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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드리고 : 36만 가구의 빨래통이 된 서비스, 세탁 시장의 확장을 말하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4. 11. 6.
다들 빨래 자주 하세요? 저는 빨래 개는 게 너무 귀찮아요…. 그래서 모바일 세탁 서비스를 쓰기 시작했어요. 빨래를 모아 집 앞에 놓고 앱으로 신청하면, 하룻밤 뒤에 다시 집으로 갖다주는 식이죠. 돌려줄 때는 양말의 짝도 맞춰서 보내줘요!
요새 저 같은 사람이 늘고 있나 봐요. 이 분야 서비스가 꽤 성장하고 있거든요. 그중에서 1등은 런드리고LaundryGo. 2019년에 시작해 매출이 5년 사이 30배 늘었어요. 첫 해 16억원이던 매출액은 2023년 492억원까지 늘었죠. 유료 정기 고객은 36만 가구, 누적 세탁량은 2400만 장*이 넘어요.
2024년 10월 기준
런드리고 서비스의 핵심은 ‘비대면’과 ‘직접 세탁’이에요. 코인빨래방과 동네세탁소의 기능을 품어 빨래를 알아서 해주겠다는 거죠. 흥미로운 건, 이 아이디어가 2017년에 나왔다는 거예요. 약 7년간 세탁 시장을 어떻게 뚫었는지 궁금해졌어요.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를 찾아갔죠!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조성우 대표는 런드리고 창업 전에도 회사를 세운 적이 있어요. 2011년, 덤앤더머스라는 회사를 만들어, 4년 뒤 우아한형제들에 매각했죠. 당시 주력 아이템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커머스 분야의 새벽배송 모델은 국내에서 처음이었죠. 심지어 쿠팡의 로켓배송보다 한발 빨랐다고 해요!
그다음 조 대표가 잡은 아이템은 ‘빨래’였어요. 2017년 미국 여행 중 얻은 깨달음이 런드리고로 이어졌죠. 이 사업이 매출액 500억원 규모로 커졌고요. 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은 물론, 무인 세탁과 호텔 세탁까지 카테고리도 넓혔어요.
조 대표를 경기 군포시 당정동의 세탁 공장에서 만났어요. 2024년 10월에 문을 연, 3600평 규모의 ‘런드리고 글로벌캠퍼스’였죠. 그는 “서울 용산에 있던 본사 사무실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했어요. “현장에 붙어 있으니, 일에 속도가 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죠.
Chapter 1.PD 꿈꿨던 창업가가 발견한 ‘정기 배송’ 아이템
조성우 대표는 원래 방송 PD를 꿈꿨어요. 어렸을 땐 개그콘서트를 보며 PD가 되고 싶었어요. 가고 싶은 전공도 신문방송학과로 콕 찍어놓을 정도였죠!
“드라마와 예능을 수없이 보면서 이 재밌는 화면을 만드는 사람이 PD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장래 희망은 PD로 썼죠. 새로운 걸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거든요.”_(이하)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조 대표는 원하는 대로 신방과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어요. 하지만 진로가 마음대로 풀리진 않았습니다. PD 취업 문턱이 꽤 높았거든요. 오히려 혹시 몰라 넣은 대기업(현대중공업)엔 덜컥 붙었고요. 그렇게 2006년부터 홍보실·비서실을 오가며 직장인으로 산 조 대표, 2011년 돌연 창업에 뛰어들어요.
“당시 ‘벤처’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였어요. 저는 회사 창업가(정주영 명예회장)의 ‘해봤어?’ 정신을 회사 안팎에 알리는 직원이었고요. 남들의 도전 정신을 키우다가 생각했어요. ‘나도 해보면 안 될까?’ 라고요. 그렇게 사직서를 품고 고민하다가 생일날 사표를 내고 창업에 도전했죠.”
그렇게 조 대표의 창업이 시작됐어요. “뭐라도 해보자”는 네 명의 친구가 함께했죠. 물론 처음부터 ‘신선식품 배송’을 떠올린 건 아니에요. 2년간 네 번의 피벗pivot을 거쳤어요. 소셜 커머스부터 회식 장소 추천 서비스 등 실패도 많았어요. 그러다 찾은 키워드가 ‘정기 배송’이었죠.
