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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우리가 벼락치기의 늪에 빠지는 이유

한이룸
이커머스
2025. 7. 25.
Chapter 1.벼락치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먼저 결핍이란 개념을 짚어 보겠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가지는 것’이라 정의해요. 여기에는 시간과 돈, 관계 등이 모두 포함되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우리는 돈이나 시간의 결핍을 느낄 때 그 존재에 더 집중한다는 겁니다. ‘없다’고 생각하니 더 매달리는 거예요. 근데 이게 의외의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벼락치기’로 얻는 성과입니다. 시간에 쫓겨서 만든 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거죠. 저자들은 그 사례로 미국의 요리 경연(아이언 셰프)에 나간 한 비건 식당 요리사 이야기를 합니다. 경연장에서 받은 재료로 2시간 만에 만든 요리가 식당의 간판 메뉴가 됐다는 점이었죠.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기량을 연마해온 요리사였지만, 사실 이 요리사의 대표적인 요리는 두 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의 극심한 압박 속에서 탄생했다.”_43p
저도 벼락치기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마감에 쫓길수록 집중력이 오르는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1시간을 10시간처럼 썼다고 생각하죠.
저자들은 이를 만화 「캘빈과 홉스」 속 대사를 인용해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홉스 : 아직도 무슨 이야기를 쓸지 아이디어를 못 찾았어? 캘빈 : 창의성은 수도꼭지를 튼다고 그냥 나오는 게 아니야. 느낌이 있어야 나오지.홉스 : 어떤 느낌? 캘빈 : 막판에 몰려서 돌아 버릴 것 같은 느낌.”_41p
저자들은 이 ‘돌아 버릴 것 같은 느낌’이 일종의 심리 효과라고 했어요. 마감을 앞뒀을 때 순간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치약을 거의 다 썼을 때 끝을 눌러 한참 더 쓰는 것, 휴가지에서 어떻게든 빡빡하게 관광하는 것을 예로 들었죠.
“시간이 부족할 때면 사람들은 그 남은 시간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어 낸다. 그게 업무의 성과이든 즐거움이든 간에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집중배당금focus dividend’이라고 부른다. (…) 정신을 사로잡는 결핍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결과이다.”_50p
하지만 저자들은 집중배당금을 좋게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순간적으로 우리가 뭔가를 더 얻을 수 있는 건 맞지만, 이게 반복되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집중배당금의 (…) 이점은 ‘결핍이 정신을 사로잡는다’는 우리 이론의 핵심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여기에서 ‘사로잡는다capture’는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해서, 즉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_55p

미국의 비건 음식 요리사 아만다 코헨(사진 오른쪽). 그는 요리 경연 ‘아이언 셰프’에 나서 예상 못한 재료로 2시간 만에 메뉴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튀김두부’는 식당의 대표 메뉴가 됐다. ⓒdirtcandynyc 인스타그램
Chapter 2.반복된 결핍은 시야를 비틀어 버린다
그럼 결핍에 사로잡혔을 때 생기는 문제는 뭘까요? 저자들은 먼저 ‘시야의 왜곡’ 문제를 꼽습니다.
쉽게 말해 결핍이 세상을 보는 나의 관점을 바꾼다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에만 집착하게 만들죠.
그 예로 저자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진행한 ‘배고픔’ 실험을 소개합니다. 자원한 36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음식 배급량을 줄이며 변화를 추적한 실험이었죠.
연구자 샤먼 앱트 러셀Sharman Apt Russell은 피험자들을 관찰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배고픔이 누적된 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음식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죠.
청년들은 원래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굶주림에 시달리자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에 광적으로 집착했어요. 전단지와 음식점 간판이 보이면 한참을 뚫어져라 봤고, 영화를 볼 때도 음식 장면에만 관심을 뒀죠. 나중에 요리사가 되겠다는 사람도 나타났고요.
“우리는 어떤 종류의 결핍을 경험할 때마다 그 결핍에 흡수되어 버린다. 이때 정신은 충족되지 않은 그 필요를 자동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추구한다.
