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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들어가 자사몰로 돈을 쓸어담는 주노코 이야기

한이룸

이커머스

2026. 7. 23.

화장대 위에 다 쓴 통이 하나 굴러다녀요.
바닥까지 긁어 썼죠.
그거 버리는 순간, 사실 브랜드도 같이 버려져요.
다음엔 어디서 살지 다시 처음부터 고민하니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에 주노코(JUNOCO)라는 작은 스킨케어 브랜드가 있어요.

2018년에 카일 지앙 형제가 시작했어요. 돈도 인맥도 없었어요.

이 브랜드가 그 "다 쓴 통"을 붙잡고 이상한 짓을 했어요.
본품은 아마존에도 타깃에도 다 깔아놓고, 리필만 자사몰로 보낸 거예요.

그리고 뷰티 전문지 뷰티인디펜던트가 이렇게 보도했어요.
주노코가 울타뷰티 850개 매장에 들어갔다고요.

이거 보세요. 손해 보는 장사 같은데, 결과가 좀 놀라워요.


틱톡으로 뜬 다음이 진짜 문제였어요

주노코를 알린 건 클린10 클렌징밤이었어요. 성분 10개만 넣은 제품이에요. 2021년에 틱톡에서 터졌어요. 미케일라 노게이라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면서요. 인스타·유튜브 합쳐 조회수 3억 5천만 회를 찍었어요.

여기까지는 부러운 이야기예요. 근데 이 다음이 진짜예요.

바이럴로 들어온 손님은 한 번 사고 사라져요. 다음 달엔 다른 브랜드가 틱톡에 떠 있거든요.

직접 팔아본 입장이면 이 감각 아실 거예요. 잘 팔린 달일수록 다음 달이 무서워요.

지앙은 이 문제를 광고로 풀지 않았어요.

2021년부터 딴 걸 만들기 시작했어요. 통을 안 버리게 하는 방법이요.


새 통 23달러, 리필 15달러 — 8달러를 왜 포기했을까요

2023년 11월 1일, 주노코는 리필 파드를 내놨어요. 겉 용기는 그대로 두고, 안에 든 내용물만 파드째 갈아 끼우는 구조예요. 잠금 방식이라 5천 번 넘게 여닫을 수 있게 설계했고요. 원래 포장재의 78%를 안 쓰게 됐어요.

가격이 핵심이에요. 새 통은 23달러, 리필 파드는 15달러.
본품을 아예 안 판 게 아니에요.

본품은 그대로 팔되, 두 번째부터는 8달러 싼 걸 손에 쥐여준 거죠.

매출로만 보면 스스로 깎은 셈이기도 해요.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죠.

리필 시스템을 시작하고 석 달(2023년 11월~2024년 1월) 동안, 재구매율이 32%나 올랐어요.

8달러를 깎아서 "다시 사는 사람 수"를 산 거예요. 한 번 겉 용기를 산 고객은 계속 파드를 사러 돌아왔고요.

지앙이 이렇게 말했어요. "고객이 통을 한두 개 사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우리한테서 파드를 사게 된다"고요.


리필을 아마존에 안 넘긴 게 진짜 결정이었어요

여기가 제일 얄미운 대목이에요.

주노코의 완제품은 아마존에서도 사고 타깃 매장에서도 살 수 있어요.
신규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만나는 자리죠.


근데 리필 파드는 자사몰에서만 팔았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처음 사는 손님은 아무 데서나 만나요.

대신 두 번째부터는 무조건 우리 집으로 오게 만든 거예요. 남의 채널엔 첫 만남을 주고, 재구매는 안 줬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재구매를 남의 플랫폼에 넘기는 순간, 고객 정보도 마진도 리듬도 다 그쪽 거예요. 우리는 매달 다시 광고비를 태워야 하고요. 주노코는 그 반대로 갔어요. 지금까지 투자받은 돈은 시드와 시리즈A 합쳐 630만 달러예요. 뷰티 업계 기준으로 큰돈 아니에요. 그런데도 지금 흑자예요.


그리고 850개 매장이 열렸어요

앞에서 말한 뷰티인디펜던트 보도를 조금 더 뜯어볼게요.

주노코가 울타뷰티 850개 매장에 바디케어 14종으로 들어갔어요.
매장에 8종, 온라인 전용으로 6종이에요. 풀 바디 넥타 세럼, 새틴슬립 핸드앤풋 마스크 같은 것들이요.

가격은 리필 파드 8~18.99달러, 풀사이즈는 최고 26달러.

타이밍이 우연이 아니에요. 주노코의 올해 바디케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5% 늘었어요. 자사몰 고객의 40%가 이미 리필을 쓰고 있고요.

대형 유통이 작은 브랜드를 들일 때 보는 건 하나예요. "이 브랜드는 진열대에서 다시 팔리나?"

주노코는 그 질문에 숫자로 답할 게 있었던 거예요. 재구매하는 습관을 이미 3년 동안 만들어놨으니까요.

지앙은 솔직해요. "울타에서 첫날부터 흑자일 것 같진 않고, 1년쯤 걸릴 것 같다"고 말했어요. 리필 목표도 아직 멀었대요. 지금 40%인 걸 70~80%까지 올려야 진짜라고 봐요. 바디케어는 용기가 커서 배송비가 많이 든다는 고민도 그대로 털어놨고요. 다 이룬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하는 중인 브랜드의 이야기라 오히려 참고가 돼요.


자, 한국으로 가져오면요

내 스마트스토어랑 쿠팡으로 치면 이런 그림이에요.

쿠팡·네이버쇼핑에는 "본품"을 걸어요. 여긴 처음 만나는 자리니까요. 로켓배송이든 뭐든 편한 대로 사게 두고요.

대신 리필·보충분·소분 패키지는 자사몰에서만 팔아요. 값도 본품보다 확실히 싸게요.

꼭 화장품이 아니어도 돼요. 원두 리필백, 세제 파우치, 반려동물 간식 대용량, 필터 교체분, 향 리필 스틱. 두 번째부터 사는 물건이 있는 카테고리면 다 됩니다. 포인트는 "싸게 판다"가 아니에요.

첫 구매와 재구매를 서로 다른 채널에 나눠 놓는 것이에요.

단, 이건 조심해야 해요. 리필이 본품보다 싸다는 이유만으로는 안 옮겨져요.

주노코가 겉 용기를 5천 번 쓰게 설계한 건, 고객이 그 통을 "내 물건"이라고 느끼게 만들려던 거예요.
갈아 끼울 몸통이 없으면 리필도 없어요.

그러니 지금 파는 것 중에 "계속 남아 있는 부분"이 뭔지부터 찾아보면 좋겠어요.

통이든, 케이스든, 거치대든요.

8달러를 깎아서 손님이 돌아오는 길을 사는 것. 저는 이게 작은 브랜드가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반칙 같아요. 남들이 다 신규 고객 값을 올리며 싸울 때, 이 형제는 두 번째 구매 값을 내렸거든요. 그리고 3년 뒤에 850개 매장 문이 열렸고요.

다 쓴 통, 이제 좀 다르게 보이시죠. 😅

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