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창고에 쌓아 둔 호카는 이제 누구 물건이 되는 거죠?"
호카 판권 분쟁 기사를 읽은 오픈마켓 셀러라면 이 질문부터 떠올렸을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판권 싸움을 정식 사건으로 받아 조사를 시작했다는 이데일리 보도가 나왔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정상 경로로 들인 재고는 판권이 어디로 가든 정품입니다. 바뀌는 건 그 정품을 증명해 주는 이름 쪽이죠.
두 회사가 다투는 건 앞으로 들어올 물건입니다
줄기는 이렇습니다. 호카 브랜드를 가진 데커스가 2018년부터 국내 총판을 맡아 온 조이웍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8월에 이랜드를 새 판매 파트너로 발표했습니다.
조이웍스는 올해 갱신계약이 발효된 지 7일 만에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미 확정된 발주 물량 공급도 거부당했다고 주장하고요. 이랜드는 적법하게 계약했다는 입장입니다.
해지가 정당했는지는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 중재가 따지는 중입니다. 공정위는 중재와 별개로 해지·공급 중단·새 총판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는데요.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 기간은 원칙상 6개월이고, 끝나는 시점은 못박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한동안은 국내 호카에 주인이 둘로 보이는 시간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판권 싸움은 변호사들이 하고, 셀러는 그사이 스캐너를 켜면 됩니다.
정품 서류의 공급자 칸에 다른 이름이 찍힐 날이 옵니다
쿠팡에 브랜드 상품을 새로 올리려면 정품 입증 서류부터 냅니다. 거래명세서·세금계산서·인보이스 같은 것들인데요. 공급자 직인과 모델명이나 품번이 있어야 하고, 발급일 6개월 안이어야 합니다. 지난 #93에서 다뤘던 그 기준입니다.
정식 수입 물건이라면 이 서류를 거슬러 올라간 맨 윗줄에 지금까지 조이웍스가 있었습니다. 이랜드가 실제로 물건을 풀기 시작하면, 그 뒤에 들이는 물건부터는 다른 이름이 이어지겠죠. 이랜드는 사업 개시 시점을 협의가 끝나면 밝히겠다고만 했습니다.
이미 산 재고는 그때 받은 서류가 증명합니다. 판권 주인이 바뀌어도 그날 그 값에 산 정품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니까요.
다만 6개월 기한은 흘러갑니다. 아직 등록 안 한 사이즈나 색상이 창고에 있다면, 손에 든 서류가 6개월을 넘기기 전에 올려 두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도매상에게서 받았다면 그 도매상이 어디서 받았는지 이어지는 서류도 한 장 더 받아 두면 든든하고요.
신고는 상표 주인이 하고, 답은 내 서류함에서 나옵니다
쿠팡 지식재산권 정책을 보면 침해 신고는 권리를 가진 쪽이 온라인 양식으로 넣습니다. 침해가 확인되면 판매 중지, 계정 정지, 정산 대금 지급 보류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
정산금이 묶인다는 대목에서 손이 멈추죠. 그런데 같은 정책에 이의 제기 길도 적혀 있습니다. 정품 인증서, 유통 경로 증빙, 정당한 권리를 보여 줄 자료를 내면 됩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도 오픈마켓 피해 유형으로 가품 의심 제보가 오면 사실 확인 전에 판매부터 막고 소명을 요구한 사례를 꼽았습니다. 그래서 권한 것도 하나였죠. 정품 매입·유통 경로 증빙을 늘 갖고 있으라는 것.
판권이 정리되는 동안엔 국내에서 브랜드 쪽 창구가 어디인지부터 흐릿합니다. 신고가 올지 점치는 것보다, 와도 하루 안에 낼 서류 묶음을 만들어 두는 쪽이 계산이 훨씬 빠르죠.
불량 한 켤레가 돌아갈 곳은 거래 조건이 정합니다
이미 들인 재고가 갑자기 못 파는 물건이 되진 않습니다. 해지 통보가 알려진 1월에도 호카 구매엔 제약이 없었고, 판매처에 판매 중단 공지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경비즈니스가 전했습니다. 업계는 새 총판을 찾는 동안 기존 재고와 매장 운영이 일정 기간 유지되고, 본사가 재고를 거둬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봤고요.
걸리는 건 그다음 장면입니다. 손님이 밑창 불량으로 돌려보낸 신발을 매입처에 반품하려는데, 그 매입처가 판권을 잃었다면요? 확정 발주 물량까지 끊겼다는 조이웍스 주장을 보면, 윗단 물건 흐름은 생각보다 쉽게 멈춥니다.
이때 기댈 곳은 내 거래 조건입니다. 불량 반품을 언제까지 받아 주는지, 판권이 바뀌면 그 일을 누가 이어받는지. 매입처에 이 두 줄을 메일로 묻고 답장을 받아 두면, 그 답장이 나중에 분쟁 때 꺼낼 증거가 됩니다.
앞으로 볼 날짜는 하나입니다. 이랜드가 호카 물건을 실제로 내보내는 첫날이요.
그 첫날이 정해지면, 그날부터 들이는 물건 서류엔 새 이름이 찍힙니다. 새 총판이 거래처를 처음 꾸리는 때라 반품 조건과 서류 발급을 처음부터 물어볼 수 있는 때이기도 하죠. 그 전까지는 지금 서류로 충분히 팔 수 있으니, 호카 폴더 하나 만들어 서류부터 모아 보세요!
— 김윤아 · 신발 상자보다 상자에 붙은 거래명세서를 먼저 집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