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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2025 : 한 사람의 경험이 여럿의 공감 되기까지, 8인에게 묻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4. 11. 27.

11월 26일, 이따금 비바람이 부는 늦가을의 흐린 아침이었습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은 롱블랙 피플로 북적였어요. <롱블랙 컨퍼런스 2025 : 경험과 공감>이 열린 오디토리움의 1040석이 촘촘히 채워져 있었죠.

경험과 공감. 올해 롱블랙 컨퍼런스의 주제입니다.

이 두 단어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롱블랙은 지금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에게 남다른 경험을 설계하는 것, 그 경험을 통해 공감을 자아내는 것. 물질의 풍요 속에서 우리가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요.

26, 27일에 열린 롱블랙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이틀에 걸쳐 전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날의 무대를 장식한 여덟 연사*의 인사이트를 정리했습니다.

  • 조수용 매거진 발행인, 김봉진 그란데클립코리아 의장, 허재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시영 디자이너, 변사범 플러스엑스 고문, 송지은 JYP 재팬 대표,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송길영 작가.

2024년 11월 26일, <롱블랙 컨퍼런스 2025 : 경험과 공감> 첫 날 행사 현장.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의 1040석이 롱블랙 피플로 꽉 찬 모습이다. 조수용 매거진 발행인이 행사의 첫 강연을 전했다. ⓒ롱블랙

Chapter 1.출발은 나 자신으로부터

누군가의 공감을 자아내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출발은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고, 연사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첫 세션 「자기다움」의 두 연사, 조수용 매거진 발행인과 김봉진 그란데클립코리아 의장의 핵심 주장이었습니다.

「마케팅 브랜딩 30분 족집게 특강!」이라는 도발적 제목을 내건 김봉진 의장. 그는 먼저 질문부터 던졌습니다. “왜 마케팅은 전략이고 브랜딩은 철학이라고 할까요?”

“전략은 전쟁에서 나와요. 전쟁은 혼자 하나요? 상대방이 있어야죠. 그래서 마케팅 전략은 상대방을 바라봐야 해요. 상대에 따라 내 브랜드는 강자가 될 수도, 약자가 될 수도 있어요.”_김봉진 그란데클립코리아 의장

마케팅은 상대가 있는 일이지만, 브랜딩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랜딩은 경쟁하지 않아요. 흔히 ‘브랜드 철학’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철학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를 질문하며 알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 이름을 짓는 것처럼 브랜드의 이름을 짓고, ‘나는 소비자에게 어떤 걸 제공할 수 있나’ 존재 이유를 찾아요. 이런 자기다움이 분명 향후 매출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_김봉진 그란데클립코리아 의장

나를 알고 자기다움을 찾는 것, 브랜드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의 감각」이란 제목으로 강연한 조수용 대표는 당부했죠. “나에 대한 애정이 먼저”라고요.

“나 스스로를 대단하게 생각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거기서 본질을 발견하고 필요 없는 걸 ‘빼는 감각’을 가질 수 없어요. 자기에 대한 애정이 중요한 거죠. 부디 세상 밖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다졌으면 좋겠습니다.”_조수용 매거진 발행인

나를 향한 애정이 생기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 수 있죠. 다만 조수용 대표가 말하는 ‘좋아한다’의 기준은 제법 높습니다.

“제가 말하는 ‘좋아한다’의 기준은, 보자마자 그냥 외워지는 걸 의미해요. 혹시 인테리어 좋아하는 분 계세요? 여기까지 오면서 코엑스의 조명이 어땠고 바닥재는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기억이 나실 거예요.

강연 중인 그란데클립 김봉진 의장. 그는 마케팅은 상대를 보고 하는 활동, 브랜딩은 나를 보고 하는 활동으로 구별했다. ⓒ롱블랙

Chapter 2.나를 정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집중해야 할까요. 책 『시대예보』 시리즈로 화제를 일으킨 송길영 작가는 그 이유를 “지금이 ‘호명사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호명사회. 말 그대로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입니다. 각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고, 그에 따라 책임을 지며, 공정한 보상을 받는 새로운 사회를 의미하죠.

