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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시타 다카히로 : 유니클로의 ‘콘텐츠 파워’ 높인 매거진 제작의 비밀

한이룸
이커머스
2025. 8. 5.
잡지가 사라지는 시대에, “잡지는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의 전설적인 잡지 에디터 키노시타 다카히로木下孝浩입니다. 1997년부터 30년간 잡지를 만들어왔죠. 2012년 남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뽀빠이POPEYE』의 편집장에 올라, 4만 부 아래로 떨어진 월간 발행 부수를 세 배나 끌어올린 일화로 유명해요.
2018년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7년째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1년에 두 번 내놓는 유니클로의 브랜드 매거진 『라이프웨어LifeWear』를 만드는 중이죠. 전 세계 12개 언어로, 연간 150만 부를 찍어내면서요.
유니클로는 왜 잡지인을 영입한 걸까요. 그는 그곳에서 어떤 활약을 하는 중일까요. 도쿄에 사는 그를 화상으로 만났습니다.
키노시타 다카히로 유니클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이프웨어 매거진은 여느 패션 브랜드의 룩북, 카탈로그와 다릅니다. 신상품이나 유명인 화보를 찾아보기 어렵죠.
대신 허브 샐러드 레시피부터 방콕 여행 노하우, 런던의 오래된 서점 주인 인터뷰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유니클로는 뒤로 물러서고, 그들의 옷이 어울리는 사람과 풍경이 앞으로 나오죠.
키노시타는 브랜드가 ‘물건 파는 일’에만 몰두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꿈꾸는 ‘좋은 삶’을 고객이 상상하게 하자고 말하죠. 그게 잡지의 방식이자, 콘텐츠 전략의 핵심이라면서요.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대신, 고객의 상상력부터 키워야 하냐고요.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들려줬습니다.
Chapter 1.잡지로 세계를 상상한 소년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1968년생. 인터넷 없이 자란 마지막 세대입니다. 그가 어릴 땐 지금처럼 정보가 넘치지 않았습니다. 얇은 종이 몇 장으로 세계를 상상하곤 했어요.
“우리 집엔 만화도, 게임기도 없었어요. 대신 잡지를 봤죠. 지금 아이들이 휴대폰만 보는 것처럼요. 부모님과 누나가 잡지를 좋아했거든요. 거실과 침대 머리맡에 잡지가 쌓여있는 게 흔한 풍경이었어요.”
그가 처음 접한 잡지는, 아버지가 받던 우편 주문식 카탈로그였습니다. 미국의 패션 브랜드 엘엘빈L.L.Bean이나 랜즈 엔드Lands’ End, 제이크루J.Crew에서 계절마다 보내왔죠.
당시 미국엔 프레피Preppy* 룩이 유행했어요. 아이비리그 대학생이 단정한 니트나 옥스퍼드 셔츠를 입고선, 교외 주택가에서 포즈를 취했죠. 키노시타는 그런 화보를 보며 반대편의 세계를 상상했습니다.
미국 동부 명문학교 학생들의 단정하고 품격 있는 복장을 모티브로 한,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캐주얼룩.
중학생이 되자, 키노시타는 『뽀빠이』나 『브루터스』 같은 일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잡지를 모조리 읽기 시작합니다. 잡지 속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해보고 싶다’는 충동까지 생겼죠.
“잡지 속 패션을 입고 싶었고, 거기에 소개된 여행지로 떠나보고 싶었어요. 그게 잡지의 힘이었죠. 정보의 여백을 알아서 상상하고, 흥미를 느끼고, 결국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요.”
스무 살의 그는 배낭 하나만 들고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로 향합니다. 한 배낭여행자의 여행 칼럼인 『심야 특급*』을 읽은 뒤 직접 느끼고 싶었거든요. 낯선 나라에서 만난 여행자와 밤새 이야기 나누고, 거리의 옷 가게에서 셔츠를 사 입고, 현지인들과 맥주 마시는 일상을요.
26세 배낭여행자 사와키 코타로가,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산토리 선데이 잡지에 연재한 여행기.
그때 키노시타는 깨달았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변할 수 있고,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산다고요.
“그 시절 제가 한 행동 중 절반은, 잡지 덕분에 시작한 거예요. 상상과 실행 사이의 ‘여백’이 저를 흥분시켰거든요. 지금은 모든 정보를 포털이나 AI로 정확히 찾아낼 수 있지만요.”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어릴 때부터 잡지와 잡지 편집인을 동경했다. 잡지 속 여행 정보를 직접 경험하고 싶어, 고향 시즈오카에서 기차로 2시간 걸리는 도쿄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떠나기도 했다. ⒸUNIQLO
Chapter 2.뽀빠이 : 잡지 판매 3배 끌어 올린 ‘생활 제안력’
잡지로 세상을 배운 키노시타는, 결국 잡지를 만드는 사람이 됩니다.
