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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우 : 애플·테슬라 디자이너들이 ‘커피 주전자’ 개발에 뛰어든 이유

한이룸
이커머스
2025. 4. 14.
커피포트를 사려고 29CM에서 검색하다 놀랐어요. 인기 제품 목록에 글쎄 30만원 가까운 주전자가 올라와 있지 뭐예요! 펠로우Fellow?
세상에 커피 주전자 하나가 29만원대? 비싸서 망설였던 발뮤다 더 팟이 14만원대인데! 말도 안 돼!
그런데 커피 좋아하는 B는 벌써 알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집에서 쓰고 있대요! “커피 씬에선 애플Apple로 불리는 브랜드”라는 거예요.
왜죠? 일단 실제로 애플 출신 디자이너들이 커피포트를 만들고 있대요.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제사 스트레이어Jessa Strayer는 2019년에 펠로우에 왔어요. 뿐만 아니에요. 직원 중에선 구글, 테슬라 출신 디자이너도 있어요! 무려 전체 직원의 4분의 1이 빅테크 출신이에요.
아니, 커피 주전자 만드는 데 왜 테크 디자이너가 필요한 거죠?
Chapter 1.75번의 투자 유치 실패
펠로우는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했어요. 설립자는 제이크 밀러Jake Miller, 커피 마니아에요. 특히 원두에 물을 부어내리는 핸드 드립hand drip 커피를 사랑하죠. 그가 ‘나만의 홈카페’를 꿈꾸며 시작한 게 바로 펠로우에요.
엔지니어나 디자이너 출신은 아니에요.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 카리부 커피Caribou Coffee에서 15년 일했죠. 품질관리와 마케팅을 맡으면서요.
펠로우를 만든 건 MBA가 계기였어요. 스탠포드대 MBA 마지막 학기에 D스쿨*을 수강했거든요. 여기서 “12주 만에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라”는 과제를 받으며 제이크는 제조업에 눈을 떴어요.
스탠포드 D스쿨은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사 IDEO의 창립자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가 설립한 교육 기관이다. IDEO의 핵심 철학인 ‘사람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을 가르친다.
“전 늘 손에 잡히는 물건을 디자인해 팔길 원했어요. 매일 아침 사람들의 일상에서 함께하는 물건을 직접 만든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았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3년 Shopify Masters 팟캐스트에서
당연히 커피 용품이 떠올랐대요. 특히 핸드 드립 용품! 가정용 로스팅 장비에 비해 발전이 더뎠거든요.
그렇게 2013년 첫 제품 ‘듀오Duo’가 나왔어요. 두 개의 컵을 이어붙인 물병 모양이에요. 위 컵에서 커피를 우려내면, 아래로 맑은 커피가 빠져나왔죠. 원두를 우려내는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와 위에서 물을 부어내리는 푸어오버pour over 방식이 결합된 참신한 기계였어요.
제이크는 자신 있게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어요. 2700여 명이 지갑을 열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업은 실패였대요. 10만 달러(약 1억4250만원) 넘게 적자가 났거든요.
기댈 곳도 없었어요. 투자자를 찾아다녔지만, 2013년 한 해에만 75번 넘게 거절당했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올린 ‘듀오’ 제품 설명 모습 일부. 프렌치 프레스와 푸어오버의 장점을 모두 갖춘 제품인 동시에,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손쉽게 추출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Kickstarter
“전 기술을 전혀 몰랐어요. 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습니다. 대량 생산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어요. 1년간 공장에서 혼자 밤을 새며 개발과 생산에 매달렸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0년 machinepix 인터뷰에서
2700명에게 약속한 제품을 보내는 데 1년이나 걸렸어요. 그러다 제품의 문제점도 깨달았대요. 듀오는 부품이 너무 많았던 거예요. 만들기도 복잡했지만, 쓰기도 어려웠죠.
“그때 D스쿨의 배움이 떠올랐어요. 사람 중심 디자인.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익숙한 제품이 더 좋아지는 거라는 걸요.”
