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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사와 리노 : 22살 알바생, 접객 하나로 200억 프랜차이즈를 맡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4. 10. 17.
* 롱블랙에서 인상깊은 글이여서 가져왔습니다.
롱블랙 프렌즈 C
요즘 성장 서사가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최약체 농구팀이 심기일전해서 우승한다거나, 모두가 무시하던 계약직 직원이 능력 하나로 회장이 되는 거요. L은 현실성 없다며 한마디 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니까, 가상으로라도 만족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등장했어요. 2024년 5월, 일본 프랜차이즈 카레 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고등학생이, 22살에 프랜차이즈 운영사 사장이 된 거예요! 주인공은 모로사와 리노諸沢莉乃.
놀라운 건, 먼저 프랜차이즈를 이끌던 전前 사장이 그를 직접 발탁했다는 거예요. 도대체 뭐가 대단했길래, 22살 아르바이트생을 뽑은 걸까요? 일본에 있는 모로사와에게 직접 연락해, 답을 들었죠.

모로사와 리노 스카이스크래퍼 사장
아침 9시, 줌 화면에 모로사와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죠. 모로사와는 대화하는 내내 제게 집중하는 모습이었어요. 화면을 사이에 뒀지만, 눈을 마주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 미소가 묻어 있었어요.
모로사와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8년. 한국에도 진출한, 일본의 유명 카레 프랜차이즈 ‘코코이찌방야CoCo壱番屋’에서였어요. 6년 후인 2024년 5월, 그는 코코이찌방야 27개 점포를 관리하는 회사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의 사장이 됐어요. 2023년 기준 연 매출 22억 엔(약 199억3420만원)의 꽤 큰 회사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 소식, SNS를 타고 발 빠르게 퍼졌어요. 포브스 재팬Forbes Japan과 잡지 브루터스BRUTUS에도 실렸죠. 후지TV 방송 ‘미스터 선데이’가 그를 인터뷰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77만 조회수를 기록했고요. 댓글도 훈훈해요. 젊은 사장에 대한 걱정 대신, ‘멋있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더라고요.
모로사와는 알았을까요? 이렇게 환영받는 사장이 될 거라는 걸 말이죠. 그에게 물었어요.
“아니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처음 사장직 제안을 받았을 땐 농담인 줄 알았죠. 전 고졸에, 공부도 썩 잘하진 못했으니까요.”
Chapter 1.결과보다 과정, 뻔한 말을 실천한 이유
어린 시절의 모로사와, 평범한 아이였어요.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밖에 나가 노는 걸 좋아하는 정도였죠. 특별한 장래 희망도 없었대요. 하지만, 꼭 하고 싶은 일은 있었다고 해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위해 땀 흘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떤 직업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유가 있어요. 어머니의 영향 덕분이었죠. 그의 어머니는 양로원에서 노인들을 간호하는 분이었어요. 어린 모로사와에게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엄격하게 가르치셨죠. 예컨대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면 꼭 눈을 마주치고 인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식이었죠.
말로만 가르친 게 아니었어요. 한 번은 길에서 무거운 짐을 든 할머니를 마주치자, 어머니가 바로 뛰어가 짐을 들었습니다. 모로사와도 그런 어머니를 따라 했어요. 며칠 뒤, 아파트에서 다른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렸어요. 그 할머니는 고맙다며 맛있는 팥밥을 모로사와에게 선물하셨죠.
하지만 모든 걸 엄하게 가르쳤던 건 아니에요. 학교 성적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셨죠. 실제로 딸에게 단 한 번도 ‘공부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대요!
“중3 때 고등학교 입시 시험이 있었어요. 그때 중간고사 수학 점수가 6점, 기말고사 점수가 8점이 나왔어요. 100점 만점에서요! 학부모 면담 때 선생님은 절 걱정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절 칭찬했어요. ‘전보다 2점 올랐네!’라면서요.”
딸의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거죠.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란 모로사와는 깨달아요. 돈이나 명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걸. 자연스레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건 나도 행복하고, 상대방도 행복하니까요. (...)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일이지만 저를 위한 일이기도 했어요.”