송 작가는 “개인에게 키워드가 필요한 세상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강연 도중 화면에 두 책의 사진을 띄웠어요. ‘저속노화쌤’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희원 의사와 ‘백년허리’로 유명한 정선근 의사의 책이었죠. “이분들이 누구인지 아시냐”고 묻자, 대부분의 롱블랙 피플이 손을 들었죠.

송 작가는 두 사람의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의했어요. 각각 ‘저속노화’와 ‘백년허리’라는 자신을 상징하는 키워드를 가졌다는 뜻이었죠.

“키워드를 갖고 있으면, 사회에서 그 가치를 내가 환급받거나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김 부장?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직에선 의미가 있겠죠. 그런데 밖에 나오면 환전이 안 돼요. 지금부터 할 일은, 세상에서 내가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선명하게 각인할 키워드를 만드는 겁니다.”_송길영 작가

그는 한 가지를 더 짚었어요. 정희원·정선근 의사의 책 표지에 이들의 직함이 적혀있지 않다는 겁니다.

“내 이름 앞에 조직과 직함이 있으면, 조직이 나의 아우라가 돼요. 나중에 조직에서 나가면 그만큼의 가치가 빠져나간다는 거죠. 그런데 조직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 그 아우라가 전부 나에게 쌓입니다. 나에게 자산이 쌓인 사람은 언제든지 조직을 나갈 수 있어요.그렇기에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꿈을 꾸는 것입니다. 꿈을 꾸면 내 안에서 뭔가가 자라고, 매일의 일상을 선택할 때마다 그 꿈을 기반으로 고르죠.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방황하는 거예요.”_송길영 작가

나만의 키워드를 갖는 것. 누구나 원하는 일이지만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미친 듯이 몰두할 한 가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죠. 때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고요.

그런 분들께 조수용 대표의 조언을 들려드립니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하니 행복하다’는 이야기들을 하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나는 그렇게 좋아하는 게 없는데’ 라면서요.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한 일을 돌아보면, 3분의 2는 좋아하지 않는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면서 했어요. 3분의 1은 원래 좋아하는 일이었고요.실제로 주변에서 뭔가에 집착하는 분들을 보면,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지만 노력해서 좋아하게 된 분도 많아요. 처음부터 좋아하는 걸 발견하려 하기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_조수용 매거진 발행인

송길영 작가는 그의 새 시대예보인 ‘호명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정희원과 정선근 의사를 예시로 들며, 개인에게 키워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롱블랙

Chapter 3.내 안에 세운 ‘주관’을 설득하려면

내가 집중할 대상을 찾았다면, 그 일을 어떻게 해나갈지도 중요하겠죠. 20년간 500여 개의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한 박시영 디자이너는 ‘주관’을 강조했습니다.

영화「하녀」와 「곡성」, 「마더」… 박 디자이너는 포스터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그 노하우를 그는 강연 제목에 압축했어요.

「주관적으로 일하기, 객관이라는 편견에 맞서기」.

그는 영화 「관상」의 사례를 들려줬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관상」의 포스터는 배우 송강호와 김혜수, 이정재의 얼굴이 가득 채우고 있죠.

하지만 처음 마케터와 논의하던 시안은 달랐다고 합니다. 궁궐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주연 배우가 나란히 서 있고, 배우와 영화에 대한 각종 카피가 적힌 버전이었죠.

“정말 전형적으로 마케터와 배급사와 투자사가 요구하는 시안이었어요. 모두를 적당히 만족시키는, ‘객관’이라는 사실로만 구성된 기획이었어요. 하지만 사실만 나열한다고 해서 매력이 생기나요? 없잖아요. 매력적인 무언가는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객관, 현실과 싸워야 탄생합니다.”_박시영 디자이너

고민 끝에 그가 낸 시안이 현재의 포스터였습니다.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했죠. 처음엔 ‘1차원적’이라고 거절당했대요. 결국 마지막 순간, 박 디자이너는 다른 여러 후보군 사이에 자신의 시안을 끼워 넣었다고 합니다. 그 작전이 먹혀들었죠.

