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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예능의 문법 : 왜 우린 최강록의 ‘미련한 집착’에 열광할까

한이룸
이커머스
2026. 2. 11.
‘요리 서바이벌은 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걸까?’
최근 「흑백요리사 2」 열풍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에요. 가요나 힙합을 내세운 음악 서바이벌이 고전하는 사이, 요리 서바이벌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오늘은 그 답을 찾기 위해, 한국 요리 서바이벌의 문법을 세운 설계자를 만났어요. 하정석 PD. 「마스터셰프 코리아(이하 마셰코)」 1, 2, 3편과 「한식대첩」을 연출한 주인공이죠.
대화를 주선한 스피커는 박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연예부 기자와 빅이슈 편집장을 거쳐 문화 현상을 읽고 있어요. 그는 20년 전부터 하 PD의 요리 예능을 보며 ‘흥하는 콘텐츠의 공식’을 분석해왔습니다. 이들이 함께 나눈 대화, 여섯 개의 챕터로 준비했어요.
1. 요리 예능은 먹고살기 힘들 때 흥했다
2. 요리사는 ‘가장 순수한 캐릭터’다
3. 악마의 편집도, 억지 눈물도 없는 ‘침묵’의 진정성
4. ‘백수저 요리사 최강록’이 사랑받은 이유
5. 결말보다 ‘과정’을 즐기는 시대6. 설계된 서사보다, ‘서사가 태어날 분위기’를 만들어라
박현민 대중문화평론가
저는 대중문화를 평론하며 수많은 콘텐츠의 흥망성쇠를 지켜봐왔습니다. 그런 제게 요리 서바이벌은 조금 독특합니다. 죽지 않고 돌아오는 불사의 에너지를 가졌다고나 할까요?
이번 「흑백요리사 2」의 인기를 계기로, 요리 예능에 숨은 성공 방정식을 알아보려 합니다. 2009년 에드워드 권 셰프의 서바이벌 쇼 「예스 셰프」 연출로 요리 예능에 데뷔한 뒤, 17년 넘게 요리 예능 외길을 걷는 하정석 PD와 함께요.
Chapter 1.요리 예능은 먹고살기 힘들 때 흥했다
“요리 방송은 반짝 유행이 아니에요. 우리가 위기에 닥쳤을 때 늘 나타나 사랑받았죠.”
하정석 PD는 요리 방송의 기원을 86년 전, ‘혼란의 런던’에서 찾습니다. 1940년 당시 영국 BBC가 라디오로 매일 송출하던 「워 타임 레시피War Time Recipe」가 그 시작이라는 겁니다.
“나치 독일의 영국 공습이 한창일 때, 정부가 국민에게 식량을 배급했어요. 감자나 설탕 같은 걸요.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이걸로 뭘 해 먹을지 몰랐어요. 그래서 방송으로 ‘배급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읊어준 거죠. 사람들은 그 방송을 들으며, 옆집 사람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 음식을 만들었어요.”
하 PD는 말합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계에서도, 사람들은 늘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했다고요. 이를 충족하는 요리 방송은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란 겁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요리 서바이벌’ 포맷이 세계화됐어요. 「마스터셰프MasterChef」부터 「헬스 키친Hell’s Kitchen」까지, 각 포맷이 해외 30~40개국으로 수출됐죠. 덕분에 전 세계에 하나의 장르를 안착시켰어요.”
왜 하필 요리 서바이벌이 인기였을까요.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1. 삶이 안 풀리는 사람들에게, 주방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성공을 쟁취하는 서사’를 선물했다.
2. 비싸서 맛보지 못하는 파인다이닝을 ‘간접 경험’하게 했다.
3. 방송에 나온 요리를 집에서 따라해보는 ‘2차 콘텐츠’를 퍼트렸다.
“우린 평생을 경쟁하며 살아가지만, 주방은 그 경쟁이 일어나는 무대 중 가장 친숙하고 사적인 장소예요. 어느 집에나 주방은 있고, 우린 매일 그곳에서 음식을 만드니까요.

「마스터셰프 코리아」 1, 2, 3편과 「한식대첩」을 연출한 하정석 PD. 그는 2000년대 초 케이블 방송국 PD로 일하기 시작한 뒤, E스포츠 방송을 거쳐 「예스 셰프」로 요리 예능에 입문했다.
Chapter 2.요리사는 ‘가장 순수한 캐릭터’다
물론 경연 방송 중 꼭 요리만 흥한 건 아닙니다. 음악 오디션 「슈퍼스타 K」부터 피지컬 최강자를 가리는 「피지컬 100」까지, 다양한 장르가 사랑받았죠.
