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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려면 우선 나를 버려라

한이룸
이커머스
2024. 3. 31.
젊은 시절, 아직 아마추어 시절일 때의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나 다른 누구에게나, 별로 쓸모없는 존재다. 적어도 우리의 사명 을 완수하는 영역, 뭔가를 이루는 영역에서는 그렇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우리가 보유한 유일한 기술이라고 해 봤자 실수하기, 지쳐 나가떨어지기, 기회 앞에서 허둥대기, 자신의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하기 등 보통 자기 앞길을 막는 행위들이다. 프로가 되고 나서야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나 프로가 되 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전문성에 이르는 길에는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 나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단계들에 대한 개념 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창업을 하고 싶어" 영화를 찍고 싶 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문성에 이르는 3단계
내 인생에서 이 단계들이 어떻게 펼쳐졌는지에 기반해 나만의 로드 맵을 소개하겠다.
1단계는 단 1시간이라도 자리에 앉아 일할 수 있는 단계다. 비웃지 마라. 100명 중 99명은 해내지 못 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입문 수준, 유치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나는 7년의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겨우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오래전 맨해튼의 셋방에서 깨달 았다. 이 1시간을 반복할 수 있는 상태가 바로 2단계다. 다음 날 에도 할 수 있을까? 하루 종일은 가능할까? 일주일 동안 계속 할 수 있을까? 이 단계에서의 우리는 만화 속 물고기와 간다.
그 물고기는 원시 바다에서 튀어나와 숨죽인 채 마른땅에 처음지느러미를 내딛었다. 이는 거대하고 획기적인 순간이다. 하지 만 우리는 여전히 아가미를 지닌 채 시속 0.0001 킬로미터로 기 어가며 산소를 갈망하는 캄브리아기의 원시 물고기, 실러캔스 에 불과하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아직 '질적인 면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당신과 내가 결국에 책, 영화, 회사 등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뭔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너 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가 하게 되는 일은 자기감정을 관리하고, 자 기 파괴적 충동을 조절하고, 역경에 처해서도 굴하지 않는 법 을 배우는 것이다(와튼스쿨이나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는 이런 문 제의 해결법을 가르치는 수업 과정이 개설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독학하 는 수밖에 없다).
3단계는 결승선을 넘는 것이다. A에서의 시작은 쉽다. 그러 나 과연 Z에 이를 수 있을까? 마침내 '끝'이라는 글자를 새기기 까지의 과정에서 실제로 뭔가를 얻어 낼 수 있을까(처음 프로가 된 이후의 내 경험을 돌이켜 보건대, 이 과정에 또 4년이 더 걸렸다)? 우리가 장, 하나를 쓸 수 있다면, 단편 소설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을까? 단편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이제 장편 영화도 만들 수 있을까?
이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아가미로는 호흡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폐를 가졌고, 두 다리로 서 있으며, 완성된 문장으로 말 한다. 그리고 드디어 '품질'을 논하기 시작한다. 기교, 경험,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시장에서 통하는,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전하는, 그리고 독립적인 판매가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이르렀다. 그럼 이제 프로가 된 것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첫 번째는 어찌어찌 해냈지만, 두 번째도 가능할까?
첫 번째 성공 이후가 더 중요하다
나는 '저항'을 스스로 창조되고 영속화된, 눈에 보이지 않고 몰 개성적이며 지칠 줄 모르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저항의 목적은 오로지 우리가 일을 해내지 못하게, 최고가 되지 못하게, 능숙, 완벽, 관용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이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저항의 힘은 전문성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욱 변화무쌍해지고 교활해진다. 저항은 첫 번째 작업에서 두 번째 작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우리를 죽 이려 든다. 이 힘은 우리를 오만하게 만듦으로써 우리를 공격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자만하고 안주한다. 동시에 저항은 두려 움을 통해 우리를 약화시킨다. 우리에게 '달랑 히트곡 하나로 반짝 성공했을 뿐'이라고 속삭인다.
첫 번째 성공에서 두 번째 성공으로 이어지는 길은 별개의 신기원으로 향하는 긴 여정이나 마찬가지다. 이른바 '영웅의 길이다. 그 역경 안에서 우리는 스스로 일어서기도, 스스로 포기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커리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당신이 작가라면, 책등에 당신 이름이 새겨진 책들로 가득한 책장을 떠올려 볼 수 있는가? 영화 제작자라면, 당신의 필모그래피가 인터넷 영 화 데이터베이스 IMIDb에 실린 모습이 그려지는가? 사업가라 면, 첫 번째 창업과 여섯 번째 실패와 아홉 번째 파산과 열두 번째 대성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새로 태어날 수 있겠는가?
과연 당신은 성공을 감당할 수 있는가? 실패 후 스스로 일 어날 수 있는가? 업무를 타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가? 외부에 위탁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가? 뒤를 돌 아보고 다음 세대가 뒤이어 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 압 박을 받으면 윤리를 저버릴 것인가? 시류에 영합하고 원칙을 포기할 것인가? 세상이 변해서 책, 영화, 자선 사업이 모두 로 봇의 일이 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화성으로 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는가? 인생의 여정을 거치는 동안 '도넛 구멍이 아니라 도넛을 주시하기를 당신의 목표로 삼아라. 하지만 도넛이 뭘까? 돈인 가? 권력, 섹스, 영광, 악명인가? 봉사인가? 이타주의인가? 당 신에게는 진정으로 알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정말 프로가 되고 싶은가?
그럼 프로란 뭘까? 프로란, 자신의 주변 또는 자기 내면에서 좋든 나쁘든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고차원적 노력과 윤리로 무장한 채 계속해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프로는 매일 일터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프로는 아픈 채로도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다.
프로는 성공도 실패도 절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내 경우에도, 결국에는 모든 것이 다 일에 관한 문제였다. 역설적이게도 프로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젊어지고 순수해 진다. 물론 신경도 과민해지고 냉소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 만큼 탁월함에 더 다가서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나아갈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일에 소진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시 간이 지나고 당신이 거듭해서 실행할수록 그 실천은 점점 더 단순해지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은 덜해진다. 우리는 무언가를 내놓음으로써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전문가가 된다. 그래서우리는 재능을 위해 무엇이든 내어 준다. 전문성이라는 여신에 게, 그에 이르는 과정에 스스로를 바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나 사포Sappho 또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작품 을 내놓을 때마다 진화하면서도 셰익스피어다움과 사포다움, 스프링스틴다움을 항상 간직하고 있었던 것처럼, 당신과 나 또 한 우리만이 들을 수 있는 멜로디에 맞춰 계속 변신해 가야 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문턱을 넘을 때마다 더 많은 것을 내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정말로 이런 길을 걷고 싶은가? 혹시 누군가 당신에게 수월한 길이라고 말했던 가, 아니면 당신이 선택한 길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