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ilable for work

스페셜 컨텐츠

어른을 위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판타지로 배우는 실전 처세술

한이룸

이커머스

2025. 3. 7.

강혜빈 시인

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처세술’의 관점으로 접근해 보려 해요. 주인공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빠져, 온갖 사건·사고를 ‘유연하게’ 돌파하는 모습을 통해서요.

앨리스는 시종일관 기묘한 사건을 겪습니다. 체셔 고양이나 모자 장수, 하트 여왕 같은 인물과 맞닥뜨린 뒤 그들의 성격에 맞춰 대응해 나가죠. 적재적소에 꺼내 쓸 ‘페르소나 카드’를 모으는 셈이에요.

여러분과 앨리스의 모험을 따라가 보려는 이유예요. 이 세상을 헤쳐나갈 여러분에게, 앨리스의 처세술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Chapter 1.페르소나는 숨겨진 나의 ‘가능성’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노랫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밴드 ‘시인과 촌장’의 노래 ‘가시나무’에서 나온 노랫말이에요. 1988년에 쓰인 이 가사에 공감이 가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우리는 다양한 페르소나persona*를 쓰고 살아갑니다. 내가 속한 곳에 따라 표정이나 행동이 달라지곤 해요. 하지만 페르소나가 너무 많으면 혼란스러워요. ‘진짜 내 모습’이 기억나질 않으니까요.

  •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쓰던 ‘가면’에서 온 말로, ‘사회적 가면’이라는 뜻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에 따르면, ‘사람들이 사회에서 보여주는 외적인 모습이나 역할’을 의미한다.

앨리스도 같은 고민을 했어요.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앨리스는, 물약을 마시거나 과자를 먹을 때마다 몸의 크기가 들쭉날쭉 변했거든요. 집채만큼 커지기도, 강아지보다 작아지기도 했죠. 목의 길이가 기린처럼 쭉 늘어나기도 했고요. 끊임없이 변하는 내 모습에 혼란스러워 한 거예요.

“어머, 어머! 오늘은 정말 모든 게 이상하네! 어제만 해도 정상이었는데. 밤사이에 내가 변해버린 걸까? 생각 좀 해봐야지.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괜찮았었나? 조금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기는 해. 그런데 내가 달라졌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지?’ 아, 도무지 알 수가 없잖아!”_29p

하지만 앨리스가 모습을 바꾸지 못했다면? 모험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물약을 마시거나 부채를 잡을 때 몸이 작아진 덕에, 영문도 모른 채 갇혀있던 복도에서 작은 문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 페르소나가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변화무쌍한 내 안의 모습은, 다양한 환경에서 금세 적응하도록 도우니까요. 앨리스도 도중에 이 사실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모습을 바꿔나갑니다.

(…) 그때 거울 옆에 있는 작은 병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병에 “나를 마셔라” 같은 지시가 붙어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앨리스는 뚜껑을 열고 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모든 사회인 여러분, 이제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페르소나는 ‘내 안의 숨은 가능성’이라고요. 앨리스처럼 내 페르소나를 적극 활용해 보는 거예요.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도, 손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요.

페르소나를 긍정하게 됐다면? 이제부터 알아봅시다. 앨리스가 어떻게 처세술의 달인이 됐을지를요.

페르소나를 ‘내 안의 숨은 가능성’으로 볼 때,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도 금세 적응하는 방법을 깨칠 수 있다. 앨리스도 이를 깨닫곤, 적극적으로 모습을 바꿔나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hapter 2.하얀 시계 토끼 : 줏대 있는 ‘일잘러’

맨 처음 앨리스를 모험의 세계로 이끈 건 하얀 토끼입니다. 우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캐릭터죠.

하얀 토끼는 늘 분주합니다. “늦겠다, 늦겠어!”라고 외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죠.

그때 갑자기 분홍색 눈을 가진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앨리스 옆을 뛰어서 지나갔다. (…)

‘그냥 바쁘기만 한 토끼’로만 기억해선 안 됩니다. 이 토끼, ‘자기관리의 달인’이에요. 바쁘고 피로한 와중에도, 용모를 단정히 유지하죠. 정장을 갖춰 입고, 수염 한 올마저 가지런히 정리해요. 흰 장갑과 부채도 까먹지 않죠.