스카이스크래퍼의 사장인 모로사와 리노. 그는 양로원에서 노인들을 간호했던 어머니로부터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운 뒤, 자신 또한 ‘사람을 위해 땀 흘릴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카이스크래퍼
Chapter 2.모방도 실력이다
코코이찌방야에서 일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어요. 고등학생이 되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거든요. ‘한번 해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죠. 요코하마横浜의 집 근처 코코이찌방야 매장의 서빙 역할을 지원했죠.
열일곱 나이에 접객 세계에 뛰어든 모로사와. 일은 재밌었다고 해요. 매일 사람을 마주하면서 일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실수가 잦다는 점이었어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걸 잘 못 봤거든요. 쉽게 말해, 멀티태스킹이 잘 안됐던 거죠.
“한 작업에 집중하면 오로지 그것만 했어요. 한번은 카레에 함께 나오는 오복채*가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그걸 채우는 데만 몰두했어요. 입구에 손님이 들어왔는데 눈치도 못 채서, 인사도 안 하고 계속 오복채만 채웠어요.”*짭조름한 무장아찌.
그런 모로사와를 보며 점장은 이렇게 말했어요. “목소리는 잘 내지만, 주변을 잘 못 보네.” 그 말을 들은 모로사와는 어떻게 했냐고요? 그만두는 대신, 이겨낼 방법을 찾아요. 롤모델로 삼을 만한 알바생을 보면서요.
그의 롤모델은 함께 일하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었어요. 일도 잘 해내고, 성격도 쾌활해 가게의 분위기 메이커로 통했죠. 모로사와에게도 늘 친절하게 말했고, 헤맬 때도 도움을 줬어요. 모로사와의 작전은 하나, ‘그 언니를 무조건 따라 하자!’
“그분의 모든 것을 따라 했어요.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표정으로 일하는지. 그러다 보니 접객할 때의 표정이나 감정 표현을 많이 배웠어요. 자연스레 제 시야도 넓어졌고,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더라고요.”
모로사와의 특별한 점이었어요. 사람을 관찰하고, 좋은 점은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능력 말이죠.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사람을 위하는 법을 배운 것처럼, 선배에겐 일하는 법을 배운 거예요.

열일곱의 나이로 카레 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모로사와는 함께 일하던 대학생을 롤모델로 삼아 손님을 대할 때의 태도를 배웠다. 사람을 관찰하고, 상대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했다. ⓒ스카이스크래퍼
Chapter 3.10대 알바생, 회사가 인정한 실력자가 되다
한편으로 궁금해져요.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돈을 더 주나?’ 물론 바로 돈을 더 주진 않았겠죠. 하지만 모로사와가 인정받을 기회는 있었어요. 매년 열리는 ‘코코이찌방야 접객 콘테스트’가 그 기회였죠.
이 행사는 일본에서 꽤 찾기 쉬운 ‘접객 대회’에요. 세븐일레븐, 항공사 ANA, 가구 브랜드 니토리ニトリ도 이 대회를 운영하죠. 가수 지망생이 오디션을 보듯, 전국의 직원을 모아 일종의 ‘접객 왕’을 가리는 거예요. 우승자에겐 표창과 메달, 부상도 주어지죠.
카레 집에서 1년간 경험을 쌓은 모로사와, 2019년 이 콘테스트에 나갔어요. 경쟁자는 일본의 코코이찌방야 1300개 점포의 직원들. 심사위원이 실제로 점포에 와서 접객 능력을 확인하는 예선은 가볍게 통과했죠. 상황극처럼 다양한 상황에 맞는 접객 능력을 시험하는 본선에서는 1등을 했고요.
마침내 모로사와는 ‘최후의 9인’으로 뽑혔어요. 최종심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랐대요. 몇백 명이 모인 응원석까지 있었죠. ‘가짜 가게’로 꾸며진 큰 무대에 올라, 손님이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했어요. 배운 매뉴얼대로 하는지, 일관성 있게 고객을 대하는지 보여야 했죠.
모로사와는 그동안 익힌 접객 노하우를 발휘해 최선을 다해 임했어요. 결과는 어땠냐고요? 우승은 못 했어요. 하지만 그때도 모로사와는 웃음을 잃지 않았죠.
“전 일 재주도 없고, 겉보기와는 다르게 약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런 큰 무대에 오르면서, ‘이런 나’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_모로사와 리노, 2018년 대회 후 인터뷰에서

