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버렸고, 누군가는 팔았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6. 3. 12.
이커머스를 하다 보면 꼭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이건 너무 흔한데?”
“이건 너무 작아 보이는데?”
“이걸 누가 굳이 온라인에서 사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큰 브랜드가 되는 출발점은 종종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남들이 그냥 지나친 장면에서 나옵니다. 호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Frank Body가 딱 그런 사례죠.
2013년 멜버른의 한 카페에서, 두 여성이 카페 주인 Steve Rowley에게 쓴 커피찌꺼기를 달라고 했습니다.
보통은 “화분에 쓰시려나?” 하고 넘겼을 장면이죠.
그런데 그들은 집에서 바디 스크럽으로 쓴다고 했어요.
그 요상 스러운 피드백이 다섯 친구가 함께 브랜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창업자들은 이후 주방에서 직접 스크럽을 섞어 몸에 발라봤고, 스스로도 우스꽝스럽다고 느꼈지만 씻고 나니 피부 감촉이 놀라울 만큼 좋았다고 하네요.
이 장면이 왜 인상적일까요.
커피찌꺼기를 팔아야 되겠다고 생각은 아무도 안하죠.
예쁘지도 않고, 고급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버려지는 쓰레기에 가깝잖아요.
그런데 Frank Body 팀은 여기서 전혀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이게 팔릴까?”가 아니라 “이걸 새롭게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하고요.
실제로 공동창업자들은 당시 뷰티 업계가 고객에게 과장된 말과 허세 가득한 문법으로 이야기한다고 느꼈고, 자신들은 더 솔직하고,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스 하치스와 공동 창업자들
브랜드 이름 “Frank” 역시 frank하게 말하는 태도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이커머스 대표님이 꼭 봐야 할 포인트가 나옵니다.
성공한 상품은 늘 “대단한 신제품”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미 존재하던 것, 너무 흔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것, 카테고리 안에서 매력이 낡아 보이던 것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상품 그 자체보다 해석의 각도입니다. 남들이 “커피찌꺼기”를 볼 때, Frank Body는 “욕실에서 재미있게 써볼 수 있는 스킨케어 경험”을 본 겁니다.
남들이 “쓰레기”로 볼 때, 이들은 “자연스럽고 솔직한 뷰티 루틴”을 봤고요.
이커머스에서 종종 필요한 건 더 많은 상품 소싱이 아니라, 같은 상품을 전혀 다르게 보게 만드는 문장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Frank Body가 영리했던 건 제품만이 아니었습니다.
포장과 배송비까지 브랜드 전략으로 썼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공동창업자 Bree Johnson은 초기 포장을 왜 그 납작한 커피 봉투처럼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편요금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커피 봉투 같은 형태로 만들어 납작하게 눌러 보내면, 소포가 아니라 ‘큰 편지’ 규격으로 발송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이들은 패키지를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배송비를 설계한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바로 그 실용적 선택이 나중에는 Frank Body의 시그니처 룩이 됐다는 거죠.
한국 대표님들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많은 브랜드가 포장을 “나중에 돈 벌면 예쁘게 바꿀 것”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커머스에서 포장은 단지 예쁜 껍데기가 아니라 원가 구조, 첫 구매 장벽, 재구매 경험, 언박싱 인상을 한 번에 건드리는 장치입니다.
Frank Body는 “배송비를 줄이기 위해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아주 현실적인 결정으로, 동시에 브랜드의 인상까지 만들었습니다. 멋은 돈을 많이 써서 생긴 게 아니라, 제약을 영리하게 다루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었습니다. 이건 좀 얄밉게 잘한거죠.

