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ilable for work

스페셜 컨텐츠

타임레프트 : 낯선 사람들과 저녁 먹는 서비스, 한국에서도 먹힐까?

한이룸

이커머스

2025. 2. 17.

Chapter 1.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큰 ‘외로움 비즈니스’

타임레프트는 요즘 뜨는 ‘외로움 비즈니스’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달래는 서비스 중 하나죠.

외로움 비즈니스의 대표주자는 ‘온라인 데이팅’ 앱이에요. 틴더Tinder, 범블Bumble 같은 것들이죠. 이 시장의 예측 규모는 2025년 기준 31억7000만 달러(약 4조5765억원)*. 2017년 15억 달러(2조1655억원)였던 게 8년 새 두 배로 커졌죠.

  • 스태티스타Statista가 예측한 2025년 온라인 데이팅 시장 규모.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커뮤니티’와 ‘네트워킹’ 서비스도 외로움 비즈니스에 포함돼요. 페이스북, 링크드인 같은 SNS가 여기에 들어가요. 이 제품도 사람들의 연결되고 싶은 욕구를 건드리고 있으니까요.

이 시장의 크기는 2024년 기준 98억1000만 달러(14조2392억원) 정도. 10년 뒤엔 432억6000만 달러(62조4587억원)까지 커질 거라고 해요*.

  •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Business Research Insights가 2025년 1월에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 및 소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

“예전부터 시장에는 늘 ‘외로움’을 해소하는 서비스가 있었어요. 한국에선 1999년 아이러브스쿨이 온라인에서 ‘옛 친구’를 만나게 해줬죠. 2004년부터 페이스북이 온라인에서 ‘새 친구’를 사귀게 했고요. 이젠 온라인의 새 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단계가 됐습니다.또 하나, 최근엔 ‘느슨한 관계weak tie’가 눈에 띕니다. 오픈채팅방에서 동네 러닝 크루를 찾는다거나, 출근길 카페에서 독서 모임을 하는 거죠. 이 마음에는 ‘지인보다 모르는 사람하고 취향을 공유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게 좋다’는 심리가 숨어있어요.”_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마케팅 교수, 롱블랙 인터뷰에서

요즘 분위기는 알겠어요. 하지만 이걸 위해 ‘돈’까지 내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왜 ‘느슨한 관계’에 돈이나 시간을 쓰는 걸까요?

“학연·지연보다 ‘내 취향’을 기준으로 관계를 맺는 게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런 관계를 맺으려면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돈이든, 시간이든, 뭔가를 내서라도 내게 맞는 사람을 찾는 거죠. 이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전 세계 트렌드죠.”_최지혜 『트렌드코리아』 시리즈 공동 저자, 롱블랙 인터뷰에서

정리하면, 외로움 비즈니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잘 되는 시장이었어요. 타임레프트는 그 틈을 잘 파고든 서비스였고요.

타임레프트 앱 화면 일부. 원하는 장소와 일정을 택해 저녁 만남을 예약하면, 모임 당일 오전에 레스토랑 정보를 알려준다. ⓒ타임레프트

Chapter 2.공허했던 연쇄 창업가, ‘남는 시간’에서 돌파구를 찾다

타임레프트는 프랑스인 연쇄 창업가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어요. 주인공은 막심 바르비에Maxime Barbier. 타임레프트는 그의 세 번째 사업이죠.

막심의 첫 창업 아이템은 ‘파티 기획’이었어요. 그의 10대 시절은 파티로 채워져 있었거든요. 2003년, 18살이 된 막심은 파티 기획사 아피쿨라Apicula를 차려요. 비즈니스 스쿨 1학년을 다니던 때였죠. 결국 학칙 위반으로 퇴학당했지만, 놀면서 돈 버는 걸로 만족했대요.

회사는 잘 됐어요. 7년간 사업을 이어갈 정도였죠. 하지만 점점 ‘남들이 노는 것’만 돕는 일에 지쳤어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죠.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사업을 찾았어요.

