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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를 숨긴 모자가 100만 개 팔린 이유

한이룸

이커머스

2026. 7. 2.

모자 옆구리에 왜 하필 "IYKYK"를 박았을까요

오늘은 모자 하나를 들고 왔어요. 근데 이 모자, 좀 이상한 데 글씨가 박혀 있습니다.

보통 모자에 로고를 넣으면 앞이잖아요. 잘 보이는 데. 그런데 이 브랜드는 앞에 큰 글씨를 안 넣고, 챙 옆구리에다가 조그맣게 네 글자를 박았어요. IYKYK. "If You Know, You Know." 우리말로 옮기면 "알 사람은 알아" 정도 될까요.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게 실수인 줄 알았어요. 마케팅을 아는 사람이라면 브랜드 이름을 잘 보이게 크게 박지, 왜 안 보이는 옆구리에 암호 같은 걸 넣겠어요. 그런데 이 옆구리 네 글자가, 세 아빠가 각자 25만 원씩 모아 만든 이 브랜드를 몇 년 만에 누적 매출 350억 원짜리로 키운 비밀이었습니다.

이야기 시작할게요. Dad Gang. 아빠들의 모자 브랜드예요.


단톡방에서 시작한 브랜드

사진 · Dad Gang (dadgang.co)

바트, 그랜트, 이제이. 세 남자는 오래된 친구예요. 바트랑 그랜트는 워싱턴주립대 동창이고, 이제이는 나이키 같은 데 스티커 찍어주던 인쇄업자였죠. 특별할 것 없는 미국의 30대 남자들이었어요.

이 셋한테 공통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다 아빠가 됐어요. 그리고 아빠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게 있대요. 아무도 이게 이렇게 외로운 일이라고 말 안 해줬다는 거.

그래서 셋이 단톡방을 팠어요. 거기서 별걸 다 털어놨대요. 애가 밤에 안 잔다, 회사에서 깨졌다, 아내랑 싸웠다, 나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바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래요. "우리끼리 아빠 노릇에 대해 서로 하소연했어요(venting)."

그러다 누가 힘들다고 하면 나머지 둘이 답하는 말이 생겼대요. "넌 할 수 있어. Dad Gang(You've got this. Dad Gang.)." 문장 끝에 붙이는 일종의 사인 같은 거였죠. 우리로 치면 단톡방에서 "ㅇㅇ 화이팅 아빠단" 하고 마무리하는 그 느낌이요.

여기까지는 그냥 남자 셋의 단톡방입니다. 브랜드가 아니에요.


시장에 없던 건 모자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 셋이 어느 날 아빠용 물건을 사려다 짜증이 났대요.

'아빠' 상품을 검색하면 뭐가 나오는지 아세요? 맥주 캔 들고 잔디 깎는 그림, "세계 최고 아빠" 같은 촌스러운 농담, 싸구려 티셔츠. 바트가 이걸 정확히 짚어요. "잔디 깎기 농담 같은 거요. 우스꽝스러운 것들. 우리는 단순하지만 아주 질 좋은, 뭔가 의미가 있는 걸 원했어요."

들어보면 별거 아닌 것 같죠? 근데 여기가 핵심이에요. 세상은 아빠를 '웃긴 존재'로만 그렸어요. 배 나오고, 맥주 좋아하고, 아재개그 하는 사람. 그런데 실제로 아빠가 되어보니, 그건 웃긴 일이 아니라 무섭고 외롭고 벅찬 일이더라는 거죠.

바트가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아빠라는 것의 현실을 담고 싶었어요. 웃긴 부분만 말고요."

그러니까 이 셋이 시장에서 발견한 빈자리는 '질 좋은 아빠 모자'가 아니었어요. '아빠라는 게 사실 얼마나 진지한 일인지 알아봐 주는 물건'이 세상에 없었던 거예요. 그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겁니다.


100개, 36시간

2022년, 셋은 각자 250달러씩 냈어요. 합쳐서 750달러.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조금 넘어요. 이걸로 A프레임 스냅백 모자 100개를 찍었습니다. 옆구리엔 그 네 글자, IYKYK.

창고랬는데 차 한 대도 못 들어가는 좁고 지저분한 데였대요. 접이식 테이블에 모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요. 거창한 런칭 같은 것도 없었어요. 그냥 각자 개인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씩 올렸습니다.

36시간 만에 100개가 다 나갔어요.

여기서 바트가 정말 정직한 말을 해요. 자화자찬 안 하고요. "저는 이걸 걸스카우트 쿠키 방식이라고 불러요. 가족이랑 친구들이 사주는 거죠." 첫 100개는 팬덤이 아니라 지인 찬스였다는 거, 본인이 인정합니다. 사장님이 첫 공구 때 친구들한테 "야 하나만 사줘" 했던 그 마음이랑 똑같아요.

중요한 건 그 다음이에요. 지인 100명은 다시 안 살 수도 있잖아요. 근데 이게 계속 팔렸어요. 2년 만에 25만 개. 지금은 100만 개를 넘겼고요. 지인 찬스로 100만 개를 팔 순 없죠. 뭔가 다른 게 있었던 거예요.