하지만 하정석 PD는 말합니다. “요리사에겐 남들이 갖지 못한 미련할 정도의 집착이 있고, 사람들은 이 집착을 보고싶어 한다”고요. 이 지점이 하 PD를 요리 방송의 세계에 빠지게 한 ‘결정적 원인’이라는 겁니다.
“전 방송 작가를 거쳐 케이블 방송국 PD로 일했어요. 그러다 에드워드 권*의 에세이를 우연히 접했죠. 그가 묘사한 주방은, ‘인생의 압축판’ 같았어요. 펄펄 끓는 기름과 날카로운 칼이 위협하는 공간, 그 속에서 정신을 붙잡아 줄 셰프의 리더십, 이를 따르는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까지요.”
2009년, 하 PD는 에드워드 권이 주인공인 요리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스 셰프Yes Chef」를 만들었습니다. 에드워드 권이 내린 미션에, 30명의 도전자가 대결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최종 우승자는 에드워드 권의 레스토랑에서 일할 자격이 주어졌죠.
결과물은 어땠을까요? 처음엔 자극적인 드라마를 만들려 했지만, 계획이 틀어졌다고 합니다. 도전자들이 보여준 ‘순수한 열정’ 때문이었죠. 어떤 쓴소리를 들어도, 묵묵히 음식을 만드는 태도가 화제를 불렀습니다. 당시 방송의 회당 평균 시청률은 1~2%. 비주류 케이블 TV임에도 높았어요. 인기에 힘입어 시즌2까지 제작됐죠.
“제가 인상 깊은 건 도전자들의 태도였어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이간질을 해봤지만, 아무도 동요하지 않은 거예요.
하 PD가 2012년 「마스터셰프」를 한국에 들여온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마스터셰프」는 영국의 ‘비전문 요리사’ 경연 프로예요. 직장인부터 주부, 목수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참가하죠. 하 PD는 이처럼 ‘주변의 사람들’을 무대에 올린다면, 시청자에게 위로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마스터셰프」의 원작자를 만나 물었어요. 시리즈의 인기 요인이 뭐냐고요. 그의 답은 단순했어요.
2009년, 2011년 두 개의 시즌을 방영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 「예스 셰프」의 한 장면. 하정석 PD는 당시 고든 램지 셰프가 진행한 「헬스 키친」과 도널드 트럼프가 진행한 「어프렌티스」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Chapter 3.악마의 편집도, 억지 눈물도 없는 ‘침묵’의 진정성
하정석 PD는 요리 서바이벌이 끈질긴 생명력을 갖게 된 또 다른 이유로 ‘억지스러운 드라마가 없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그는 2010년대 초 예능 판도를 뒤흔든 ‘악마의 편집’을 반면교사로 삼았어요.
당시 인기를 끌던 음악 오디션들은 ‘자극적인 갈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서요. 출연자의 과거사를 들춰 감정을 자극하거나, 러브라인 같은 설정을 보이기도 했어요.
시청자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제작진이 드라마에 너무 깊게 개입한 나머지, 본질인 ‘음악’이 가려졌던 거예요. 급기야 ‘사연팔이’와 같은 조롱 섞인 표현이 따라붙기도 했죠.
하 PD는 “이런 연출은 오래 살아남기 어려웠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마셰코」를 다르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어요. 당시 그가 잡은 연출 방향은 하나였죠. ‘충분한 식재료를 공급한 다음, 구경만 하자.’
“요리하는 모습은 누군가 건드리지 않을수록 더 빛나요. 재료를 손질하는 칼질 소리, 뜨거운 불 앞에서 맺힌 땀, 완성된 음식의 시각적 완성도는 편집으로 꾸며내기에 한계가 있죠. 그래서 아예 도전자들의 ‘묵묵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어요.”
심사위원의 평가 방식도 마찬가지였어요. 음악 오디션이 심사위원의 화려한 언변과 독설에 의존할 때, 「마셰코」는 심사위원이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찰나의 침묵’에 집중했죠. 하 PD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맛이 있었다면 ‘맛있네요’라고 말하기보다, 접시를 깨끗이 비우는 행위에 무게를 두도록 했어요. 그게 심사위원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평가잖아요. 자칫 휴지를 꺼내 음식을 뱉으면, 그 자체로 긴장감을 줄 수도 있고요. 자극적인 설정이 필요 없었죠.”
도전자들의 ‘절실한 마음’을 다루는 일에도 공들였습니다. 서바이벌은 구조상 도전자가 크게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방송 전부터 도전자의 심리를 검사하고, 불안함이 큰 도전자는 집으로 돌려보냈죠.