“처음에는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대신 마케팅·홍보에만 주력했어요. 1년도 안 돼 이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죠. 우리 생활에 가까운 아이템부터 다시 찾았습니다. 그러다 면도기 구독을 내놓고, 신선식품 배송도 했어요. 저희가 샐러드 반찬을 픽업해 각자 차에 싣고 새벽에 전달하는 식이었죠.”
‘정기성’에 주목한 사업 아이템은 1년 만에 눈길을 끌었어요. 당시 IT 회사들도 식품 배송에 눈독을 들였거든요. 인수를 제안하는 회사들이 하나둘 나타났어요. 고민 끝에 조 대표는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회사를 매각해요. 신선식품 배송 론칭 2년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죠.

롱블랙과 인터뷰하고 있는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대학 졸업 후 현대중공업을 다니던 그는, 2011년 창업에 뛰어들어 배민프레시의 전신인 덤앤더머스를 만들었다. ⓒ롱블랙
Chapter 2.도둑이 남긴 빨래, 또 한 번의 도전을 만들다
런드리고는 조성우 대표의 우아한형제들 퇴사 여행에서 나왔어요. 2017년, 그가 미국을 다니다 겪은 도난 사건이 계기였죠. 도둑이 렌터카 속 모든 짐을 훔쳤는데, 빨래 더미만 유일하게 남겼거든요.
“이상했어요. 좋은 옷이 섞여 있었는데도 ‘빨래’여서 두고 간 느낌이었죠. ‘도둑이 왜 이건 안 훔쳤지?’라고 생각하다가, 이것도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 대표는 ‘집 밖에 빨래를 내놓아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어요. 이어 ‘빨래를 대신하는 서비스’가 떠올랐죠.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시장의 틈이 보였대요.
“직장인 시절에도 빨래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종종 느꼈어요. 회식한 다음 날 입을 셔츠가 없어 아침에 겨우 다리거나, 빨래 개는 걸 미뤘다가 건조기에 있는 양말을 신고 나갔던 적이 많았거든요. 저 같은 사람이 분명 많을 거라고 봤어요.”
조 대표는 또 다른 문제점도 찾았어요. 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을 전부 맡아주는 곳이 없다는 것. 세탁소는 양말 같은 생활 빨래를 받아주지 않았고, 코인빨래방에선 드라이클리닝을 할 수 없었죠.
“사람들은 왜 ‘세탁’이라는 단어를 드라이클리닝과 같은 의미로 쓸까, 고민했어요. 사실 우리 생활에는 수건과 양말처럼 일반 빨래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말이죠.”
조 대표는 결심해요. 세탁소와 코인빨래방을 합친 서비스를 만들어 보기로 하죠. 2018년 1월, 의식주컴퍼니라는 법인을 먼저 세웁니다. 사람들 생활에 밀접한 문제를 풀겠다는 포부를 담았죠.

조 대표는 세탁 시장의 ‘틈’을 파고들어 물빨래와 드라이클리닝을 한번에 해결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사진은 런드리고 스마트팩토리의 모습. ⓒ롱블랙
Chapter 3.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골라, ‘비대면 직접 세탁’을 뚫다
조성우 대표는 창업 후 14개월간 런드리고를 설계했어요. 2019년 3월이 돼서야 ‘비대면 직접 세탁’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죠.
사실 스타트업이 1년 넘게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보통 1년 안에 뭔가를 내놓는 편이죠. 이유는 간단해요. 창업 자금을 다 쓰기 전에 매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남들이 안 가는 길로 가야 승산이 있다고 봤어요. 특히 시장에서 너무 오래돼 바꿀 엄두가 나지 않는 부분을 바꿔야 했죠. 제가 본 문제는 불투명한 세탁 정보와 가격, 가게마다 다른 세탁 품질이었어요.”
조 대표는 먼저 세탁 공장을 짓기 시작했어요. 빨래를 세탁소로 갖다주는 게 아니라 공장을 세워 직접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는 길을 택했죠.
당시 이런 방식으로 세탁하는 곳은 없었어요. 국내는 물론, 해외 스타트업까지 통틀어서요. 다들 세탁물을 대신 픽업해 세탁소에 맡겼다가 다시 갖다주는 방식을 택했어요. 미국의 워시오Washio*와 국내의 세탁특공대**가 이 모델을 따르는 곳이었죠.