얼마나 지났는지 먼 곳에서 또닥또닥 울리는 희미한 발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누가 오는지 보려고 얼른 눈물을 닦았다. 한껏 멋지게 차려입은 하얀 토끼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토끼는 한 손에는 새끼 염소 가죽으로 만든 흰 장갑 두 짝을, 다른 손에는 커다란 부채를 들고 있었다._27p

척 보기에도 믿음직스러운 토끼는, 중요한 행사를 도맡아 진행하기도 합니다. ‘알아서 센스 있게’ 말이죠. 모험의 끝자락에서 하트 왕이 재판*을 열었을 때였어요. 토끼는 시끄러운 방청객들에겐 “법정에서 정숙하시오!”라며 강단 있게 외치는가 하면, 트럼펫을 불면서 재판 순서를 이끌죠.

  • 하트 여왕이 만든 파이를 누가 훔쳐 갔는지에 관한 재판이다. 여왕의 부하인 하트 잭이 파이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심지어는 갈팡질팡하는 왕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아요. 왕은 판사 행세를 하면서도, 정작 재판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는 잘 몰랐거든요.

“증언하라.” / 왕이 말했다.

충직한 참모로 보이는 토끼, 그를 보고 ‘순응적인 인물’이라고 오해하면 안 돼요.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이거든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꼭 내뱉어야 하죠. 상대가 아무리 왕일지라도요.

앨리스가 재판의 증인으로 나섰을 때였어요. 앨리스가 파이 도난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자, 왕은 배심원들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아주 중요하지.” 그러나 왕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 토끼, 그냥 넘어가지 않고 끼어듭니다.

“사소하다는 말씀이겠죠, 폐하, 당연히.”

예의를 갖추지만 주관은 뚜렷한 토끼. 어쩌면 사회를 살아 나가는 우리들이 ‘닮고 싶은 페르소나’가 아닐까요? 맡은 일을 똑 부러지게, 거짓 없이 해내는 강인함을 가졌으니까요.

앨리스를 모험의 세계로 이끈 하얀 시계 토끼는, 흐트러짐 없이 일 처리를 하는 유능함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소신 있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hapter 3.체셔 고양이 : 칠Chill한 고양이, 느긋함을 뽐내다

체셔 고양이는 앨리스가 만난 가장 ‘수수께끼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커다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씨익 웃고 있죠. 심지어는 ‘투명 고양이’가 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몸을 자유자재로 사라지게 했다가, 다시 나타내 보일 수 있었죠.

앨리스가 체셔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는 나른하게 웃고 있었어요. 공작 부인 집의 부엌에서, 요리사가 수프에 후추를 너무 많이 넣어 모두가 재채기를 해대고 있을 때였죠.

확실히 방 안의 공기가 너무 매웠다. 심지어 공작 부인조차 연거푸 재채기를 해댔다. (…) 그 부엌에서 재채기를 하지 않는 생물은 요리사와 난로 위에 누워서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커다란 고양이뿐이었다._92p

부엌에서 나와 길을 걷다가, 앨리스는 또다시 체셔 고양이를 만나게 돼요. 어느새 앨리스를 앞질러 나무의 큰 가지 위에 앉아 있었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묻는 앨리스에게 그는 싱긋 웃으며 말장난을 칩니다.

겉보기엔 말장난하는 것 같지만, 저는 체셔의 대답에서 ‘차분함’을 읽었어요. 모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유연한 태도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니까요.

하트 여왕이 체셔 고양이의 “목을 베어버리라”고 명령을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그는 동요하지 않아요. 그저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천천히 몸을 사라지게 한 거예요. ‘목을 벨 수 없도록’ 머리만 남겨놓는 재치까지 잃지 않죠.

  • 하트 여왕과의 크로케 경기 중, 앨리스는 갑자기 나타난 체셔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체셔 고양이를 보고 기분이 상한 하트 왕이, 여왕에게 그를 없애달라고 부탁했다.

사형 집행인은 몸뚱이가 있어야 목을 잘라낼 것이 아니냐고 호소했다. 전에는 이런 경우를 본 적도 없고, 이렇게는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분서주하는 건, 오히려 체셔를 해하려던 사람들뿐입니다.

