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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식스의 역전 : 달리기 선수들이 나이키 신발 벗게 만든 ‘정상 전략’

한이룸
이커머스
2025. 3. 19.
“경기에서 절대 못 이기는 신발.”
불과 4년 전, 일본 스포츠화 브랜드 아식스Asics에 붙었던 수식어입니다.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밀려 적자를 기록했죠. 한때 마라톤 대회 착용률 0%를 찍기도 했고요.
그런 아식스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2024년 매출 6785억엔(약 6조6199억원), 순이익 1000억엔(약 975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죠. 시가총액은 2023년 1조엔, 2024년 2조엔을 빠르게 돌파했고요.
극적인 변화, 한 외부 출신 경영인의 ‘잔인한 문제 진단’ 덕에 가능했습니다. 성공담만 추억하던 회사를 트랙 위에 올려뒀죠. “영광을 되찾자”는 선언과 함께요.
경쟁에 지친 분들에게, 아식스의 역전극을 들려드립니다. 오늘 하루에 활기를 더할 거예요.
Chapter 1.‘지루한 브랜드’로 낙인찍힌 이유
아식스는 반세기 동안 ‘선수 전용 신발’로 성장해 온 브랜드입니다.
특히 정상급 스포츠 선수들이 아식스를 자주 찾았어요. 탄력성이 높은 쿠션으로 기록을 단축하게 하고, 발목에 무리를 줄여줬거든요. 올림픽 마라톤에선 ‘아식스를 신었냐 아니냐’가 메달을 결정지을 정도였죠.
이는 창업자의 설립 정신과도 연결됩니다. 1949년 ‘오니쓰카 기하치로鬼塚喜八郎’가 일본 고베에서 시작했어요. 체육 교사였던 오니쓰카는 문득 떠올립니다. ‘스포츠 문화를 증진해야 한다’고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패전 후 청소년들의 체력이 쇠약해졌거든요. 그래서 오니쓰카는 아이들이 편히 신고 뛰어놀 ‘운동화’를 만들기로 했죠. 아식스의 전신인 ‘오니츠카 타이거Onitsuka Tiger’의 시작이었어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늘 믿어왔습니다. 몸과 마음이 균형 있게 성장하려면, 스포츠가 꼭 필요했죠. 멋진 운동화를 만들어 청소년을 훌륭하게 키우자. 이것이 나의 사명이었어요.”_오니쓰카 기하치로 아식스 창업자, 2004년 벤처통신 인터뷰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농구화부터 물집을 막는 러닝화까지. 1960~1980년대 아식스*는 꾸준히 ‘스포츠 전문 신발’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했어요. 일본을 넘어 미국, 유럽에 뻗어나갔죠. 2000년엔 1조원 매출을 돌파했습니다.
1977년 오니츠카 타이거는 스포츠 브랜드 GTO, 제렝크와 합병해 ‘아식스’라는 브랜드로 뻗어나갔다. 라틴 시 구절 Anima Sana In Corpore Sano(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몸에 깃든다)의 앞 글자에서 따온 것.

오니츠카 타이거의 대표 신발인 코르세어(왼쪽). 창업자 오니쓰카 기하치로와 육상 코치 빌 바우먼이 함께 개발했으나, 이후 빌이 필 나이트와 나이키를 창업하며 코르테즈(오른쪽)로 출시했다. Ⓒ오니츠카 타이거, 나이키
나이키가 가졌고, 아식스가 못 가진 것
‘스포츠 전문 신발’이라는 수식은, 2000년대 들어 아식스에게 ‘독’이 됐습니다.
아식스가 성능을 강조할 때, 나이키는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에 침투했거든요.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의 협업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문구 덕에 ‘쿨한 브랜드’로 각인됐죠.
결정타를 날린 건 2017년, 나이키가 ‘밑창이 두꺼운 신발’을 공개한 때였습니다. 35~40mm의 밑창은 보통의 육상 신발보다 1cm나 두꺼웠어요. 선수들의 평도 좋았습니다. “착화감이 편하고, 달리는 속도도 빨라졌다”면서요.
심지어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마라톤 선수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합니다. 출시 1년 전의 ‘시제품’에 불과했는데도요.
입지가 애매해진 아식스, 2021년 끝내 적자로 돌아섭니다. 일본의 한 마라톤 대회에선 ‘아식스 신발을 신은 선수가 0%’라는 수모까지 겪습니다. 빈자리를 나이키가 채웠죠.