“진로를 고민할 때, ‘내게 가장 맞는 일은 뭘까’ 생각하니 잡지 에디터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것 말곤 다른 취업엔 관심이 없었기에, 기왕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려 했죠.”
첫 5년은 남성 패션지 『맨즈 클럽Men’s Club』에서 보냅니다. 이후 일본 최대 잡지사 매거진하우스Magazine House*에 입사했죠. 그의 나이 서른이었습니다.
뽀빠이, 브루터스, 하나코, 타잔 등 7개종의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발간하는 회사.
업계 탑급 조직에서, 키노시타는 ‘잘 나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유행을 찾는 대신, 유행에 온몸을 풍덩 빠뜨리는 거였어요.
“(매거진하우스는) 잡지 제작 방식이 완전히 다르더군요. 무엇이 다른가 하면, 스트레스 받으며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콘텐츠에 담긴 라이프스타일을 편집자 본인이 흠뻑 즐겼죠. 음악 특집을 만들면 직접 DJ가 되고, 빵 기획을 하면 매일 빵집을 돌며 시식했거든요.”
콘텐츠에 흠뻑 빠진 편집자의 글엔, 자연스레 신뢰가 묻어났습니다. 키노시타는 마음먹었죠. 영혼 없이 패션 용어만 줄줄이 나열하는 편집자보다, 패션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말하는 편집자가 되겠다고.
독자는 정보가 아닌 ‘지식’을 원한다
키노시타의 배움이 빛을 발한 건 2012년. 남성 잡지 『뽀빠이』의 편집장이 되고부터입니다. 하지만 그는 당시의 『뽀빠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길 하던 곳이, 어느새 ‘패션 스타일링 팁’만 전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잡지는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인이 패션에 엄청난 관심을 쏟으면서, 『뽀빠이』도 패션 정보를 전하는 건 당연했죠. 하지만 2010년대에도 여전히 패션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 그건 『뽀빠이』답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뽀빠이』는 다시금 젊은 남자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잡지가 되어야 한다고 봤죠.”
그는 현상 뒤에 숨은 ‘본질’을 밝히기로 합니다. 2013년 키노시타가 처음으로 띄운 시대적 키워드, 바로 ‘시티 보이City Boy’였어요. 그가 정의하는 시티 보이란 이렇습니다.
“시티 보이는 유행을 좇지 않지만, 자기 스타일을 안다. 돈은 많지 않지만, 좋아하는 걸 살 줄 안다. 낡은 집에 살아도 책장을 예쁘게 꾸밀 줄 알고, 옷장엔 셔츠가 몇 장 안 돼도 다 소중하다. 말하자면 도시에서 품위 있게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_키노시타 다카히로, 『뽀빠이』 2013년 8월호 편집 후기에서
패션 정보가 사라진 자리엔, 도시를 살아가는 남성의 ‘일상’이 차지했어요. 예컨대 ‘시티 보이의 하루’를 다룰 땐, 낮에 커피를 마시고 오후엔 중고 음반 가게에 들렀다, 저녁엔 친구와 맥주를 마시는 삶을 조명했죠. 다른 페이지엔 ‘시티 보이들이 자주 가는 빵집 5곳’을 선정한 취향 지도를 제안했고요.
키노시타 체제의 『뽀빠이』에서, 패션은 생활의 일부일 뿐이었습니다. 옷 정보를 직접 드러내는 대신, ‘이 셔츠는 어떤 잡지와 어울릴까’, ‘이 룩으로 무슨 영화를 보러 가면 좋을까’와 같은 주제로 큐레이션 했고요.
확 달라진 잡지,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2011년 4만 부를 웃돌던 월간 발행 부수는, 2016년 12만 부로 무려 3배 뛰었죠. 닛케이 신문은 키노시타를 두고 “젊은 남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키맨key man”이라 평가했습니다.
“리뉴얼 된 뽀빠이를 보고 ‘빈티지 옷 가게를 열었다’, ‘카페를 시작했다’, ‘서점을 창업했다’와 같은 이야길 하는 사람과 만나게 됐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요.”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2012년 뽀빠이를 리뉴얼했다. 뽀빠이의 창간 정신인 ‘시티 보이’를 다시 내세워,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의 삶과 스타일, 태도를 조명했다. ⒸPOPEYE
Chapter 3.스타일은 ‘내가 나를 정확히 알 때’ 빛난다
『뽀빠이』에 대한 인기는 어느새 ‘편집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도시 남성 사이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불렸거든요. 그가 어떤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하는지가 늘 화제였죠.