“포스터 비주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비주얼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더 중요해요. 사람들은 포스터에 큰 얼굴을 보며 내가 배우의 관상을 봐주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죠. 혹은 포스터 속 관상가가 내 관상을 봐주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요.”_박시영 디자이너

영화 「관상」의 초기 시안(왼쪽)과 최종본. 객관적인 사실보다,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관을 고집해 만들어졌다. ⓒ박시영, 쇼박스

그럼 사람들의 행동을 내다볼 수 있는 주관은 어떻게 길러지는 걸까요. 한 롱블랙 피플의 질문에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놨습니다.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는 겁니다. SNS도 아니고 라디오라뇨.

“저도 옛날엔 SNS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과대 포장됐다고 느꼈죠. 소수의 취향이 전체의 것처럼 보였거든요. 저는 균형을 맞추고 싶어서 라디오를 들어요. 시간대별로, 각 계층의 사람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캐치할 수 있으니까요.아침의 라디오에는 주부들, 점심엔 택배 기사들, 저녁엔 퇴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 걸 들으며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가진 결핍을 어떻게 채울까’ 생각하죠. ‘요즘 시대가 너무 우울하니까, 컬러라도 화려하게 써야겠다’ 하는 식으로요.”_박시영 디자이너

그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한 롱블랙 피플이 정반대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관이 쌓여 편견이 될 수도 있지 않냐”고요. 박 디자이너는 “편견과 고집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꼭 나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봐요. 내 안에 편견이 쌓였으니 이걸 없애겠다고 노력해도, 절대 안 없어질걸요?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편견은 제가 서 있는 위치와 관점일 수 있어요. 그저 이걸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보다 편견을 고집하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가 조심할 건 고집 싸움, 자존심 싸움, 감정싸움 같은 것들이죠.”_박시영 디자이너

이야기하는 박시영 디자이너. 그는 대중의 니즈를 읽는 방식으로 라디오를 활용한다. 실제 사람들이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알 수 있다고. ⓒ롱블랙

Chapter 4.우리는 반드시 ‘어떤 동료’와 일하는 존재다

탁월한 경험 설계자들은 가장 큰 영감을 어디에서 받을까요. 타인과의 협업이 영감의 원천이라 말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허재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특히 그랬어요. 그는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전시를 비롯해, 브랜드 피치스peaches의 오프라인 공간 ‘도원’을 기획했죠.

허 디렉터는 ‘멋진 친구와 일하는 것Working with friends’에서 좋은 에너지가 나온다고 강조했어요. 대표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Jean Jullien과 한국에서 연 두 차례의 전시를 언급했죠.

“장 줄리앙은 항상 인생을 시즌제로 나눠서 생각하더라고요. 넷플릭스처럼요. ‘내가 지금 인생 몇 기에 와 있고, 이 시즌에는 뭘 하고 싶어’ 이렇게요. 그 말을 듣다 보니 ‘이 친구의 인생을 시즌처럼 구분해서 전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제 인생도 시즌제처럼 넘어간다고 생각하고요.”_허재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꼭 사람과의 협업에만 답이 있는 건 아니에요. 22년 차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인 변사범 플러스엑스 고문. 그는 챗GPT, 미드저니Midjourney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다양한 디자인을 하고 있죠.

저는 AI가 디자인을 해주면, 디자이너는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얻기 위해, AI와 18만 장의 사진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모든 작업은 호기심에서 출발해요. 그 안에서 여러 실험을 하는 거죠. 물론 과거에는 다른 디자이너와 협업하면서 그 호기심을 채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AI에게 집요하게 물어보면서, 제 호기심을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죠. 소통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_변사범 플러스엑스 고문

머지않은 미래, AI가 ‘워라밸 있는 삶’을 안겨주지는 않을까요?

