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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아내 몰래 만든 쇼핑몰이 100억 원 기업이 된 이야기

한이룸

이커머스

2025. 9. 18.

"당신 미쳤어? 우리 저축한 돈으로 뭘 하려는 거야?"

2009년 11월 23일 새벽 2시, 스티븐 사센(Steven Sashen)은 아내 리나가 잠든 침실 문을 살며시 닫고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노트북을 켜고, 떨리는 손으로 워드프레스 도메인을 결제했습니다.

월 $19.99.

그날 밤 몰래 만든 쇼핑몰이 6년 후 연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2년간 29번의 부상, 그리고 5분간의 기적

스티븐은 정확히 기억합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9번의 부상. 아킬레스건염 7번, 종아리 파열 3번, 발가락 골절 2번... 물리치료비만 $8,000가 넘었습니다.

"45세에 다시 뛰기엔 너무 늦었나 봐요." 물리치료사 앞에서 한숨을 쉬던 그때, 옆 침대의 환자가 불쑥 말을 걸었습니다.

"맨발로 뛰어보세요."

처음엔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Born to Run"라는 책을 읽고 Boulder Barefoot Running Club 모임을 참가한 첫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5km를 뛰었는데, 아프지 않아요."

더 놀라운 건 다음이었습니다.
GPS 시계를 확인하니 평소보다 23% 빠른 페이스. 심박수는 오히려 15% 낮았습니다.

아무도 해결하지 않은 문제

스티븐이 발견한 시장의 아이러니는 이랬습니다:

  • Nike와 Adidas는 더 두껍고 복잡한 쿠션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 Vibram FiveFingers는 6개월이면 닳아 없어지지만 $125에 팔립니다.

  • 맨발 달리기 커뮤니티 3만 명 중 87%가 "적당한 신발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시장은 있는데 제품이 없구나."

"여보, 미안... 카드를 썼어"

첫 시제품은 실패했습니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네 번째 시도에서 Vibram 고무 시트($60)와 낙하산 줄($15)을 조합했습니다.
제작 시간은 4시간, 재료비는 $6.50였습니다. 하지만 러닝클럽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저도 만들어주세요!""얼마예요?""어디서 살 수 있어요?"

그날 밤, 주차장에서 즉석 제작 워크숍이 열렸고, 17명이 $35씩 현금을 건넸습니다.
첫 매출 $595.

부부 싸움과 새벽의 도박

"당신 제정신이야? 우리 대출금도 아직 20만 달러나 남았는데?"

리나의 목소리는 날카로웠습니다. 스티븐의 웹 개발 프리랜서 수입은 월 $3,000. 리나의 파트타임 수입을 합쳐도 빠듯했죠.

"그냥... 시도해보고 싶어. 뭔가 다른 걸."

"또 시작이네. 작년에 실패한 앱 사업은 어떻게 됐어? $15,000 날린 거 잊었어?"

그날 밤, 리나는 등을 돌리고 잤습니다. 스티븐은 새벽 2시까지 기다렸다가 살금살금 일어났습니다. 신용카드를 꺼내 도메인을 구매했고, 워드프레스 템플릿을 $47에 구매했습니다.

Invisible-shoes.com

"미안, 여보. 하지만 이번엔 다를 거야."


Day 1부터 Day 90까지: 숫자로 본 기적

Day 1: 방문자 14명, 매출 $0
Day 7: 마이클의 책에 URL 게재, 방문자 342명, 주문 8건
Day 30: 월 매출 $1,847 (프리랜서 수입의 61%)
Day 60: 월 매출 $4,292 (프리랜서 수입 초과)
Day 90: 월 매출 $8,126, 리나의 첫 마디: "내가 틀렸네."

가장 놀라운 것은 고객 재구매율 73%입니다. 이 수치는 업계 평균 22%의 3배가 넘습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

1. "더 싸게 만들수록 더 비싸게 팔린다"
초기 모델($35)보다 재료를 줄인 울트라 모델($19 제작비)이 $59에 팔렸습니다. 고객들은 "더 가벼운 게 더 좋다"고 평가했죠.

2. "최악의 리뷰가 최고의 마케팅이 된다"
"너무 얇아서 돌멩이가 다 느껴진다"에 답글을 달았습니다:
"네, 그게 포인트입니다." 이 답글이 Reddit에서 화제가 되며 하루 만에 2,400명이 방문했습니다.

3. "제조 비밀을 공개하면 더 많이 판다"
DIY 제작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오히려 완제품 판매가 340% 증가했습니다. "만들기 귀찮은" 고객들이 대거 구매한 것이죠.

40만 달러를 거절한 진짜 이유

2013년 2월, 샤크탱크의 케빈 오리어리(Kevin O'Leary)가 제안했습니다.
"40만 달러에 지분 50%. 당신들에겐 과분한 제안이야."

스티븐은 방송에서 편집됐지만, 이렇게 답했습니다:
"작년 매출이 140만 달러였습니다. 올해는 300만 달러 예상하고요. 당신의 40만 달러가 우리를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죠?"

