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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K-웰니스, 요즘 불교의 경험 설계법

한이룸
이커머스
2025. 4. 29.
불교가 이렇게 힙했던 적이 있을까요? ‘스키 타는 부처님’이 그려진 티셔츠, ‘번뇌를 훔친다’는 수건, 솔로 남녀를 이어주는 ‘절 미팅’까지. 요새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다 품고 있죠.
종교는 믿음 없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최근의 불교는 달라 보여요. 박람회를 열었을 땐 20만 명이 다녀갔고, 미팅을 연다고 하면 1000명씩 지원하고 있거든요.
이 기세, 하루아침에 나온 건 아니었어요. 20년 넘게 외지인을 재우고 먹이며 불교를 경험하게 한 노력이 있었거든요. 바로 2002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시작한 ‘템플스테이’. 지난해에만 6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해요.
그냥 절에서 하루 쉬는 ‘숙박’ 아니냐고요? 아뇨, 제가 다녀와 보니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불교의 정신을 경험하는 ‘체험’에 가까웠죠. 두 달에 걸쳐 경기도 양주의 회암사, 경북 김천의 직지사, 서울 수유동에 있는 화계사까지 다녀왔던 기록을 지금부터 담아볼게요!
Chapter 1.스님은 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자’고 했을까
오전 4시 30분. 제가 1박 2일로 머문 화계사에서 일어난 시간이에요. 새벽 예불禮佛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죠. 4월이었지만 산자락의 새벽 공기는 입김이 보일 정도로 차가웠어요. 실눈을 뜬 채, 법당에 뛰어들다시피 했죠.
안에 들어서자 세 부처님, 삼존불三尊佛이 보였어요. 그 가운데에는 가장 큰 석가모니불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죠. 부처님을 마주한 것도 잠시, 곧장 불경을 외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새벽 예불을 이끄는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서 목탁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조심스럽게 자리를 찾아 방석을 깔고, 예불 안내문에 쓰인 불경 구절을 소리 내 읽었습니다. 스님들이 절을 할 때는 눈치껏 절을 따라 올렸죠. 매번 타이밍은 반 박자씩 늦었지만요.
체험객들은 대부분 저처럼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자세가 불편해 보이기도 했고, 졸음을 참는 얼굴도 슬쩍 보였죠. 30분의 예불이 끝나고 난 뒤, 저린 다리를 붙잡고 스님에게 물었어요. “이 시간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이냐”고요.
“여기선 더 자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법당에 나와야 해요. 불경을 외우는 목소리도, 목탁을 쥔 사람에 맞춰야 합니다. 나의 자아를 내려두고 남과 더불어 살아보자는 거죠.
나를 내려놓고, 남과 더불어 사는 의지를 다지는 것. 이 메시지는 체험에 앞서 인터뷰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도 강조한 내용이었어요. 템플스테이를 총괄하는 사업단을 이끄는 만당스님은 이렇게 말했죠.
“템플스테이의 목적은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갖는 데 있습니다. 명상 등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며, 완전한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지향합니다.
한 사람의 행복이 다른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이 생각은 템플스테이의 시작과 연결돼요. 그 기획과 설계 배경을, 이어서 알아봤어요.

Chapter 2.‘숙소가 부족하다’는 SOS에 시작된 기회
템플스테이는 올해로 24년 차를 맞았습니다. 2002년부터 시작됐거든요. 그 계기는 ‘한일 월드컵’이었죠.
사찰이 숙소를 지원한 계기는 단순했어요. 당시의 한국은 월드컵 관광객 수십만 명을 품을 시설이 부족했거든요. 정부는 고민했다고 합니다. 해외 관광객을 어떻게 다 수용할지를요.
그때 한 정부 관계자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게 시작이었어요. ‘사찰을 잠시 개방해 보자’는 거였죠. 근데 왜 하필 절이었을까요?
“숙박을 해결하는 동시에 한국만의 문화를 알릴 수 있다고 본 겁니다. 한국의 불교는 1700년간 이어졌어요. 고즈넉한 산사는 물론, 발효 장으로 깊은 맛을 더한 사찰음식을 이미 갖고 있었죠.”_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만당스님
이들이 차별점을 자신한 이유가 있었어요. 일단 역사. 사찰은 한국의 전통과 함께해왔어요. 372년 고구려 때부터 불교가 들어왔고,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치는 860년 동안은 국교였거든요. 그 결과 2024년 8월 기준 국보의 52%, 보물의 58%가 불교 관련 국가유산일 정도죠.*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보 359건 중 187건, 보물 2416건 중 1405건이 불교 문화유산으로 파악된다.
해외의 절과는 다른 ‘입지’도 한몫했어요. 한국의 절은 자연으로 둘러싸인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불교가 국교인 태국, 미얀마 등 해외의 절이 주로 도시 내부나 평지에 있는 것과 달랐죠. 조선시대 국교가 유교로 지정돼 당시의 불교인들이 산으로 들어간 게, ‘지리적 특징’이 됐어요.
그렇게 2002년 5월, 첫 템플스테이가 시작됩니다. 조계종에서 경북 김천의 직지사를 1호 템플스테이로 열었죠. 직지사에는 당시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21개국의 대사와 그의 가족 50여 명이 방문했어요.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있는 그대로의 사찰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제안했어요. 이때도 새벽 예불과 스님과의 차담, 연등 만들기를 함께하게 했죠. ‘소박하면서도 독특한 문화를 경험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사찰에서 하룻밤 자는 건 물론, 이곳 일과를 경험하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으니까요.”_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만당스님
1호 템플스테이가 성공하면서, 불교계는 월드컵 기간 숙박 프로그램을 사찰 33곳으로 확장했어요. 그렇게 템플스테이라는 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죠.

