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7시 반,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판매자센터 탭부터 열어요. 쿠팡 윙, 지메일, 톡톡이 차례로 뒤따릅니다.
주말 사이 쌓인 "배송 언제 와요?"를 세다 보면 커피는 벌써 식어 있죠. 앤트로픽이 이 아침 순서를 거꾸로 돌리는 AI 비서, 클로드 듀엣(Claude Duet)을 미국에서 먼저 열었습니다.
듀엣의 핵심은 프로액티브(proactive), 우리말로 '시키기 전에 먼저 움직인다'는 점이에요. 채팅창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비서 쪽에서 먼저 "이거 보셔야 해요" 하고 말을 겁니다.
이번 출시가 뉴스인 건 먼저 말 거는 비서 자리에 큰 회사 셋이 다 모였기 때문이에요. 메타 뮤즈는 앱 분석업체 앱토피아 추산으로 설치 1,400만 건을 넘겼고, 오픈AI 닷츠는 월 100달러 프로 요금부터 열렸죠. 듀엣은 월 20달러 프로 요금에 별도 요금 없이 얹혔습니다.
아침 보고서 맨 아래엔 환불 초안까지
듀엣은 매일 아침 연결된 앱을 훑어 짧은 보고서를 보내요. 공식 소개 페이지의 예시 보고서엔 채용 마감, 계약 수정, 새 지점 허가가 줄줄이 있는데, 맨 아래 줄은 이렇습니다.
"고객: 주말 오배송 27건, 그중 19건이 발렌시아. 환불 초안 작성 완료."
셀러 눈에 들어오는 건 이 줄이에요. 무슨 일이 몇 건인지, 어디서 몰렸는지, 뭘 미리 해 뒀는지가 한 줄에 다 있거든요.
남은 건 환불을 보낼지 말지 정하는 일뿐이죠. 그 버튼은 끝까지 사람 손에 있습니다.
메시지 보내기·결제·서명·삭제 앞에선 할 일을 보여 주고 승인을 기다려요. 증권 거래나 계좌 간 이체는 승인해 줘도 하지 않는대요.
남플로리다에서 직원 110명 남짓한 케밥집을 하는 아민 에브라히미는 회계·고객 응대·마케팅을 듀엣에 맡겨 봤다고 합니다. 그의 한 줄 평은 이랬어요. "탭을 100개씩 열 필요가 없어요."
몇 시간에 한 번 들여다보는 비서
듀엣은 연결된 앱을 몇 시간마다 한 번씩 확인합니다. 쉬지 않고 지켜보면 사용량이 금방 바닥나서 간격을 뒀다는 설명이에요.
그래서 듀엣이 잘 맞는 자리는 아침 정리지, 실시간 응대가 아니에요. 오후 2시에 온 "오늘 출발하나요?"에 바로 답하는 건 여전히 내 폰 몫이죠. 공식 FAQ에도 확인과 확인 사이에 들어온 건 놓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대신 무엇을, 얼마나 자주 들을지는 내가 정할 수 있어요. 새벽 3시에 "반품 1건 들어왔어요" 하고 깨우는 비서라면, 아무리 부지런해도 곤란하잖아요.
연결 앱 예시엔 지메일·슬랙·퀵북스(회계)·스트라이프(해외 결제)·쇼피파이(해외 쇼핑몰 제작) 같은 미국 가게 도구가 서 있습니다. 네이버·쿠팡 이름은 예시에 없어요. 국내 셀러라면 해외 바이어 메일이나 쇼피파이 해외몰 주문처럼, 메일함과 해외 채널 쪽이 먼저 맞습니다.
무료·한국어·모바일, 지금 열린 건 하나
오늘 확인할 건 세 가지입니다.
무료는 아니에요. 미국 클로드 프로(월 20달러)·맥스 구독자 대상이고, 무료 플랜용은 없습니다. 별도 요금이 없는 대신 백그라운드 점검도 내 사용량에서 빠져요. 일을 안 시킨 날에도 조금씩 닳는다는 뜻이죠.
한국 계정은 아직이에요. 미국 대기 명단부터 차례로 열고 있고, 다른 나라 일정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지원 언어도 안내에 따로 적혀 있지 않아요.
모바일 앱은 나와 있어요. iOS·안드로이드 전용 앱이 따로 있고, 컴퓨터에선 claude.ai 웹으로 들어갑니다. 클라우드의 가상 컴퓨터에서 일하니 노트북을 덮어도 멈추지 않습니다. 다만 이 앱도 미국 대기 명단에서 열린 계정에서만 돌아가요.
그러니 셋 가운데 열린 건 모바일 하나, 그것도 미국 안에서만입니다. 한국 셀러 쪽으로 열린 문은 아직 없는 셈이죠.
아직 못 만난 비서에게 쓰는 첫 메시지
듀엣은 클로드 계정에 쌓인 기억·스킬·연결 앱을 그대로 가져가 씁니다. 지금 설계대로라면 오늘 클로드에 적어 둔 우리 가게 규칙이 듀엣의 첫 출근 서류가 되는 셈이에요.
에이전트가 내 메일을 대신 쓰려면 나를 얼마나 알아야 하는지도 결국 같은 얘기였죠. 그래서 한국에 올 듀엣에게 보낼 첫 메시지를 미리 써 봤습니다.
듀엣 씨에게.
아침 보고는 8시에, 다섯 줄 안으로 부탁해요.
배송 문의는 상품별로 묶어서 건수부터 알려 주세요.
같은 상품 반품이 이틀에 3건을 넘으면, 그땐 낮에도 불러 주세요.
해외 바이어 메일은 답장 초안까지만 써 두면 충분합니다. 보내기는 제가 누를게요.
리뷰 칭찬은 금요일 오후에 몰아서 들려주세요. 주말 앞에 들어야 기운이 나거든요.
한 줄 한 줄은 가게마다 달라야 맞아요. 듀엣이 한국에 오는 날 그 기억을 그대로 이어받는 설계니, 우리 가게 버전 다섯 줄을 오늘 클로드 대화창에 남기고 "이거 기억해 줘" 한마디만 붙여 두세요!
— 대기 명단 밖에서 편지부터 부친 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