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으로 시작해 290억원까지, 맨 크레이츠의 역발상 이커머스

한이룸
이커머스
2026. 6. 12.
이커머스를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자주 옵니다.
“상품은 괜찮은데 왜 반응이 없지?”
“광고비는 나가는데 왜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안 되지?”
“도대체 뭘 더 해야 고객이 우리를 이야기하지?”
미국의 스몰 비즈니스 브랜드 맨 크레이츠(Man Crates)는 이 질문에 아주 이상하고도 명쾌한 답을 내놓았는데요.
그들은 상품을 더 싸게 팔지도 않았고, 화려한 기술을 앞세우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아주 단순한 발상을 했어요.
“선물은 받는 순간부터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선물을 예쁘게 포장하는 대신, 나무 상자에 못을 박아 봉인하고 빠루를 함께 보냈습니다.
한마디로, 선물을 “개봉”하게 한 게 아니라 “뜯어내게” 만든 것에요.

처음 들으면 장난 같죠.
그런데 이 장난 같은 아이디어가 150만원(1,000달러)으로 시작한 작은 사업을 몇 년 만에 290억원(2,200만달러) 규모의 브랜드로 키웠습니다.
이게 바로 맨 크레이츠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작았다
맨 크레이츠의 창업자는 존 비크먼(Jon Beekman)입니다.
존 비크먼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출신이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투자금을 두둑하게 들고 출발한 창업자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이전 창업 경험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뒤, 아주 제한된 예산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죠.
그가 실제로 들고 나온 돈은 150만원(1,000달러) 정도였습니다.
이 돈으로 그가 한 일은 꽤 현실적이었는데요.
그는 개발자가 아니었지만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초기 사이트는 본인 표현대로 “70%는 포토샵, 30%만 실제”였다고 해요.
즉, 완벽한 시스템을 먼저 만든 게 아니라, 일단 팔릴 수 있는 형태부터 만들어놓고 시장 반응을 본 것입니다.
로고도 아주 적당한 수준으로만 갖췄고, 초기 샘플도 최소한만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돈 대부분은 구글 광고에 넣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그는 상품을 완벽하게 준비한 뒤 판매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돈을 내고 살 만큼 매력적인지부터 검증했습니다.
말하자면 “잘 만드는 것”보다 “정말 팔리는 것”을 먼저 확인한 셈인거죠.
이건 지금 스마트스토어, 자사몰, 쿠팡, 아마존을 운영하는 셀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상세페이지를 100점으로 만든 다음 광고를 돌리는 게 아니라, 70점짜리라도 시장 반응부터 확인하는 쪽이 훨씬 현명할 때가 많습니다.
첫 주문이 들어왔는데, 재고가 없었다
더 재미있는 건 그다음입니다.
광고를 돌리자 실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존 비크먼에게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작 보낼 만한 재고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당황해서 숨기고 싶어지죠. 그런데 그는 반대로 갔습니다.
그는 주문한 고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환불을 해주고, 다음 구매 때 쓸 할인 혜택을 주면서, 대신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도대체 저희 사이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주문하셨나요?”
도발적이고 재밌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셀러들이 시장조사를 “나중에” 하거든요.
그런데 존 비크먼은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시장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진짜 돈을 지불하려던 고객을 상대로 말이죠.
광고 클릭 데이터보다 더 좋은 건, 실제 구매를 시도한 고객의 입입니다.
그들은 왜 관심을 가졌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웃었는지, 무엇이 신선했는지를 말해줍니다.
맨 크레이츠는 그렇게 고객의 반응을 데이터가 아니라 대화로 먼저 배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대기업보다 작은 셀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작은 팀은 고객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직접성이, 나중에 브랜드의 결을 만듭니다.
맨 크레이츠가 판 건 선물이 아니라 “뜯는 경험”이었다
맨 크레이츠의 출발 아이디어는 간단했습니다.
“남자들에게 줄 만한 선물이 왜 이렇게 지루하지?”
이 질문에서 출발한 그들은 육포, 바비큐 용품, 위스키 관련 상품, 메이커 키트, 생존 키트 같은 남성 취향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남성 선물 큐레이션 쇼핑몰’입니다.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진짜 차별점은 포장 방식이었습니다.
보통 선물은 리본을 묶고 예쁘게 포장합니다.
그런데 맨 크레이츠는 반대로 갔습니다.
상품을 거친 나무 상자에 넣고, 못으로 밀봉한 뒤, 빠루를 붙여서 보냈습니다.
받는 사람은 상자를 얌전히 열 수 없습니다. 진짜로 빠루를 써서 뜯어야 합니다.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맨 크레이츠는 상품 자체보다 상품을 받는 순간 벌어지는 장면을 설계했습니다.
받는 사람은 당황합니다.