템플스테이 기획을 총괄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만당스님의 모습.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숙소 부족에 직면한 정부는, 한국의 전통을 소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찰을 떠올린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Chapter 3.우리만이 줄 수 있는, ‘역사와 경험’을 선물하자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 기간 1000여 명의 체험객을 받는 성과를 올렸어요. 예상대로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반응이 쏟아졌죠.
하지만 이걸 상설 프로그램으로 만들기에는 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나라의 행사를 위해 사찰을 개방하는 것과, 사찰이 일상적으로 대중을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라고 봤거든요.
“사찰은 스님들의 수행터이자 신자들을 위한 종교적 공간이에요. 저희는 그 의미를 지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템플스테이가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라는 사실도 발견했어요. 논의 끝에 사찰의 일과를 지키되,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을 주기로 했습니다.”_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만당스님
상설 사업을 맡기로 한 곳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이들은 템플스테이의 목표를 명확히 세웠어요.
‘우리는 단순한 숙박이 아닌, 불교와 사찰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대중에게 전한다.’
사업단은 사찰이 숙박을 제공하더라도, 수행하는 일과를 그대로 유지하게 했어요. 돈을 내고 쉬러 오겠다는 ‘고객’보단, 내가 머물 공간의 정신과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체험객’을 받기로 했죠.
그래서 템플스테이를 운영할 사찰 기준부터 다시 세웠어요. 이들이 본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경기도 양주 회암사 주지 인공스님이 향을 올리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템플스테이에서 사찰의 종교적 의미와 체험 사이의 균형을 지키고자 했다.
① 수백 년 ‘역사’ 앞에서 압도될 수 있는가
사업단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체험객들이 한국 불교의 역사를 몸소 느끼길 바랐어요. 책에서 본 공간을 직접 거닐 때의 감격을 사람들이 경험하길 기대했죠.
1호 템플스테이로 열렸던 직지사가 대표적입니다. 경북 김천에 있는 직지사는 지금으로부터 1607년 전인 418년, 고구려 승려인 아도가 세웠습니다. 예불하러 가는 대웅전은 국가 보물이고, 그 안에 있는 불화 ‘직지사 석가여래삼불회도*’는 국보입니다. 머무는 동안 압도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세 명의 부처님이 각자의 세계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불화.
고려 말기 왕실 사찰이었던 경기도 양주의 회암사는 불교의 전성기를 품은 곳입니다. 당일 체험을 위해 머문 4시간 동안 그 위용을 느낄 수 있었죠. 한때 3000명의 승려가 지낸 공간의 크기를 체감할 수 있었거든요. 목조 건축물은 사라졌지만, 잠실 야구장 10배 크기의 터가 위용을 대신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절’을 템플스테이로 지정하는 건 아닙니다. ‘불교의 문화와 철학을 설명할 수 있는 곳인가’가 중요한 원칙이죠. 체험객이 사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곳이 지닌 시간과 이야기를 딛고 서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_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만당스님

회암사 주지스님의 지도에 따라 체험객들이 회암사지에 앉아 명상하고 있다. 주지스님은 이곳에서 명상을 하는 이유에 대해 “1000년 전 부처님을 모신 자리에 앉아 그 기운을 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② 평소에 할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가
사업단은 ‘사찰의 입지’도 템플스테이의 매력 포인트로 살렸습니다. 각 사찰이 자리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각기 다른 자연을 체험객에게 선물하려고 했죠.
“지역과 문화 특색을 프로그램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역사 외에도 이 사찰에서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걸 제안할 수 있는지 확인했죠.”_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만당스님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는 전나무 숲길을 걷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천년의 숲’이라 불리는 2km의 숲길을 근처에 두고 있거든요. 체험객들은 이 시간을 통해 초록의 향과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죠.
전라남도 해남의 대흥사는 야생 차나무가 잘 자라는 지역의 특징을 살립니다. 그에 따라 직접 찻잎도 따보고, 과거의 다도 과정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했죠.