‘세탁의 우버’라고 불렸던 미국의 스타트업으로, 2013년 시작해 2016년 8월 폐업했다.*세탁특공대는 서비스 초기 출범 당시(2015년) 워시오의 모델을 택하고 있었다.
“사실 워시오는 반짝했다가 3년 만에 실패했어요. 이유를 분석해 봤습니다. 원인으로 ‘품질 관리’가 보이더군요. 제휴 업체의 세탁 품질을 관리하기 어려웠던 거죠. 저희도 같은 모델을 택한다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봤어요. 힘들어도 직접 빨래를 빨아야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봤죠.”
조 대표는 초기 투자금 22억원을 들여 2018년 11월, 1000평 규모의 세탁 공장을 완성했어요. 서울 강서구의 한 골목에 있는 공장이었죠.
다음으로 모바일 앱을 만들었어요. 앱에서 세탁물 수거 신청과 계산을 할 수 있게 했죠. 품목별 가격도 앱에 밝히는 식이었어요. 크게는 일반 물빨래, 와이셔츠, 드라이클리닝, 이불로 구분했어요. 그 안에서 세부 품목을 나눠 각각의 가격을 책정했죠. 적게는 10원 단위로 금액을 나누기도 했죠.
앱에선 옷이 어떤 여정을 거치고 있는지도 알렸어요. ‘수거 완료’, ‘세탁 시작’ 등 마치 택배가 출고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알림톡에선 도착한 세탁물을 사진으로 볼 수 있게 했죠.
“고객들은 바쁘고 귀찮아서 빨래를 우리에게 맡기는 거잖아요? 시간 약속을 정하게 하거나, 계산을 번거롭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든 경험을 ‘모바일 비대면’으로 기획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배송을 도울 ‘빨래통’도 따로 개발했어요. 런드렛Laundrette이라는 세탁물 수거 가방을 만든 거예요. 고객들이 집에서 빨래통처럼 쓰다가, 세탁을 요청할 때 문밖에 내놓으면 되는 식이었죠.
조 대표의 아이디어, 통했을까요? 공교롭게 서비스 론칭 1년도 안 돼 팬데믹이 터졌어요. 의도치 않게 비대면 세상을 준비한 거예요! 2021년엔 물량이 쏟아져, 전사 직원이 입고·출고에 뛰어들고 자동화 시스템을 새로 개발할 정도였어요.
덕분에 런드리고의 매출액은 2020년 70억원, 2021년에는 153억원으로 뛰어올랐어요. 회원 수도 7만7000명(2020년)에서 21만 명(2021년)으로 늘었죠.

2019년 3월, 조 대표는 ‘비대면 직접 세탁’ 서비스인 런드리고를 런칭했다. ‘비대면’이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개발한 전용 세탁물 수거 가방, 런드렛의 모습. ⓒ런드리고
Chapter 4.당연한 일을 잘해내려면, ‘고객’의 말을 들어야만 한다
숫자만 보면, 런드리고가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조성우 대표는 고개를 저었어요. 고객의 요청이 담긴 훈련을 매일 소화하고 있다고 했죠. “당연한 일을 잘하려 노력하는 게 우리 일”이라면서요.
“매일 높은 기준의 고객으로부터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도요. 덕분에 엄청나게 배웁니다. 고객의 지적에 대응하며 남긴 결과물이 전부 서비스 개선 데이터가 되고 있거든요.”
조 대표는 ‘얼룩 제거’ 개선 과정을 예로 들었죠. 고객들이 가장 많이 지적했던 케이스래요.
처음엔 런드리고도 현장 직원의 노하우에 기대서 얼룩을 지우려 했어요. 세탁소에서 일한 적 있는 직원이 눈으로 보고 그에 맞춰 얼룩을 지우곤 했죠. 사실상 세탁소의 일하는 방식이 넘어온 거였어요. 자연스레 사람마다 일하는 법도 달랐대요. 직원들이 아는 얼룩 제거법만 150가지가 나왔죠.
그래서 조 대표는 2023년, 사내에 실험실을 마련했어요. 화학 전공자를 영입해 150가지의 얼룩 제거법을 유형별로 연구하게 했죠. 150가지를 10가지 유형으로 추렸어요. 그다음 각 유형에 맞는 전처리제*를 개발했죠. 예를 들면 ‘이 전처리제는 김치, 짜장, 마라탕, 립스틱 등의 얼룩 제거에 쓰입니다.’ 이렇게요.
