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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리듬: 뉴요커들이 클럽 대신 찾는 독서 파티, 세계를 달구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5. 10. 27.

보충 아티클

요즘 뉴요커들이 클럽 대신 찾는 '독서 모임'이 있어요. 바로 리딩 리듬(Reading Rhythms)입니다.

리딩 리듬은 2023년 6월에 시작한 독서 커뮤니티예요.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 320번이 넘는 모임을 열었고, 누적 독서 시간은 3만 시간에 달합니다. 뉴욕타임스와 타임지도 '미국의 텍스트힙(text-hip)* 열풍을 주도한다'며 주목했죠.

  • 독서 행위가 멋지고 세련된 활동으로 인식되는 현상.

이 모임을 기획한 사람은 벤 브래드버리(Ben Bradbury)입니다. 그는 브랜딩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창업가였어요. 퇴근 후 취미로 시작한 리딩 리듬이 인기를 얻자, 이를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독서 모임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이걸 세계적인 커뮤니티로 키웠을까요? 벤을 서면으로 인터뷰해 리딩 리듬의 흥행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벤은 이렇게 서문을 열었습니다.

"이건 책 모임이 아니라 독서 파티예요(Not a book club. A Reading Party)."

그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독서를 '함께 즐기는 파티'로 재해석했어요. 50여 명이 책을 들고 뉴욕 지하철 한 칸을 가득 메우기도 하고, 맨해튼의 초고층 건물 '더 엣지(The Edge)'의 100층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며 책을 읽기도 합니다.

독서는 혼자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벤은 왜 모임을 만든 걸까요? 그는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봤어요.

Chapter 1. 요즘 사교 모임엔 '진정한 연결'이 없다

벤이 독서 모임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외로워서요."

그는 "현대인들이 철저히 단절돼 있다"고 말해요. 집에서 핸드폰 화면을 끝없이 스크롤하지만, 속으론 진짜 연결을 갈망한다는 거죠. 자신은 그 갈증을 조금 채워줬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 모임은 시대의 부름에 응했을 뿐이에요. 사람들은 연결되고 싶어 하거든요. SNS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지만, 우리가 정말 '연결'되어 있나요?"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브래드버리 역시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여겼습니다. 영국에서 살다 일 때문에 뉴욕으로 건너왔지만, 금방 공허함을 느꼈죠. 낮엔 분주한 업무, 밤엔 사교 모임. 주머니엔 명함만 가득할 뿐 마음을 나눌 수는 없었어요.

"도시는 저에게 외로운 곳이었어요. 수백만 명 속에 있어도 투명 인간처럼 느껴졌죠. '낯선 사람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은 없는 걸까?' 고민했어요."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처음엔 단순히 책을 읽고 싶어 독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업무와 사교 모임으로 책 읽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브루클린의 한 건물 옥상에서 룸메이트와 첫 모임을 열었습니다. 열 명의 친구를 초대하고,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틀었어요. 책 몇 장을 읽은 뒤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갔죠.

그 평범한 시간이 벤에겐 '인생을 바꾸는 순간'처럼 느껴졌다고 해요.

"아무 목적 없는, 오직 '재미'만을 위한 시간이었으니까요. 시험도, 서로에 대한 평가도 없는 시간."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벤은 문득 깨달았어요. 자신이 느낀 이 편안함이 다른 뉴요커에게도 필요할 거라고. 그래서 만든 모임이 리딩 리듬입니다. 첫 모임 때 만든 음악 플레이리스트의 이름이에요. 벤은 곧장 리딩 리듬 SNS를 만든 뒤 각자의 친구들을 불러 모았죠. 다음 주엔 20명, 그다음 주엔 30명으로 늘어났대요.