전남 보성 두륜산의 야생 차밭에서 찻잎을 따는 대흥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산사의 풍경과 계절까지 템플스테이 체험으로 연결했다. ⓒ대흥사
Chapter 4.서핑부터 입관까지… 경험이 다채로워진 이유
템플스테이는 23년간 ‘불교만의 역사와 경험’을 제안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어요. 사찰들은 ‘나를 돌아보고, 남과 더불어 살겠다’는 정신을 느낄 수 있다면, 유연하게 활동을 바꾸어 나갔죠.
대표적으로 ‘체험형’ 사찰이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서핑과 무술, 입관 경험 등 상상 못 한 경험도 주기로 한 거예요.
서핑 체험을 기획한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를 살펴볼까요. 이곳을 이끄는 선일스님은 기획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서핑은 지금 이 순간의 몸과 마음, 그리고 파도를 알아차리는 명상”이라고요.
“운동으로 접근한다면 서핑은 레저일 겁니다. 하지만 미세한 파도 위에서 몸을 일으키려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야 하죠. 즉, 내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 순간에 마음을 모아야만 파도 위에 설 수 있어요. 사실상 명상과 닮았죠.”_낙산사 템플스테이 연수원장 선일스님
직접 관에 들어가 보는 ‘입관 체험’도 있습니다. 전라남도 보성의 대원사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죠. 유언장을 미리 써보고, 묘비의 글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요. 심지어 영정사진까지 찍습니다. 그다음 모든 걸 내려두는 마음으로 관 속에 잠시 몸을 뉘어 보죠.
물론 거부감에 입관 체험을 포기하는 이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 경험을 제안하는 이유는 뭘까요. 대원사의 템플스테이를 이끄는 재정스님은 “죽음을 가까이 둬야 현재가 의미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과 가까워집니다. 죽음은 ‘두려운 것’으로 그려지죠. 하지만 삶에 끝이 있다고 생각할 때 지금이 소중해져요.
이 밖에도 템플스테이가 제공하는 체험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경북 경주에 있는 골굴사는 무예와 명상을 결합한 불교 무술, ‘선무도’를 가르쳐요. 강원 영월의 망경산사는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시간을 마련했죠.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너무 현대식의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건 아닐까 싶었죠. 이런 질문에 회암사의 주지스님이 이런 답을 들려줬어요. ‘현재를 집중해 살자’는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면, 그 모양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요.
“우리는 과거와 미래에 매여있곤 합니다.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죠. 하지만 현재는 우리가 집중해야 할 단 하나입니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의 선일스님이 템플스테이에서 서핑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선일스님은 서핑을 “몸과 마음에 오롯이 집중해, 파도 위에 균형을 잡는 명상”이라고 설명한다. ⓒ낙산사
Chapter 5.기도하며 밥 먹고, 108번 절하며 배운 것
저 역시 세 곳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현재에 집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어요. 다만 하나 더 얻은 깨달음이 있어요.
바로 ‘내게 편한 것만 한다고 그 마음이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죠. 제게 인상 깊었던 일과를 나눠볼게요.
① ‘점심 공양 기도문’이 준 깨달음
점심때마다 먹은 식사, ‘공양供養*’은 제게 말 그대로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어요.
원래 공양은 부처님이나 스님에게 바치는 음식을 가리켰다. 하지만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불교 교리에 따라 사찰에서 먹는 식사를 모두 공양이라 부르게 되었다.
회암사에서 제가 먹은 메뉴는 나물 비빔밥과 고구마와 당근 튀김. 그리고 오렌지와 포도였어요. 불교에선 살생을 금지하는 만큼, 고기 메뉴는 없었죠.
사실 메뉴보다 눈에 들어온 건 식탁의 기도문이었어요.
‘(...) 이 공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며,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소서’
‘음식을 소중하게’라는 표현은 늘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는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죠.
기도문을 읽고 먹어서였을까요. 그 음식이 거쳐온 여정을 생각하며 받은 음식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던 듯했어요. 50여 명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잔반통은 거의 비어 있었죠.

