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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토마토 : 1800만원짜리 ‘길 잃는 여행’은 어떻게 고객의 삶을 바꿨을까

한이룸
이커머스
2025. 7. 22.
‘길을 헤매는 여행’을 권하는 여행사가 있어. 고객은 산이나 사막, 정글 같은 낯선 오지에 던져지지(물론 안전한 곳으로!). 배낭 하나에 의지해 전달받은 목적지까지 알아서 길을 찾는 것. 이게 여정의 전부야.
이거, 실제로 팔리는 여행 상품이래. 이름은 ‘길 잃기 여행Get Lost.’ 가격을 들으면 더 놀랄 걸? 3일 여행에 무려 1만3000달러(약 1800만원)을 내야 하거든!
이걸 제안한 회사는 블랙토마토Black Tomato. 2005년부터 운영된 영국의 ‘개인 맞춤형 여행사’야. 2023년 기준 이들의 연 매출은 1150만 파운드(약 200억원). 거래액은 4700만 파운드(약 820억원)에 달한다고 하지.
길을 잃기 위해 1000만원을 넘게 쓰는 여행 상품. 어떻게 20년간 고객의 선택을 받은 걸까?
Chapter 1.여행 업계의 ‘블랙 토마토’가 될 테다!
블랙토마토의 창업자는 톰 마찬트Tom Marchant. 1978년 영국 버밍엄에서 태어났어. 부모님은 여행을 사랑하는 분들이었어. 두 분이 만난 것도 여행 덕분이었지. 핀란드인 어머니가 영국 여행을 하던 중 톰의 아버지와 눈이 맞았거든.
자연스레 톰도 여행과 가까웠어. 가족은 여름이면 스칸디나비아로, 겨울에는 프랑스와 남유럽으로 향했거든. 세상을 누비는 게 좋았던 톰, 대학 전공도 지리학과로 택할 정도였지.
대학생 톰은 더 넓게 세계를 누볐어. 대학 친구인 제임스 메릿James Merrett도 함께였지. 전공이 같은 두 사람은 여행 취향이 잘 맞았어. 오지 다니는 걸 즐겼대. 가령 브라질에 가면, 정글 지대인 판타날에서 피라냐 낚시를 즐기는 식이었지.
두 사람은 직장인이 된 뒤에도 여행을 놓지 않았어. 심지어 여행 메이트를 한 명 더 늘렸지. 2002년 호주 퀸즐랜드 여행에서 만난 맷 스미스Matt Smith가 합류했거든.
혹시 예상했어? 함께 여행을 다닌 셋은 2005년 블랙토마토의 공동창업자가 됐어. ‘우리가 즐겼던 여행을 사람들에게 제안하자’고 결심한 게 계기였지. 이런 마음이었대.
“이런 말 들어보셨을 거예요.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되면, 그 일을 싫어하게 된다.’ 저희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절대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만큼 우리는 확신이 있었습니다.”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Humans of Travel 팟캐스트에서
여행사 이름은 왜 블랙토마토일까? 그 답 역시 이들의 여행기에서 나와.
2003년, 셋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놀러 갔을 때였어. 한 골목 식당에서 ‘블랙토마토’라는 이름의 메뉴를 먹었대. 진한 자줏빛 토마토 요리였지. 맛과 향, 식감까지 빨간 토마토와는 달랐대. 새콤달콤한 맛은 더 진했고, 짭짤한 맛도 났지. 쌉싸름한 흙의 향도 살짝 풍겼고 말야.
사실 요리와 함께 이들이 꽂힌 건 종업원의 ‘소개 멘트’였어. 그는 블랙토마토를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드물고 놀라운Rare & Remarkable 맛”이라고 했지. 이걸 들은 세 사람 ‘우리는 여행업계의 블랙토마토를 만든다!’고 결심했대.
