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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재팬의 역전 : 외면받던 놀이공원을 ‘V자 부활’시킨 전설의 마케터

한이룸
이커머스
2025. 4. 21.
“얼마 안 가 문 닫을 것이다.”
2002년, 일본 오사카의 한 테마파크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쏠렸어요. 해마다 10%씩 줄어드는 방문객은 물론, “돈 조금 보태 디즈니랜드를 가겠다”는 혹평까지 들려왔죠.
예상하셨나요? 바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하 USJ)이에요. 21년이 지난 2023년, 한 해에만 1600만 명이 찾아 도쿄 디즈니랜드를 넘는 ‘세계 3위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죠. 2023년 기준 영업이익은 304억8000만 엔(약 3031억원). 이익률 17%에 달합니다.
연간 방문객 수 기준.
일본 인기 여행지로 소문난 슈퍼 닌텐도 월드Super Nintendo World*를 품은 곳도 이곳이에요. 오픈 1년 만인 2022년 방문객 만족도 99%를 기록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고 권위인 THEA 어워드**까지 수상했죠.
2021년 인기 IP 슈퍼마리오를 활용한 ‘슈퍼 마리오 랜드’를 먼저 선보였고, 2024년 ‘동키콩 컨트리’를 추가 오픈했다.*테마 엔터테인먼트 협회Themed Entertainment Association에서 매년 탁월한 성과를 거둔 프로젝트에 주는 상.
USJ의 대세감,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이들의 역전은 한 마케팅 부장의 뼈를 깎는 혁신 덕분이었어요. 돈 안 되던 테마파크를 살린 ‘역전의 설계도’를, 저와 함께 파헤쳐 보시죠.
Chapter 1.죠스·ET의 추억만 품었던 테마파크
개장 첫 해 1100만 명. 2001년 문을 연 USJ가 받은 방문객 숫자입니다.
하지막 딱 거기까지였어요. 이듬해인 2002년 방문객 수가 무려 36%나 줄었거든요. 그 뒤로도 줄곧 내리막을 걷다, 2010년 750만 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죠.
문제가 뭘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표 ‘할리우드 영화’가 발목을 잡았어요.
죠스JAWS 보트 투어부터 이티E.T 자전거 여행,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세계관 체험까지. USJ의 놀이 기구와 테마는 대부분 유니버설이 1980~1990년대 만든 영화가 기반이었거든요.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할 순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테마파크의 메인 타깃인 아이들과 10대에겐 매력적이지 않았죠. 그런데도 USJ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흥행작을,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불평하기만 했죠.

2001년 오사카에 문을 연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영화 속 장면을 연출한 테마파크로 첫 해 11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USJ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자
수렁에서 헤매던 2010년, 상황을 역전시킬 구원투수가 등장합니다. P&G 본사의 브랜드 매니저* 출신 ‘모리오카 츠요시毅森岡’가, USJ의 마케팅 부장으로 합류한 거예요.
P&G 산하 뷰티 브랜드인 비달 사순, 팬틴에서 일하며 연간 샴푸 판매량을 600% 끌어올렸다.
모리오카는 미국 마케팅 업계에서 ‘뭐든 잘 팔기’로 유명했어요. 당시 USJ의 대표였던 글렌 검펠Glen Gumpel* CEO도 이점을 눈여겨봤죠. 그에게 내린 특명은 하나. “잃어버린 재미를 만들어달라.”
ABC 방송국의 계열사 관리 매니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 사장 출신. 2004년~2015년 USJ의 CEO로 일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입사와 동시에 USJ의 모든 실무진을 만난 모리오카.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USJ가 도쿄 디즈니랜드를 과하게 의식하고 있었던 것.
“USJ가 디즈니랜드를 의식한 나머지, 자신을 ‘영화 전문점’이라 정의하고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디즈니가 자사 애니메이션으로 승부할 때, 우린 할리우드 영화를 내세워야 한다면서요.”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4년 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
모리오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디즈니랜드와 직접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물리적 거리가 멀어 시장이 명백히 나눠져 있으니까요.
“디즈니와 우리는 애초 시장을 나눠 먹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에 쓰는 연간 비용은 자기 수입의 10%에 불과하고, 도쿄(디즈니)와 오사카(USJ) 사이엔 교통비라는 3만 엔(30만원)의 강이 흐르고 있으니까요.

