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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문가가 만든 2026년 가장 ‘아날로그한’ 제품 — 블루투스 유선전화로 첫해 약 11억 원을 만든 이야기

한이룸

이커머스

2026. 6. 5.

AI 전문가는 왜 2026년에 유선전화를 팔았을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그 전화기에 열광했을까

세상이 AI 이야기로 들끓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가장 아날로그한 물건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것도 꽤 크게요.

주인공은 캣 괴체.

AI 콘텐츠로 잘 알려진 크리에이터인데, 정작 그녀가 만든 히트 상품은 놀랍게도 ‘피지컬 폰즈’라는 유선전화기입니다.

정확히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유선전화기죠. 스마트폰 없이도 전화를 받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처럼 사람을 붙잡아두지는 않는 물건. 말하자면 “통화는 되지만, 내 정신은 덜 털리는 전화기”에 가깝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처음 3일 동안 약 1억 4천만 원어치가 팔렸고, 몇 달 뒤에는 누적 매출이 약 11억 원을 넘겼습니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깁니다.
AI 잘 아는 사람이 왜 하필 유선전화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걸 샀을까.

이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캣은 한동안 스마트폰을 덜 쓰기 위해 꽤 진지하게 애썼다고 합니다. 휴대폰 없이 헬스장도 가보고, 장 보러 갈 때도 일부러 두고 나가보고, 어쨌든 삶에서 스마트폰의 비중을 줄여보려고 한 거죠.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합니다. “그냥 유선전화를 하나 놓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 생각보다 너무 번거로웠습니다.

별도 전화번호도 있어야 하고, 통신비도 더 내야 하고, 요즘 집들은 아예 유선전화 선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죠. 그러니까 문제는 단순했습니다. 사람들은 ‘유선전화 같은 경험’을 원할 수는 있는데, 지금 세상은 그걸 쓰기 좋게 만들어두지 않았던 겁니다.

“아니, 유선전화 껍데기에 블루투스만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해서 첫 시제품이 나왔습니다.

유선전화기를 하나 사다가 블루투스가 되도록 손을 본 거죠. 아주 거대한 사업 계획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선언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자기 불편을 해결하려다 나온 물건이었습니다.

좋은 사업은 종종 대단한 전략보다, “이거 왜 이렇게 불편하지?”라는 짜증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런데 이 시제품은 곧바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의 2년 동안 캣의 집에 그냥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파트 한쪽에 놓인 채로요. 그동안 캣은 평범한 직장도 다니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녀가 처음 이 제품을 틱톡에 올렸을 때도 마음가짐은 무척 가벼웠다고 해요. “주말 프로젝트니까 올려보고, 반응 없으면 말지.”

그리고 정말 반응이 없었습니다.

영상은 조용히 묻혔고, 쇼핑몰도 별 반응 없이 끝났습니다. 당시에는 팔로워도 많지 않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이 부분이 참 현실적입니다. 요즘은 뭐만 하면 “처음 올렸는데 대박” 같은 이야기만 들리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첫 시도는 조용히 지나갑니다. 캣도 똑같았습니다. 망한 첫 번째 시도가 있었어요.

그런데 2년 뒤, 똑같은 제품을 다시 올립니다.
달라진 건 제품보다 사람 수였습니다.

그 사이 캣은 ‘캣지피티’라는 이름으로 큰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수십만 명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상태가 되었죠. 그리고 그 팔로워들에게 같은 시제품을 보여줬습니다.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3일 만에 약 1억 4천만 원의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제품인데, 첫 번째는 아무도 안 샀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무엇을 파느냐”에만 집중하는데, 사실 그만큼 중요한 건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느냐”입니다.

캣도 이 제품을 갑자기 더 잘 만든 게 아니었어요. 다만 이번엔 그 이야기를 들어줄 청중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상품보다 먼저 쌓인 건 관심과 신뢰였습니다.

캣은 자신이 별별 프로젝트를 다 벌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전에도 여러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지만 대부분 크게 가지는 않았다고 해요. 어떤 건 가입자는 모였는데 실제 사람보다 봇이 더 많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계속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안 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참 웃기면서도 정확합니다. 망하면 쪽팔린 게 아니라, 사실 대부분은 보지도 못합니다. 반대로 괜찮은 건 알고리즘이 알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데려다줍니다.

캣은 처음부터 “우리 전화기 사세요”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왜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을 오래 보게 될까?”를 이야기했습니다. 끝도 없이 손이 가는 화면, 멈추기 어려운 짧은 영상, 머리는 지쳤는데 손은 계속 움직이는 그 이상한 상태. 그녀는 바로 판매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설명하고 공감해줬습니다.

이게 굉장히 똑똑한 방식입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팔려는 사람보다, 자기 문제를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먼저 마음을 엽니다.

캣은 실제로 사람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도움을 주려고 했다고 말합니다. 그냥 “이래서 당신이 스마트폰을 오래 보게 되는 거예요”를 풀어주는 콘텐츠부터 만들었던 거죠. 그러고 나서 한참 뒤에야 “참, 내가 이런 물건을 만들었는데 당신도 좋아할 것 같아요”라고 꺼냅니다.

이 흐름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억지로 파는 느낌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취향과 공감 위에 제품이 올라가는 구조니까요. 퍼스널 브랜딩이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취향과 시선을 믿고 따라오다가, 나중에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물건도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온 겁니다.

이 제품은 대단한 공장이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죠. 주문은 들어왔는데 공급망은 아직 없었습니다. 캣은 그 순간 심정이 거의 공포였다고 말합니다. “내가 지금 사람들한테 약 1억 7천만 원을 받아놓고, 정작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아직 모른다고?” 약간 이런 느낌이었겠죠.