본격적인 세탁 전, 특정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
이 정도 노력했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잖아요? 그렇지 않았대요. 전처리제를 개발했어도 얼룩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왔거든요. 정작 고객 옷에 묻은 검은 얼룩이 초콜릿 우유인지, 커피인지 알기 어려웠거든요. AI까지 동원해 얼룩 패턴을 파악해 보려 했지만, 기술 도입에 한계가 있었어요.
“며칠을 고민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얼룩이 어디서 왔는지 고객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요. 사실 얼룩을 묻힌 사람이 ‘실은 기름이 묻었어’라고 말해주는 건 어려운 게 아니잖아요? 어쩌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확하고 빠른 방법이었죠.”
런드리고는 고객이 얼룩 제거를 요청할 때, 앱에서 직접 어떤 얼룩인지 체크하게 했어요. 음식물, 화장품, 필기구 등 7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르도록 했죠. 얼룩이 묻은 뒤 얼마나 지났는지도 물었죠. 4일인지 7일 이내인지, 혹은 한 달 이상 됐는지 선택하게 했어요.
어떤 얼룩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알게 되니, 지우는 일은 쉬웠어요. 얼룩 제거 성공률은 90%까지 올라갔죠. 나머지 10%는 얼룩이 너무 오래됐거나, 지우다 옷감이 상할 수 있는 경우였어요.
사실 얼룩 지우기는 사례 하나에 불과하다는 게 런드리고의 말이에요.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산더미고, 고객의 비판도 달게 받아야만 한다고 하죠. 김천석 의식주컴퍼니 센터장은 런드리고의 일을 이렇게 정리했어요.
“세탁은 필연적으로 옷감에 스트레스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세탁을 한다고 헌 옷을 새 옷으로 만들 순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고객의 눈높이는 그렇지 않아요.

Chapter 5.세탁만 파고든 서비스가 비즈니스를 키우는 법
궁금해졌어요. 아무리 다짐해도 고객의 쓴소리는 사실 받아들이기 어렵잖아요? 매출액은 늘었다지만, 아직 흑자전환을 해내지 못한 상태기도 하고요. 이렇게까지 일을 이어가는 이유를 물었어요.
“고객이 5년 넘게 남겨준 가르침이 이제 비즈니스 기회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조성우 대표의 말이었어요. 마치 우리가 쿠팡에서 물건을 산 기록처럼, 세탁을 맡긴 기록과 고객의 지적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거예요.
대표적으로 런드리고는 옷과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고 있어요. 2021년 12월 론칭한 ‘라이프고즈온Life goes on’ 이야기죠. 수건과 양말은 물론, 티셔츠부터 와이셔츠까지 만들었죠. 근데 굳이 왜 새 옷을 만드는 걸까요?
“2000만 장을 빨면서 축적해 온 우리만의 정보와 인사이트들이 있어요. 빨면 쉽게 해지는 브랜드는 무엇인지, 좋은 수건의 조건은 무엇인지 같은 거죠. 그렇게 데이터를 쌓고 나니, 우리가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수건을 예로 들어볼까요? 런드리고는 수건을 빨 때 가장자리가 해지기 쉽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가장자리에 박음질을 한 줄이 아닌 두 줄로 했죠. 양면의 재질도 달라요. 한쪽은 얼굴 피부에 자극을 덜 주는 천연 항균 재질로, 다른 한쪽은 물기를 잘 흡수하는 코튼 재질로 만들었죠. 머리카락이나 몸을 닦을 때 편하도록 말이에요.
런드리고는 물건 만드는 걸 넘어 ‘돈을 버는’ 비즈니스도 노리고 있어요. 2022년 2월부터 시작한 호텔 세탁 서비스죠. 한마디로 호텔의 침구류와 수건을 정기적으로 세탁하는 거죠. 워커힐, 콘래드 서울 등 20곳 넘는 호텔이 주요 고객이에요.
호텔 세탁 서비스는 일반 고객의 침구 세탁 경험을 토대로 뛰어든 전략적 결정이었어요. 2022년 한창 관광객이 줄어 호텔 매출이 줄어들 때, 시장에 들어간 거였죠. 사정이 어려워진 아워홈의 호텔 세탁 공장과 세탁 사업부를 인수한 거예요. 이게 지금은 매출의 1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내년인 2025년에는 30~40%를 예상하죠. 이런 모멘텀을 토대로 런드리고는 2024년 4분기,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어요.