그는 본격 사업에 뛰어들어요. ‘좋은 커피를 내리는 데 필요한 친구fellow가 되겠다’는 마음을 사명社名에 담았죠.
듀오 다음 제품은 자연스럽게 주전자가 됐어요. 이미 있지만 충분히 좋지는 않은 물건, 커피를 마시려면 매일 쓰는 물건이었으니까요.

펠로우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제이크 밀러 모습. 그는 스탠포드 D스쿨 수업을 들으며 펠로우를 시작했다. 그는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보니, 사업 초기에 대량 생산 프로세스를 익히느라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Marketers That Matter 유튜브
Chapter 2.쥐는 감각에 집중한 주전자를 만들다
‘사람 중심 디자인’은 무엇으로 시작할까요? 바로 공감이에요.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관찰하고, 그 불편에 공감하는 거죠.
제이크는 카페 바리스타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이들에게 주전자가 무엇인지 말이에요.
“바리스타에게 주전자는 단순히 물 끓이는 도구가 아니었어요. 전문적인 일을 수행하기 위한 장비였죠. 이들에게 중요한 것 두 가지가 보였어요. ‘물의 온도’와 ‘주전자를 쥐는 감각’이었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3년 Shopify Masters 팟캐스트에서
2014년, 그렇게 ‘스태그 주전자Stagg Kettle’가 나왔어요. 수사슴stag에서 이름을 딴, 펠로우의 상징 같은 제품이죠. 매트한 블랙 색상에 얇고 가파른 구스넥goose neck*, 사선으로 뻗은 굵은 원목 손잡이가 인상적이었죠.
거위 목처럼 길게 휘어진 주전자의 주둥이를 가리킨다.
스태그 초기 모델엔 세 가지 특징이 있었어요.
먼저 주전자 뚜껑에 붙은 온도계.
핸드드립 커피는 물 온도가 생명이에요. 물이 너무 뜨거우면 커피는 떫거나 쓴맛이 나요. 물이 미지근하면 밍밍해지죠. 초기 스태그엔 뚜껑에 온도계가 붙어있었어요. 물을 따르면서 바로 수온을 체크할 수 있었죠.
두 번째로 사슴뿔 모양 손잡이.
제이크가 가장 집중한 부분이에요. 바리스타들은 손목에 굉장히 민감해요. 하루에 수백 잔의 커피를 내리잖아요.
그래서 손목이 꺾이지 않게끔 주전자를 설계했어요. 스태그의 손잡이 뿔 윗부분에 엄지를 올려놓으면, 네 손가락은 저절로 아래쪽 뿔과 같은 사선을 향해요. 그렇게 손목이 꺾이지 않게 하죠. 손잡이가 굵어, 쥐는 맛도 묵직하고요.
마지막으로 끝이 뾰족한 구스넥.
스태그의 얇은 주둥이는 끄트머리 단면이 비스듬해요. 주둥이의 아랫부분이 조금 삐죽 튀어나와 있죠. 한 방울씩 떨어뜨릴 수도 있을 정도로 물줄기가 가늘어요. 또 물줄기가 곡선을 그리지 않고 아래로 곧게 떨어지죠. 드리퍼dripper의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물을 부을 수 있어요.
이 차이를 바리스타들은 알아봤어요. 2007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제임스 호프만James Hoffman은 “쥐는 감각과 물줄기 제어가 탁월하다”고 스태그를 극찬했어요. 2016년 월드 브루어스컵 챔피언 테츠 카스야Tetsu Kasuya도 스태그 주전자를 쓰기 시작했죠.
확신을 얻은 제이크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주전자를 만들기로 해요. 다시 바리스타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이들에게 어떤 불편이 있는지 한 번 더 살핀 거예요.