리딩 리듬의 공동창업자이자 자칭 '책벌레', 벤 브래드버리. 책을 읽기 위해 시작한 리딩 리듬에서 연결의 가능성을 찾아냈다. ©벤 브래드버리 인스타그램

Chapter 2. 독서 집중력 높인 30-15-30-20 운영법

리딩 리듬의 모임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벤 브래드버리는 "책만 읽는 시간은 짧아야 한다"고 말해요. 현대인들은 집중력이 짧고, 숏폼에 익숙해졌으니 2시간 내내 책만 읽긴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리딩 리듬은 약 2시간을 '독서'와 '대화'로 잘게 나눕니다. 흐름이 단조로워지지 않도록 '리듬'을 설계한 거예요.

먼저 리딩 리듬이 정한 공간에 신청자들이 모입니다. 입장료는 평균 18~30달러(2만5000~4만1500원), 준비물은 내가 읽고 싶은 책 한 권. 이름표를 받고 자리를 잡으면 리더가 일정을 안내하고, 참가자들이 짧게 자기소개를 합니다.

곧바로 첫 번째 독서가 시작돼요. 주어진 시간은 30분. 누구는 푹신한 빈백에 몸을 묻고, 누구는 벨벳 암체어에 앉아 책장을 넘기죠. 테이블엔 위스키와 맥주, 녹색 올리브 절임이 놓여 조금씩 집어먹습니다.

30분이 다 되면 일대일 대화 시간입니다. 옆 사람에게 "무슨 책 읽으세요?", "그 책 어떠셨어요?" 하고 말을 건네죠.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짧게 설정한 이유는 간단해요. 내성적인 참가자도 부담이 없거든요. 끝없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여기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성적인 책벌레bookworm'예요. 그런데 돌아서서 대화를 나누는 순간, 껍질을 깨고 나오죠. 그걸 지켜보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_리딩 리듬 참석자, 필

다시 자리로 돌아가 30분간 더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룹 대화. 모든 참가자가 한 가지 주제로 20분가량 이야기를 나누죠.

두 번의 독서와 두 번의 대화로 이뤄진 프로그램이 끝나면, 많은 이들이 '독서 뒤풀이'에 남습니다. 이야기를 미처 못 끝낸 참가자들이 그 자리에서 수다를 이어나가죠.

이땐 이야기를 걸기도 쉬워요. 손에 든 책은 자연스레 그 사람의 관심사를 드러내니까요. 판타지 소설부터 인문서, 시집까지 다양하죠. 서로의 직장이나 출신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으니, 부담도 적습니다.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어요. 끝나고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요. '잠깐, 나 오늘 퇴근하고 일 얘기를 한 번도 안 했네?'"_리딩 리듬 참가자, 2024년 1월 Today Show 인터뷰에서

벤은 말해요. "직업이 뭐예요?"보다 "어떤 책 읽으세요?"라는 질문을 유도하는 게, 커뮤니티를 움직일 핵심 설계라고요.

"그런 질문을 하면 상대방의 눈빛이 반짝거리거든요. 어떤 스몰토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진짜 감정이에요."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리딩 리듬 신청자들은 각자 원하는 책을 한 권씩 들고 정해진 장소에 모인다. 모르는 사이였던 이들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리딩 리듬

Chapter 3.모임 만족도 높일 ‘적당한 압박’ 설계법

리딩 리듬의 2시간, 겉보기엔 자유로워 보여요. 하지만 벤 브래드버리는 모임에 ‘적당한 압력’을 설계했어요. 너무 엄격하지도, 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은 규칙이 필요하다는 거죠.

최소한의 참가비를 받는다

리딩 리듬은 유료예요. 모임이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적어도 ‘책 읽는 일’에 참가비를 내는 건, 일반적인 일은 아니죠.

하지만 벤은 ‘돈을 내서라도 책을 읽으려는 사람’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들의 집중력이, 가볍게 찾아온 사람보다 훨씬 높을 거라 생각했죠.

가설을 확인한 계기가 있어요. 리딩 리듬은 원래 무료였어요. 5회차가 되자 30명까지 늘었는데, 정작 장소엔 15명만 나타났대요.

벤은 그때부터 입장료를 받아보기 시작했어요. 신청자가 줄었을까요? 전혀요. 신청자와 참석률 둘 다 늘었어요. 10회 차가 되자, 무려 270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죠.