2010년, 그는 두 번째 창업을 해요. 버티컬 스테이션Vertical Station이라는 미디어를 차렸어요. ‘긍정적인 뉴스’만 내는 서비스에요. “개와 8마리의 새, 그리고 햄스터의 우정 이야기” 같은 제목의 뉴스를 올리는 식이었죠.

미디어는 승승장구했어요. 월간 조회수를 3억 회 넘길 때도 있었죠. 2017년 프랑스 공영 방송국 TF1 그룹에 매각될 때 매겨진 기업 가치가 무려 1000만 유로(약 151억원)였어요.

하지만 막심은 2019년 10월, 창업 10주년이 된 해에 회사에서 쫓겨나요. 2년 전 사업체를 사들인 그룹사의 일방적인 결정*이었죠.

  • TF1 Group에 매각된 후 막심은 소액주주가 돼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없었다. TF1 Group은 약속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임했다.

막심 바르비에 타임레프트 CEO 모습. 그는 18살부터 사업에 뛰어든 연쇄 창업가이다. 타임레프트는 그의 세 번째 사업이다. ⓒ막심 바르비에 인스타그램

“(회사에서 쫓겨났을 때) 우울하고 공허했어요. 그러다 내 인생에 남은 시간time-left을 헤아려봤죠. 36살이던 제가 90살에 죽는다고 가정하면 600개월 조금 넘게 남았더군요. 생각보다 짧다고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뭘 하고 싶은지 ‘버킷리스트’를 세우기 시작했어요.”_막심 바르비에 타임레프트 공동 창업자 겸 CEO, 2025년 Abnormal Podcast에서

첫 창업 이후 18년 만에 휴식기를 맞이한 막심. 링크드인의 프로필을 ‘소속 없음’으로 바꾸자마자 제안을 하나 받아요. 바로 모르는 이의 ‘커피챗’ 요청이었죠.

어차피 남는 시간, 막심은 커피챗 요청을 받아들였어요. 2019년 10월, 낯선 사람과 처음으로 ‘목적 없는 대화’를 했죠. 그때 막심은 깨달아요. 이 시간이 생각보다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요.

“저는 늘 시간을 ‘최적화’하며 살았어요. 뭘 얻을지 확실할 때만 시간을 썼죠. 하지만 커피챗을 하면서 ‘인생은 뜻밖의 만남의 연속’이라는 말을 체감했어요.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최악’이라 해도 커피 한 잔이 남고, ‘최상’이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이었죠.”_막심 바르비에 타임레프트 공동 창업자 겸 CEO, 2021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 뒤로 막심은 이틀에 한 번꼴로 커피챗을 이어갔어요. 이 경험은 자연스레 사업 아이디어로 확장됐죠. 자신처럼 낯선 이와 커피챗 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타임레프트 초기 서비스 화면. 처음엔 단순히 커피챗 약속을 잡아주는 플랫폼이었다. 캘린더에 가능한 일정을 표시하면, 근처에 사는 사람이 그 안에서 약속을 신청하는 식이었다. ⓒDAILY MAX

Chapter 3.팬데믹에 3년 버틴 커피챗 플랫폼, 피벗으로 반등하다

타임레프트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4월에 문을 열었어요. 왜 이때였냐고요? 여러 사람이 모이긴 어렵지만 소수의 만남은 이어질 거라는 게 막심의 생각이었거든요.

설계는 간단했어요. 사람들이 캘린더에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일정을 표시하면, 근처에 사는 사람이 그걸 보고 커피챗을 신청하는 거죠. 처음에는 단순히 대화를 이어주다가 1년 뒤에는 대화 키워드로 ‘버킷리스트’를 더했어요. 이런 의도였죠.

“많은 사람들이 꿈을 묻어둔 채 일상을 산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들 막연하게 ‘언젠가 좋은 때가 되면 꿈을 실현할 시간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일상에서 더 자주 꿈을 말하게 하고 싶었어요.”_막심 바르비에 타임레프트 공동 창업자 겸 CEO, 2021년 자신의 블로그에서

막심은 ‘버킷리스트 커피챗’에 큰 기대를 걸었어요.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고 믿었거든요. 이걸 모르는 사람과도 공유하며 풍성한 대화를 나눌 줄 알았죠.