모로사와는 가게에서 1년 동안 경험을 쌓은 뒤, 2019년 ‘코코이찌방야 접객 콘테스트’에 출전했다. 회사가 주목하는 큰 무대에서 상황에 맞는 접객 능력을 선보이면서 ‘최후의 9인’으로 뽑히는 성과를 냈다. ⓒ스카이스크래퍼
세상에 ‘귀찮은 일’은 없다
다시 일터로 돌아간 모로사와, 얼마 뒤 또 다른 기회를 만나요. 코코이찌방야를 운영하던 스카이스크래퍼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다른 점포에도 접객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죠.
‘사람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한 모로사와. 이때부터 다른 지역 점포를 돌아다녔어요. 신칸센*을 타고 3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았죠. 이동의 번거로움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하는 게 더 즐거웠다고 해요.
일본의 고속철도. 대부분 구간을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린다.
2년쯤 흘렀을까요, 어느새 그는 25개 넘는 점포를 모두 방문한 아르바이트생이 됐어요. 보고들은 게 많으니 모로사와의 접객 실력도 당연히 늘어있었죠. 시간대와 상황에 따라 접객 방식을 바꾸는 법을 터득했거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저는 시간대에 따라 목소리 톤을 바꿉니다. 사람이 많은 시간엔 목소리도 크게 하고, 좀 더 밝은 모습으로 손님을 대하죠. 가게가 소란스러워서, 제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지시가 전해지지 않으니까요.오후 3~4시에는 목소리도 낮추고, 천천히 이야기해요. 이땐 만화를 읽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분도 계시거든요. 카레를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안한 장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점포를, 다른 시간대에 다녔기에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모로사와는 19살이 된 2019년, 코코이찌방야 최연소로 ‘스타Star’등급을 받아요. 최고의 접객을 선보이는 직원에게만 주어지는 칭호죠. ‘STAR, CoCo Specialist’라는 글자가 써진 황금 이름표도 받고요. 전국에서 단 15명만 받은 이 칭호를, 모로사와가 받게 된 거예요.

접객 콘테스트 이후, 25개가 넘는 점포에 방문해 직접 접객을 가르치며 능력을 키워나간 모로사와. 시간대에 따라 목소리 톤을 바꾸는 등 손님의 편안함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스카이스크래퍼
Chapter 4.좋은 접객은 컵 하나로도 가능하다
사실 그의 접객 방식이 더 궁금해졌어요. ‘호텔과는 다른, 카레 프랜차이즈의 접객은 어떤 건지’ 궁금했죠. 먼저 ‘접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어요. 제법 오래 고민하던 모로사와, 이렇게 답했죠.
“접객을 잘하면,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활기차게 손님을 만나면, 손님들의 식사 시간이 더욱 즐거워져요. 단순히 음식을 드리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드리는 방법부터 목소리, 시선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거죠.”
그러면서 모로사와는 사소한 행동도 ‘좋은 접객’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컵 놓는 동작 하나로도 말이죠!
“저는 컵에서 입이 닿는 윗부분은 손이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해요. 또 컵은 놓을 때 소리가 나잖아요? 그럴 땐 새끼손가락으로 밑부분을 받쳐서, 소리가 안 나게 내려놓을 수 있어요.”
이런 섬세함, 손님에게만 전하는 게 아니에요. 그는 동료에게도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어요. 동료의 기분이 손님에게도 닿기 때문이라고 했죠.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면 다들 좋아하잖아요? 학생 아르바이트생에게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 ‘새로운 메이크업이 귀엽다’고 한 마디 건네면 기뻐해요. 작은 변화를 알아차린 것 같으니까요. 그만큼 동료의 기분은 중요해요. 직원들의 컨디션이 매장 분위기를 만들거든요.”
하지만 언제나 친절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출근 전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가라앉는 날도 있잖아요.
“기분이 안 좋을 땐 평소보다 동료에게 더 말을 걸어요. 그러면서 제가 안 좋은 기분이었다는 걸 잊어요. 일부러 즐거운 이야기를 해서 웃고, 그 분위기를 이어가는 거죠. (...) 처음엔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선배를 흉내 내려 했어요. 하다 보니, 습관이 됐죠. 이제는 유니폼을 입으면 어떤 경우에도 계속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어요.”