실제로 거절 후 일어난 일:

  • 방송 직후 서버 다운 (동시 접속자 11만 명)

  • 첫 주 매출 $86,000 (평소 주 매출의 8.5배)

  • "Shark Tank를 거절한 회사" 타이틀로 무료 PR 효과 $2.1M

리나가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거절한 건 돈이 아니라 통제권이었어요."

투자자들이 몰랐던 숫자

Shark Tank 출연 당시 공개하지 않은 데이터:

  • 순이익률 42% (업계 평균 8-12%)

  • 고객 생애 가치(LTV) $286 (평균 구매 횟수 4.8회)

  • 고객 획득 비용(CAC) $12 (LTV/CAC 비율 23.8)

"우리는 투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노출이 필요했어요." - 스티븐

실패를 자산으로: 99개의 프로토타입

Xero Shoes 창고에는 특별한 전시장이 있습니다. '실패 박물관'.

99개의 실패한 프로토타입이 전시되어 있죠:

  • 너무 미끄러워 계단에서 구른 모델 (#23)

  • 3일 만에 냄새가 난 대나무 섬유 모델 (#45)

  • 발가락이 빠져나온 '혁신적' 디자인 (#67)

  • 무게 때문에 물에 가라앉은 수상 스포츠용 (#81)

"모든 실패가 다음 제품의 교훈이 됐어요. #45의 실패가 현재 베스트셀러 'Prio'의 통기성 해결책이 됐죠." - 리나

경쟁사가 따라 할 수 없는 3가지

1. "5,000마일 보증"의 진실
처음엔 마케팅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5,000마일을 뛴 고객 제프가 나타났죠.
"보증 기간이니 새 신발 주세요."

스티븐은 새 신발과 함께 $50 쿠폰, 그리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당신이 저희 신발로 5,000마일을 뛰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제프는 이 스토리를 러닝 포럼에 올렸고, 한 달 만에 신규 고객 3,400명이 유입됐습니다.

2. 고객이 만든 제품 라인
2019년, 뇌성마비 아들을 둔 엄마의 이메일:
"제 아이는 일반 신발을 신을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
6개월간 무료 프로토타입 테스트 끝에 'Forza' 라인 출시. 현재 장애인 신발 시장 점유율 34%.

3. "직원이 먼저 신는다" 정책
모든 신입 직원은 6개월간 Xero Shoes만 신어야 합니다.
"우리가 안 신는 신발을 고객에게 팔 수 없죠."

결과: 연간 127건의 직원 제안 폭발!

한국 시장이 놓치고 있는 기회

왜 한국에는 Xero Shoes가 없을까?

한국 운동화 시장은 17조 원 규모입니다. 하지만 맨발 신발 카테고리는 0.01% 미만입니다.

놓치고 있는 기회들:

  1. K-하이킹 붐: 1,800만 명의 등산 인구 중 62%가 발 부상 경험자

  2. 필라테스/요가 시장: 340만 명의 맨발 운동 선호 인구

  3. 시니어 헬스케어: 연간 28만 건의 65세 이상 넘어짐 사고

"왜 맞는 신발이 없죠? 한국인의 발은 서양인보다 폭이 넓은데." -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 교수

실전 적용 가능한 3가지 전략

1. "불편한 진실" 마케팅
"처음 2주는 불편할 겁니다"라고 정직하게 고지.→ 반품률은 3%에 불과 (업계 평균 15%)

2. 고객 교육에 월 매출의 8% 투자
제품 판매 페이지보다 교육 콘텐츠가 3배 많음.→ 평균 구매 전환율 11.2% (업계 평균 2.3%)

3. "실패 공유" 문화
매월 '이번 달의 실패' 뉴스레터 발송.→ 이메일 오픈율 67%, 고객 충성도 NPS 73점

"맨발의 느낌을 신발로"라는 모순적 컨셉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복잡함보다 단순함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는 "새벽 2시의 도전"

스티븐의 조언: "가장 큰 위험은 시작하지 않는 것입니다."

체크리스트:
□ 당신이 겪는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는가?
□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10명 이상 있는가?
□ 기존 해결책의 문제점을 3가지 이상 찾았는가?
□ MVP를 일주일 안에 만들 수 있는가?□ 실패해도 잃을 게 감당 가능한가?

"완벽한 사업 계획보다 불완전한 실행이 낫습니다.
저도 아직 완벽하지 않아요." - 스티븐 (2024년 인터뷰)

에필로그: 그 후의 이야기

2024년, Xero Shoes의 연매출은 42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스티븐과 리나는 여전히 콜로라도의 같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부엌 테이블도 그대로죠. 다만 이제는 그 테이블에서 매주 직원들과 아침을 먹습니다.

"가장 자랑스러운 건 매출이 아니에요. 한 고객이 보낸 이메일이죠. '10년 만에 통증 없이 뛸 수 있게 됐다'고요. 그게 우리가 새벽 2시에 시작한 이유예요."

리나가 웃으며 덧붙입니다. "그때 남편이 몰래 웹사이트를 만들지 않았다면? 글쎄요, 아마 지금도 남편의 부상 때문에 걱정하고 있겠죠."

당신의 새벽 2시는 언제인가요?

이 글의 매출 수치는 Xero Shoes의 공식 발표와 Shark Tank 방송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 시장 데이터는 한국신발산업협회(2024) 보고서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