그녀는 급하게 제조사를 찾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해외 제조 경험이 있던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함께 실제 유선전화 생산 경험이 있으면서 블루투스 기능도 다룰 수 있는 제조사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아시아 여러 곳에서 시제품을 받아 테스트했고, 그중 가장 가능성 있는 곳을 골라 생산을 밀어붙였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사업이 갑자기 엄청 로맨틱한 서사에서 아주 현실적인 세계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버튼 테두리 두께가 몇 밀리미터인지, 충전 케이블 길이를 1.5미터로 할지 2미터로 할지, 제품 안정성은 어떤지, 낙하 테스트는 통과하는지. “요즘 사람들 감성을 저격한 브랜드”라고 말하면 뭔가 감각만으로 굴러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런 잔인할 정도로 세세한 디테일 위에서 브랜드가 버팁니다.

그리고 캣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선택 하나를 합니다.
첫 주문자들을 그냥 고객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이 1,000명이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생산 체계도 없는 브랜드에 먼저 돈을 넣어준 사람들이니까요. 그 정도면 고객이라기보다 거의 초창기 동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매주 전자우편으로 진행 상황을 알렸고, 정기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며 전화를 직접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배송 상황을 물어볼 수도 있었고, 생산 과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들을 수도 있었죠.

무엇보다 숨기지 않았습니다.
제조 과정, 샘플 테스트, 공장과 주고받는 피드백, 창고 상황, 지연 문제까지 다 보여줬습니다.

배송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래는 11월쯤 보낼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12월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처음부터 솔직했기 때문입니다. 애매하게 감추고 얼버무리는 대신,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원하면 바로 환불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완벽함보다 명확함에 안심합니다. 이 장면은 새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정말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후 첫 제품을 내놓고 나서도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블루투스 연결 특성 때문에, 전화기와 연결된 상태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틀면 그 소리가 전화기에서 나와버리는 버그가 있었던 겁니다. 통화만 하려고 만든 물건인데, 갑자기 짧은 영상 소리가 유선전화기에서 흘러나온다면 꽤 깨는 일이죠.

팀은 제조사에 이 문제를 고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제조사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원래 그런 거라는 거죠. 블루투스는 그렇게 작동하고, 딱히 해줄 말이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보통 여기서 많은 사람이 멈춥니다.
“전문가가 안 된다는데 어쩌겠어” 하고요.

하지만 캣의 팀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품 쪽을 맡고 있던 인물이 문제를 아주 자세히 정리해서 챗지피티에 던졌고, 챗지피티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접근법을 제안했습니다. 그 내용을 다시 공장에 전달했고, 실제로 수정이 이뤄졌습니다. 이후 제품에서는 더 이상 음악이나 짧은 영상 소리가 전화기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는 전화만 받게 된 거죠.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합니다.

캣은 이런 식의 AI 활용을 아주 높게 평가합니다.
전기전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AI를 통해 문제를 설명하고, 필요한 언어를 얻고, 제조사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몰라서 당하기만 하던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거죠.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캣은 사업에서 AI를 쓰는 방법이 크게 세 가지라고 말합니다.

첫째는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낯선 분야의 문제를 이해하고 풀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둘째는 머릿속에 뒤엉켜 있는 실무를 정리해주는 역할입니다.

실제로 초기 고객 응대를 도맡았던 팀원은 나중에 외부 팀에 업무를 넘겨야 했는데, 그동안 쌓인 경험을 일일이 문서화해야 했습니다. 손으로 하면 끔찍했을 일을 챗지피티와 클로드를 활용해 정리했고, 덕분에 복잡한 경험이 훨씬 읽히는 운영 문서로 바뀌었습니다.

셋째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데, 전략적 판단입니다.
캣은 한 해가 끝난 뒤 사업의 매출과 비용 자료를 정리해 AI에게 던지고, “내년에 인건비로 얼마까지 쓸 수 있지?” 같은 질문을 했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쉬운 질문에만 쓰는데, 오히려 진짜 값어치는 어려운 질문에서 나온다는 거죠. 이 말, 너무 좋습니다. “AI를 그냥 말동무처럼 쓰지 말고, 어려운 질문을 던져라.” 듣고 나면 뜨끔한 분 많으실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캣은 결국 자기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직접 계속 맡지 않기로 합니다.

이게 의외로 멋진 선택입니다. 흔히 창업자는 끝까지 회사를 다 끌고 가야 할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캣은 스스로를 꽤 정확히 봤습니다. 자신은 날마다 영상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콘텐츠를 세상에 던질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반대로 매일 회사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역할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초창기부터 제품과 운영을 함께 봐온 팀원에게 일상 운영을 맡겼습니다.
브랜드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더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캣은 자신이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식 창업자 이미지에 눌려 있었다고 말합니다. 투자받고, 수년 동안 한 회사를 끌고 가고, 그래야만 진짜 창업자인 것 같은 분위기 말이죠. 하지만 지금 그녀가 새롭게 이해하게 된 건 조금 다른 종류의 지속성입니다. 오래 가는 건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연결일 수 있다는 것.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있으면 아이디어는 실험처럼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재밌습니다.
결국 피지컬 폰즈가 판 건 유선전화기가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진짜로 판 건, 스마트폰에 질린 시대의 감정이었고, 너무 많이 연결된 세상에서 잠깐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걸 유머와 진심으로 설명해주는 한 사람의 시선이었습니다.

AI 전문가가 만든 가장 아날로그한 히트상품.

이 말이 처음엔 농담처럼 들리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지금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기술은 점점 더 빨라지는데, 사람은 점점 더 느리고 싶어집니다.
세상은 더 연결되는데, 사람은 잠깐 끊기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바로 그 틈에서, 누군가는 유선전화기로 약 11억 원을 만듭니다.

이건 정말, 재미있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