Chapter 2.한때의 성공 경험이 발목을 잡는다
“우리 모두 나이키에 패배했다는 걸 인정하자.”
2019년, 아식스의 회장 히로타 야스히토廣田 康人*가 전사 회의에서 꺼낸 말입니다. 보스턴의 투자 설명회에서 쓴소리를 듣고 오는 길이었죠. “예전의 아식스와 다르다”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는 말이 오갔어요.
아식스 최초의 외부 영입 경영인이다. 1982년 미쓰비시상사에 입사해 총무부장, 간사이 지회장 등을 거쳤다. 2018년 아식스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2024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히로타 회장은 병폐를 ‘매너리즘에 빠진 임직원’들에서 찾았습니다. “나이키는 아식스의 진정성을 따라 할 수 없다”며 애써 위안 삼는 직원이 많았거든요.
“아식스는 ‘성공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해, 나이키의 독주를 허용한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메달리스트들이 애용했다며 위안했거든요. 나이키가 두꺼운 밑창을 내놓자, 근거 없이 ‘부상 당하기 쉽다’, ‘일본인의 달리기 스타일에 안 맞는다’고 부정하기 바빴죠.”_히로타 야스히토 아식스 회장 CEO, 2024년 닛케이 크로스트렌드 인터뷰에서
위기감을 느낀 히로타 회장, 2019년 11월 아식스의 쇄신을 선언합니다. 회장 직속 조직 ‘C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C는 아식스 창업자가 주창한 쵸조頂上·Chojo에서 따왔어요.
쵸조는 우리말로 ‘정상’입니다. 즉 정상급 선수부터 아식스를 신게 한 뒤, 거기서 얻은 노하우로 대중들도 좋아할 신발까지 만들겠단 작전이었죠.
“창업자 오니쓰카 씨는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장애물을 넘을 수 있다면, 그 뒤의 장애물은 더 쉽게 넘는다”고요. 이 정신을 바탕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농구화 개발에 성공하셨죠.

아식스의 히로타 야스히토 회장은 아식스 최초의 외부 영입 경영인이다. 그는 아식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한 뒤, C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문제 개선에 나섰다. Ⓒ아식스
Chapter 3.C 프로젝트 : 실험하는 조직이 늘 이긴다
히로타 회장은 C 프로젝트를 ‘딱 1년’만 운영하기로 합니다. “기간을 넓게 잡으면, 목표는 흐려지고 부활도 어려워진다”면서요. 그 안에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했죠.
그러려면 ‘가장 작은 조직’이 필요했습니다. 프로젝트에 단 10명만 모인 이유죠. 제품 개발과 마케팅, 스포츠공학연구소, 법무, 회계팀의 에이스만 데려왔거든요.
작은 조직의 강점, 바로 ‘의사 결정’이 빠르단 겁니다. 결재가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히로타 회장과 상의한 뒤, 재가를 받으면 그만이었죠.
“흔히 PDCA라고 하죠. 계획Plan, 실행Do, 평가Check, 개선Adjust가 빠르게 이뤄지는 조직은 어떤 문제든 해결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_히로타 야스히토 아식스 회장 CEO, 2024년 닛케이 크로스트렌드 인터뷰에서

C 프로젝트가 진행된 아식스 스포츠공학연구소. 정상급 마라토너를 팀원으로 영입해, 달리기에 적합한 신발 시제품을 10종 넘게 개발했다. Ⓒ아식스
발견 : 나이키가 정답은 아니다
개발에 앞서, 히로타 회장은 가장 먼저 스포츠 선수들을 섭외합니다. 평소엔 시제품을 선수에게 나눠준 뒤, 후기를 들으며 신발을 개발했어요. 이번엔 달랐습니다. 선수가 제품 개발에 직접 뛰어들게 한 거죠.
선수들의 역할은 하나. ‘달리기’ 뿐이었어요. 수십 가지의 시제품을 번갈아 신어가며, 연구소에 준비한 트랙 위를 뛰게 했죠. 덕분에 C 프로젝트는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을 합니다. 밑창이 두꺼운 신발이 기록 향상에 무조건 도움을 주진 않는다는 것.
“나이키가 모두를 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령 보폭이 큰 선수에겐 두꺼운 밑창이 좋지만, 보폭이 좁은 선수는 발을 헛디딜 수도 있었던 거죠.”_히로타 야스히토 아식스 회장 CEO, 2024년 닛케이 크로스트렌드 인터뷰에서
이때의 배움을 녹여낸 제품이 2021년 3월에 나온 ‘메타스피드Metaspeed’ 시리즈입니다. 신소재로 만든 미드솔* FF 블라스트 터보FF BLAST TURBO가 특징이에요. 나이키의 경쟁 제품보다 밑창이 얇고 가벼우면서, 반발력이 좋아 ‘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높였죠.
신발의 창을 튼튼하게 하려고 겉창 속에 한 겹을 덧붙여 댄 창.
나이키와의 차별점은 또 있었어요. 달리기 스타일에 따라 ‘맞춤형 모델’을 내놓았거든요. 보폭이 넓은 선수는 메타스피드 스카이Metaspeed SKY를, 좁은 선수는 메타스피드 엣지Metaspeed EDGE를 사게 했죠.
1년의 노력은 ‘대회 우승’으로 증명됐어요. 2024년 전 세계 21개 마라톤 대회에서, 아식스를 신고 3위권에 들어온 선수는 약 24.8%였어요.
“나이키가 잘 되는 이유를 분석하되, 나이키를 따라가진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결심은 오직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었죠. 탁상공론만 할 땐 ‘남 탓’하기 바빴지만, 실험으로 증명하는 조직으로 바뀌자 ‘또 다른 대안’을 발견하기 시작한 거예요.”_히로타 야스히토 아식스 CEO, 2024년 닛케이 크로스트렌드 인터뷰에서