하지만 고객 반응은 달랐어요. 서비스 이용률이 점점 낮아졌죠. 창업 3년 차, 막심의 통장 잔고는 점점 0원을 향했어요. 후기를 뒤지던 막심, 두 가지 문제를 찾아요.

① 버킷리스트와 낯선 사람은 잘 연결되지 않았어요. ‘언젠간 산토리니에 가겠다’는 소망을 품더라도, 모르는 사람과 가겠다는 이들은 없었던 거예요.

② 서비스의 목적과 다르게, 만남을 데이트 용도로 쓰려는 사람이 늘었어요. 자연스레 여성 이용자들이 남성을 일대일로 만날 때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잦았죠.

2023년 5월, 결국 막심은 피벗pivot을 결정해요. 버킷리스트를 버리기로 했죠. 대신 ‘낯선 만남’에만 집중했어요. 도시 속 레스토랑에서 ‘쉬운 만남’을 하게 한 거였죠. 또 일대일 만남의 불안함을 줄이기 위해 공공장소인 식당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보게 만들었어요.

피벗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피벗 7개월 만인 2023년 12월 연간반복수익*으로 100만 유로(약 15억원)를 기록했어요. 그 뒤 7개월 뒤엔 1000만 유로(약 150억원)까지 돌파했죠.

  • 연간반복수익(ARR, Annual Recurring Revenue)은 고객이 매년 낼 것으로 예상하는 정기적인 수익을 나타낸다. 보통 구독료와 구독자 수를 토대로 계산한다. 타임레프트의 구독 고객 비율은 60% 정도다.

“어느 지역에서든 ‘외로움’은 통했어요. 파리에선 ‘프랑스 사람들은 대화를 잘하니 이게 필요 없을 거야’, 상파울루에선 ‘브라질 사람들은 외향적이라 이게 필요 없을 거야’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다들 서비스를 반겼죠. 오히려 도시가 클수록 외로움도 커지는 듯했습니다.”_막심 바르비에 타임레프트 공동 창업자 겸 CEO, 2024년 Max Branstetter에서

Chapter 4.반전의 비결, ‘외로움을 포장하는 법’에 있다

사실 만남의 방식을 바꾼다고 바로 서비스가 반등하는 건 아니잖아요? 타임레프트가 피벗 후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국내 업계인이 짚은 비결 중 하나는 ‘그럴듯한 포장지’에요. 서울 망원동에서 소셜 다이닝 서비스 피델리오Fidellio*를 2020년 6월부터 운영한 박원상 대표의 분석이에요.

  • 피델리오는 식당에서 낯선 사람 6~8명과 저녁 식사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여기서 박 대표는 셰프 겸 호스트를 맡고 있다.

“외로움은 편히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니잖아요? 저도 1300회 넘게 소셜 다이닝을 했지만, ‘외로워서 온다’는 고객은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새로운 사람과 한 끼 먹으러 왔다’며 오시죠. 타임레프트가 그 포인트를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_박원상 피델리오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실제로 타임레프트 이용자의 80%는 ‘싱글’이에요. 연인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오죠. 막스도 그걸 알았어요. 하지만 타임레프트를 ‘데이팅 앱’으로 포장하진 않았죠. 그저 “낯선 이들과 저녁 식사하세요”라고만 한 거예요.

대신 데이트로 이어지기 쉽게끔 판을 깔았어요. 4~8명의 인원수를 테스트한 끝에 ‘대화하기 딱 좋은 인원’이 6명이라는 걸 발견했대요. 거기에 남녀 성비의 균형도 5:5에서 4:6 사이로 맞췄어요. 나이 차도 10살을 넘어서지 않게 설계했죠.

하나 더. 타임레프트는 이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끔 연결했어요. 이용자들이 앱을 가입할 때 40여 개의 질문을 던져 답을 들었거든요.

어떤 질문을 하냐고요? 연애 상태는 물론, 정치 성향과 외식 횟수 등을 물어요. ‘작가주의 영화와 블록버스터 영화 중 뭘 더 좋아하는지’, ‘스스로 얼마나 동기를 부여하는지’, ‘학업적 성취를 중요시하는지’도 묻죠. 즉, 나의 가치관과 삶의 패턴을 알아내는 거예요.