USJ는 도쿄 디즈니랜드를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 디즈니는 유아동에게 사랑받는 캐릭터 IP를 갖고 있었기에, USJ도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는 고객층을 확보하려 했다. ⒸDisneyland
Chapter 2.‘콘텐츠 에디팅’으로 3단 로켓을 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본인의 10% 밖에 안 됩니다. 외면했던 나머지 90% 고객을 끌어들여야 해요. 영화 전문점 대신 ‘콘텐츠 편집샵’이 되면 가능할 겁니다.”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8년 Globis Insights 인터뷰에서
모리오카 츠요시가 CEO에게 제안했어요. 영화 콘텐츠를 과감히 줄이고, 일본에서 잘 나간다는 대중문화 IP를 품자는 거였죠.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려면요.
허락만 해주면, “3단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모리오카는 장담했어요. USJ의 V자 회복을 세 단계에 걸쳐 이뤄낼 설계도였죠.
1단. 어린이 동반 가족층을 끌어들여 고객 타깃 넓힌다.
2단. 여기서 창출한 현금을 지렛대 삼아, 멀리 있는 손님을 끌어들일 ‘대단한 무언가’를 만든다.
3단. 이 방법을 반복 적용해,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를 만든다.
이사진의 반대에도, 글렌 CEO는 모리오카를 믿어보기로 합니다. 2011년, USJ의 체질 개선이 시작됐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USJ의 마케팅 책임자로 일한 모리오카 츠요시. 그는 CEO에게 USJ의 회생 방안을 제안했다. Ⓒkatana
일단 아이들부터 모셔오자
모리오카는 먼저 인기 IP 조사부터 나섭니다. 어린이가 열광하는 콘텐츠부터 탐색했죠. 그다음 파악한 IP를 테마파크에 하나둘 끌어들였어요.
인기 만화 원피스One Piece를 활용한 ‘원피스 프리미어 쇼’가 대표적이에요. 공원 한켠에 무대를 만들어, 스턴트 배우들이 액션을 펼치는 ‘라이브쇼’를 선보였죠. 쇼는 입소문을 타고 연일 매진됐어요.
“USJ엔 영화 배경과 캐릭터를 감쪽같이 만드는 특수 분장사들이 많았어요. 이들을 십분 활용해, 원피스 캐릭터와 똑같은 코스튬과 분장을 구현하게 했죠.”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4년 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
이게 다가 아닙니다. 게임 ‘몬스터 헌터Monster Hunter*’ 속 대형 몬스터를 20미터급 실물 크기로 전시했어요. 아이들은 몬스터와 사진을 찍거나, 장난감 칼로 몬스터와 결투를 벌일 수 있었죠.
2004년 게임사 캡콤에서 출시한 액션 게임. 2023년 시리즈 누적 판매량 1억 장을 돌파했다.
변화의 정점은 2012년에 오픈한 어린이 전용 구역 ‘원더랜드’입니다. 세서미 스트리트 범퍼카부터 스누피 회전컵까지. USJ 곳곳에 흩어진 어린이 전용 어트랙션과 캐릭터 퍼레이드 28개를 한곳에 모았어요.
“원더랜드는 과거 USJ와 모든 것이 달라야 했어요. 모든 시설과 조경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볼 수 있게 디자인하고, 놀이 기구 색도 연한 명도로 칠해 편안하고 귀여운 세상을 연출했죠. 덕분에 USJ는 아이들이 안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4년 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
원더랜드 오픈을 알린 방법도 과감합니다. ‘간사이 스마일 키즈 프리패스’를 내놓았어요. 어른 1명 당 어린이 1명을 무료로 USJ에 초대한 거예요. 테마파크가 위치한 간사이 지방 주민 모두에게요.
콘텐츠만 바꿨을 뿐인데, 사람들이 빠르게 몰리기 시작합니다. 2012년 USJ의 가족 단위 방문객은 전년 대비 25%나 늘었죠.

