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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커머스 전문가가 본 쿠팡의 미래

한이룸

이커머스

2025. 3. 10.

"아무도 믿지 않았던 쿠팡, 이제는 투자할 때일까?"

매일 아침 현관문 앞 쿠팡 박스를 보며 생각합니다.

'우리는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구나.'

부끄럽지만, 20년 넘게 이커머스 업계에서 일해온 전문가로서, 2018년까지 한 기업이 우리의 일상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쿠팡은 대한민국 물류·유통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카카오톡이 메신저 시장을 장악해 국가 기반 서비스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최근 다리를 다쳐 재택 생활을 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 지출의 상당 부분이 쿠팡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쿠팡이츠로 배달음식을, 로켓배송으로 생필품을 주문하다 보니 제 소비생활의 중심에 쿠팡이 자리 잡았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쿠팡에 종속된 삶을 살게 될 거라면 차라리 주식을 사는 게 어떨까?'

예전에 에어비앤비를 자주 이용할 때, 주식을 샀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쿠팡의 주가 차트가 의문을 드네요.

상장 당시 50달러였던 주가는 지금까지 횡보 중입니다.


쿠팡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

쿠팡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아 최근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큰 반발 없이 받아들여졌죠. 앞으로 1만원 이상으로 올려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경쟁사들은 어떨까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쿠팡의 독주를 막기 역부족입니다. 쿠팡만의 직매입 체계와 일원화된 물류 관리, 아마존과 비견되는 고객 중심 정책은 스마트스토어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 되었기 때문이죠.

소비자 구매 패턴에서 드러납니다. 같은 제품이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에 동시에 등록되어 있을 때, 가격 차이가 5% 이내라면 대부분 소비자들은 후자를 선택합니다. 빠른 배송과 간편한 반품 정책이 주는 신뢰감이 약간의 가격 차이를 상쇄합니다.


성장하는 기업과 정체된 주가

쿠팡의 시장 지배력은 확실해 보이지만, 주가는 다릅니다.

2021년 상장 당시 50달러로 시작한 후 현재 반 토막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의 주가가 이렇게 저평가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으로도 이런 횡보가 계속될까요?

이제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할 때입니다. 쿠팡은 앞으로도 성장할까요? 그 성장이 주가에 반영될까요? 이커머스 전문가의 관점에서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하겠습니다.

쿠팡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기존 점유율 증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일부 저관여제품 카테고리는 이미 50% 이상을 점유하고, 평균 30% 남짓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과 같이 오프라인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지만, 현업 경험상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경험을 통해 구입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MZ 세대의 63%는 체험형 소비를, 40대의 81%는 제품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쿠팡 김범석 의장은 “한국과 대만의 소매시장 내 쿠팡 점유율은 낮다”며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 포화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 오프라인 소매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킬러서비스 강화하기

쿠팡의 배송 시스템의 비즈니스 모델이 로켓배송의 아성을 깰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까요? 경쟁 우위를 점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쿠팡보다 빠른 배송이면 됩니다. 로켓배송이 24시간 이내 배송이면 6시간 이내 배송을 약속하면 어떻게 될까요?

쿠팡의 배송 경쟁력 지속 강화입니다. 쿠팡은 촘촘한 물류망이 있지만, 드론 배송, 자동화 창고 등 최첨단 기술 도입을 통해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려야 합니다.

쿠팡은 AI 로보틱스 투자를 늘려 배송 품질을 높이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동화 솔루션을 테스트 중이며, 이를 통해 향후 주문 처리용량 증대와 단위당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투자는 쿠팡의 장기적 원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신규사업의 승부

신규 사업의 성장과 정착 여부가 쿠팡의 향후를 좌우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쿠팡이츠(음식배달)는 시장 1위 배달의민족과 경쟁하며 적자를 내고 있지만, 규모 확대를 통한 흑자전환을 모색 중입니다. 최근 업계 최초로 배달 수수료 인상과 수익 모델 재편 움직임이 있어, 일정 점유율 확보시 흑자 전환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쿠팡플레이(OTT)는 아직 투자 단계로 큰 비용이 들고 있으나,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로 로켓와우 회원 유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향후 타사와의 제휴나 공동제작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가입자당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쿠팡의 부가 사업 성과에 따라 종합 플랫폼 가치가 결정될 것입니다. 핀테크(쿠팡페이), 해외직구 중계(로켓직구) 등 이상적으로 이들 신사업이 본업과 시너지를 내고 자체 수익원으로 자리잡으면, 쿠팡은 멀티페이스(Multi-face)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해외시장 개척

해외 시장 전략도 중요합니다. 현재 쿠팡은 대만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집중하고, 한국과 유사한 생태계 구축에 성공하면 다른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잠재 타깃은 동남아시아, 호주, 중동 등 이커머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입니다.


쿠팡 주식 사 말아?

위의 정리대로,

  1. 한국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나요?

  2. 신규사업 성장 가능성이 있나요?

  3. 해외 성장 가능성이 있나요?

가장 빠른 실적을 보일 부분은 1번이고, 시장 점유율 상승에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2023년 멤버십 가입자 수가 1,300만명, 2024년 8월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수가 3,000만명 넘었습니다. 쿠팡의 저관여제품 시장점유율은 매우 높습니다.

신규사업은 시간이 걸리고, 해외시장 진출은 대만 제외 지지부진. 대만도 한국 모델 도입 투자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알테무와 스마트스토어의 공세가 쿠팡의 코어 모델(직매입구조와 빠른 배송)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면, 우려되지 않습니다.