경기도 양주 회암사의 점심 공양으로 나온 비빔밥. 회암사에서는 점심 공양 전 식탁에 놓인 기도문을 함께 읽는다. 음식이 앞에 놓이기까지 애써준 사람들과 모든 생명에 감사하는 시간이다. ⓒ롱블랙
② 다 채우지 못한 ‘108배’가 남긴 것
화계사에선 108배를 직접 해봤습니다. 절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10분쯤 지났을까요. 50번째 절을 하니 땀이 흐르고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막막하던 찰나, 단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여러분, 수행은 억지로 해내는 게 아니에요. 이미 우리의 삶이 전투잖아요. 여기까지 와서 무언가를 열심히 달성할 건가요. 108배의 느낌만 보고, 절에 마음을 담았다면 충분합니다.”_화계사 지도법사 혜량스님
그 말을 들으며 되짚은 건 108배의 의미만은 아니었어요. 옆에서 함께 절하던 체험객은 “삶에서 해내야만 하는 성과가 왜 그리 가득한지 돌아봤다”고 말했습니다. 숫자로 표시되는 성과를 위해 마음과 과정을 잊고 지냈다는 걸 깨달았다고요.
1박 2일로 진행된 템플스테이는 주로 공양과 예불, 명상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예불에선 타인과 더불어 사는 자세를, 공양에선 당연했던 것들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죠. 108배와 명상은 나의 삶을 돌아보며 균형이 무엇인지 되짚는 계기가 됐습니다.
마지막 일정은 스님과의 차담이었어요. 함께 보낸 하루를 대화하며 마무리하는 시간이었죠. 이때 회암사의 주지스님이 들려준 말이 ‘템플스테이에서 얻는 배움’을 요약하는 듯했습니다.
“거울 볼 때를 빼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이미 속도가 붙은 차는 쉽게 멈추지 못하죠. 하지만 직진만 한다면, 그 끝은 어디인가요?

“수행까지 전투적으로 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서울 수유동 화계사의 혜량스님. 나이 있는 분들이 오면 10배로 마치기도 한다며, “절을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롱블랙
마치며 : ‘K-웰니스’라 자랑하는 경험이 되도록
이제 템플스테이는 ‘K-웰니스’라는 별명도 얻고 있습니다. ‘잠시 멈춰서 얻는 평안’을 해외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실제로 지난해 템플스테이 체험객 62만 명 중 12% 수준인 7만8000명이 외국인이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현장에서도 그 숫자를 체감할 수 있었어요. 회암사에는 30명 넘는 미얀마의 학생들이 찾아왔습니다. 화계사는 11명 중 4명이, 직지사는 16명 중 8명이 외국인이었죠.
외국인이 깊은 산골의 사찰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직접 물어보았죠. 직자사에서 만난 리카르도는 이탈리아에서 이곳으로 날아왔다고 했어요. ‘고요한 정취가 좋다’는 친구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죠.
“가톨릭 문화에서 자랐지만, 다른 종교와 문화도 경험해 보고 싶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다른 나라 사찰은 관광객이 많아 실망스러웠는데, 직지사는 깊은 산 속 풍경소리가 울리는 평화로움이 있었죠.”_직지사 템플스테이 체험객 리카르도
이탈리아에서 온 또 다른 체험객 레티는 템플스테이의 ‘식사’를 눈에 띈 경험으로 꼽았어요. 고기 없이도 나물과 백설기, 흑임자 죽, 김치와 묵무침까지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죠.
이렇듯 템플스테이는 전통이 궁금한 외국인,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한 번쯤 하고 싶은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불교가 이 둘을 모두 잡게 된 이유는 뭘까요. 저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만당스님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찾았어요.
“템플스테이를 할 때는 특별히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찰에 머무는 그 순간을 느끼고 경험하는 데 집중하면 되죠. 그저 주어진 여정에 참여한다면 자연스레 몸과 마음의 평안을 만날 겁니다.”_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 만당스님
‘준비할 게 없다’는 말. 이게 사람들을 템플스테이로 끌어들인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준비 없이 들어와서 자신을 돌아보고, 나만의 답을 찾아 돌아가는 게 템플스테이가 주는 선물 같았죠.

경북 김천 직지사의 수행 공간. 사찰은 일상의 속도를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공간이었다. 사찰은 템플스테이로 문을 열어 대중에게 ‘멈춤의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