당시 피험자들은 실험을 할수록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감정을 느낄 때 제일 불편했다고 해요. 나는 원래 음식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꾸 요리를 생각하는 게 힘들었던 거예요. 그렇다고 그 마음이 음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았고요.
저자들은 이 ‘음식’이라는 자리에 시간과 돈은 물론, 그 어떤 것도 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결핍은 우리의 가치관과 행동 방식을 모두 바꿀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었죠.

배고픔 실험을 진행한 연구자 샤먼 앱트 러셀의 모습. 그는 배고픔이 누적된 참가자들이 음식에 집착하는 쪽으로 ‘시야가 왜곡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harman Apt Russell
Chapter 3.결핍의 끝은, 터널 속에서 저글링 하는 삶이다
결핍이 일으키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저자들은 ‘반복된 결핍은 우리를 왜곡된 관점에 가둔다’고 주장해요. 즉, 긴 터널에 갇힌 것처럼 내 시야를 가두는 터널링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하죠.
터널링은 ‘지나친 집중에 빠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 예로 저자들은 미국 소방관들이 신속 출동으로 인해 겪은 문제를 소개해요. ‘경보가 울리면 1분 안에 현장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나온 문제였죠.
이 원칙이 소방관들을 ‘시간 부족 터널’에 가뒀습니다. 빨리 움직이려다 정작 자신들의 안전을 놓치는 경우가 생겼거든요. 실제로 1984~2000년 사이 미국 소방관의 사망사고 중 20%가 차량 충돌로 인한 사고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사망자 중 79%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요.
저자들은 이 사례가 우리 일상과도 연결된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쫓기듯 눈앞의 일만 하다가는, 가족의 연락이나 팀원의 마음을 돌볼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거죠. 자신의 안전보다 일을 앞세우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요.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터널링을 유도해서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다른 것들을 무시하게 만든다. (…) 결핍은 대가를 요구한다. 터널 시야와 같은 편협한 관점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실제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까지도 무시하고 지워버린다.”_60, 76p
게다가 결핍은 터널에 갇힌 우리를 그냥 두지 않기까지 합니다. 바로 눈앞에 떨어지는 것만 보게 하죠. 저글링을 하듯 지금의 일을 가까스로 처리한 뒤, 또 다른 일에 헉헉거리게 만드는 거예요.
“당신이 늘 알고 있었던 것이 지금 갑자기 당신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오랜 기간 동안 반복되다 보면, 이런 상황은 ‘저글링’으로 이어진다. (…)
저글링으로 인한 악순환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 고금리 이자의 대출을 받는 경우를 언급해요. 이들에게 지금 당장 돈을 쥐여준다고 한들, 자신의 문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예요. 이들은 미래를 계획하는 힘을 잃었기 때문이죠.
비슷한 사례로 저자들은 인도 코얌베두Koyambedu 시장의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소개했습니다. 이곳 노점상들은 비싼 임대료를 내며 손수레를 빌려 장사하던 이들이었어요.
실험의 내용은 이랬어요. 이들의 빚을 한 번에 갚아주고 경과를 지켜보는 것. 결과는 어땠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노점상들은 빚을 졌을 때와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결핍의 덫에 사로잡혀 살아간다는 것은 누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은 것밖에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 결핍의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우선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그런데 결핍이라는 심리 상태에서는 계획을 쉽게 세우지 못한다.”_230p, 232p

결핍은 반복될수록 사고의 폭을 좁히는 ‘터널링’을 일으킨다. 눈앞의 일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들은 소방관들이 시간 압박 속에 안전을 소홀히 한 사례를 통해 우리도 일상에서 관계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ntra Costa County 소방서
Chapter 4.의도적 느슨함이 있어야, 결핍도 조절할 수 있다
그럼 결핍을 어떻게 다뤄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저자들이 제안하는 여러 방법 중 먼저 살펴볼 만한 건 ‘의도적인 느슨함’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한 거예요.
이 방법의 효과는 2002년 미국 미주리의 한 병원이 겪은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응급 환자 전문 병원인 세인트존스병원이 경험한 컨설팅 사례였죠.