옆에서 보는 사람은 웃습니다.
뜯는 사람은 은근히 오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결국 그 개봉 장면 자체가 콘텐츠가 됩니다.
즉, 맨 크레이츠는 “무엇을 보냈는가”보다 “받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 브랜드였습니다.
이건 이커머스에서 정말 강력한 관점입니다.
많은 판매자들이 상품까지만 설계합니다.
그런데 고객은 상품만 경험하는 게 아닙니다.
주문하는 순간, 기다리는 순간, 박스를 받는 순간, 뜯는 순간, 사진 찍는 순간까지 전부 경험합니다.
맨 크레이츠는 그 전체 흐름을 상품처럼 설계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선물세트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선물 받는 장면을 연출하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웃긴데, 이게 업셀링까지 됩니다
더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맨 크레이츠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추가 옵션도 만들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Diabolical Duct Tape Cocoon”, 일명 “악마의 청테이프 고치”입니다.
이게 뭐냐면, 이미 뜯기 힘든 나무 상자를 청테이프로 한 번 더 칭칭 감아서 보내주는 유료 옵션입니다.
상식을 조금 벗어난 서비스죠.
보통 쇼핑몰은 더 편하고, 더 쉽게, 더 빠르게를 팝니다.
그런데 맨 크레이츠는 “더 힘들게 뜯게 해드릴게요”를 옵션으로 팔았습니다.
이건 그냥 웃긴 아이디어 같지만, 사실은 대단히 똑똑한 설계입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옵션은 단순한 청테이프가 아닙니다.
“더 웃기게 만들고 싶다”
“더 기억에 남게 하고 싶다”
“받는 사람이 더 고생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이 심리를 돈으로 바꾼 것입니다.
즉, 맨 크레이츠는 제품 기능을 업셀링한 게 아니라 감정의 강도를 업셀링한 겁니다.
이 포인트는 국내 셀러에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객은 항상 더 많은 기능만을 위해 추가 결제하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더 웃기게, 더 특별하게, 더 선물답게, 더 인증샷 찍기 좋게 만들기 위해 돈을 씁니다.
객단가를 올리는 방법이 꼭 “추가 상품 추천”일 필요는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경험 옵션이 훨씬 강력합니다.
고객이 광고를 대신해줬다
맨 크레이츠가 진짜 강력했던 이유는, 이 모든 경험이 너무나도 찍고 싶게 생겼다는 점입니다.
상자를 받았는데 바로 열리지 않습니다.
빠루를 써야 합니다.
끙끙대며 뜯습니다.
옆에 있던 가족이나 친구가 웃습니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찍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갑니다.
여기서 바이럴이 발생합니다.
많은 브랜드가 “고객이 자발적으로 올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개는 바람으로 끝납니다.
왜냐하면 자발적인 콘텐츠는 설계 없이 우연히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맨 크레이츠는 언박싱이 공유되도록 우연에 맡기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공유할 만한 장면이 나오도록 설계했습니다.
심지어 상자 안에 소셜미디어 공유를 유도하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차이입니다.
리뷰를 “부탁한” 브랜드가 아니라,
리뷰가 “나오게 만든” 브랜드인 것입니다.
이커머스에서 포토리뷰와 영상리뷰가 중요한 건 다 압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적립금을 더 줄까, 쿠폰을 더 줄까만 고민합니다.
맨 크레이츠는 접근이 달랐습니다.
“보상을 더 줄까?”가 아니라
“안 찍고는 못 배기게 만들까?”를 고민한 겁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숫자는 그저 결과였을 뿐이다
이런 설계는 결국 숫자로 이어졌습니다.
맨 크레이츠는 창업 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공개된 인터뷰와 기사에 따르면, 매출은 대략 다음 흐름으로 커졌습니다.
2013년에는 33억원(250만달러) 수준,
2014년에는 66억원 이상(500만달러 이상),
2015년에는 약 290억원(2,2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에서 시작한 작은 팀이,
이 시점에는 수십 명의 정직원과 시즌 인력을 운영하고, 창고까지 갖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2023년에는 엑싯까지 했습니다.
물론 숫자만 보면 “대단하다”로 끝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말 봐야 할 건 숫자보다 구조입니다.
맨 크레이츠는 광고를 잘 돌린 브랜드라기보다,
구매 이유가 분명한 브랜드였습니다.
사람들은 맨 크레이츠를 단순히 “고기 세트” 때문에 산 게 아니었습니다.
“이걸 선물하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것 같아서” 샀습니다.
“받는 사람이 웃길 것 같아서” 샀습니다.
“평범한 선물보다 내가 더 센스 있어 보일 것 같아서” 샀습니다.
이 차이는 엄청나요.
상품 기반 구매가 아니라, 장면 기반 구매라는 점 때문이죠.