“웨이터가 블랙토마토를 희귀한 존재라고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드물고, 뛰어나고,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런 경험을 사람들에게 주겠단 마음이었죠.”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Humans of Travel 팟캐스트에서
블랙토마토의 공동창업자 톰과 마찬트. 여행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드물고 특별한 여행 경험’을 설계해 주는 여행사를 창업했다. ⓒ블랙토마토
Chapter 2.가고 싶은 곳이 아닌, ‘느끼고 싶은 것’을 묻는 여행사
2005년, 톰 마찬트의 침실에서 블랙토마토를 시작한 세 사람. 창업 초부터 고객들에게 ‘이상한 여행’을 제안했어. 상품을 제안할 때 ‘가고 싶은 곳’이 아닌, ‘느끼고 싶은 감정’을 물었거든.
“중요한 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그 욕망의 ‘이유’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거예요. 여행에서 그들이 느끼고 싶은 감정을 파악하면, 우리는 그들이 상상 못 한 방식의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죠.”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Worth 인터뷰에서
예를 들면 이런 거야. 이들은 홈페이지에서 여행 상품을 목적지가 아닌 경험에 따라 구분했어. “북적임을 느끼고 싶다면some bustle”, “길을 잃고 싶다면to get lost”과 같은 카테고리를 띄운 거야. 그러고는 ‘아마존 정글 모험’, ‘요르단 고대 문명 탐험’ 같은 여행을 제안했지.
이 접근법, ‘다른 여행사와 다르다’는 평을 끌어냈어. 2005년 「GQ」는 블랙토마토를 “여행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어. 이런 평들이 유명세로 이어졌어. 덕분에 블랙토마토는 1년 만에 150만 파운드(약 2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
“고가의 여행 상품을 팔기 위해선 빠르게 신뢰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빠르게 언론인에게 우릴 소개했고, 기사가 나오자 이게 보증서가 됐죠.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를 써보기 시작했고요.”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Humans of Travel 팟캐스트에서
블랙토마토는 이 방식을 20년간 이어왔어. 지금도 홈페이지에선 여행 상품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지.
“워라밸 찾기find better work-life balance”“가족 관계 리프레쉬 하기refresh my family relationships”“창의성 불러일으키기ignite my creative thinking”
어떤 여행을 제안하는지 궁금하잖아? ‘창의성을 불러일으키기’ 카테고리를 눌러 봤어.
블랙토마토의 제안은 ‘모로코의 예술가를 만나는 여행’. “여긴 과거의 예술가들이 사랑한 영감의 원천”이라고 소개했어. 그러면서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제 작품의 대담함은 모로코에서 나왔다”고 말한 것도 전했지.
이어서 눈에 띈 일정은 이런 거였어. 모로코 현지의 디자인 회사 창업자와의 식사.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대. 또 사막 한복판에서 하루 자면서 그곳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생각하는 시간도 있어. 보통의 여행과는 확실히 다르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감정적으로 오래 남을 순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해. 예상 밖의 상황을 최대한 경험하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였지.
“사치를 넘어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요. 북극 하늘 아래에서 느끼는 경외감, 덜 알려진 길을 걷는 만족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과 대화하며 얻는 성장. 이 모든 순간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고, 삶에도 영향을 주죠.”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Worth 인터뷰에서

블랙토마토는 목적지가 아닌, 감정을 중심으로 여행을 설계한다. 같은 모로코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느끼고 싶은 감정에 따라 일정은 천차만별로 변한다. ⓒ블랙토마토
Chapter 3.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일정’이 아니다
감정에서 시작하는 여행. 어떤 컨셉인지는 알겠어. 그래도 궁금증은 남아. 결국 고객이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건 다른 여행과 같은 것 아닐까?
이 질문에 블랙토마토는 이렇게 답해. “우리들의 여행은 ‘감정 리셋’을 일으킨다”고.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좋은 것만 주지 않는다는 거야. 최고급의 경험보단 ‘날 것’을 중요시한다는 뜻이었지.
