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오픈AI도 내 쇼핑몰엔 같은 문으로 들어옵니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6. 9. 4.
오픈AI가 챗GPT 데스크톱 앱의 내장 브라우저에 '사이트 도구(Site tools)'를 추가했습니다. 웹사이트가 AI에게 "이 페이지에서 할 수 있는 일" 목록을 건네고, 챗GPT가 그걸 받아 그대로 실행하는 기능이에요.
이름은 낯설지만 뼈대는 WebMCP라는 웹 표준입니다. 그리고 이 표준, 오픈AI가 만든 게 아닙니다. 구글 크롬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엔지니어들이 함께 설계해 W3C(웹 표준 기구)에 올린 규격이죠.
경쟁사가 만든 규격을 경쟁사가 자기 브라우저에 그대로 실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재미있어집니다.
서로 싸우던 회사들이 같은 줄에 섰어요

순서를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제안한 WebMCP는 올해 상반기 구글 I/O에서 공개됐고, 크롬에 시험 탑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자 쇼피파이가 움직였어요. 전 세계 수백만 개 스토어에 상품 검색, 장바구니 담기 같은 기본 도구 10개를 셀러가 손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켜지게 했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한술 더 떠서, 사이트 코드를 한 줄도 안 고치고 관리 화면의 스위치 하나로 WebMCP를 켜는 기능을 내놨죠. 그리고 오픈AI가 챗GPT 브라우저에 이 표준을 탑재하면서 수요 쪽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습니다.
오픈AI는 열흘짜리 WebMCP 개발 대회까지 열었는데요. 후원사 명단에 구글 크롬, 쇼피파이, 클라우드플레어, 버셀이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평소 손님을 서로 뺏는 회사들이 한 대회에 상품을 사이좋게 걸었어요. 상위 10팀에 각 3,000달러, 부상으로 기계식 키보드까지요.
표준 전쟁이 아니라 표준 합의입니다. 셀러 입장에서 이 차이는 큽니다. 진영이 갈리면 두 번 준비해야 하지만, 문이 하나면 한 번만 준비하면 되니까요.
AI 손님은 지금까지 눈치로 쇼핑했습니다

왜 다들 이 규격에 올라탔을까요. 크롬 팀의 표현을 빌리면, 지금의 AI 에이전트는 "현지 언어를 못 하는 관광객"입니다.
사람이 몇 초면 찾는 상품 하나를, 에이전트는 화면을 캡처하고 버튼을 추측해 누르며 수십 번을 헤맵니다. 화면 이미지 한 장 읽는 데 토큰 수천 개를 쓰면서요.
WebMCP는 그 사이트에 메뉴판을 쥐여주는 표준입니다. "재고 확인은 이 함수, 장바구니는 이 함수"라고 사이트가 먼저 알려주면, 에이전트는 추측 대신 호출을 합니다.
오픈AI도 발표문에서 같은 말을 했어요. "에이전트가 화면을 헤매며 추측하게 두는 대신, 내 앱을 어떻게 쓸지 직접 정의하라"고요.
실수할 자리가 줄어드는 건 덤입니다. 엉뚱한 버튼을 눌러 이상한 옵션을 담는 사고가, 정해진 함수 호출로 바뀌는 거니까요.
구경꾼 채널이 아니라는 증거가 먼저 나왔습니다

표준이 깔리는 것과 돈이 도는 건 다른 문제인데요. 이번엔 돈 쪽 숫자가 먼저 나와 있습니다.
오픈AI 발표 기준, 챗GPT 광고는 미국에서 시작한 지 약 200일 만에 연환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넘었습니다. 지금 40여 개국에서 돌아가고, 광고주는 수만 곳이에요.
국내 쪽 숫자는 카페24가 먼저 공개했죠. AI를 거쳐 들어온 방문자의 구매전환율이 0.50%에서 0.85%로, 일반 유입보다 1.7배 높게 나왔습니다. 그 손님들의 57.4%는 홈 화면을 건너뛰고 상품 상세페이지로 직행했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를 타고 오는 손님은 이미 구경꾼이 아니라 구매자에 가깝고, 그 손님이 다니는 길에 이제 표준 규격의 문이 달리고 있어요.
검색 엔진 초기와 닮은 구간입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이번엔 문 다는 방법이 처음부터 공개돼 있습니다.
한국에 닿으려면, 자사몰이 먼저 움직입니다

거리도 재보겠습니다. 사이트 도구는 아직 챗GPT 데스크톱 앱에서만 돌고, 크롬 쪽도 시험 운영 단계입니다. 국내 손님 대부분이 이 문으로 들어오는 시점은 아직이에요.
더 큰 갈림길은 매장 형태입니다. 스마트스토어나 쿠팡 입점 셀러는 사이트 코드에 손댈 수 없어서, 이 문은 플랫폼이 열어줘야 합니다. 참고로 두 곳 모두 아직 주요 AI 봇의 출입을 막아둔 상태예요.
반면 자사몰은 스크립트 한 줄을 내가 넣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깃허브 저장소만 연결하면 내 사이트 기능을 AI용 도구로 바꿔주는 Sodium 같은 서비스가 월 49달러를 받고 벌써 영업 중인데요. 계산대가 생겼다는 건 시장이 열렸다는 뜻이죠.
그래서 지금 할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상품명과 옵션, 재고, 배송·반품 조건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규격으로 정리해두는 것. WebMCP든 다른 이름이든, 어떤 문이 달려도 이 데이터는 그대로 다시 씁니다.
대형몰도 이 문 앞에선 이제 막 줄을 선 참입니다. 같은 출발선이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니, 자사몰이 있다면 상품 정보 정리부터 꼭 한번 시작해보세요!
— 미나킴, 거리를 재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