메타스피드 출시 이후, 아식스는 다시금 세계 대회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주요 마라톤 대회에서 3위권 안에 들어온 아식스 착용 선수는 2019년 1명에서 2024년 24명으로 늘었다. Ⓒ아식스
Chapter 4.원 아식스 : 극진한 대접으로 1000만 고객을 묶다
나이키의 성공이 아식스에 가져다준 배움은 또 있습니다. 성능만 강조하는 브랜드는 고객에게 아무 매력이 없다는 것. 나이키는 ‘패셔너블한 스포츠 브랜드’를 찾는 고객을 잡아 성공했으니까요.
“아식스는 성능만 강조했을 뿐, 고객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를 후원해 인지도를 높이는 게 유일한 마케팅 전략이었죠. 이제는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 아식스를 좋아할 이유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었어요.”_미츠유키 토미나가 아식스 상무집행임원, 2022년 닛케이 크로스트렌드 인터뷰에서
히로타 회장이 찾은 돌파구, 바로 ‘러너들에게 꼭 필요한 브랜드’ 만들기였습니다. 2018년 12월 아식스의 평생 멤버십 프로그램 원아식스OneASICS를 시작한 이유죠.
원아식스는 러너들의 일상 전반을 ‘지원’하는 멤버십이에요. GPS로 달리기 기록을 측정*해주거나, 매일 얼마나 달리는지 파악한 뒤 ‘가장 잘 맞는 신발’을 추천하기도 하죠.
멤버십 회원은 운동 추적 및 기록 앱 아식스 런키퍼ASICS Runkeeper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진 나이키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핵심은 러너들을 극진히 대접하는 ‘VIP 스타일 서비스*’죠.
멤버십을 지원하는 나라별로 혜택이 다르다.
회원의 위치 근처에서 마라톤,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면? 회원의 참가 여부를 확인해요. 대회 당일 마사지 서비스부터 티셔츠에 이름을 새겨주는 서비스, 대회 당일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죠.
“오직 아식스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습니다. 그때 떠올린 게 ‘즐거운 기분’이에요. 러너들이 아식스 덕에 대회 경험이 즐거워진다면? 고객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아식스를 지지해 줄 거라 생각했거든요.”_미츠유키 토미나가 아식스 상무집행임원, 2025년 DX Magazine 인터뷰에서

원아식스 멤버인 마라톤 참가자에게, 아식스 부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아식스 직원. Ⓒ아식스
데이터로 ‘정교한 제안’을 시도하다
극진한 대접으로 모은 멤버십 회원은, 아식스를 ‘데이터 중심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고객의 달리기 기록부터 대회 참가 현황, 신발을 새로 사는 주기까지 수집했거든요.
이렇게 쌓인 데이터로, 아식스는 고객 맞춤형 제안을 시작했습니다. 가령 한 신발로 300km를 달린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요. “이제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할 때입니다, 예전에 산 제품의 새 모델이 나왔습니다”라면서요.
고객과 매장 직원의 대화에도 데이터가 활용됩니다. 직원은 고객이 얼마나 자주 달리는지 살핀 뒤, 빈도에 맞는 신발을 추천할 수도 있죠.
덕분에 원아식스 멤버십은 2025년 기준 1000만 명을 넘겼습니다. 덩달아 온라인 채널 판매 비율도 전체 판매의 20%대로 늘었죠. 고객을 직접 만나겠다는 히로타 회장의 전략이 통한 겁니다.