스태그 주전자 모습. 광택 없이 매트한 표면에 사슴뿔 모양의 손잡이를 두어, 손목 부담을 줄이고 그립감을 높였다. 반대편엔 끝이 뾰족한 구스넥 주둥이를 달아 물줄기 조절을 쉽게 설계했다. ⓒ펠로우
Chapter 3.기술을 감성 뒤에 숨겨야 하는 이유
지금의 펠로우를 만든 제품, 전기 주전자 ‘스태그 EKG*’는 2017년 나왔어요. 제가 본 사악한 가격의 그 주전자죠.
EKG는 심전도 그래프Electrocardiogram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 그만큼 정밀하게 온도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는 의미를 담은 작명이다.
버튼 누르면 물이 끓는 전기 주전자는 이미 많지 않냐고요? 맞아요. 스태그 EKG가 달랐던 점은 온도 조절이었어요. 다이얼 하나로 원하는 온도를 맞추면, 딱 그 온도까지 물이 끓죠.
가장 탁월한 건 ‘홀드hold’ 기능. 드리핑을 하다가 물이 식어도, 주전자에 찬물을 더 부어도 스토브에 올려두면 바리스타가 설정한 온도로 다시 물이 데워져요.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를 관찰했어요. 그들은 커피 내리는 일 외에도 할 게 많았죠. 이들이 ‘물 온도’가 변할까 봐 걱정하지 않고 쓸 주전자를 떠올렸어요.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로 온도계를 꽂아보며 일하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로 했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3년 Shopify Masters 팟캐스트에서
스태그 EKG엔 생각보다 복잡한 기술이 숨어있어요. 솔리드 스테이트 트라이악Solid State Triac*이라는 반도체 기술이죠. 덕분에 1도 단위로 미세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트라이악은 전자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다. 전력 흐름을 제어해 주전자 온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돋보이는 건 디자인이에요. 이 기능들이 모두 눈에 드러나지 않거든요. 펠로우의 스토브는 단순한 정사각형이에요. 왼쪽에 아기 주먹만 한 원형 디스플레이가 하나, 오른쪽엔 동그란 다이얼 하나가 끝.
다이얼을 누르면 작동이 시작되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온도가 올라가요.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죠. 마치 휠 하나로 아이패드를 돌리는 느낌이에요. 이 디자인 덕에, 스태그 EKG는 2017년 출시 직후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 디자인 스토어에도 들어갔어요.
“노르딕 디자인에 일본식 미니멀리즘과 미국의 미드 센추리를 섞은 디자인입니다. 누구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보여주려고 만든’ 제품이죠. 누군가 제품을 찬장에 넣어둔다면, 디자인이 실패한 겁니다.”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1년 Unfiltered Coffee 팟캐스트에서
궁금해져요. 쥐는 감각부터 물줄기의 굵기, 물 온도 1도까지. 정말 그렇게 세심하게 제어하는 게 중요할까요? 커피는 결국 원두 맛이 아닌가요? 한국 펠로우 판매권을 쥔 따벨라Tabella의 박기옹 대표에게 물었죠. 박 대표는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물론 커피 맛만 놓고 보면 원두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하지만 누가 맛만 즐기려 커피를 마시나요? 주전자를 돌리면서 천천히 향과 분위기를 느끼는 거죠. 커피를 어떤 잔에 담을지 고민도 하고요. 펠로우는 이때의 감성을 완성해 줍니다.”
제이크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란 거죠.
“우리가 디자인한 건 하루 중 5분 멈춰 서서 ‘이걸(커피) 만들 거야. 이건 중요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예요. 그 시간을 기술로 없애지 않으려고 늘 의식하며 제품을 만듭니다.”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3년 Techcrunch 인터뷰에서

스태그 EKG를 작동하는 모습. 정사각형 스토브를 직관적으로 사용하게끔 설계했다. 왼쪽 하단의 동그란 스크린에서 온도 정보를 보여준다. 오른쪽 하단 둥근 버튼을 누르고 돌리며 기기 작동을 시작하고 온도를 조절한다. ⓒLifestyle Lab 유튜브 캡처
Chapter 4.엄마가 쩔쩔매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
펠로우 기술력의 정점을 찍은 제품은 따로 있어요. 2019년 12월 공개된 ‘오드 그라인더Ode Grinder’죠. 이 제품도 외관은 단순함의 극치예요. 무광의 블랙 또는 화이트 소재. 직사각형의 몸체에 커다란 둥글 다이얼이 달렸죠. 이걸 돌리며 11단계로 원두 굵기를 조절할 수 있어요.