옆구리 네 글자가 한 일

사진 · Dad Gang (dadgang.co)

그 다른 게 바로 IYKYK였어요.

생각해보세요. 이 모자를 쓰고 마트에 갔어요. 유모차 밀면서. 저쪽에서 어떤 남자가 같은 모자를 쓰고 걸어와요. 둘 다 압니다. 저 사람도 어젯밤 애 때문에 못 잤겠구나. 저 사람도 회사에서 깨지고 왔겠구나. 저 사람도 '나 잘하고 있나' 싶겠구나.

말은 한마디도 안 해요. 그냥 눈빛 한 번, 고개 한 번 까딱. "알 사람은 알아." 그게 다예요. 근데 그 한순간에, 외롭던 사람이 안 외로워져요.

공동창업자 이제이가 이 네 글자를 이렇게 설명해요. "그건 작은 끄덕임 같은 거예요." 서로를 알아보는 아빠들끼리의 신호. 브랜드가 아니라 암호를 만든 거죠.

사장님, 이게 왜 무서운 전략이냐면요. 앞에 큰 로고를 박았으면 그냥 '광고판'이 됐을 거예요. 근데 옆구리에 안 보이게 박으니까 '비밀 클럽 회원증'이 된 거예요. 아는 사람만 아는 거. 로고를 자랑하는 게 아니라, 같은 처지를 알아보는 도구로 만든 겁니다.

그는 모자를 판 게 아니에요.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를 판 거예요.


이 대목에서 저는 좀 울컥했어요

사진 · Dad Gang (dadgang.co)

그랜트가 어느 날 인스타 DM을 하나 받았대요.

한 아빠였어요. 집에서 쫓겨나기 직전이라고. 형편이 안 되니까 돈 내라는 말은 못 하겠고, 대신 이렇게 부탁했대요. "모자 하나만 보내주실 수 있어요? 버틸 힘이 필요해서요."

그랜트는 그냥 공짜로 보냈어요. 그게 끝인 줄 알았죠. 그런데 한참 뒤에 그 아빠한테서 다시 연락이 왔대요. 일자리를 구했고, 살 집도 구했다고. 그리고 그 사람, 지금 Dad Gang 모자를 열 개 넘게 가진 충성 고객이 됐습니다.

모자 하나가 사람을 구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그 아빠는 왜 하필 이 브랜드한테 손을 내밀었을까요. 나이키한테 DM 보내서 "저 힘드니까 신발 하나만요" 안 하잖아요. 이 브랜드가 이미 그 사람한테 '내 편'이었기 때문이에요. 물건을 사기도 전에요.


그래서 사장님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사진 · Dad Gang (dadgang.co)

자, 냉정하게 봅시다. Dad Gang이 판 물건은 스냅백 모자예요. 도매로 떼면 몇 천 원, 흔하디흔한 거. 사장님이 지금 파는 물건도 아마 세상에 비슷한 게 널렸을 거예요. 그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이 셋은 흔한 모자에 '낄 자리'를 얹었어요. 이 모자를 쓰면 어떤 무리에 속하게 되는지를 판 거죠. 외롭던 아빠가 '같은 아빠들'이라는 무리에 낄 자격을요.

사장님 스마트스토어로 옮겨볼게요. 사장님이 등산용품을 판다고 쳐요. 상세페이지에 "고어텍스 3레이어 방수" 스펙만 적으면 그건 만 개 중 하나예요. 근데 만약 사장님 스토어가 '주말마다 혼자 산 타는 40대 아저씨들이 서로 알아보는 곳'이 된다면요? 후기 게시판이 그냥 별점이 아니라 "이번 주 어느 산 다녀오셨어요" 하고 안부 묻는 단톡방처럼 돌아간다면요?

Dad Gang이 만든 VIP 페이스북 그룹이 딱 그거예요. 창업자 셋의 원조 단톡방을, 고객 규모로 그대로 키운 거죠. 거기서 아빠들끼리 육아 얘기하고, 새로 나온 모자 얘기하고, 애 낳았다고 자랑도 하고. 그러니까 신제품을 뭘 낼지도 고객이 정해줘요. 플랫빌 모자, 버킷햇, 새 색상 다 거기서 나온 요청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바트가 이런 말을 했어요. 저는 이 말이 제일 좋았어요.

"우리는 달까지 가겠다는 목표 같은 거 없어요. 그냥 세 명의 절친이 함께 재밌는 브랜드를 계속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350억을 벌고도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돈을 벌려고 커뮤니티를 만든 게 아니라, 서로 안 외로우려고 만든 걸 남들한테도 나눠준 것뿐이라는 거죠. 순서가 그래요. 진심이 먼저였고, 매출은 따라왔어요.

사장님, 오늘 딱 하나만 자문해보세요.

내 스토어가 내일 문을 닫으면, 서운해할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아, 그 물건 다른 데서 사면 되지' 하고 끝날까요.

Dad Gang이 문을 닫으면, 그 아빠들은 신호를 잃어요. 알아봐 줄 사람을 잃는 거예요. 그래서 안 닫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