“경연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이, ‘나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게 하면 안 됐어요. 도전자가 적당한 부담감만 품고 나와야, 시청자들도 편하게 볼 수 있다고 봤죠. 그래서 모든 도전자에게 MMPI*라는 심리 검사를 받도록 했어요. 저 역시 상담 코칭을 받아, 도전자들과 이야길 나눠 걱정이 되는 분은 집으로 보내드렸죠.”
배려와 절제가 쌓인 덕일까요. 「마셰코」는 2015년까지 네 번의 시즌을 이어갔습니다. 억지 설정보다는 묵묵히 재료를 다지는 도전자의 진정성이 화면을 뚫고 전달됐죠. 시각장애를 가졌음에도 수년간 무썰기를 연마해 ‘파채 썰기 미션’을 통과한 현바램 도전자, 탈락 미션에서 무려 다섯 번을 살아남은 김경민 도전자처럼요.

「마스터셰프 코리아 2」의 예선 심사에서, 당시 도전자로 참가했던 최강록 셰프의 음식을 맛보는 강레오 심사위원. 하정석 PD는 “심사위원이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찰나의 침묵’을 집중 조명했다”고 밝혔다. CJ ENM
Chapter 4.‘백수저 요리사 최강록’이 사랑받은 이유
요즘 요리 예능에서 가장 화두인 인물을 꼽으라면 ‘최강록’을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마셰코 2」에서 우승을, 「흑백요리사 2」에서 또다시 우승을 거머쥐었죠.
하지만 그는 우승에서 그치지 않고, SNS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중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마셰코 2」를 만들며 최 셰프를 만나, 그와 10년 넘게 알고 지낸 하정석 PD는 말합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최강록 셰프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역량을 보여줬어요. 언제나 ‘인생 최고의 걸작’을 만들기 위해 지독할 만큼 길고 힘든 시간을 보내거든요. 과거의 데이터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이죠.”
하 PD는 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마셰코 2」 우승 직후 함께 만든 레시피 프로그램, 「최강식록」의 첫 촬영 현장이었어요.
“최강록 셰프가 뭘 만들까 한참을 고민하더니, ‘해장 카레’를 만든다고 했어요.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양파를 볶기 시작했죠. 저는 적당히 카라멜라이즈 된 수준으로 볶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참 지나도 양파 볶기가 끝나지 않더군요.”
하 PD는 중간에 물었다고 해요. “이제 다 됐어?” 최강록 셰프의 대답은 단호했죠. “조금 더 볶겠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고 하 PD가 다시 물었어요. “이제 한두 시간 더 볶으면 되니?” 그러자 최 셰프는 고개를 저었어요. “볶아봐야 압니다.”
“도합 세 시간을 볶았어요. 양파의 모든 수분을 날릴 때까지요. 카레를 완성시키는 데 한세월이 걸렸죠. 그래서 요리 제목도 바꿨어요. 해장 카레가 아니라, ‘어제 끓여 오늘 먹는 카레’로요.”
하 PD는 이 장면이 최강록 셰프의 정신을 대변한다고 합니다. 최근 「흑백요리사 2」에서 우승한 뒤 반응이 수없이 쏟아진 건, 그의 정신이 시청자에게 ‘위로’가 되기 때문이란 거죠.
“최강록 셰프가 대중에게 선물한 건 하나예요. 뭘 하나 이루려고 지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칭송.
꼭 최강록 셰프만이 유별난 건 아니라고, 하 PD는 말합니다. 최근 요리 예능을 통해 주목받는 대부분의 요리사도, 최 셰프와 결이 같다고 말해요. 다들 적게는 10년에서 50년 넘게 부엌 앞을 지켰다는 점이, 때로는 시청자들의 경외심을 부른다고 했죠.
“SNS를 통해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우린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의 뼈아픈 조언, 자신을 홍보하려 혈안인 인플루언서까지요.

2025년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2」에서 경연에 참여 중인 최강록 셰프. 그는 「흑백요리사 1」에서 탈락을 맛본 뒤 재도전하는 근성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넷플릭스
Chapter 5.결말보다 ‘과정’을 즐기는 시대
요리 예능이 늘 똑같은 문법만 반복하는 건 아니에요. 하정석 PD는 「흑백요리사」 시리즈를 보며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도전자의 서사’만 골라보기 시작한 거예요. 개개인의 이야기를 잘라 보여주는 독립적인 쇼츠처럼 잘라 나열해서요.