그 시작은 2015년, 미국 브랜드 제이크루가 키노시타를 인터뷰하며 찍은 한 장의 사진이 계기였습니다.
특별할 건 없었습니다. 흰 옥스퍼드 셔츠 위에 걸친 군청 니트, 밝은 베이지 치노 팬츠, 갈색 로퍼. 셔츠는 깔끔하게 다려져 있었고, 팬츠는 길이 든 듯 무릎 아래에서 자연스레 접혔죠.
사진에 반응한 건, 다름 아닌 『뽀빠이』의 독자들이었습니다. 잡지 속 ‘시티 보이’의 모습을, 편집자가 몸소 보여준다는 데 열광했죠. 독일의 패션 미디어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편집자 50인’에 선정하기도 했어요.
정작 그는 세간의 시선이 의아했습니다. 멋을 내려 하기보다,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스타일이 시작됐단 겁니다.
“제 스타일은 30~40년 동안 변한 적이 없습니다. 10대 때 미국 카탈로그를 보고 처음 아메카지* 룩에 빠진 뒤, 그것만 고수하고 있죠. 그게 제 정체성이자 뿌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가 유행을 따르지 않는 이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사람’이, 더 근사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어떤 옷이든 선택하는 건 내 자유지만, 살면서 하나쯤은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는 사람이 멋져 보인다고 생각해요. 내 취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는 뜻이니까요.”
키노시타는 특히 강조합니다. 옷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의 태도’가 빛나야 한다고요.
“결국 옷은 별 게 아니에요. 겉모습만 멋져 보여도, 그 사람의 태도나 신념이 없으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죠. 반대로 생각이 명확한 사람은,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멋져 보입니다.”

뽀빠이 편집장 시절,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수많은 출근 화보를 남겼다. ⒸJ.Crew
Chapter 4.유니클로 : 글로벌 브랜드에 필요한 건 ‘정보 편집력’이다
2018년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25년간 몸담은 잡지업계를 떠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겁니다.
왜 하필 유니클로였을까요. 키노시타는 『뽀빠이』를 편집하며, 높아진 유니클로의 인기를 체감했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스트리트 패션을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었어요. 그때 가장 많이 보인 브랜드가 유니클로였죠.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예전엔 화려한 치장에 많은 돈을 쏟았지만, 지금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니까요. 그 흐름을 유니클로가 이끈 겁니다.”
마침 유니클로도 키노시타를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야나이 타다시柳井正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그의 ‘정보 편집력’을 높이 샀죠. 세계로 뻗어나가는 유니클로에겐, 그들의 철학을 설득할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키노시타가 유니클로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다름 아닌 ‘잡지 창간’이었습니다. 합류 이듬해인 2019년 가을,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매거진 『라이프웨어LifeWear』를 세상에 선보였죠. 지금도 연 2회, 전 세계 13개국 유니클로 매장에 150만 부 넘게 무료 배포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패션 브랜드가 매거진을 만든다는 건, 당시엔 이례적인 행보였습니다. 브랜드 룩북이나 상품 카탈로그를 찍어내는 게 보통이거든요. 하지만 키노시타는 바로 그 점에 ‘낭비’가 있다고 생각했죠.
“광고를 닮은 종이, 기획을 위한 기획, 반복되는 계절별 상품 소개로는 브랜드의 철학을 전할 수 없었습니다. 재미도 없고요. 그래서 다시 잡지를 시작했습니다. 광고는 브랜드의 한 측면에만 어필할 수 있지만, 잡지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통해 독자와 더 깊은 유대감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는 ‘상품보다 사람이 주인공’인 잡지를 구상했습니다. 유니클로 옷을 입는 사람의 삶과 가치관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들여다본 뒤 소개하기로 했죠. 잡지를 읽는 누구나 ‘나도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느끼게 하도록요.

유니클로가 2019년 창간한 잡지 ‘라이프웨어 매거진’. 매 시즌 신상품만 보여주는 의류 브랜드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한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생활에 유익한 주제를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의 인터뷰 및 생활 팁을 소개했다. ⒸUNIQLO
Chapter 5.라이프웨어 매거진 : 가장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한 접근법
라이프웨어 매거진엔 신상품 중심 화보나 유명인 중심의 스타일 컷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매 호마다 ‘삶의 테마’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죠.
예컨대 2025 S/S 시즌의 테마는 ‘Sunny Moments’입니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뉴욕과 코펜하겐, 아테네 시민들을 만났죠. 유니클로에서 만든 산뜻한 노란빛의 재킷, 하늘색 린넨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봄을 맞이해요.