고양이의 머리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형 집행인이 공작 부인을 데리고 돌아왔을 때 고양이는 이미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왕과 사형 집행인은 펄쩍펄쩍 뛰며 고양이를 찾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_140p

위기 앞에서 ‘느긋함’을 뽐낼 줄 아는 체셔. 그는 알고 있던 거예요. 심각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걱정만 낳는 건, 사는 데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걸 말이에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죠. 위급한 순간, 분주한 마음에 일이 오히려 더 꼬였던 경험, 저만 있는 건 아닐 거예요. 마음이 불안해질 때, 심호흡을 크게 하고 침착함을 유지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언제나 마음의 평정을 유지했던 체셔 고양이처럼요.

체셔 고양이는 “목을 베어버리라”는 하트 여왕의 말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대신 그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그건 나른하게 미소 지으며, 몸을 투명하게 없애는 것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hapter 4.모자 장수 : ‘미친’ 상상력으로 틀을 깨다

앨리스가 정원에서 만난 모자 장수는, 선입견을 ‘뒤집는’ 인물이에요. 그의 원문 이름은 매드 해터Mad Hatter. 작가는 그를 대놓고 ‘미친 사람’으로 묘사해요. 끊임없이 상식을 깨는 행동을 보이거든요.

모자 장수는 모자를 팔지 않아요. 토끼, 산쥐와 함께 다과회를 열죠. 24시간 내내 차를 마시는 파티예요. 현장에 온 앨리스에게, 모자 장수는 ‘관점을 바꾸는’ 이야길 던집니다.

시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볼까요?

“(…) 시간은 맞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네가 시간과 친해지기만 하면, 시간이 네가 좋은 시각에 대부분 시계를 맞춰줄 거야. 예를 들자면, 아침 9시야, 이제 공부를 시작할 시간이란 말이지. 그때 넌 시간에게 살짝 속삭이기만 하는 거야. 그럼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시계를 돌려버리지! 완전히 한 바퀴 돌려서, 저녁 식사 시간을 만들어버리는 거야!”_114p

시간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모자 장수의 모습은, 시간에 쫓기는 하얀 토끼와 180도 다릅니다. 심지어 모자 장수의 시계엔 시간이 표시되지 않아요.

“어머, 이상한 시계잖아! 날짜는 표시되는데, 시간은 표시가 안 돼.”_112p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생각을 비트는 모자 장수, 누군가는 그의 행동이 ‘쓸모없다’고 비난하더라도, 그는 개의치 않을 겁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오롯이 ‘내 것’이니까요. 누가 뭐라 하더라도요.

심지어 앨리스가 그와의 대화를 “시간 낭비”라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네가 나만큼 시간에 대해서 잘 안다면, 시간 낭비라는 말은 하지 않을 텐데.”_113p

흔히 사람들은, 엉뚱한 상상력을 보이는 이에게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일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100% 옳은 말은 아니란 걸, 우린 알고 있죠. 때론 쓸모없는 공상을 통해, 세상을 바꿀 독창성이 태어나니까요.

독특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땐, ‘불변의 진리’라 믿던 생각을 과감히 내려놓는 게 도움 될지도 몰라요. 모자 장수가 시간을 갖고 노는 것처럼요.

모자 장수는 시간을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며, 앨리스가 갖고 있던 상식의 틀을 깬다. 누군가 ‘별종’ 취급을 하더라도, 그의 놀라운 상상력을 무시할 순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hapter 5.하트 여왕 : 내 안의 빌런, ‘통제광’

지금까지 소개한 인물은 ‘닮고 싶은 페르소나’였다면, 이번엔 ‘외면하고 싶은 페르소나’를 들여다보려 해요. 이상한 나라를 이끄는 ‘하트 여왕’을 통해서요.

하트 여왕은 모든 걸 자신의 통제권 아래에 두려 해요. 한 번의 실수에도 “목을 쳐라”라며 고함을 지르죠. 그게 세상을 통제할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요.

잔뜩 화가 난 여왕은 발을 구르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명령은 결국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요. 오히려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죠. 하얀 장미꽃을 잘못 심은 정원사들이, 여왕에게 들킬까 서둘러 페인트를 칠해 빨간 장미꽃으로 만든 것처럼요.

