을 키우는 법은 사실 시간이 흘러도 같습니다. 어떤 자극이 와도 나를 건강히 지켜내려 하고, 또 이를 배움으로 소화하는 데 있죠.
이를 위해 저는 거듭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나 자신의 편에 서라’고 강조합니다. 이게 모든 솔루션의 시작이거든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담임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분은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했어요. 일기든, 꿈이든 주제는 상관없었죠.
이 시간은 지난주 장원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선생님이 지난 시간에 쓴 글 중에서 가장 잘 쓴 글을 뽑아요. 그럼 장원으로 뽑힌 친구는 교단 앞에서 자기 글을 읽습니다. 수상작 내용은 이랬어요.
‘우리 집 강아지는 엄마가 ‘먹지마’하면 간식을 안 먹는다. 그런데 내가 주면 다시 먹는다. 엄마 몰래 나랑만 친하다.’‘짝꿍보다 지우개 가루도 더 많이 치우고 칠판도 닦았는데, 선생님이 친구한테만 고맙다고 해서 슬펐다.’‘우리 엄마는 창피하다. 시장에 갔는데 엄마가 계속 싸게 달라고 해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장원의 기준은 단 하나, ‘솔직함’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선생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려고 하셨던 건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라’는 거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언제나 내 편에 서야 한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에 새기셨으면 합니다.
내 삶은 오롯이 내 손에 달려있어요. 이를 돌볼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세상이 나를 해치도록 두지 말고, 내 모습을 감싸며 들여다보세요. 그렇게 얻은 것들로 여러분의 믿는 구석을 늘려가고 나의 편을 더해가시길, 그래서 결국 스스로와 친해지시길 바랍니다.
“꽃은 제 믿을 구석 중 하나”라며 풀꽃을 들여다보는 윤 원장. 그는 롱블랙 피플이 “스스로 행복을 책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홍균 원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 믿을 구석은 뭐가 있는지’ 스스로 물었어요. 웬걸, 저도 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뭔지 잘 모르겠는 거 있죠?
저와 같은 분들을 위해 ‘만족스러운 나’를 만들 수 있는 자존감 돌봄 루틴을 3단계로 정리해 봤어요. 오늘 하루만큼은, 이 습관과 함께 내 편에 서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