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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 : 1000억 적자를 500억 흑자로, 1위 여행 기업은 뭘 바꿨나

한이룸

이커머스

2025. 4. 3.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

송미선 대표는 여행 전문가가 아니에요. 원래 20년 가까이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 지사에서 일한 컨설턴트였어요. 주 종목도 금융업과 산업재. 여행업과의 인연은 두 번(2016년, 2019년) 하나투어를 컨설팅한 게 전부였어요.

그런 그가 하나투어 대표로 온 건 2020년 3월. 하나투어에 투자한 IMM PE*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시기가 최악이었어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며 비행기표가 줄줄이 취소되던 시기였죠.

  • 대한민국의 사모펀드 회사. 직방, 무신사 등에 투자했다.

신입 CEO의 선택은 ‘본업에 집중하기’였어요. 하나투어의 강점인 패키지여행을 바꾸기로 했죠. 고객의 불만이었던 쇼핑 강매와 추가금을 내고 하는 선택관광*을 없앤 상품을 만들었어요. 그럼 수익은 어디서 만들었냐고요? 그 답은 송 대표와의 대화에서 들을 수 있었죠.

  • 패키지여행에서 기본 일정 외 추가 비용을 내고 선택하는 프로그램. 현지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Chapter 1.하나투어는 정말 독보적인 업계 1위인 걸까?

그런데 잠깐, 하나투어가 정말 잘하는 게 맞을까요? 단순히 사람들이 다시 해외에 갈 수 있게 되면서 실적이 나아진 걸 수도 있잖아요. 그 배경을 여행 업계를 분석하는 신한금융투자 지인해 연구위원에게 물었어요.

“지금은 하나투어가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인 건 사실입니다. 패키지 중심의 여행 기업이 5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건 드문 일이거든요. 그중에서 무리하게 벌인 사업은 정리하면서 패키지 구성과 판매 채널을 리모델링한 게 인상적입니다. 이게 2030세대를 끌어오는 효과를 가져왔죠.”_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이하) 롱블랙 인터뷰에서

영업이익이 경쟁사와의 판도 변화로 나타났어요. 먼저 표를 보여드릴게요.

두 회사의 매출 변화 추이는 비슷해요. 하지만 영업손익의 변화 보이세요? 2019년만 해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영업이익 차이는 크지 않았어요. 75억원(하나투어), 32억원(모두투어) 정도였죠.

하지만 4년 뒤인 2023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하나투어의 영업이익률이 껑충 뛰어올랐죠. 심지어 2024년 두 회사의 영업이익 차이는 무려 10배가 넘었어요!

“쉽게 말해 돈이 많이 벌릴 때, 살림도 잘 관리한 거예요. 하나투어는 2019년(75억원)과 비교해 2024년(509억원), 영업이익을 6.8배 늘렸어요. 영업이익률도 1.2%에서 8.3%로 올랐고요. ”_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버는 돈은 늘리면서, 살림도 아꼈다. 회사 입장에선 가장 기분 좋은 말 아닐까요? 비결을 송미선 대표에게 물었어요. 그는 자신이 하나투어에 처음 온 2020년 초의 이야기부터 들려주기 시작했죠.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 본래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 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20년 하나투어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했다. ⓒ롱블랙

Chapter 2.신입 CEO, 살기 위해 허리띠부터 졸라매다

송미선 대표가 하나투어 합류 계약서에 사인한 건 2020년 2월. 국내에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시기에요. 무슨 배짱으로 여행업에 뛰어든 걸까요?

“지금이야 2020년 3월을 ‘대재앙의 시작’이라고 기록하죠.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어요. 업계인들도 그보다 이전에 경험한 사스SARS나 메르스MERS처럼* 몇 개월 안에 잠잠해질 거라고 봤죠.”*사스와 메르스는 약 8~9개월 가까이 유행했다._(이하)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펼쳐졌어요. ‘전염병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죠. 비행기 표가 무더기로 취소됐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송 대표, 입사 한 달 만에 대응에 들어가요.