“그게, 사실은 아가씨, 이 자리엔 빨간색 장미꽃 나무를 심었어야 했는데, 우리가 그만 실수로 하얀색 장미꽃 나무를 심어버렸답니다. 이걸 여왕님이 아시면 우리들 목이 잘릴 게 뻔하거든요. 그래서 보시다시피, 여왕님이 납시기 전에 꽃들을 모두 칠하려는 것이죠.”_125~126p

통제의 뒷면엔 여왕의 ‘두려움’이 숨어 있습니다. 스스로 카리스마가 없다는 걸 잘 알거든요. 본모습이 들키기라도 하면,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있죠.

그런데 여왕이 꼭 ‘판타지에서나 볼 법한 악역’일까요? 우리 마음에도 ‘통제하려는 욕망’이 꿈틀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진 않나요. 일이 잘못될까 두려워, 상대를 깔아뭉개거나 비난할 때도 있으니까요.

앨리스에게 하트 여왕은 마냥 ‘나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닮지 않으려 경계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름이 뭐냐, 얘야?”

모든 걸 통제하려는 하트 여왕의 모습 뒤에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자신의 리더십에 카리스마가 없단 걸 은연중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Chapter 6.앨리스 : 다 울었으니 할 일을 하자는 명랑함

마지막으로 우린 주인공 ‘앨리스’의 페르소나, ‘주눅 들지 않는 호기심’을 살펴보려 해요.

앨리스가 모험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그가 호기심이 가득해서예요. 보통의 사람이라면 바쁘게 뛰어다니는 하얀 시계 토끼를 쳐다만 보고 말았겠죠. 하지만 앨리스는 기어이 토끼를 쫓아갑니다. 그러다 토끼굴에 빠져 모험을 시작했고요.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는 주눅 들거나 겁내는 대신, 호기심을 지켜나가요. 이상한 사람을 만나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맞닥뜨려도 피하기보단 ‘대화’로 맞서죠. 설령 울음이 나온다 한들, 그는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그만해, 그렇게 울어봐야 소용없어! 뚝 그치란 말이야!”

앨리스의 울음은 길지 않아요. 끊임없이 ‘내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고, 해결하려 몸을 움직이죠. 느닷없이 갇혀버린 복도에서, 탁자 밑에 놓인 케이크를 찾아내고 먹는 것처럼요.

“좋아, 먹겠어. 이걸 먹고 키가 커지면, 열쇠를 잡을 수가 있어. 그리고 키가 작아지면 문 아래로 기어서 들어갈 수가 있을 거야. 어느 쪽이든 그 정원으로 들어갈 수가 있을 테니까, 어떻든지 상관없어!”_21p

앨리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는 호기심’을 보이며, 모험을 이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마치며 : 페르소나 카드를 꺼내보세요

명랑한 앨리스는 모험의 끝, ‘엉터리 재판’에서도 기죽지 않고 하트 여왕에게 외쳐요. “이 재판은 엉터리”라고 말이에요. 입을 다물라는 하트 여왕의 말에, “안 다물 거예요!”라며 앙칼지게 대항하죠. 그러다 결국 꿈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꿈속의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배운 건 뭘까요? 기상천외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나아갈 줄 아는’ 태도와 기술이었을 겁니다. ‘세상은 왜 이 모양이지?’ 푸념하지 않고요.

삶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고민하기 전에, ‘눈앞에 닥친 상황’을 변화무쌍하게 해결해 나가는 거죠.

그럼 꼭 한 가지 모습만 고집하지 않아도 돼요. 펑펑 우는 나, 시간에 쫓기는 나, 할 말은 해야 하는 나, 엉뚱한 생각을 하고 싶은 나까지.

다양한 모습을 내 안에 채워야만, 변덕스러운 삶을 살아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 모험은 오늘 아침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 어제 이야기는 아무 소용없어. 어제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거든.”_171p

앨리스는 하트 여왕에게 주눅 들지 않고 맞서며, 자신 안에 숨어있던 대담함을 발견한다. 그는 “엉터리 재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다 꿈에서 깨어난다. ‘이상한 나라’ 모험은 끝이 났지만, 그는 발견한 페르소나를 활용하며 삶이라는 모험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