그라인더를 만든 이유. 고객이 원했기 때문이에요.
“고객의 목소리는 금처럼 귀해요. 고객의 펀딩 덕에 계속 성장한 펠로우에게 고객은 투자자이자, 가장 큰 마케팅 채널이나 마친가지죠. 그래서 저희 팀은 모든 고객의 의견을 매주 읽어요. 공식 홈페이지, 아마존 리뷰, 이메일, 인스타그램 DM까지 수백 건을 확인하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3년 The Speciality Coffee 팟캐스트에서
고객의 목소리는 단순했대요.
“전문가용 그라인더는 너무 비싸고 사용법이 복잡하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쓰기 편한 그라인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2017년 제작에 들어간 이 그라인더, 거의 3년 만에 빛을 봅니다. 초기엔 기술에 너무 집착했대요. 팀은 계속 기능을 추가했죠. 그러다 보니 예상 판매 가격도 계속 올라갔고요. 팀은 개발을 잠시 멈추고 질문했어요. ‘이 기능이 꼭 필요할까?’
“일명 ‘엄마 테스트the mom test’가 저희의 기준점이에요. 엄마가 쓸 수 있다면, 초보자든 바리스타 챔피언이든 똑같이 잘 쓸 수 있는 제품인 거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1년 Unfiltered Coffee 팟캐스트에서
이 기준을 대자 제품이 단순해졌대요. 원두 무게를 재는 초정밀 저울 같은 기능을 덜어냈죠. 원두를 일정하게, 고장 없이 가는 그라인더에만 집중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출시된 ‘오드 그라인더’. 다른 그라인더에 비해 작고, 무엇보다 조용했죠. 가격은 300달러가 채 되지 않았고요. 반응은 뜨거웠어요. “거실에서 티비 보다 원두를 갈고 있다는 걸 까먹을 정도의 데시벨”, “단점 : 없음” 같은 찬사가 쏟아졌죠.
주전자부터 그라인더까지, 출시하는 제품마다 연이어 주목을 받자 투자자들도 비로소 펠로우에 관심을 보였어요. 그렇게 펠로우는 2021년에 760만 달러(약 111억원), 2022년에 3000만 달러(약 440억원)의 투자 유치에 잇달아 성공합니다.
“2013년으로 돌아가 보면, 어떤 기관 투자자도 우리의 가능성을 보지 않았어요. 75번 넘게 거절만 당했죠. 그래서 저희는 8년간 스스로 증명했어요. 그러고 나자, 드디어 플라이휠이 돌기 시작했습니다.”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2년 Techcrunch 인터뷰에서

펠로우 오드 그라인더 모습. 스태그 EKG 주전자와 통일감 있는 디자인과 작동법으로 설계했다. 전면에 동그란 버튼 하나로 분쇄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 @cafehubertsaintjean인스타그램
Chapter 5.진짜 ‘친구fellow’라면, 제품만 주고 끝낼 리 없다
펠로우는 제조사에서 서비스사로 성장하고 있어요. 2018년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지구Mission District에 오픈한 첫 매장이 계기였죠.
펠로우는 매장에 ‘플레이그라운드play ground’라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고객들이 펠로우 제품으로 마음껏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곳이에요.
직원은 이곳에서 고객의 커피 선생님이 됩니다. 핸드 드립 하는 법부터 원두별 특징까지 일러주죠. 중요한 것. 판매에 중점을 두지 않아요.