식당에서 친절한 접객을 받을 때, 손님들은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다. 직원의 목소리와 시선을 비롯해 컵을 내려놓는 동작 하나로도 그날의 분위기가 결정된다. ⓒ니시마키 다이스케
Chapter 5.22살 사장이 회사를 이끄는 법, ‘현장’
모로사와가 스카이스크래퍼 사장이 된 건 2024년 5월. 그를 사장으로 임명한 건 회사 창업자인 니시마키 다이스케西牧大輔 회장(전 사장)이었어요.
그는 현장을 중요시한 인물이었어요. 평소 여러 점포를 돌아다녔죠. 자연스레 모로사와가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대요. 차기 사장을 고민할 때, 자신도 모르게 모로사와가 떠올랐다고 했죠.
“후계자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사장의 필요조건을 종이에 쭉 써봤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애사심’, ‘솔직함’,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 쓰다 보니 모로사와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모로사와가 사내의 ‘스타’ 등급을 받던 날, 니시마키 회장은 이를 축하하면서 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어요. “사장직을 맡아 달라”고요. 사실 거절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대요. 22살 아르바이트생에게 농담처럼 들릴 거라고 생각했죠.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모로사와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어요. 당황하긴 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했죠. “저라도 괜찮으면 하겠습니다.” 사장이 된다는 게 두렵지도 않았던 걸까요?
“처음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심이었어요. 사실, 당시엔 아무 걱정도 없었어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불안하지 않았어요. 어떤 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도 없으니까요.”
그렇게 모로사와는 프랜차이즈 사장이 됐어요.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다 바뀌었을 것 같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처음 취임한 날, 모로사와는 양복을 차려입고 임원과 인사를 나눈 뒤 곧장 매장으로 갔어요. 유니폼을 입고, 전처럼 카레를 만들고 손님에게 음식을 날랐죠.
취임 이벤트 아니냐고요? 전혀요. 모로사와는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유니폼을 입고 가게에 나간다고 해요. 일이 끝나고 직원들과 라멘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여성 직원과는 메이크업이나 패션 이야기도 주고받죠. “현장을 경험하며 가까운 거리감을 유지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예요.
“제가 아르바이트 직원이었을 때, 가게가 갑자기 바빠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니시마키 사장님이 깨끗한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주방에 들어와서 설거지를 직접 해주셨죠.

스카이스크래퍼 창업자인 니시마키 다이스케 회장은 일선에서 가장 성실하게 일하던 모로사와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2024년 5월, 22살에 프랜차이즈 사장이 된 모로사와는 여전히 현장에서 함께 일하며 직원들과 가까운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카이스크래퍼
Chapter 6.기회 앞에 ‘NO’를 말하지 않는 이유
두 시간 넘게 모로사와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가 왜 성공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바로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는 것. 실제로 그는 기회가 왔을 때 ‘NO’라고 대답하는 일이 없었다고 해요.
“접객 콘테스트에 선배를 응원하러 갔을 때 니시마키 전 사장님을 만났어요. 이렇게 질문하시더군요. ‘내년엔 당신도 출전할 거죠?’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네!’라고 대답했어요. 그 순간이 찬스chance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1년간 노력해 무대에 섰습니다.사장님이 제가 특별해 보여서 말을 걸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장님은 모두에게 말을 걸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떤 ‘가능성’을 찾아다녔던 게 아닐까 싶어요.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누가 그걸 잡을지 확인한 거죠.”
결국, 지나가는 말처럼 들어온 기회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한 거예요. 다른 어떤 기회가 올 때도 마찬가지였죠. “다른 점포의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도, “사장이 되어달라”고 할 때도요.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내 눈앞에 오는 기회는 전부 붙잡았어요.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사장직을 제안받았을 때도 ‘무조건 플러스가 되겠다’고 느꼈고, 바로 대답할 수 있었어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해 사장의 자리에 오른 모로사와 리노. 그는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일단 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카이스크래퍼
롱블랙 프렌즈 C
모로사와의 성장 서사, 이제 막 새로운 챕터에 접어들었어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사장이 된 알바생’이었다면, 이젠 진짜 사장으로서 나아가는 중이거든요.
그는 솔직하게 말해요. “힘든 일이 정말 많다”고요. 재무를 배우는 것도 어렵다고 해요. 때론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죠. 하지만,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대요.
“힘든 적은 있지만, 포기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절 도와주려는 분이 너무 많거든요. 그분들께 실례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힘내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공교롭게도 카레 집이었죠.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음식을 나르는 직원을 보다, 문득 모로사와 생각이 났어요.
어쩌면 지금 모로사와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손님에게 카레를 드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화면 너머로 제게 보여준 밝은 미소를 하고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