벤은 독서를 운동과 같다고 생각해요. 운동이 몸을 훈련하는 일이라면, 독서는 머리와 마음을 단련하는 셈이니까요. 결정적으로 독서와 운동의 공통점은, 혼자보다 함께 할 때 시너지가 난다는 것.

“거실에서 요가를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요가 수업을 신청할까요.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구조’ 덕분이죠. 외워야 할 것도 없고, 그냥 이끌리면 되니까요. 독서 모임도 비슷해요.”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2025년 Christianallday 인터뷰에서

리딩 리듬은 ‘참가비를 내서라도 독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사진은 매진된 리딩 리듬 예매 페이지. ©리딩 리듬

의외의 장소를 점유한다

리딩 리듬이 선정하는 모임 장소는 짐작할 수가 없어요. 브루클린 뒷골목 수제 양조장이나 뉴욕 지하철처럼 시끄러운 곳에 모이기도, 뉴욕 공립 도서관이나 독립서점처럼 조용한 곳을 고르기도 하거든요.

이상해요. 제가 생각한 ‘책 읽기 좋은 공간’이란 소음이 없고, 적당한 조명도 갖춰진 곳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벤의 생각은 달라요. 책을 잘 읽으려면 ‘주변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 아무리 조용하고 쾌적해도, 혼자 있으면 쉽게 산만해진단 거죠.

반대로 모두가 같은 목적으로 모였다면?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집중할 수 있어요. 벤은 이를 ‘집단적인 에너지를 만든다’고 말해요.

“행사에서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은 ‘집단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요. 그 에너지는 특별한 힘을 발휘하죠. 그게 사람들을 책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해요.”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2025년 4월 Newbooksnetwork 인터뷰에서

달리 말하면, 참가자가 ‘책 읽는 우리’에 취하는 셈이에요. 벤이 리딩 리듬 장소를 굳이 ‘뉴욕 도심 공원 한가운데’로 고르는 이유예요. 낯선 사람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과시해, 뿌듯함을 얻을 테니까요.

참가자들의 책 읽는 모습은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기도 해요. 2023년 9월, 첫 야외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뉴욕 도미노 공원에 약 100명의 참가자가 책을 읽는데, 길을 걷던 행인도 주저앉아 책을 읽었대요. 참가자들도 행인과 어울려 토론을 즐겼고요.

“리딩 리듬은 어디든 만들어질 수 있어요.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침묵’하며 책을 읽는 건 상당한 소속감을 만들어내요. 만약 당신이 근처 광장이나 공원에서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는 군중을 보게 된다면 그게 ‘꿈’이라 생각하겠죠. 걱정 마세요. 환각이 아닙니다.”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공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그 모습은 ‘나도 저기에서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리딩 리듬

가짜 독서? 과시용 독서? → 어쨌든 읽잖아!

물론 리딩 리듬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있어요. 힙스터들이 책 읽는 행위를 ‘과시용’으로 만든다는 거죠. 하지만 벤은 곧장 비판에 맞섰어요. “결론적으로 리딩 리듬은 책 읽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면서요.

이를 증명한 건 2025년 4월 23일, 리딩 리듬이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 ‘팝업 독서 파티’를 연 날이었죠. 50명의 사람들이 뉴욕 지하철 한 칸에 자리잡았어요. 맨해튼 북쪽 96번가 역부터 브루클린 남쪽 코니아일랜드 역까지. 약 29개의 정거장을 1시간 동안 지나치며 조용히 책을 읽었죠.

“책 읽는 행위를 폄하시킬 생각은 없어요. 저는 도시인의 고독을 당장 해결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은 위험을 초래해요. 이럴 때일수록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자가 필요하고, 제가 나서기로 한 거죠.”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세계 책의 날에 지하철에서 다같이 책을 읽는 리딩 리듬 구성원들. 당황하던 승객들도 이내 촬영을 하며 이들의 모임을 함께 즐겼다. ©리딩 리듬

Chapter 4.독서 파티를 전 세계로 확장하는 법

뉴요커의 마음을 흔든 리딩 리듬. 놀라운 건 미국을 넘어 이탈리아와 알제리, 스웨덴, 브라질 등 21개 나라로 진출하고 있다는 거예요.