자연스러운 장면 한 컷을 위해, 키노시타는 여느 상업 잡지보다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랩Global Creative Lab’이라는 이름의 인하우스 팀이 직접 취재와 촬영, 편집을 총괄하죠. 이들의 제작법을 3단계로 나눴습니다.
① 기획 : 상품이 아닌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획은 상품이 아닌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삶의 방식을 보여줄까’ 결정한 뒤 이에 어울리는 사람과 공간, 이야기를 정하죠.
가령 ‘옛것을 재해석하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싶다면? 트렌치코트를 취향에 맞게 스타일링해 입는 런던의 디자이너, 운동복과 셔츠를 섞어 입는 하버드 대학생을 소개하는 식이에요.
② 캐스팅 : 유니클로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을 찾아라
모델 대부분은 유명인이 아닙니다. 평소 유니클로 옷을 챙겨 입는 평범한 사람들이죠.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라이프웨어 매거진 팀은 전 세계에 흩어진 코디네이터들과 긴밀하게 소통합니다. 현지인들의 관심사나 취향, 트렌드에 대해 매일 이야기 나누죠.
“잡지를 만들 땐, 화보처럼 보이는 걸 지양합니다. 실제 공간에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따라가며, 일상적인 무드를 포착하죠. 진짜 생활과 닿아 있어야 독자도 자신의 일상처럼 느끼니까요.”
모델 선정에도 중요한 기준이 있습니다. 그 모델이 유니클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가’예요.
“‘유니클로는 안 입는다’거나 ‘유니클로를 모른다’는 사람이라면, 화보에서도 그 어색함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초기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공을 들여요. 유니클로를 안다면 어떻게 알게 됐는지,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 등을 묻죠. 그 다음에 공손히 여쭤요. ‘사실은 촬영을 하고 싶은데, 협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요.”
③ 연출 : 모든 선택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의상 선택도 모델의 자율에 맡깁니다. 팀은 “이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대신,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묻죠. “다음 시즌에 이런 옷이 나올 텐데, 혹시 마음에 드는 게 있나요?”
촬영 장소도 모델이 ‘평소 좋아하는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집이나 일터, 자주 가는 카페, 공원이 배경인 이유죠. 이렇게 나온 화보는, 마치 누군가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그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거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옷, 평소 입는 것과 비슷한 옷을 선택하는 게 좋으니까요. 카메라 앞에서도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일 테죠.”
이처럼 정교한 잡지 제작 방식은, 콘텐츠를 넘어 ‘브랜드 전략’으로 자리 잡는 중입니다. 뉴욕 5번가 매장엔 최신 호 커버의 대형 이미지를 벽에 걸고, 싱가포르 매장엔 최신 호 32권을 각각 다른 페이지로 펼쳐 벽에 붙여두죠. 잡지에 나온 룩을 상품으로 배치해, 쇼핑으로 자연스레 연결되게 했고요.
“라이프웨어 매거진을 통한 브랜드 반응이, 900만 달러(약 126억원)짜리 모바일 광고보다 훨씬 강력해요. 매거진의 디지털 버전은, 유니클로 제품의 상세 페이지와 비슷한 수준의 트래픽을 기록하죠.”_마이클 자크제우스키 유니클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2023년 비즈니스 인사이더 재팬 인터뷰에서
Chapter 6.Keep it real : 멋지다고 믿는 것만 제안하라
뽀빠이부터 라이프웨어 매거진까지. 키노시타 다카히로가 내놓는 콘텐츠엔 일관된 철학이 흐릅니다.
‘진심으로 멋지다고 믿는 것만 제안한다’는 것. 이런 확신이 없다면 자기만의 시선을 갖기도, 그 시선을 전 세계와 나누기도 어렵다고 말하죠.
“자기 확신이 없으면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결국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내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민하고, 제안하려 노력해요.”
라이프웨어 매거진이 특정 국가의 취향을 겨냥하지 않아도, 세계 각지에서 공감을 얻는 이유입니다. 바로 ‘자기 확신’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로 나아갈 때) 주어는 늘 ‘나’ 혹은 ‘우리’여야 합니다. ‘우리는 이게 재밌고 멋지다 생각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정중하게 묻는 방식이어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된다고 믿어요.”
그는 이 모든 작업의 핵심을 한 단어로 요약합니다. ‘편집’입니다.
“편집이란 결국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입니다. 콘텐츠를 더 매력적으로, 때론 더 강하게 전달하는 기술이죠. 저는 잡지에서 편집 감각을 배웠지만, 모든 창작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키노시타 다카히로는 라이프웨어 매거진 외에도 유니클로의 새 컬렉션, 매장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 참여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할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근간에 언제나 ‘편집력’이 있다고 말한다. ⒸUNIQL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