당시 세인트존스병원이 겪는 문제는 간단하지만 풀기 어려웠습니다. 크게 두 가지였어요. 항상 수술실이 꽉 차있어 환자를 매번 돌려보낸다는 것. 동시에 꽉 찬 수술 일정을 소화하느라 의사들은 기진맥진했다는 것.
병원은 이걸 해결하고 싶어 건강 관리 개선 센터IHI라는 곳에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자문단이 병원을 둘러본 뒤 전한 조언은 의외의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바로 ‘수술실 한 곳의 일정을 아예 비워놓으라’는 것이었죠.
이 제안이 들은 의사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반응했습니다. 안 그래도 바쁘고 수술 자리도 부족한 상황에서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봤죠.
그래도 병원은 조언을 따라 수술실 하나를 비웠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병원이 수용하는 수술 건수는 이전보다 5.1% 늘었습니다. 동시에 새벽 3시 이후에 진행하는 수술 건수도 이전보다 45% 줄었죠. 이후 2년간 전체 수술 건수도 해마다 7~11%씩 늘었다고 해요.
“수술실의 부족(결핍)은 수술 공간의 부족은 아니었다. 다만 긴급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 이 병원이 겪었던 수술실 부족은 사실 느슨함의 부족이었다. 많은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느슨함이 필요하다.”_319p, 322p
저자들은 우리도 의도적인 느슨함을 우리 일상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효율만 생각하며 모든 일정을 틈 없이 채운다면, 작은 충격에도 결핍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죠.
“시간의 짐을 빡빡하게 싸면, (…) 이 사람의 전체 일정은 꽉 막힌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처럼 완전히 망가지고 만다.
한마디로 빡빡한 삶은 결핍의 덫과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럼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요? 저자들은 “힘들어도 여유를 만들어 놓으라”고 조언해요.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가령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1시간은 무조건 비워두어야 할까? 사실 그렇게 하는 게 옳다. (…)
저자들은 결핍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으로 ‘의도적인 느슨함’을 제안했다. 이들은 꽉 찬 수술실 하나를 비운 응급 병원의 사례를 소개하며, 여유가 위기와 관리력을 높인다는 점을 보여줬다. ⓒMercy Hospital Joplin(구 세인트존스병원)
Chapter 5.내 의지로 어렵다면, 환경을 구축하라
결핍의 덫에서 나오기 위해 여유를 갖는 것. 마음처럼 쉽게 되는 건 아닐 겁니다. 이미 늪에 빠졌는데 아무리 의지를 세워도 나오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죠.
저자들도 이 점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게 ‘외부인의 개입’이에요. 결핍의 덫에서 나오게 하는 제3의 의견을 받으라는 뜻이었죠. 만약 조직에서 이 노력을 한다면? 내부에서 느슨함을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어요.
“조직에서 (…) 느슨함도 확보해야 할 때, 이 조직은 현재의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문제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 내부자를 필요로 한다.
앞서 소개된 이야기는 조직의 이야기지만,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
예를 들어, 우리는 일기 또는 일지를 쓰면서 터널링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차분히 글을 쓰다 보면 의도적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잠시 떨어질 수 있거든요. 물론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주변인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나의 느슨함을 찾는 방법이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놓인 환경을 ‘결핍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다. (…) (우리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제어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_354p
우리는 평생 결핍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우리에게 주는 효능도 분명히 있어요. 많은 위인들이 ‘죽음을 기억하라’는 한계의 문장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품고 매일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다만, 그동안 우리가 결핍에 지나치게 기대어 벼락치기를 최고로 여겼던 건 아닌지 생각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게만 산다면 우리는 삶의 방향을 숙고할 시간을 가지지 못할 거예요.
결국 제가 책을 읽으며 배운 건 이겁니다. “결핍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되, 삶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방향을 조정하는 여유를 갖자.” 이 깨달음이 여러분에게도 닿길 바라며 본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저자들은 고속도로의 요철처럼 작지만 반복적인 외부 자극이 결핍의 덫에서 우리를 꺼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철이 졸음을 깨우듯, 환경을 ‘결핍으로부터 안전한’ 구조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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