나라마다 문화도, 사람들의 사정도 다르잖아요. 어떻게 현지화가 가능했을까요? 벤 브래드버리는 말해요. 해결책은 복잡한 그로스 해킹도, 바이럴 마케팅도 아닌 ‘시스템’이라고요.

벤이 말하는 시스템은 ‘사람’이에요. 리딩 리듬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운영해 줄 사람에게 모임 운영권을 위임하거든요. 리딩 리듬은 이들을 ‘불씨fire starters’라 불러요.

불씨가 되려면, 누구나 홈페이지로 신청할 수 있어요. 하지만 선발 과정이 까다롭죠. 네 단계의 과정을 거치거든요. 왜 불씨가 되고 싶은지 쓰는 ‘관심 등록 설문interest form’을 낸 뒤, 통과되면 정식 지원서를 써요. 그다음 팀원과의 실시간 인터뷰로 역량을 검증하죠.

마지막엔 가상으로 모임을 여는 ‘실무 테스트’까지 거쳐요. 모임 시나리오를 주면, 도전자는 진행 계획부터 스크립트를 준비해야 해요. 여기서 시간 관리, 위기 대응 시뮬레이션을 통과해야 하죠.

복잡한 절차에도, 세계에서 신청서가 날아와요. 2024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무려 2000명이 신청서를 냈죠. 이중 40여 명이 세계 각지의 행사를 이끄는 중이고요.

모든 일에 관여하는 대신, ‘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 리딩 리듬 확장의 비결이에요.

“앞으로 살아남는 커뮤니티는, 주최자가 모든 디테일을 관리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그저 ‘불씨’들이 진정성 있는 연결을 만들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핵심입니다.”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불씨 시스템은 생각보다 잘 작동합니다. 2025년 초 LA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을 기억하시나요? 건물 1만2000채가 불타고 15만 명이 대피했어요. 화마는 집뿐아니라 수십만 권의 책까지 집어삼켰죠.

이때 리딩 리듬 LA지부의 리더, 하나 리 골딘Hannah Lee Goldin이 나섰어요. 산불 피해 주민을 책으로 도울 방법을 생각해냈죠.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비상 용품, 의료품 준비는 다른 단체들이 잘할 수 있겠죠. 리딩 리듬이 당장 기부할 수 있는 건? 역시 책이었어요.”_리딩 리듬 LA 리더 하나 리 골딘, 2025년 KCRW 인터뷰에서

골딘은 제안했어요. 불에 타 없어진 책을, 피해 주민에게 보내주자고. 주민들의 집에서 정확히 어떤 책이 소실됐고, 주민들이 가장 소중히 여긴 책은 무엇이었는지를 조사해서요. 그 뒤 미국 전역의 리딩 리듬 구성원들이 책을 사서 LA로 보내줬죠.

생필품도 아닌 책을 받았는데, 주민들이 좋아했을까요? 어린 시절 읽던 『비밀의 정원』을 받은 피해 주민이자 시인, 엘린 립킨Elline Lipkin은 말했어요. “이 책이 나에겐 생명줄Lifeline 같았다”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잃어버린 책을 받는 게 진짜 선물이에요.”_엘린 립킨, 2025년 KCRW 인터뷰에서

리딩 리듬은 커뮤니티와 독서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리더로 선발하며, 좋은 리더가 커뮤니티 유지와 확장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리딩 리듬 신청 페이지. ©리딩 리듬

Chapter 5.지금 우리는 ‘생각할 시간’에 목말라있다

젊은 세대의 독서 트렌드를 리딩 리듬이 홀로 끌어올린 건 아니에요. 이들은 전 세계에 불어닥친 텍스트힙 열풍을 유연하게 탄 거죠. 이미 언론도 알고 있어요. 파이낸셜타임즈는 “Z세대가 독자reader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라고 쓰기도 했죠.