“저희 매출의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나와요. 매장에 온 손님이 제품을 하나도 사지 않더라도, 커피에 대해 한 가지라도 알고 가신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3년 The Speciality Coffee 팟캐스트에서
매장의 역할은 한 가지 더 있어요.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정확히 듣는 곳. 매장을 제품의 베타 테스트 장소처럼 활용하기도 하는 거예요.
“한 번은 매장에서 주전자를 흰색 스프레이로 칠한 적이 있어요. 쇼룸에 진열해 두고, 고객들이 이걸 얼마나 사려고 했는지 횟수를 세어봤죠. 그로부터 6개월 후, 흰색 주전자를 출시했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3년 Techcrunch 인터뷰에서

2023년 펠로우가 LA 베니스 비치Venice Beach에 낸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 외관. 공간에선 제품만 진열하지 않고, 로스터리 원두를 소개하고 시음할 수 있도록 했다. ⓒClayworks.com
Chapter 6.갈수록 중요한 건 더하기보다 빼기다
펠로우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과 함께 성장했어요. 2017년엔 약 355억 달러(약 51조원) 정도였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2023년 830억 달러(약 119조원)까지 커졌어요*. 5년 평균 성장률이 15%가 넘는 거예요.
출처 : Allied Market Research 보고서.
빅테크 기업에서 이직해 온 펠로우의 임원들,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본 걸까요?
펠로우의 COO인 마이클 쿠바Michael Kubba의 말에 힌트가 있었어요. 그는 구글과 테슬라에서 경력을 쌓았죠.
“일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사람들의 생활 속 제품들은 대개 단순한 아날로그 제품이라는 거였죠. 펠로우처럼요. 그런 제품으로 일상의 가치를 더하는 게 가치 있다고 느껴요.단, 저희 제품이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속에는 전문적이고 놀라운 기술이 많이 들어갑니다. 여전히 설계할 때마다 도전적이라고 느낄 정도로요.”_마이클 쿠바 펠로우 COO, 2022년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펠로우 제품 책임자 브래넌 스미스Brennan Smith도 비슷한 얘기를 해요. 그도 애플 출신이죠.
“팬데믹을 겪으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점검했어요. 사람들에게 매일 행복을 갖다주는 일을 하고 싶었죠. 애플에서도 분명 그렇게 했었지만, 어느 순간 (애플의) 그 기기들은 과사용되고 있다고 느꼈거든요.”_브래넌 스미스 펠로우 제품 책임자, 2022년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펠로우가 제품 기능을 ‘빼는 방식’을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어요. 이들은 원두 무게를 다는 스케일에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기능을 넣지 않았어요. 이 기능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폰을 꺼내 연결된 앱을 확인할테니까요. 대신 커피 내리는 과정에 집중하게끔 했죠.
즉, 갈수록 중요한 건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라는 거예요.
“저도 기계가 커피를 더 잘 내릴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해요. 하지만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그 몇 분, 그때 사람들이 찾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에요.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고 싶은 거죠.”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1년 Unfiltered Coffee 팟캐스트에서
빅테크 출신을 모아 제품을 만들고 투자까지 받았으니, 이제 펠로우는 유니콘을 꿈꾸는 걸까요? 제이크는 단호히 선을 그었어요.
“펠로우가 커피 세계의 ‘일원’으로서 오래 함께하길 바랄 뿐이에요. 몇 년 전 아버지와 일본 교토로 여행을 갔는데요. 강 옆에 작은 카페를 찾았어요. ‘%아라비카’였죠. 거기서 우리 스태그 주전자를 쓰고 있더라고요. 감격스럽고, 꿈 같았어요. 제가 앞으로 보고 싶은 펠로우의 미래는 이런 거예요.”_제이크 밀러 펠로우 CEO, 2021년 Unfiltered Coffee 팟캐스트에서

제이크 밀러는 2023년 창립 10주년 메시지에서 “우리의 제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영혼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이며 감각을 사로잡는 욕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디자인을 통해 가장 우아하게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Jake Miller 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