원아식스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메시지를 보낸다. 고객의 신발 구입 주기, 생일 프로모션, 대회 참가 등을 제안한다. Ⓒ아식스
Chapter 5.제품 설명 빠진 카탈로그로 ‘구매’ 부른 방법
피 튀기는 쇄신의 노력 속에서, 아식스는 브랜드의 ‘가장 소중한 자원’을 발견합니다. 76년 동안 쌓인 ‘땀나는 이야기’였죠.
“지금까지는 얼마나 좋은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이냐에 늘 집중해 왔어요. 하지만 스토리야말로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_다카오카 리세 아식스 무역 마케팅 전략팀원, 2024년 닛케이 엑스트렌드 인터뷰에서
2024년 아식스가 워킹화 페달라Pedala* 출시 40주년을 맞아 VIP 고객 7000명에게 ‘소책자 우편’을 보낸 이유입니다.
아식스는 워킹화 전문점 ‘아식스 워킹’을 일본 내 50여 곳에 운영 중이다. 발 길이나 폭 등을 전용 기계로 측정해 맞춤형 워킹화를 만들어 살 수 있다. 여기서 VIP는 아식스 워킹의 단골 고객을 뜻한다.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웬 우편이냐 싶으시죠. 하지만 일본은 우편 마케팅*이 활발한 나라입니다. 2024년에만 무려 14억4000만 장이 발송됐을 정도예요.
기업이 상품을 광고하려 카탈로그나 연하장 등을 특정 고객에게 보내는 방법. 인터넷 광고와 TV 미디어, 신문에 이어 일본 기업의 광고비 지출 4위(4.8%)를 차지한다.
가장 궁금한 건 아식스의 성과겠죠. 7000명 중 무려 1200명(약 17.5%)이 한 달 안에 매장을 찾아 물건을 샀습니다. 우편 마케팅의 구매 전환율이 평균 1.3%*인 것에 비해 엄청난 성과였죠.
2022 일본 DM 미디어 실태조사 2022 통계.
어떻게 한 걸까요? 먼저 아식스는 뻔한 홍보물에서 벗어났습니다. 22페이지 분량의 정사각형 책자엔, 제품 광고나 가격을 찾아볼 수 없어요. 오로지 아식스의 워킹화를 만들어 온 ‘과정’만 소개하죠.
아식스의 마니아들도 대부분 몰랐던 이야기들입니다. 장인들이 신발 밑창 선을 한땀 한땀 바느질하는 모습부터, 창업자 오니쓰카가 일본의 공장노동자를 위해 워킹화를 연구했다는 이야기까지 실렸죠.
“처음엔 신상품에 대한 소구를 전혀 안 하는 것이 불안했어요. 하지만 상품에 대한 인지도를 넓히는 커뮤니케이션은, 오직 기념일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기왕 할 거라면,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_다카오카 리세 아식스 무역 마케팅 전략팀원, 2024년 닛케이 엑스트렌드 인터뷰에서
이때를 계기로 아식스는 우편 마케팅을 적극 활용 중입니다. 고객 데이터를 접목해, 신발을 산 지 일정 기간이 지난 고객에게 새 제품 책자를 보내죠. 효과도 확실해요. 매장 방문 구매 비율이 7.5%를 넘겼고, 구매자의 50.8%가 책자에 나온 상품을 샀거든요.

아식스가 워킹화 출시 40주년을 맞이해 VIP 고객에게 보낸 소책자. 제품 설명이나 가격 없이, 제작 과정과 철학만 담았다. Ⓒ아식스
Chapter 6.열등감을 지우자, 길이 보였다
“남을 의식하지 않았다.” 히로타 회장이 꼽은 아식스의 부활 비결입니다.
유명 선수와 손잡고 브랜딩을 한다면, 분명 대중에게 각인되겠죠. 하지만 히로타 회장은 아식스가 잘하는 일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유명 선수가 ‘편안해할 신발’을 만들고, 그 선수의 ‘진짜 후기’를 듣는 일이죠.
“늘 창업자의 정신을 되새깁니다. ‘아무리 달려도 물집이 안 생기는 신발’은 오니쓰카 씨가 1960년에 개발한 제품이에요. 그의 유전자를 잇고자 할 때, 가장 선명한 길이 보이더군요. 염좌가 안 생기는 신발, 피곤하지 않은 신발, 장애인이 안전한 신발을 만들 때 아식스는 가장 ‘자기다운’ 브랜드가 아닐까요.”_히로타 야스히토 아식스 회장 CEO, 2018년 닛케이 미디어 마케팅 인터뷰에서
이런 깨달음이 한 번에 찾아온 건 아닙니다. 히로타 회장은 아식스가 자기답지 않을 때, 가장 크게 실패했다고 회상하죠.
“아식스는 2015년부터 애슬레저 확장에 힘을 쏟았어요. (잘될 거라 생각해) 대량 생산해 미국에 출하했지만, 잘 팔리지도 않았고 반품도 많아 영업 이익에 큰 타격을 입었죠.
실패를 계기로, 히로타 사장은 아식스의 목표를 명확히 정했습니다. ‘달리기’하면 생각나는 1등 브랜드가 되겠다는 것.
“아식스의 역할을 ‘신발 브랜드’로 제한하면 뻔한 발상만 나옵니다. 하지만 달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브랜드라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아식스의 베스트셀러인 젤 카야노 14 모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꾸준히 아식스 판매량 1, 2위를 다툰다. Ⓒ아식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