타임레프트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사람들을 연결했어요. 그다음 “당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매칭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띄워 기대감을 높였죠.

타임레프트에 계정을 만들 때 답해야 하는 질문지 모습 일부. 성격 테스트와 비슷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데이터를 통해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은 사람들을 알고리즘이 매칭해준다. ⓒ타임레프트 앱 캡처

“우리의 알고리즘을 토대로 만나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레 ‘연애 중이세요?’라는 질문까지 하게 됩니다. 데이팅 앱과 같은 기대감을 심지는 않지만, 식사하며 편하게 상대를 알아갈 수 있죠.”_막심 바르비에 타임레프트 공동 창업자 겸 CEO, 2024년 Max Branstetter에서

고객들은 “목적이 뚜렷한 온라인 데이팅 앱보다 좋다”는 후기를 적잖게 남겼어요. 연애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시야가 넓어지는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서요.

“세상엔 저녁 식사를 할 친구가 다섯 명도 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타임레프트는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줘요. 앞으로 우리 앱은 명상이나 운동 앱처럼 ‘사회생활 능력’을 키워주는 앱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_막심 바르비에 타임레프트 공동 창업자 겸 CEO, 2024년 코스모폴리탄에서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타임레프트의 확장 속도도 서비스 반등에 한몫했어요. 타임레프트는 공간이나 식사를 직접 준비하지 않아요. 즉,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했어요.

이용자들이 만날 레스토랑도 일일이 고르지 않아요. 온라인의 정보를 활용하죠. 구글맵 평균 평점 4.3점을 넘으면서, 사진이 많아 테이블 수나 메뉴를 가늠할 수 있으면 돼요. 적당한 곳을 발견하면, 전화 한 통 넣는 거죠. “타임레프트로 6명 테이블 예약할게요”라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는 원래도 마진이 높아요. 틴더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50%* 정도예요. 공장도, 재고도 없으니까요. 그나마 드는 인건비마저, 타임레프트는 확 줄인 거죠.”_박원상 피델리오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매치그룹은 틴더의 2024년 조정된 영업 이익 마진Adjusted Operating Income Margin을 51%라고 발표했다.

‘낯선 저녁 모임’으로 피벗 후 초기엔, 막심이 손수 레스토랑에 가서 모임을 세팅했다. 사진은 각각 참석자 이름이 적힌 명패를 만들고 있는 막심 모습(좌)과 레스토랑에 도착하면 준비되어 있던 카드 모습(우). ⓒ막심 바르비에 인스타그램

Chapter 5.‘호스트’ 없는 모임 서비스, 한국에서도 통할까?

저도 타임레프트를 체험해 봤어요. 사용법은 간단했어요. 앱을 가입한 뒤 돈*을 내고 원하는 지역과 날짜를 골랐어요. 총 7명이 연결됐죠. 그다음 할 일은 약속 시간에 맞춰 정해진 레스토랑에 가는 것. 대신 진행자도, 운영진도 없었죠.

  • 단건 이용료는 1만7900원, 6개월 구독 기준으로는 월 1만1817원이다.

모임 일은 2025년 1월의 어느 수요일, 시간은 저녁 7시였어요. 장소는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죠.

식당 문을 열자 8인용 테이블에 먼저 앉은 두 남녀가 보여요. 눈을 어색하게 맞춘 뒤, “혹시 타임레프트?”하고 물었죠. 이날 모인 사람은 총 다섯 명. 두 명은 결석했어요.

온 사람들의 목적은 같았어요. “새해에 새로운 사람을 사귀려고 왔다”. 그 말을 마치자 다시 침묵. 한 참석자가 조심스레 휴대폰을 꺼냈어요. ‘아이스브레이킹에 좋은 질문 100개’를 찾았죠. ‘함께 저녁 먹고 싶은 유명인은?’ 같은 질문에 답하며 더듬더듬 대화가 이어졌어요.