먼저 허리띠를 졸라맸어요. 문어발처럼 벌인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죠. 당시 하나투어는 면세점, 호텔 사업에도 진출한 상황이었어요. 이 모든 걸 포기하기로 해요.

“우리 본업이 먼저라는 마음으로 판단을 내렸어요. 당시 면세점은 대기업도 고전하는 사업이었어요. 하나투어의 규모로는 더 운영하기 어려울 거라고 봤죠. 계약 기간 중에 빠지는 거라 소송*도 감수해야 했지만, 적자 내며 쥐고 있는 것보다 낫다고 봤습니다.

사업 줄이기만으론 팬데믹의 기세를 막기 어려웠어요. 일하는 인원도 줄여야 했죠. 송 대표는 2020년 4월 필수 인력 350명만 출근하도록 했어요. 두 달 뒤부터는 이들을 제외한 직원 20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어요.

“1년 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요. 10만원 단위까지 세면서 버틸 수 있는지 생각해도 답을 찾기 어려웠어요. 너무 괴로워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을 정도였죠. 그러다 2021년 여름, 여행이 조금씩 풀리면서 ‘이렇게 허리띠만 졸라매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복하자. 그래서 우리 직원들 데려오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다짐의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예요. 그 후 하나투어는 체질을 개선해 실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어요. 2021년 10월에는 팬데믹 초에 휴직해야 했던 직원들이 전원 복귀했어요. 2022년에는 매출액이 반등하기 시작했고요. 그는 어떤 변화를 만든 걸까요?

부임하자마자 코로나를 맞닥뜨린 송 대표는 호텔과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하고, 조직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 ⓒ롱블랙

Chapter 3.정말 죽을 것 같을 때, 혁신은 일어난다

송미선 대표는 회사의 본업인 ‘패키지여행’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어요.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고 이익을 만드는 건 ‘회사가 원래 잘하던 것’에서 나올 거라고 봤거든요.

단, 무턱대고 상품을 바꾸려 하지 않았어요. 먼저 패키지여행이 바뀌어야 할 방향부터 잡았죠. 송 대표가 생각한 방향은 ‘많이 팔기보다, 먼저 제대로 만들자’ 였어요. 이걸 구체화한 목표는 아래와 같았죠.

‘패키지여행의 문제로 지적된 선택관광, 쇼핑센터 강매, 잦은 한식당 방문을 없앤 상품을 만들자.’

계기가 있어요. 부임 초 고객들의 패키지 후기를 읽다가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후기에는 공통적인 불만이 보였대요. ‘쇼핑센터에서 강매 좀 그만해라’, ‘해외여행 와서 김치찌개만 먹고 있다’와 같은 거였죠.

“동남아 여행에서 ‘코끼리 타기’를 체험했다는 고객은 아이의 의견을 이렇게 전했어요. ‘코끼리를 채찍으로 때리지 마세요’라고. 이걸 보고 직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이런 후기가 많은 거냐고. 돌아온 답은 ‘알고 있지만, 이건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거였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는 안 건드린 게 아니라, 못 건드리는 거라는 걸요. 쇼핑센터와 한식당 코스는 패키지여행을 인솔하는 현지 직원과의 제휴로 들어가 있었어요.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그 구조를 없앨 수도 없었습니다. 현지 협업은 필수였으니까요.”

하지만 송 대표는 이 시기야말로 문제를 바꿀 때라고 판단했어요. 어차피 팬데믹으로 비즈니스가 멈춘 상황이었으니까요. 죽을 것 같을 때 변화를 밀어붙이자는 마음이었죠.