“모바일 세탁을 준비하다 팬데믹을 예고 없이 맞았죠. 엔데믹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팬데믹 동안 쌓은 세탁 노하우와 시스템으로, 호텔 세탁이라는 B2B 시장에도 빠르게 진출할 수 있었죠. 앞으로는 레스토랑이나 헤어샵 등, 더 다양한 사업장에도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요. ‘위생=세스코’처럼, ‘세탁=런드리고’처럼 인식되도록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런드리고는 세탁 데이터를 쌓은 걸 토대로, 커머스 및 호텔 세탁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 사진은 런드리고에서 직접 만든 수건. ⓒ런드리고
Chapter 6.‘세탁기·건조기 필수’라는 믿음도 바뀔 수 있다
세탁하면 런드리고가 떠오르게 만들고 싶다는 말, 꽤 거창하죠? 근데 조성우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제안을 했어요. 세탁기와 건조기가 필수템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까지 상상한다는 거예요!
“저는 세탁의 혁신이 공간의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믿어요. 꼭 런드리고가 아니더라도 모바일 세탁 앱을 쓰면 세탁·건조기를 쓸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이게 집의 구조를 바꿀 수 있고요.
실제로 런드리고의 구상은 공격적이에요. 2023년 말, ‘집꾸미기’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거든요. 120만 구독자를 둔 유튜브 채널에서도 공간 변화를 제안하고 있죠. ‘세탁기 없애고 12평 1.5룸 인테리어 집꾸미기’와 같은 영상을 내놓는 식이에요.

런드리고는 세탁의 혁신이 공간의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김천석 센터장이 자신의 집의 다용도실을 세탁기 없이 꾸민 모습. ⓒ런드리고
마치며 : 당연한 일을 굳이 잘하고 싶은 이유
조 대표의 구상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걱정됐어요. 기존 전자제품과의 경쟁은 물론, 기존 세탁소의 자리까지 차지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물었어요. 업계와의 경쟁은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요.
“저희는 오히려 런드리고가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세탁소는 지금도 1년에 2000여 개씩 문을 닫고 있거든요. 사장님들이 ‘은퇴’하시기 때문입니다. 사장님의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겼거든요.
이어서 조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최종 목표가 뭐냐고요.
“사실 빨래는 만국 공통어예요. 어느 나라서든 통하는 ‘기술’이죠. 저희는 한국서 훈련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들고 해외에도 나가려 해요. 도쿄 같은 메트로폴리탄은 물론, 인구는 많지만, 기술은 낙후한 동남아도 보고 있죠. 그래서 저희가 근무하는 공간의 이름도 ‘런드리고 글로벌 캠퍼스’라고 지었어요.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조성우 대표. 그는 “만국공통어인 빨래 기술을 들고 글로벌 세탁 시장을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롱블랙
롱블랙 프렌즈 C
인터뷰를 마치고 조 대표와 세탁 공장을 좀 더 둘러봤어요. 세탁을 끝낸 셔츠가 천장에 달린 레일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어요.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RFID* 태그로 고객의 물건을 인식해 분류되는 모습이었죠. 빨래의 여정이 이렇게 바뀌어 가는구나 싶었어요.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도 사물의 고유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
오늘 노트에서 인상 깊었던 점을 정리해 봤어요.
1. 소위 ‘망한 것’ 같은 때에도 기회를 볼 수 있다. 도둑이 남긴 빨래를 보고 서비스를 떠올린 것처럼.
2. 이왕 도전한다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뚫어야 한다. 그때 만들어 놓은 길이 성장 모멘텀으로 돌아올 수 있다.
3. 빨래와 같은 반복적인 일상 행동도, 쌓이면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수건을 많이 빨다가 ‘좋은 수건’의 조건을 찾는 것처럼 비즈니스를 넓힐 기회가 된다.
4. 당연한 일을 잘하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렵다. 그럼에도 잘해야 한다면, 고객이 남긴 흔적, 피드백을 파고들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롱블랙 피플, 다들 각자의 ‘당연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나요? 그 최선이, 보람으로 다가오는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