2시간이 흘렀을까, 앱에서 알림이 날아왔어요. 서울 역삼동에서 애프터 파티가 열린다는 소식이었죠. 시간은 저녁 9시. 그 시간에 마포구에서 강남구로 가겠다는 이들은 없었어요. 각자 먹은 저녁을 줄 서서 계산하고 헤어졌죠.

물론 타임레프트를 통해 즐겁게 대화했다는 이들도 적잖아요. 하지만 ‘진행자가 없어 아쉬웠다’라거나, ‘2차로 가라는 장소 제안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죠.

한국형 커뮤니티에는 어떤 게 필요할까요? 커뮤니티 서비스 서울모닝클럽SMCC*를 운영 중인 로프컴퍼니의 박재현 대표에게 물었어요.

  • 서울모닝클럽은 아침 8시에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는 커뮤니티이다. ‘커넥터’라는 호칭의 호스트가 사람들의 대화를 조율해 준다.

그는 “한국 커뮤니티에는 호스트host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서양인들처럼 스몰토크small talk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호스트 역량에 따라 모임의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을 정도래요.

“호스트가 없으면 대화가 ‘약육강식’이 될 수 있어요. 몇몇 사람만 대화를 주도하고, 다른 사람들은 듣다가 오는 거죠. 커뮤니티 서비스는 그렇게 설계하면 안 됩니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왔잖아요. 모두에게 좋은 경험을 느끼게 하는 호스트의 기획·운영 능력이 중요하죠.”_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타임레프트는 호스트가 따로 없는 저녁 모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커뮤니티에는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이끄는 호스트가 있는 게 대부분이다. ⓒ타임레프트

Chapter 6.외로움 비즈니스의 끝은 없다, 진화만 있을 뿐

타임레프트가 한국에서 잘될지 단언할 수는 없어요. 아직 한국에선 반년밖에 안 된 서비스니까요. 대신 확실한 건 있어요. 외로움을 파고드는 서비스는 계속 나타날 거라는 것!

일단 전 세계가 외로움을 주목하고 있어요. 2023년, 글로벌 연구기관 갤럽Gallup은 “세계 인구 4분의 1이 상당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발표했어요. 같은 해 세계보건기구WHO도 외로움을 ‘보건 위협’으로 정했죠.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만큼 해롭다”면서요.

해외에는 앞선 케이스들이 이미 나왔어요. 타깃 연령대를 쪼개거나, 관계 맺는 형태를 바꾸는 식이죠.

① 45~65세의 만남을 타깃한 서비스

틴더를 운영하는 미국의 매치그룹Match Group은 2011년 50대 이상의 만남을 타깃한 앱을 출시했어요. 이름은 ‘아워타임OurTime’, ‘우리들의 시간’이란 말이에요. 시니어끼리 만나 그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돕겠다는 의미죠.

이 앱엔 특징이 있어요. 스마트폰 사용이 서투른 이들을 위해 큰 폰트의 데스크톱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점이죠. 지금도 월간 활성 이용자가 150만 명이 넘는 서비스에요.

2014년 호주에선 시니어 전용 커뮤니티 앱도 나왔어요. 이름은 스위치Switch. 50세가 넘은 이용자들이 데이트 파트너뿐 아니라, 여행·취미를 함께 할 친구를 찾게끔 돕는 서비스죠.

② 집안일을 돕고, 방을 나누며 가족을 연결하는 서비스

일본에선 ‘가족’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나왔어요. 2014년에 나온 ‘매칭혼고街ing本鄕’라는 서비스에요. 돈이 부족한 젊은이는 주거지를, 외로운 시니어는 말동무를 얻게 했죠. 건강한 이웃이 노인의 이동(병원, 장보기 등)을 돕게끔 연결하는 팟즈POTZ라는 서비스도 2022년에 나왔고요.

전문가들은 말해요. 앞으로 이런 서비스는 훨씬 더 늘어날 거라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서비스를 모든 세대가 익숙하게 쓸 거예요. 외로움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느낄 감정이거든요. 그러니 외로움 비즈니스는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맞춰 바뀔 뿐,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_이승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마케팅 교수, 롱블랙 인터뷰에서

일본의 매칭혼고는 청년 세대와 장년 세대의 외로움을 ‘주거 공유’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매칭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