“고객이 싫다는데 그걸 고치지 않고 팔면, 언젠가는 망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비즈니스를 스스로 죽이는 거라고 생각했죠. 직원들도 같은 마음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상품 리스트 한구석에 이미 ‘선택관광 없는 패키지’가 버젓이 올려져 있더군요. 다들 눈치가 보여 전면에 내세우지 못한 거예요. 이걸 알게 된 뒤, 변화를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송 대표는 본업에 집중하며 위기를 돌파하기로 마음먹고, 2021년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사진은 당시 만든 브랜드 슬로건인 ‘꿈꾸는 대로, 펼쳐지다’. ⓒ하나투어 유튜브

관습적인 협업과, 새로운 시도를 모두 해내는 방법

그 길로 송 대표는 직원들과 새로운 패키지 기획에 들어갔어요. 1년간 ‘기존 패키지여행의 불편함을 없앤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죠. 그렇게 2022년 5월, ‘하나팩 2.0’을 런칭했어요. 기존 1세대 패키지여행과 구분 짓겠다는 취지로 ‘2.0’이라는 숫자를 붙였죠.

하나팩 2.0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에요. ①가격이 기존 패키지여행보다 1.5~3배 정도 비싸다 ② 대신 단체 쇼핑과 선택관광은 없다. 구조는 단순해요. 그런데 현지 관계자들은 어떻게 설득한 걸까요?

“옵션을 세 가지로 구분했어요. 쇼핑과 선택관광 모두 없는 ‘프리미엄’, 쇼핑이 없는 ‘스탠다드’, 기존 방식을 지키는 ‘세이브’로요. 이걸 토대로 현지 관계자들을 설득했습니다. ‘쇼핑과 선택관광을 무조건 안 한다는 게 아니다’라고요.”

하지만 고객이 비싼 옵션을 고를지 장담하긴 어려웠대요. 오히려 이걸 앞세우면 고객들이 다른 회사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하나팩 2.0’의 가격은 타사에 비해 비싼 편이에요. 똑같은 치앙마이 4박 6일 일정이어도, 하나투어의 쇼핑 없는 ‘스탠다드’는 평균 105만원. 쇼핑이 포함된 타사 패키지는 71만원이죠.

“사실 ‘잘될 것’이라는 근거 데이터는 없었어요. 대신 시대의 변화를 믿었습니다. 고객들이 ‘가격’만 보던 시대에서, ‘경험의 가치’를 더 중요히 여기는 시대로 바뀐다는 걸 체감하고 있었거든요. 상품에서 눈에 띄는 포인트가 있다면 더 큰 돈을 낼 것이고, 만족한다면 주변에도 추천할 거라 믿었죠.”

어떤 경험을 제공한 걸까요? 한번 볼게요. 치앙마이 4박 6일 일정 중 한식당은 딱 두 번 방문해요. 나머지는 호텔 조식과, 팟타이나 현지식 샤브샤브가 나오는 식당으로 채웠어요. 숙소는 외곽 호텔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 야시장 등을 즐길 수 있는 호텔로 바꿨죠.

고객이 지적한 코끼리 체험도 바꿨어요. 코끼리 쇼처럼 동물 학대의 여지가 있는 프로그램은 모두 뺐죠. 대신 코끼리를 보호하는 생추어리Sanctuary*에서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바꿨어요.

  • 착취당한 동물이나 부상 입은 동물, 어미를 잃은 새끼 동물 등을 구조하여 평생 보호하는 시설.

반응도 예상대로였어요. “비싸긴 해도, 그만큼 편하다”는 입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어요. 덩달아 하나팩 2.0의 매출 비중도 올랐어요. 2023년에는 전체 패키지 매출의 40%, 2024년에는 46%를 차지했대요. “원래 중고가 패키지여행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인데, 이를 상회하는 것”이라고 송 대표는 설명했어요.

Chapter 4.‘말하지 않은 니즈’도 기획에 담아야 한다

송 대표는 ‘하나팩 2.0’의 성공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어요.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고객의 연령대가 다양해진다’는 점이었죠. 주 고객인 4050세대 외에 2030세대 비중이 느는 게 보이더래요.