USJ가 2012년 오픈한 어린이 전용 구역 ‘원더랜드’. 유아 동반 고객을 잡아, 대규모 프로젝트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첫 시동이었다. ⒸUSJ
Chapter 3.4500억원 들인 ‘해리포터 빅 딜’ 성사 비결
1단 로켓을 쏘아 올렸다면, 2단의 목표는 다름 아닌 ‘해리포터 테마파크 만들기’였습니다. 쥬라기공원이나 죠스와 달리, 해리포터는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세계적 콘텐츠라 본 거예요.
“(2011년) 연수 차 플로리다의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에 다녀왔는데, 마침 문을 연 해리포터 존*의 규모와 인기에 감탄했어요. 이거야말로 전 세계에서 찾아오게 할 IP였고, USJ에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4년 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2010년 ‘위저딩 월드 오브 해리포터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다.
만만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예상되는 투입 예산만 450억 엔(약 4500억원), 당시 USJ 연 매출의 절반이 넘는 돈이었죠. USJ에겐 도박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글렌 CEO는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단, 조건이 있었죠. 공사 비용을 감당할 수익 창구를 반드시 마련할 것. 어떻게 됐냐고요? 모리오카는 해냈습니다.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로요.

2014년 USJ가 선보인 해리포터 구역. 완공에 4500억원이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해리포터를 계기로 USJ는 방문객 및 실적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USJ
① 롤러코스터를 뒤로 달리게 해볼까?
‘역주행 코스터’가 대표적이에요. 기존의 롤러코스터였던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를 뒤로 달리도록 개조한 거예요.
비용도 아꼈어요. 새 어트랙션 제작비의 10분의 1도 들지 않았죠. 그런데도 개장과 동시에 USJ의 모든 시설 중 ‘대기 시간 1위’를 기록했어요. 타본 사람들은 “경험해 본 적 없는 감각”이라 했죠.

모리오카 츠요시가 제안한 ‘뒤로 가는 롤러코스터.’ 새 어트랙션을 짓는 대신, 방향만 바꿔 신선한 느낌을 준 것이다. ⒸUSJ 유튜브 채널
② 3D 영상으로 착각을 극대화할까?
모리오카가 개발한 또 다른 캐시 카우, 바로 ‘스파이더맨 더 라이드’예요. 디지털 스크린으로 둘러싼 터널을, 4~6명이 탄 기구로 누비는 ‘다크 라이드Dark ride*’죠.
차량이나 배 등의 탈것을 타고, 레일이나 수로 등의 정해진 선로를 따라 쇼세트로 꾸며진 실내 속을 누비는 형식의 놀이 기구.
그는 이 기구를 4K 화질의 3D 스크린으로 진화시켰어요. 적은 비용으로도 ‘생생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봤거든요. 덕분에 탑승객은 스파이더맨이 돼 뉴욕의 빌딩 숲을 누비고, 악당의 무기가 얼굴 앞까지 다가오는 느낌을 체험할 수 있었죠. 롤러코스터가 아니더라도요.
노력은 숫자로 증명됐습니다. 해리포터 존이 완공되기도 전인 2013년, USJ의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30%나 뛰어 1000만 명을 돌파합니다. 저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한 전략이 통한 거예요.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는 늘 예산의 한계에서 나오더군요. 적은 돈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다보니 창의가 태어난 거죠. 돈이 없다고, 인맥이 부족하다고 좌절할 필요가 제겐 없었던 겁니다.”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9년 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