벤 브래드버리는 독서 유행의 이유를 “세상과 반대로 향하기 때문”이라 짚어요. AI가 모든 걸 편리하게 만들지만, 그럴수록 인간은 ‘깊은 사유’에 목말라한단 거죠. 독서가 갈증을 채워주고요.

“사람들은 디지털 번아웃을 겪고 있어요. 끊임없이 콘텐츠로 ‘포격’ 당하고 있죠. 우리는 계속 스크롤 하도록 설계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독서는 거기서 사람들을 끄집어냅니다. 내 눈앞에 실재하는 책, 진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하죠.”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2025년 4월 Newbooksnetwork 인터뷰에서

벤은 문화비평가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이론을 예로 들어요. 마셜은 미디어를 두 개로 구분했어요. 핫 미디어Hot media와 쿨 미디어Cool media. 핫 미디어란 틱톡이나 유튜브처럼 수용자가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매체예요.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만 내리면 볼 수 있는 미디어죠.

반대로 쿨 미디어는 사용자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게 독서예요. 우리의 뇌는 책을 읽을 때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요. 글자를 해독하고 내용의 의미를 찾아내죠. 나만의 상상으로 소설 속 장면을 그리기도 하고요.

“우리는 빠르고 과열된 미디어만 접하고 있잖아요. 정보를 뭐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죠. 반면 독서는 ‘차가운’ 미디어입니다. 책을 읽으려면 적극 행동해야 하니까요. 느리지만 깊은 사고도 필요하죠. 그래서 독서는 ‘멋진Cool’ 거예요.”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공동창업자, 인터뷰에서

벤은 말해요. ‘생각할 시간’을 찾고 싶은 젊은 세대의 갈증이, 리딩 리듬을 더 멀리 이끌 거라고. 여럿이 모여 그 갈증을 푸는 건, 혼자 헤매는 것보다 쉽다면서요.

“소속감 역시 서로의 일에 적극 귀를 기울이는 감정이니까요. 책은 표면적인 대화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단단한 연결을 만들어내요. 젊은 세대에게 독서는 더 이상 고독한 행위가 아니에요. 관계에 불을 지필 좋은 연료죠.”_벤 브래드버리 리딩 리듬 CEO, 인터뷰에서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를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로 구분했다. 벤은 독서가 느리기 때문에 ‘멋진Cool’ 미디어라고 설명했다. ©the Estate of Yousuf Karsh

Chapter 6.커뮤니티는 가장 강력한 미디어다

그럼 궁금해져요. 언젠가 텍스트힙이 사그라들면, 리딩 리듬도 잠잠해질까요?

벤 브래드버리는 리딩 리듬의 청사진을 선명히 그리고 있어요. ‘이벤트 비즈니스’가 아닌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요. 세상에 알려지고 싶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리딩 리듬이라는 ‘창구’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게 돕겠단 거죠.

실제로 리딩 리듬은 미국에서 가장 큰 출판사 다섯 곳과 협업 중이에요.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나 하퍼콜린스HarperCollins는 “우리 책을 모임에서 읽어달라”며 리딩 리듬에 먼저 연락을 해올 정도죠.

리딩 리듬은 유명 작가와도 협업해요. 2024년 9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모임에선, 영화 「노트북」의 원작자 니콜라스 스파크스Nicholas Sparks가 자신의 신간을 참가자에게 직접 나눠줬어요. 이 순간을 미국의 대표 아침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서 생중계했고요.

벤은 믿어요. 리딩 리듬이 만드는 ‘진짜 참여의 힘’은, AI가 양산형 미디어를 만드는 세상에서 더 값진 경쟁력이 될 거라고.

“가짜 ‘봇’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참여’는 금값이에요. 브랜드들은 바이럴을 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지만, 커뮤니티는 진짜 사람이 등장하는 콘텐츠를 매주 만들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