가령 유튜브엔 ‘모두가 안 될 거라는 예상을 깨버린 최현석’, ‘안성재도 놀란 후덕죽 사부의 단순함’, ‘남다른 광기를 보여준 떨림핑 윤주모’ 같은 영상들이 수십만 조회수를 얻었어요.
“최근 「흑백요리사 2」의 반응 중 흥미로웠던 게 있어요. 사람들은 이제 우승자가 누구인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지 않는단 거예요. 전개 과정에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준 도전자가 있으면, 그 도전자의 등장 장면만 따로 편집해 쇼츠로 올리고 댓글로 이야기 나누죠.”
덕분에 “시청자가 골라 먹을 ‘과정의 조각’을 만드는 것이 방송 흥행의 문법이 됐다”고, 하 PD는 분석합니다. 제작진이 전개 방향을 통제하는 대신, 최대한 다양한 인물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단 거죠.
“시청자는 이제 제작자가 정해준 순서대로 감동하지 않아요. 스스로 결과를 확인한 뒤, 그에 걸맞은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내가 소비하고 싶은 서사를 완성합니다.”
하 PD는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기획에도 이런 대중의 취향이 들어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는 특히 심사위원의 배경과 표현 방식에서 그 노림수를 찾았죠.
“백종원 심사위원은 ‘재밌다’, ‘고소하다’, ‘첫입에 확 온다’ 같은 흑수저의 언어를, 안성재 심사위원은 ‘의도’나 ‘테크닉’, ‘밸런스’ 같은 백수저의 언어를 구사한 것도 탁월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해요. 요리의 맛을 번역해 줄 언어를, 시청자들이 취향에 따라 골라먹게 했으니까요.”

「흑백요리사」 속 백종원 심사위원의 코멘트(위)와 안성재 심사위원의 코멘트(아래). 하 PD는 「흑백요리사」의 두 심사위원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맛을 설명한 것은, 시청자가 요리의 맛을 번역해 줄 언어를 취향대로 골라 듣게 만든 영리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Chapter 6.설계된 서사보다, ‘서사가 태어날 분위기’를 만들어라
마지막으로 하정석 PD는 ‘몰입을 부르는 콘텐츠의 조건’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이제는 서사 자체를 만들기보다 서사가 태어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죠.
“내가 보여주고 싶은 서사가 있어도, 그 서사를 대놓고 유도하면 ‘안 맞는 퍼즐’이 되더군요. 시청자들도 ‘조금 어색한데?’라며 금방 이질감을 느끼시고요.
그래서 하 PD는 「마셰코」를 만들면서 원작엔 없는 시스템을 더했습니다. 바로 ‘합숙 시스템’이에요. 약 100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모든 도전자들이 도미토리에 묵도록 했죠.
“요리에 진심인 사람들을 모아뒀으니, 기왕이면 그들끼리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길 원했어요. 삼시세끼도 함께 해 먹도록 재료까지 지원했죠.
동고동락하는 분위기 덕에 ‘성장 드라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셰코 1」의 준우승자 박준우 셰프가 그 주인공이에요. 초기에 그는 “재미로 나왔다”며 가벼운 태도를 보였지만, 합숙과 경연을 거치며 요리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박준우 셰프는 원래 프리랜서 기자였어요. 요리를 즐기지만, 경연에 나올 만큼 절실한 동기는 없었죠. 첫 등장부터 맥주를 마시고 나와 심사위원에게 찍히기도 했고요. 제작진을 늘 곤란하게 했죠.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하 PD는 ‘조명’으로 경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어요. 긴장감을 주고 싶을 땐 세트장을 어둡게 하고, 탈락자가 나올 땐 따뜻한 색의 조명을 써 도전자들의 감정 변화를 따라갔죠. 이처럼 ‘서사가 태어날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좋은 연출자의 역량이라고 그는 믿습니다.
“제 욕심 때문에 도전자에게 ‘지금 울어주세요’ 한다고 눈물이 나오진 않겠죠. 제작자의 머리가 아니라, 도전자의 기분을 조용히 따라가야 시청자들이 납득하는 그림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을 응원할 수밖에 없구나’하면서요. 작위성을 덜어내되, 드라마가 일어날 시스템을 잘 짜는 콘텐츠가 앞으로도 사랑받지 않을까요?”

「마스터셰프 코리아 1」에서 결승에 올랐던 박준우 셰프(왼쪽)와 김승민 셰프(오른쪽). 박 셰프는 경연 초반 ‘밉상’ 이미지로 낙인찍혔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라마를 만들었다. CJ EN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