쿠팡은 경쟁의 위협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과 성장의 갈림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은 1,2년 내 실적개선으로 주식이 오르기 보다 3-7년이상 중기 투자모델로 적합해 보입니다. 주식의 횡보가 매수하기 좋아보입니다.


쿠팡 주식, 지금이 기회일까?

이 분석을 종합하면, 쿠팡은 1-2년 내 급격한 실적 개선보다는 3-7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주가 횡보는 차분히 매수할 기회가 될 수도 있죠.

결론을 내리기 전에 쿠팡의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쿠팡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죠.


아무도 믿지 않았던 쿠팡의 여정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지금은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절대 강자 쿠팡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 그 성공을 믿지 않았습니다.

"쿠팡에서 일한다고? 미쳤나?"

2015년, 한 후배가 쿠팡으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제가 했던 말입니다. 지금은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당시 이커머스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반응이었죠.

당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성공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쿠팡은 달랐습니다. 20년 이커머스 경력의 전문가들도 보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심지어 이직은 '이커머스 경력의 마지막'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죠.

왜 이런 평가를 받았을까요? 당시 쿠팡은 '소셜커머스'라는 낯선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했습니다. 업계는 이런 새로운 시도를 불신했고,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잦은 이직률은 회사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높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오래 버티는 직원은 손에 꼽힐 정도였죠.

판매자들의 시선은 더 차가웠습니다. 잘나가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쿠팡과의 거래를 꺼렸습니다. 정산이 늦고 적자가 심해 부도 소문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거래할 필요가 있나?"라는 것이 당시 시장의 중론이었습니다.

쿠팡의 혁신적인 가격 정책은 업계의 큰 반발을 샀습니다. 저관여제품 중심으로 시장 가격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는 기존 거래 관행과 충돌했습니다.

"가격이 또 떨어졌습니다."

"죄송하지만, 시스템이 자동으로 조정합니다..."

이런 대화가 일상이었죠. 당시 쿠팡 MD들은 매일 판매자들의 항의와 불만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초기에는 마켓 쉐어가 작았기 때문에 힘든 시기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상황이 역전되어 판매자들이 쿠팡의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만의 변화입니다.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면서, 저는 이커머스 전문가로서 깊은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쿠팡의 변신: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공룡으로

2010년, 하버드대 출신 김범석 대표가 설립한 쿠팡은 처음부터 현재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쿠폰을 팡팡 터뜨린다'는 의미의 소셜커머스 서비스였습니다. 당시에는 그루폰을 벤치마킹한 위메프, 티몬과 같은 소셜커머스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2014년,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6년, 마켓플레이스 도입으로 '직매입+오픈마켓' 하이브리드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이 대담한 변신이 오늘날 쿠팡의 성공을 만든 터닝포인트였습니다.


과감한 투자와 폭발적 성장

소프트뱅크의 큰 투자가 쿠팡의 성공 뒤에 있었습니다. 2015년 1조 1천억 원, 2018년에는 2조 2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이라 부르며 신뢰를 보냈죠.

이 대규모 투자금은 전국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되었고, 쿠팡은 2019년까지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확보했습니다. 로켓배송 누적 배송량이 10억 건을 돌파하며, 쿠팡은 더 이상 단순한 이커머스 기업이 아닌 물류 혁신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이 성장에는 큰 대가가 따랐습니다.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죠. 2014년 1,215억 원, 2018년에는 1조 1,000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쿠팡은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컸습니다.


IPO와 수익성 전환: 쿠팡의 새로운 도전

쿠팡의 투자와 적자 행보는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전환점을 맞습니다. 상장 당시 공모가 35달러, 시가총액 60조 원이라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의 아시아 기업 IPO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습니다. 상장 이후 주가는 등락을 거듭했고, 결국 반 토막 이상 떨어졌습니다. 끊임없이 "수익성"을 물었고, 쿠팡은 마침내 응답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3분기, 쿠팡은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합니다.

2023년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매출은 31.7조 원으로 성장했고, 와우멤버십은 1,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계획된 적자'는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전들

쿠팡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외 시장 진출입니다. 대만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다른 아시아 시장 진출도 검토 중입니다.

둘째는 신규 사업 확장입니다.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과 경쟁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쿠팡플레이는 독점 콘텐츠 확보로 OTT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또한, 쿠팡페이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혁신입니다. 쿠팡은 AI 로보틱스를 활용한 물류 자동화, 드론 배송 실험 등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먼저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쿠팡 주식에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요?



주목할 세 가지 포인트

이커머스 전문가로서 쿠팡의 가치를 평가할 때, 주식 전문가가 아닌 제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요소를 말씀 드렸습니다.

쿠팡의 시장 지배력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1,400만 와우멤버십 회원과 3,000만 월간 활성 사용자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에 쿠팡이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첫 연간 흑자 달성은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함을 증명했습니다. '계획된 적자'에서 '안정적인 수익'으로의 전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셋째, 성장 동력이 남아있습니다. 대만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 확대, AI 기술을 활용한 물류 혁신 등 여지가 많습니다.


투자는 길게

현재 쿠팡의 주가는 상장 당시의 절반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는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으나, 3-7년의 중장기 관점에서 현재의 주가는 매력적인 매수 기회로 보입니다.

쿠팡은 이제 실험적인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물류의 근간이 된 검증된 기업이자,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의 핵심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보는 것입니다. 쿠팡은 그 두 가지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시점, 내부 마켓쉐어 점유의 한계, 신규 비즈니스모델의 가시성, 글로벌 확대에 따른 투자 소요시간 등을 고려할 때 투자는 길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올해부터 쿠팡을 분할 매수하려고요.

내 지갑을 홀쭉하게 만드는 쿠팡. 주주로서 다시 채워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