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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창업가 : 위대함을 버려라, 연 매출 300억원 1인 사업가의 조언

한이룸
이커머스
2025. 9. 8.
사힐 라빈지아 검로드 창업자
인도계 싱가포르인 사힐은 마크 저커버그와 닮은 점이 많았어. 19살 창업, 명문대 중퇴, 단기간 수백억 투자 유치까지.
하지만 사힐은 마크처럼 되지 못했어. 창업 4년 차인 2015년, 검로드 성장이 멈추고 투자자들은 떠났지. 주요 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는 '주당 1달러'의 헐값에 지분을 매각했어.
그래도 사힐은 포기하지 않았어. 홀로 남아 검로드를 이어갔고, 2017년부터 8년간 매년 80% 성장하는 반전을 이뤘지. 이 과정에서 그가 배운 것:
첫째, 사업은 작아도 된다. 둘째, 투자자가 없어도 된다. 셋째, 누구나 할 수 있다.실리콘밸리식 성공 공식을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사힐의 '지속 가능한 사업' 로드맵을 오늘 노트에 담았어.
Chapter 1.사업할 결심, 이틀이면 충분하다
사힐 라빈지아는 "세상엔 불평만 하는 사람과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 사힐은 후자로, 15살까지 20개의 웹사이트와 앱을 만들어 약 1억3000만원을 벌었어.
할 일 기록장부터 기차 시간표 조회 앱, 페이스북 타임라인 위젯 등.
"어릴 때부터 고집이 셌어요. 부모님이 잔소리 안 하신 건 제가 '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죠."_사힐 라빈지아 검로드 창업자,
핀터레스트 창업자 벤 실버만은 사힐의 실행력을 알아보고 2010년 그를 2호 직원으로 영입했어. 하지만 사힐은 한 일에 오래 몰두하는 타입이 아니었지. 회사 다니면서도 주말마다 새 앱을 만들어 출시했어.

사힐은 핀터레스트에서 디지털 거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단 48시간 만에 검로드를 만들었다. Ⓒ사힐 라빈지아
복잡하게 생각하면, 제품도 복잡해진다
검로드는 세상의 모든 디지털 창작물을 거래하는 플랫폼이야. 이직 체크리스트부터 수면용 ASMR까지 필요한 건 뭐든 올릴 수 있어.
"핀터레스트 성장을 보며 깨달았어요. 앞으론 모두가 디지털로 전문성을 거래할 거예요. 작곡가의 비트부터 디지털 아트까지요. 제 역할은 분명했죠. 이 거래를 최대한 쉽게 만드는 것, 그게 검로드죠."
사힐은 '초간단 거래 과정'을 만들었어. 판매자는 파일 업로드, 가격 설정, 링크 공유 이 세 가지만 하면 돼.
구매도 간단해. 링크 클릭하고 이메일 입력 후 결제하면 바로 다운로드 링크가 이메일로 전송돼.
이 단순함이 핵심이었어. 코딩이나 디자인 실력 없이도 누구나 몇 분 만에 작품을 팔 수 있으니까. 검로드는 아마존이나 엣시가 못 찾은 '디지털 직거래' 시장을 선점했지.
놀라운 건, 사힐이 검로드를 단 이틀 만에 만들었다는 거야. 토요일에 코드 작성, 일요일에 결제 기능 추가. 월요일 공개 후 하루 만에 5만2000명이 가입했고, 지금은 매월 2500만~3000만 명이 이용 중이야.
Monthly Active User.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
"사람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너무 집착해요. 그러다 생각만 하다 아무것도 못 하죠. 그냥 해보세요. 요즘은 뭔가를 시도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까요."