“저는 워라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보다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를 생각해요. ‘지금이 내가 성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면, 몰입하게 됩니다. AI든 아니든, 디자인은 그때 쏟는 시간과 고통만큼 퀄리티가 올라간다고 믿거든요.”_변사범 플러스엑스 고문

송길영 작가는 AI를 ‘동료’라고 정의하더군요. 그러면 나 스스로가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유튜브는 나의 스승이 되고, AI는 나의 동료가 되고 있어요. 그렇기에 혼자서도 일을 다 할 수 있죠. 앞으로는 조직이 작아지고, 개인이 커질 겁니다. 내가 곧 조직이 될 수 있어요. 이걸 끝까지 밀어붙이면, 사람들은 내 이름을 소중히 여기고 그 이름을 불러줄 겁니다.”_송길영 작가

강연 중인 변사범 플러스엑스 고문. 22년간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는 AI를 활용한 디자인 작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롱블랙

Chapter 5.결국 남는 일은 ‘사람을 사로잡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공감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대중을 사로잡는 콘텐츠 창작자라면 그 답을 알고 있을까요.

송지은 JYP 재팬 대표는 “과정을 콘텐츠로 담으면 공감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를 키운 인물입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5연속 ‘빌보드 200’ 차트에 오른 그룹이죠.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가 탄생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줬을 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케이팝K-Pop의 핵심은 ‘팬덤’이예요. 계속해서 2차 콘텐츠를 생산하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브랜딩에 참여하는 게 팬입니다. 그래서 팬덤과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딩이 중요해요.‘스트레이 키즈’는 데뷔하기까지의 과정도 콘텐츠로 만들었어요. 7년 넘게 JYP에서 연습생으로 훈련된 리더가 팀 구성원을 모아 데뷔하는 모든 과정을요. 덕분에 팬들은 앨범이 나오기도 전에 이들이 어떻게 경쟁하고 그룹을 만들어가는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들과 가까워졌습니다.”_송지은 JYP 재팬 대표

숏폼 시장에서도 ‘팬덤’이 가장 중요합니다. 숏폼 드라마 제작사 와이낫미디어의 이민석 대표는 “팬덤을 얻는 콘텐츠는 법칙이 있다”고 말합니다. 일정 포맷에서 변주하며 사람들을 사로잡는다는 거예요.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예시로 들었어요.

“셰익스피어의 희극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막 난장판이 벌어졌다가, 마지막에 신이 내려와 다 해결해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고 하죠. 전개가 비슷하고 양도 많아서, 셰익스피어는 사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 만든 거라는 의견도 있어요.결국 셰익스피어와 같은 인물도 아주 창의적인 것보다 한 소재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설계하고 연출할지를 더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신만의 포맷을 가지고요.”*그리스 연극에서 쓰인 연출법. 상황이 복잡해질 때, 신과 같은 절대적인 힘이 등장해 해결하는 전개를 말한다._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흥미로운 건, 케이팝이든 숏폼이든 누군가를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결론엔 모두 ‘성실’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민석 대표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뭔가를 만들려면 많이 해보는 것밖에 없다”고. 반복된 오랜 루틴으로 기회를 만들어 자기의 관성을 만들라는 거죠.

JYP도 마찬가지예요. 스트레이 키즈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SNS에 하루 평균 2.57개의 콘텐츠가 업로드됐다고 합니다. 유튜브 영상은 이틀에 한 개꼴로 업로드했죠. 다양한 팬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촘촘한 그물망을 치는, 이른바 ‘네트net 전략’입니다.

송지은 대표는 Q&A 시간에 이렇게 말했어요.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있다면 손해 볼 게 없다”고. 단순하지만, 컨퍼런스의 배움을 메모하던 제게 남은 한 줄이기도 했습니다.

“아티스트와 항상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눕니다. 인생을 살면서 진실하게, 최선을 다해 또 성실하게, 겸손하게 하자고요. 그러면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이야기하죠.마찬가지로 직원들과도 이야기해요. ‘우리부터 아티스트에게 위선자가 되지 말자’고요. 하지 말라고 한 걸 우리가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죠.”_송지은 JYP 재팬 대표

세션 3 ‘콘텐츠 소비자는 어떤 경험을 원하는가?’의 연사들. 왼쪽부터 송길영 작가, 이민석 대표, 송지은 대표, 모더레이터인 노가영 작가. ⓒ롱블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