“우리는 날 것 그대로여서 당신의 영혼을 바꾸는 그런 순간이 ‘럭셔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여행을 계획해 주는 게 아니라, 감정적인 리셋을 설계하려 하죠.”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3년 The Luxury Item 인터뷰에서
길 잃기 : 낯선 자연을 헤맬 때 얻는 게 있다
블랙토마토의 대표 상품을 예로 들어볼까? ‘길 잃기 여행Get Lost’. 출발할 때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여행이야. 여행자는 다음의 여정을 거치지.
1단계 : 여행자는 먼저 블랙토마토와 ‘길 잃을 수준’을 상담한다.
2단계 : 길을 잃고 싶은 환경을 선택한다. 극지방, 고산, 사막 등을 고를 수 있다. 주사위로 갈 환경을 운에 맡길 수도 있다. 갈 곳이 정해지면, 블랙토마토는 그에 맞는 훈련을 알려준다.
3단계 : 개인 교통편을 활용해 1차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때 여행사는 완주를 위한 키트를 제공한다.
4단계 : 탐험 여정을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운영팀*의 보호 아래, 체크인 지점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5단계 : 탐험 완료.
특수 부대 출신, 해당 지형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블랙토마토의 ‘길 잃기 여행’ 홍보 영상. 해당 상품을 신청한 고객은 정글, 사막, 극지방 등의 오지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나와야 한다. ⓒ블랙토마토
이 여행, 진짜 효과가 있을까? 2021년 에스더 슈펭글러Esther Spengler라는 여행자의 후기를 들려줄게. 두 아이를 출산한 그는 5년간 산후우울증을 앓았어. 길 잃기 여행을 신청할 당시, 그는 ‘나 자신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었대.
블랙토마토는 에스더를 모로코의 아틀라스산맥*으로 데려갔어. 그에게 주어진 건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생존배낭이었지. 그렇게 에스더는 3일간 혼자 산을 탐험한 뒤, 목적지에 다다랐어.
북아프리카 모로코 중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평균 해발 2,500m의 고산 지대.
“오랜 시간 해골이 된 기분으로 살았는데, 생명의 불꽃이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인생의 궤적을 완전히 바꿨죠. (…) 제가 바란 건 이런 경험이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 혼자 있는 것 말이에요. 계속 생각을 하면서 내 존재를 확인할, 고립된 공간이 필요했던 거죠.”_에스더 슈펭글러 여행자, 2025년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덕분에 에스더는 ‘아내 또는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의 의미를 찾았다고 했어. 일부러 나를 어디선가 헤매게 만들고 나서야 얻은 생각이었던 거야.
“길 잃기 여행은 제가 ‘휴식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떠올린 아이디어입니다. 편안한 공간에서 벗어나, 눈앞에 맞닥뜨린 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것. 이게 길 잃기 여행의 핵심입니다.”_ 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2년 Wanted 인터뷰에서
물론 ‘길 잃기 여행’은 이들이 만든 수백 가지의 여행 중 하나일 뿐이야. 심지어 블랙토마토는 여행의 종류는 앞으로도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해.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놨을 정도지.
“여기에 없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던져주세요. 루브르 박물관을 털자는 것만 빼면, 뭐든, 진짜 뭐든 저희가 기획해 드립니다.”

블랙토마토는 계속해서 고객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새로운 여행 상품을 소개한다. 그리스에서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여정을 따라가는 여행, 그린란드에서 야생 채집으로 살아가는 여행 등 독특한 경험을 제안한다. ⓒ블랙토마토
Chapter 4.좋은 여행은 ‘떠난 이와 남은 이의 삶’을 모두 바꾼다
블랙토마토는 ‘여행자의 즐거움’을 넘어 ‘여행지에 영감을 남기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어. 고객이 여행에서 삶을 바꿀 수 있다면, 다녀간 곳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의미지.
① 우리의 만남이, 서로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다면
예를 들어볼까? 먼저 현지인과의 만남. 블랙토마토가 여행을 설계할 때 종종 쓰는 방법이야.
가장 단순한 건 지역 주민이 가이드가 되는 것. 전문 가이드를 섭외한다는 게 아냐.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 장인의 공방을 일정에 넣는 식이지.