검로드는 누구나 자신의 디지털 자료를 최소 1달러부터 값을 매겨, 자유롭게 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직접 만든 음악부터 전자책, 그림 등 다양한 자료가 오픈 첫날부터 거래되기 시작했다. Ⓒ검로드
Chapter 2.정체기 극복 비결, '규칙 파괴하기'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대표는 조직 규모부터 늘린다. 사람 뽑고, 큰 사무실 얻고, 더 큰 꿈을 위한 투자도 유치한다.
사힐도 마찬가지였다. 30명 규모로 팀을 키우고, 1년 만에 810만 달러(약 112억원)* 투자받았다. 내친김에 회사도 관뒀다. '본격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맥스 레브친, 미국의 유명 애널리스트 세스 골드스타인이 투자했다
그러나 검로드는 4년 만에 정체기를 맞았다. 디지털 거래 시장이 예상보다 작았던 것. VC들은 여전히 매달 20% 성장을 요구했다. 실리콘밸리에선 '현상 유지'는 실패니까.
주요 투자자 클라이너 퍼킨스는 "주당 1달러에 지분을 가져가라"며 헐값에 팔려고 했다. 놀랍게도 사힐은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진정한 자유를 얻었어요. 투자자 눈치, 숫자 압박에서 벗어나 초심으로 돌아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죠."
2017년, 사힐은 실리콘밸리 공식을 뒤집었다. '1인 기업'으로 전환하고 기존 직원들은 파트타이머나 프리랜서로 재계약했다.
결과는? 오히려 성공적이었다. 월 운영비는 4억원에서 4000만원으로 줄었고, 내부 관리 회의 없이 '피드백 해결'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팬데믹 이후 거래량은 매년 70~80% 성장했다. 온라인 클래스 거래가 급증한 것이다.
마케팅도 혼자 하니 더 효율적이었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 트위터와 블로그로 회사 실적과 심지어 실패담까지 공개했다. 그 결과 크라우드펀딩으로 7331명의 개인투자자가 후원했다.
"많은 기업가들이 '사업은 무조건 커져야 한다'고 오해해요. 모든 기업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될 필요가 있나요? 작게 유지하면서도 큰 영향력을 끼칠 방법은 많아요.큰 기업을 어설프게 따라 하지 말고 '당장 어떤 문제를 해결할까'에만 집중하세요. 그러면 더 빨리, 더 쉽게 행복해지고 오래 갈 수 있어요."
1인 기업으로 성공한 후 사힐은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 창업가'라 불렀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만 집중한다는 의미다. 2021년 같은 이름의 책*을 출간해 '지속 가능한 사업 시작법'을 공유했다.
한국엔 2025년 7월 출간했다.

2021년 미국에서 첫 출간 후 2025년 한국에도 번역된 『미니멀리스트 창업가』. 사힐이 1인 기업으로 살아남으며 발견한 '작게 시작해 크게 영향을 끼치는 로드맵'이 담겨있다. Ⓒ캐피탈엣지
Chapter 3.좋아하는 사람들 곁에서 시작하라
위대한 사업은 허상이다.
사힐 라빈지아가 보릿고개를 지나며 얻은 배움이야.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CEO들은 자꾸만 문제 해결에서 벗어나 ‘위대한 기업가’가 되려고 한대. 그게 멋져 보이거든.
“많은 창업가들이 ‘위대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해요. 그러다 보니 사업을 ‘왜 반드시 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리게 되죠. 요즘은 너무 많은 사람이 사업을 하려 하니까, 그저 ‘도전하는 일’ 자체가 멋있는 것처럼 포장돼 있어요.”
하지만 이런 마음으론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대. 사업의 대상이 ‘남’이 아닌 ‘나’가 되기 쉬우니까.
그래서 제안해. 불필요한 걸 덜어내고 문제에만 집중하는 ‘미니멀리스트 창업가’가 될 첫 단계. 바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야.
“성공하는 사업의 공통점이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서 창업을 시작했다는 거예요. 거창한 개념이 아니에요. 독서 모임, 러닝 크루, 팬클럽처럼 내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기회가 숨어있죠.”
사힐이 위기의 검로드를 부활시킨 것도 ‘커뮤니티’ 덕에 가능했어. 창업가들이 많은 실리콘밸리에서 벗어난 게* 계기였지. 그는 코딩 연구 모임이나 아이디어 대회 대신 ‘인물화 데생 수업’, ‘공상과학 소설 모임’에 나갔어.
미국 중서부 유타주에 IT기업이 모인 지역, 이른바 ‘실리콘 슬로프’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 사힐은 깨달았대. 자신이 검로드를 이어나가야 할 이유를.
“실제 생활에서 창작 활동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발견하니 어릴 적 내게 영감을 주었던 불꽃이 다시 마음속에서 타올랐다. 내가 창작자라는 사실을 재발견했고 다른 창작자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애초에 내가 왜 검로드를 만들었는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창작을 사랑했던 것이다!”_『미니멀리스트 창업가』 56p
그래서 사힐은 제안해.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커뮤니티에 들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들어보라고.
“처음 시작할 땐 당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거나 관심 가져줄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많은 창업가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죠. 그곳에서 창업가는 자연스레 목표를 세워요.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마음에서 ‘이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겠다’고 마음 먹죠.”
그럼 내게 맞는 커뮤니티나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사힐은 아래 네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말해.
내가 말을 할 때 누가 귀를 기울이는가?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미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어떤 상황에서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가?함께 있는 게 썩 내키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뭔가를 공유하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사힐 라빈지아는 커뮤니티에서 사업을 시작하라 말하면서도, 서로 관계가 불투명한 ‘네트워크’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Minimalist Entrepreneur
CChapter 4.돈을 내고 싶은 문제를 찾아라
커뮤니티에서 문제를 찾았다면, 다음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 문제인지 확인해야 해.
사힐은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네 가지 효용'을 소개해. 아이디어가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바로 시작해보라고 조언해.
1. 장소 효용: 접근성 개선
2. 형태 효용: 재배열로 가치 증대
3. 시간 효용: 속도 향상
4. 소유 효용: 중간 단계 제거
예를 들어, 카페에서 에콰도르 원두를 판매하면 '장소 효용', 정성껏 갈아주면 '형태 효용', 오래 걸리는 크루아상을 바로 제공하면 '시간 효용'이 생기는 거지.
"사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원하지만 누리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죠."
작게 시작하고 반응을 확인하라
효용을 발견했더라도 바로 회사를 차리진 마. 사힐은 "작은 실험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해.
제품 가능성을 고민하기 전에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반응을 살펴봐. 몇 명이라도 "원했던 것"이라는 반응이 있다면 그게 신호야.
"검로드도 이틀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어요. 완벽한 계획 없이도, 하루 만에 5만 명이 가입하자 자신감이 생겼죠."