USJ에서 2004년 오픈한 스파이더맨 더 라이드를, 모리오카 츠요시는 4K 화질과 3D 구현으로 더 실감 나게 진화시켰다. ⒸUSJ
Chapter 4.1명이 10명을 부르는 감동 확장론
“단 한 사람이라도 감동하게 만든다면, 그 사람은 10명을 데려올 겁니다.”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22년 카타나 마케팅 강연에서
모리오카 츠요시가 믿는 ‘감동 확장론’이에요. 2014년 문을 연 해리포터 존에 고스란히 적용했죠. 예상 밖의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 진짜 마법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준 겁니다.
대표적인 곳이 화장실이에요. 그는 ‘화장실은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정석을 깼어요. 모리오카가 “해리포터 세계관에 맞춰 낡아 보이게 해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그렇게 완성된 화장실, 방문객의 히든 스팟이 됐습니다. 영화 속 중세 시대 성을 닮은 마법학교 ‘호그와트Hogwart’의 분위기에 맞춰, 어렴풋이 빛나는 기름 램프와 곳곳에 균열이 간 나무 칸막이로 디자인했어요. 화장실에 사는 유령 ‘모우닝 머틀Moaning Myrtle’의 울음소리까지 들리죠.
왜 그랬을까요? 모리오카는 “감동이 끊기면 안 되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고객이 기억하는 건 3~4분 남짓한 어트랙션 만이 아니라, ‘비일상적인 순간에 푹 빠진 순간’이라는 거죠.
“USJ는 단순한 놀이공원을 넘어 살아있는 스토리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했습니다. 다녀온 사람 모두가 그냥 다녀온 게 아니라, ‘다녀온 이야기’를 갖고 일상으로 돌아가도록요.”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4년 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
디테일까지 살린 해리포터 존, 하루 3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줄을 섰어요. 2014년 연 방문객은 1270만 명을 기록하며 당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죠.

USJ 해리포터 구역에 위치한 화장실 내부.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화장실 분위기를 구현했다. 화장실 유령 모우닝 머틀의 목소리가 가끔씩 들려온다. ⒸUSJ
아이디어는 비수기를 없앨 수도 있다
감동을 끊지 않겠다는 모리오카의 태도는, ‘비수기 삭제 전략’까지 성공시켰어요. 2015년, 테마파크에 사람이 뜸한 1~2월과 7~8월을 기회로 바꾼 거예요. 핵심은 쿨 재팬Cool Japan 프로젝트죠.
쿨 재팬은 일본의 대표 문화 콘텐츠를 테마파크로 집대성하는 이벤트예요. 1990년대 인기 만화였던 에반게리온부터 명탐정 코난, 최근 10~20대들이 열광하는 진격의 거인까지 들여왔습니다.
가령 명탐정 코난으론 ‘실사 방 탈출 게임’을 구현했어요. 실제 성우들이 출연하는 ‘극장형 추리 쇼’부터, 테마 레스토랑에서 추리 단서를 찾는 ‘탐정 체험’까지 준비했죠. 그럼 에반게리온 팬들을 위해선? 흔들리는 4D 라이드를 타고 로봇을 조종해 적을 무찌르는 게임을 준비했어요.
쿨 재팬은 콘텐츠 매니아들의 집결지가 되기도 합니다.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사진을 찍거나 점심을 먹거든요. 쿨 재팬 기간에만 10만~20만 명의 코스튬 팬이 모이기도 하고요.
놀이 기구를 대신하는 감동 전략은, 테마파크의 빈틈을 메웠어요. 비수기인데도 평일 기준 하루 2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했죠. 디즈니엔 없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거예요.
“놀지 않는 테마파크는 죽은 테마파크입니다. 이곳에선 매일이 특별한 이벤트여야 하죠.”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6년 Globis 인터뷰에서