2023년 쿠바 여행을 떠난 닉Nick의 경험을 볼까? 그는 “나의 창의성을 기를 경험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에 따라 쿠바행을 제안받았어. 가서 한 경험은? 은퇴한 쿠바 대학 교수와 미식 투어를 했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드럼 연주자의 연습실에서 레슨을 받았지.
“쿠바뿐만 아니라 쿠바인의 창의적인 삶을 경험할 수 있었죠. (…) 모든 순간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_닉 여행자, 2023년 트러스트파일럿* 후기에서*여행을 포함한 다양한 업종의 소비자 리뷰를 모아 브랜드 신뢰도를 평가하는 글로벌 리뷰 플랫폼.
여행자가 자기 삶을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하기도 해. 영감이 필요한 이에겐 모로코의 예술가를, 워라밸을 꿈꾸는 이에겐 ‘육아휴직 장려’로 유명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기자를 만나게 하는 식이지.
이렇게 블랙토마토는 2025년 기준 140곳 이상의 지역 주민과 손을 잡고 있어. 블랙토마토는 고객들에게 받은 여행비 중 30%를 이들에게 주고 있고.

쿠바 하바나의 악기 연주자들. 블랙토마토는 현지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서로 영감을 주는 여행을 설계하려 한다. 현지의 음악가, 디자이너, 농부 등을 관광객과 연결해 준다. ⓒ블랙토마토
② 내가 머문 자리가, 지역까지 되살릴 수 있다면
블랙토마토는 여행자와 지역 모두를 살리는 아이디어도 내놨어. 재생적 여행regenerative travel. 여행자가 다녀간 뒤, 그 지역이 더 나아지는 여행을 제안했지.
예를 들면 이런 거야. 아프리카 케냐로 ‘야생동물 밀렵을 막는 여행’을 다녀오는 상품이 있어. 케냐의 동물 보호구역에 머무르며 ‘멸종 위기 동물’을 직접 지키는 경험을 하는 거지. 현지 직원 및 탐지견과 함께 호흡하면서 말야. 여행자는 동시에 코끼리와 기린, 코뿔소 같은 동물을 관찰할 수도 있어.
친환경 농사를 배우고 돕는 여행도 있어. 덴마크에서 화학 물질을 쓰지 않는 소렌 위프Soren Wiuff라는 농부와 만나는 여행이지. 거기서 일만 하고 오는 건 아냐. 소렌이 꾸민 밭을 구경하고, 그 밭 채소로 요리도 먹을 수 있어. 레시피도 배울 수 있지.
“우리가 만든 여행 상품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여기서 ‘사람들’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고객과 현지인이죠. 놀라운 여행 경험은 고객만 즐겁게 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다녀간 현지에도 영감을 남기죠.”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Humans of Travel 팟캐스트에서

블랙토마토는 재생적 여행을 제안한다. 블랙토마토가 협업하는 코스타리카의 나야라 텐트 캠프는 나무늘보 보호구역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블랙토마토
Chapter 5.여행사가 ‘감정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
이제 블랙토마토의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를 더 널리 알리고 있어. 여행 상품 설계를 넘어, 콘텐츠도 만들고 있지.
블랙토마토는 2025년 2월, 콘텐츠 플랫폼 ‘감정의 추구The Pursuit of Feeling’를 공개했어. 자체 제작한 팟캐스트, AI를 활용한 여행지 추천 섹션 등을 모은 웹페이지야.
이 페이지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감정’이야. 첫 화면 영상에서부터 이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어. 흥분해서 커지는 동공, 놀란 듯 입 주위를 만지며 위를 올려보는 여자아이, 긴장한 듯 팔을 세게 잡는 손끝 등이 나와.