더 흥미로운 사실: 고객의 대부분은 남자가 아니었다
맨 크레이츠는 남성용 선물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실제 인터뷰를 보면 고객의 4분의 3 이상이 여성이었다고 합니다.
이건 이커머스에서 정말 자주 놓치는 포인트입니다.
우리는 보통 “누가 쓰는가”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구매자는 “누가 사는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맨 크레이츠의 핵심 고객은 육포를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라,
남자에게 뭔가 재미있는 선물을 주고 싶은 여자였습니다.
즉, 그들은 남성 취향을 파는 동시에,
여성 구매자의 감정도 정확히 읽었습니다.
평범한 선물은 주기 싫다
기억에 남는 반응을 보고 싶다
내가 센스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받는 사람이 웃었으면 좋겠다
이 감정에 답했기 때문에 구매가 일어났습니다.
이 부분은 국내 셀러에게도 굉장히 유효합니다.
특히 선물 시장, 반려동물 시장, 키즈 시장, 건강식품 시장은
사용자와 구매자가 다른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제품 설명도 “이 사람이 좋아합니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이걸 선물하고 싶어질까”,
“왜 이걸 대신 사주고 싶어질까”까지 설명해야 전환이 올라갑니다.
존 비크먼이 만든 건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태도였다
저는 맨 크레이츠가 단지 재밌는 포장 브랜드라서 성공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들은 브랜드의 태도가 아주 분명했습니다.
재미있지만 유치하지 않았고, 남성적이지만 저렴하게 과시적이지 않았고, 유쾌하지만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존 비크먼은 맨 크레이츠를 “브로(형님) 브랜드나 프랫(미국 대학 남성 클럽) 브랜드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즉, 거칠고 웃기더라도 결국엔 기분 좋은 브랜드로 남고 싶었던 거죠.
이 태도는 콘텐츠, 카피, 상품 구성, 언박싱 경험, 구매 흐름 전반에 일관되게 녹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객은 맨 크레이츠를 단지 한 번 웃긴 선물 브랜드로 소비하지 않았고,
다음 기념일에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로 기억했습니다.
이건 결국 브랜딩의 문제입니다.
웃긴 아이디어 하나가 아니라,
그 웃긴 아이디어를 브랜드 톤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맨 크레이츠가 주는 5가지 힌트
맨 크레이츠 사례는 그냥 “미국에 이런 재밌는 브랜드가 있더라”에서 끝내기엔 너무 아까워요.
우리 셀러들이 바로 가져갈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상품이 아니라 장면을 설계해야 합니다.
고객이 상품을 받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옆 사람이 뭐라고 말할지, 사진은 찍을지, 바로 뜯을지, 보관할지까지 상상해야 합니다.
좋은 상품보다 강한 건, 좋은 장면입니다.
둘째, 고객의 웃음은 마케팅 자산이 됩니다.
재밌는 경험은 광고보다 오래 갑니다.
특히 공유 가능한 장면은 광고비 없이도 브랜드를 퍼뜨립니다.
셋째, 업셀링은 기능이 아니라 감정으로도 가능합니다.
더 많이 넣어주는 것만이 추가 매출이 아닙니다.
더 특별하게, 더 재밌게, 더 기억에 남게 만드는 옵션도 충분히 팔립니다.
넷째, 실제 사용자와 실제 구매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맨 크레이츠는 남성용 상품을 팔았지만, 여성 구매자의 심리를 읽었습니다.
우리도 “누가 쓰나”와 “누가 결제하나”를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다섯째, 포장은 비용이 아니라 콘텐츠입니다.
박스, 동봉물, 문구, 스티커, 개봉 방식까지 전부 브랜드 경험입니다.
고객이 택배를 뜯는 순간부터 이미 마케팅은 시작됩니다.

마무리하며
이커머스를 오래 하다 보면 자꾸 상품 경쟁력, 가격 경쟁력, 광고 효율 같은 숫자에만 눈이 갑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맨 크레이츠 사례를 보고 있으면 한 가지가 더 분명해지는데요.
고객은 물건만 사는 게 아닙니다.
이 물건을 사고, 주고, 받고, 뜯는 순간에 생기는 감정까지 함께 삽니다.
맨 크레이츠는 바로 그 감정을 팔았습니다.
그래서 육포를 팔아도 평범한 육포가 아니었고,
선물세트를 팔아도 평범한 선물세트가 아니었습니다.
150만원(1,000달러)으로 시작해 290억원(2,200만달러)까지 간 비결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 박스를 받는 10초를 누구보다 집요하게 설계한 데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건 우리에게도 꽤 현실적인 숙제입니다.
지금 내가 보내는 상품은,
고객이 받고 나서 그냥 뜯고 끝나는 택배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지는 경험인지.
브랜드는 결국 그 차이에서 갈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