USJ에서 선보인 명탐정 코난 방 탈출 체험. USJ는 쿨 재팬 기간 일본의 인기 만화 시리즈를 활용해 체험 행사와 이벤트를 연다. ⒸUSJ
Chapter 5.마케터는 고객과 팀원 사이의 번역가다
모리오카 츠요시는 2017년 USJ를 떠났습니다*. 약 6년 7개월 만이었죠.
이후 마케팅 에이전시 ‘카타나刀’를 세운 뒤 테마파크부터 유원지, 리조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USJ에서 그는 마케팅 책임자CMO로 일했지만, 사실상 이벤트 기획부터 놀이 기구 설계까지 책임지는 올라운더에 가까웠어요. 그렇게 일한 이유가 있다고, 모리오카는 말합니다.
“만든 상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만 생각하는 게 좁은 의미의 마케팅입니다. 반면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정의는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일 전반’이에요.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기술자에게 번역해 줘 ‘팔 만한 것’을 개발하게 돕는 번역가이기도 하죠.”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8년 닛케이엑스트렌드 인터뷰에서
그래서 모리오카는 USJ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강조했어요. 고객과 팀 사이를 오가는 번역가인 마케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요.
“USJ 시절 기술자부터 사무직 모두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이 갈고닦은 기술과 감각이, 과연 누굴 기쁘게 하려는 것인지 질문하라’고요.
‘고객이 필요한 곳에 기술을 쓰라’는 모리오카의 철학은, 지금까지 USJ를 움직이는 중이에요. 영화에 갇히지 않고, 계속해서 인기 콘텐츠를 흡수하고 있어요. 2021년엔 게임 회사 닌텐도Nintendo와 손잡고 슈퍼 닌텐도 월드를 열었죠.
“고객이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한다는 정신 덕에, 최근엔 10대 고교생 고객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은 어트랙션만 즐기지 않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세계를 배경으로 틱톡 영상을 찍고, 수다 떨며 산책을 즐기는 걸로 만족하죠.”_히로바타 나오코 USJ 마케팅본부 브랜드마케팅부 부장, 2025년 닛케이엑스트렌드 인터뷰에서
덕분에 USJ는 ‘미디어 믹스’로 부활에 성공한 테마파크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엔 오픈 이래 최다 방문객인 1600만 명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는 중이죠.

Insight.USJ의 역전 이끈 모리오카의 마인드셋 3가지
① ‘내가 반복하는 일’에 강점이 숨어있다
모리오카는 말합니다.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 대신 ‘반복해서 하는 일’을 떠올리라고요. 그게 바로 여러분의 무기라는 겁니다.
“회사는 약점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직장인에 급여를 지불하지 않더군요. 강점이 만드는 성과에 지불하죠. 그래서 전 ‘내가 뭘 잘해야 할까’ 생각하는 대신, ‘예전부터 지금까지 잘 해왔던 일’을 더 잘하려 노력했습니다.”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9년 다이아몬드 인터뷰에서
② 진짜 실력자는 문제에 집착한다
모리오카는 문제를 뭉개는 걸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모든 기획은 문제에서 시작한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늘 팀에게 물었다고 해요. “문제는 명확한가요?” “이건 누구의 고통을 해결하는 일인가요?”
“고객이 무엇에 고민하는지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을 논하는 건 그저 운에 맡기는 일입니다. 진짜 실력은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능력입니다.”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20년 『USJ를 극적으로 바꾼 단 하나의 사고방식』
③ 절박해지면, 꿈속에서도 답을 얻는다
모리오카는 뒤로 달리는 롤러코스터 아이디어를 ‘꿈속’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수개월을 롤러코스터만 생각하다 잠들었거든요.
다시 말해, 아이디어는 ‘문제 해결에 가장 절박한 사람이 받는 선물’이라는 겁니다. 어느 날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요.
“지구상에서 가장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아이디어의 신은 내려옵니다.”_모리오카 츠요시 USJ 전 마케팅 책임자, 2014년 치치출판사 인터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