이게 다 뭐냐고? 여행지에서 겪을 수 있는 경이로움, 설렘을 보인 거래.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몰라도, 어떤 기분을 느끼고 싶은지는 알겠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에요. 그렇기에 우리 고객에게는 감정에 따라 여행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Humans of Travel 팟캐스트에서

감정의 추구 플랫폼에 들어가면 보이는 첫 화면. 여행지가 아닌 여행의 감정에 집중한 영상이 재생된다. ⓒ블랙토마토
한 달에 한 번꼴로 내놓는 팟캐스트에선 유명인들의 여행 경험과 그때의 감정을 전해. ‘세계 최고 바텐더’라 불리는 라이언 체티야와르다나Ryan Chetiyawardana가 술 문화를 익힌 이야기, ‘뉴욕 패션위크’의 창시자 펀 멜리스Fern Mallis가 50번 넘게 인도를 찾은 이유를 소개했지.
“우리는 여행이 별점과 버킷리스트 등으로 흐릿해진 게 아니라, 더 넓고 감각적인 경험이라 생각해요. 20년 전부터 이 생각을 해왔습니다. 팟캐스트는 우리가 다른 장소로 떠날 때 느끼는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도구예요. 당시의 감정으로 돌아가기 위한, 우리만의 방식이죠.”_팟캐스트 Pursuit of Feeling 소개 메시지에서
이들은 ‘감정 카드’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여행지를 추천하기도 해. ‘마음이 머무는 곳Where the heart is’이란 섹션을 만들어, 5가지 카드 중 끌리는 걸 고르게 했지. 이들이 제안한 감정은 ‘만족’과 ‘재충전’, ‘자유’와 ‘혼란’, 그리고 ‘도전’이었어.
‘혼란’이라 쓰인 카드에는 산을 배경으로 매와 앉아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어. 문구는 ‘독수리 사냥꾼과 날아오르다’라고 쓰여 있지.
이걸 누르면 카드가 뒤집혀. 몽골 알타이산맥이라는 장소가 나오지. 몽골 서부에 사는 현지인들과 유목 생활을 하며 독수리 사냥을 체험한다는 설명이 나와. 카드 밑에는 ‘나를 거기로 데려가줘Take me there’라는 버튼이 있어. 이걸 누르면? 아래의 설명이 쓰인 상품 페이지로 넘어가지.
“이 특별한 여정에서, 당신은 일상의 소란스러움과 압박을 털어낼 수 있을 거예요. (…) 중요한 건, 오로지 지금 당신 발밑에 있는 것들뿐입니다. 이곳에선 더는 답장할 이메일도, 준비할 일정도, 정리해야 할 어지러움도 없어요. 우리가 당신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테니까요.”

감정의 추구 플랫폼에서는 다섯 가지 감정으로 나눠놓은 여행 상품을 탐색할 수 있다. ‘혼란’이라 쓰인 카드를 선택하면, 몽골의 독수리 사냥꾼과 함께하는 여행을 제안한다. ⓒ블랙토마토
‘흔한 루트에서 벗어나는 법’을 끝없이 제안하겠다
블랙토마토는 ‘호기심’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낯선 여행’을 꾸준히 제안했어. 이게 회사를 만든 계기이자, 20년간 사람들을 새로운 곳으로 이끈 힘이 됐지.
“호기심은 흔한 루트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이에요. 이게 우리를 계속 갈망하게 합니다. 새로운 걸 내다보고 그 가치를 받아들인다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걸 더 잘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죠.
마지막으로, 톰은 이런 호기심을 품고 여행하면 ‘겸손함’까지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해. 낯선 길에선 늘 예상 못한 걸 만나기 때문이지.
불안할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다 옳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는 거야. 바로 그게 톰이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일지도?
“우리는 완벽한 여행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에선 늘 변수를 만납니다. 여행이란 게 원래 그래요. 그 변화무쌍함이 우리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여행을 통해 내가 너무 잘났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 겸손함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준다고 믿어요.”_톰 마찬트 블랙토마토 공동창업자, 2025년 Humans of Travel 팟캐스트에서

블랙토마토의 창업자들은 “호기심이 우리를 여행으로 이끌고, 여행이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말한다. 사진은 히말라야의 라다크 지역. 훼손되지 않은 자연과 오래된 불교 사원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블랙토마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