또 하나 배울 점은, 이들은 제품을 많이 만들지 않았어요.
Frank Body는 2013년에 오리지널 커피 스크럽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첫 레시피도 주방에서 만들었고, 브랜드는 그 단 하나의 제품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습니다. 이후 공식 소개 페이지는 지금도 전 세계에 수백만 명의 고객이 Frank Body 제품을 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고, Canva가 정리한 창업자 인터뷰 기준으로는 당시 대표 커피 스크럽이 220만 개 이상 판매되고 149개국 이상으로 배송되며 최근 1년 매출이 2천만 달러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메시지는 놀라울 만큼 선명했습니다. “우리는 이거 하나를 아주 재밌고 솔직하게 판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
이 브랜드는 광고비만으로 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창업자들은 1만 달러 안팎의 적은 자본으로 시작했고, 처음엔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뷰티 블로거 같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보내며 반응을 봤습니다. 하지만 곧 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죠. 가장 좋은 앰배서더는 고객이라는 점입니다.
Frank Body는 고객들에게 커피 스크럽을 바른 사진을 올리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고, 해시태그 #frankeffect, #letsbefrank 아래에는 10만 장이 넘는 사용자 생성 이미지가 쌓였습니다. 이건 단순히 후기 수집이 아닙니다. 고객이 상품 사진을 올린 게 아니라, 브랜드가 제안한 놀이에 참여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제가 이전에 소개해 드린 성공스토리에도 단골처럼 등장하는 내용인데요. 늘 공통적으로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그것을 성공시킨 브랜드가 성장을 한 공통점이 보입니다.

이 부분이 한국에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셀러가 “광고를 어떻게 더 잘하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물론 광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Frank Body 사례를 보면, 광고 이전에 물어야 할 질문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상품은 고객이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지는 장면이 있는가?” 였데요.
Frank Body의 커피 스크럽은 욕실을 조금 지저분하게 만들지만, 그 지저분함조차 재미있는 셀카 장면이 됐습니다. 예쁜 척하는 화장품이 아니라, 좀 망가져도 웃긴 화장품이었던 셈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거 좋아요”라고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몸과 욕실, 표정과 말투까지 빌려서 브랜드를 퍼뜨렸습니다. 이커머스에서 강한 브랜드는 상품 설명을 많이 쓰는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이 대신 말하게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또 하나 놓치면 아쉬운 점은, Frank Body가 원래 순수 DTC 이커머스 브랜드로 출발했다는 사실입니다.
창업자들은 처음부터 자사몰 중심으로 가려고 했고, 나중에야 고객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접점을 위해 리테일로 확장했습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온라인에서 먼저 고객 반응을 보고, 말투를 다듬고, 콘텐츠를 축적하고, 커뮤니티를 만든 뒤 오프라인으로 나간 것이죠.
즉, 자사몰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의 실험실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픈마켓은 매출을 만들기 좋지만, 자사몰과 콘텐츠 채널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쌓기 좋습니다. 오픈마켓이 유통이라면, 자사몰은 서사입니다.
Frank Body는 그 차이를 아주 일찍 이해한 팀이었습니다.

브랭크 바디에게 배울 점
첫째, 남들이 하찮게 보는 카테고리일수록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너무 흔한 제품, 너무 오래된 시장, 너무 촌스럽다고 여겨진 품목일수록 해석만 바뀌면 의외로 강합니다.
둘째, 처음부터 SKU를 많이 늘리지 말고 대표상품 하나를 기억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셋째, 포장과 배송은 비용 항목이 아니라 마케팅 항목입니다.
넷째, 인플루언서보다 더 강한 건 고객이 자발적으로 남기는 장면입니다.
다섯째, 브랜드의 톤앤매너는 사소한 꾸밈이 아니라 경쟁력입니다.
Frank Body가 판 것은 스크럽만이 아니라, “이 브랜드와 놀면 내가 좀 더 유쾌해진다”는 감정이었습니다. 그 감정이 있었기에 고객이 사진을 올렸고, 사진이 쌓였기에 광고비 이상으로 퍼졌습니다.

프랭크 바디가 주는 가장 큰 인사이트
처음부터 대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
무엇을 팔지 고민될 때, 치열한 경쟁만 가중시키는 키워드 분석기 등은 이제 내려 놓으세요.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한마디, 주방에서 섞어본 어설픈 테스트, 배송비를 아끼려는 궁리, 고객 사진 몇 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창업자들은 “완벽한 사이트를 기다리거나 완벽한 브랜드가 되기를 기다리지 말라,
무언가 하는 편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취지의 조언을 남겼고,
CEO Steve Rowley 역시 성공의 비결로 결국 hard work, 즉 꾸준한 실행을 꼽았습니다.
이커머스에서 기회는 늘 번쩍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습니다.
가끔은 커피찌꺼기처럼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