사힐은 좋아하는 일과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의 교집합에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Minimalist Entrepreneur
Chapter 5.기술보다 '관심'에 집중하라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는 좋은데 기술이 없다"며 망설여. 시작이 두렵다는 거지.
사힐은 반대 입장이야. 창업에서 중요한 건 기술보다 '관심'이라고.
"완벽한 제품은 없어요. 고민을 줄이고 만들고 싶은 것에 집중하세요. 기술은 나중 문제예요."
그는 레모네이드 사업으로 설명했어.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팔고 싶다면? 웹사이트나 결제 시스템부터 고민하지 말고, 카페 앞에서 직접 팔아보세요."
과정을 존중하라
사힐은 창업가들에게 'Processize(과정화하다)'라는 개념을 제안해. 개선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 결국 원하는 결과가 온다는 거야.
"대부분의 실패는 과정을 건너뛰려다 생겨요. 초기 반응이 좋다고 바로 확장하려는 식이죠.고객은 빈 껍데기 서비스를 금방 알아봐요. 초기엔 '진짜 고객 만족'만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해요. 그게 유일한 살길이죠."
14년 차인 지금도 사힐은 과정화에 집중해. 고객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 '검로드는 미완성이니 피드백을 보내달라'고.
"CEO가 꼭 해야 할 일은 고객 불만 듣기예요. 이건 자동화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주말마다 '자잘한 통증'을 줄이는 데 집중하죠."

사힐은 검로드 성공 비결이 '과정화'라고 말해. 창작자 불편을 꾸준히 개선해 단골을 확보하는 것. 유니콘 기업 같은 과거의 꿈은 이미 잊었다고 한다. Ⓒ검로드
Chapter 6.난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14년 동안 사업을 이어온 사힐이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질문: "지금 방식이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지속하게 해주는가?"
창업자가 먼저 지치지 않고 오래 버텨야 사업도 유지돼. 사힐은 "무엇이 가장 재밌는지" 찾고, 회사 구조를 그 즐거움에 맞게 설계하라고 조언해.
"난 사람 관리보다 제품 만들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요. 미니멀리스트 관점에선 즐기는 일에 시간 쓰도록 회사를 설계하고, 나머지는 자동화나 위임하면 돼요."
사힐은 매일 'MIT(가장 중요한 일)'를 정해 오전에 처리하고, 덜 중요한 일은 오후에 해결해.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하고, 덜 중요한 건 '나중에 하겠다'고 말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이런 구분을 위해 사힐은 자기 관찰 시간을 가지라고 해.
"처음엔 여러 일을 해보면서 어떤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잘하는지 살펴보세요. 그러면 '디자인을 잘하는구나' 또는 '프론트엔드는 좋아하지만 백엔드는 싫구나' 같은 걸 자연스레 깨닫게 돼요."
사힐의 핵심 메시지: 창업은 '내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사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 구조가 나를 지치게 하면 오래 못 가지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라면 성공할 수 있어.
"사업도 내 행복을 위한 거예요. 대의를 위해 '몸과 영혼을 불사르겠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1%의 위인은 가능할지 몰라도, 나머지 99%가 그들을 따를 필요는 없어요.미니멀리스트 창업은 99%가 실천 가능한 '가장 행복한 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