여기서 그는 다음 목표를 세웠어요. ‘2030세대를 제대로 패키지여행에 품어보자’는 거였죠. 이를 위해 여행업 밖에서 발견한 고객들의 니즈를 상품에 심기 시작했어요.

“내부에서 2030세대가 즐겨 보는 여행 방송 데이터를 보니, 이들은 장소보다 테마를 중요하게 여겼어요. 어디로 갈지보다, 누구와 뭘 할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보였죠. ‘부모님 효도 여행’, ‘친구와의 골프 여행’과 같은 거였습니다. 장소는 그다음이었고요.”

‘2030세대는 목적에 따라 여행한다’는 거죠. 그는 곧장 상품에 반영했어요. 대표적인 게 2024년 런칭한 ‘밍글링 투어’였죠.

쉽게 말해, 2030세대가 함께 여행을 떠나며 친해지도록 돕는 상품이에요. 그래서 참여 연령대를 20~30대로 제한해요. 여행 전 모임을 통해 서로 친해지는 시간까지 만들었고요. 덕분에, 인기 상품 중 하나인 ‘몽골 로드트립 편’은 3분 만에 마감되기도 했대요.

물론 나이로만 차별화를 둔 건 아니에요. 취향으로 차별화를 둔 ‘테마 여행’도 기획했죠. 작가와 함께 인문학 여행을, 홍콩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는 식이죠. 판다 팬들이 함께 중국 성도의 와룡卧龙 판다 기지*를 방문하는 여행도 있어요!

  • 중국의 3대 판다 기지 중 하나. 현재 푸바오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자유여행 한번 가 본 사람들은 알아요. 교통수단이 정해져 있고 손을 가볍게 해서 다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건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거라고 봤죠. 여기서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또래와 소통하는 재미를 한 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들은 미래의 고객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투어의 ‘밍글링 투어’. 대만 위스키 투어, 아이슬란드 밍글링 투어 등 주제에 맞는 호스트와 함께했다. ⓒ하나투어

기업의 역사가 길수록, 변화의 파급력은 더욱 크다

상품 기획으로 고객 연령대를 넓히던 하나투어, 최근엔 마케팅에서도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목표는, ‘32년 된 전통 여행 기업’ 하면 생각나는 딱딱한 느낌을 지우는 것.

대표적인 예시가 있어요. 바로 2025년 2월 하나투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무해한 여행 - 쿼카*편’. 게시 한 달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찍었죠.

  • 캥거루과의 소형 동물로 호주의 로트네스트 섬에서만 서식한다.

영상은 간단해요. 호주 여행을 떠난 직원들이, 8분 내내 쿼카만 찍는 게 다예요. 그런데 내레이션이 특이해요. 한국어와 영어가 절묘하게 섞여 있죠. 이렇게요.

“This small 캥거루 sees a camera, and just 돌진.But I can't 쓰담쓰담. Because 벌금 is real.”

유쾌한 콩글리시에 저만 웃은 건 아니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공식 채널이냐”, “웃으면서 보다가 호주 가는 비행기표를 검색했다”는 글이 올라왔죠. 덕분에 영상은 3편까지 나온 시리즈가 됐어요.

영상이 재밌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왜 이런 시도를 한 걸까요? 하나투어의 비즈니스가 안 풀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송 대표의 진단은 달랐대요. 앞으로 하나투어를 찾을 이들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있다고 봤거든요. 그 생각과 함께 회사 유튜브 구독자 수를 보니, 너무 초라했다고요.

“한 직원의 초등학생 딸이 유튜버였는데, 회사 유튜브보다 구독자 수가 많았어요. 오기가 생기더군요. 초등학생의 유튜브도 잘 나가는데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도 결정적인 ‘한 방’을 만들면 쭉 밀고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송 대표는 판을 짰어요. 대신 그가 직접 들어가진 않았죠. 온라인 콘텐츠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20대~30대 직원이 모여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게 했어요. 팀을 이끄는 본부장에게도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딱 두 마디 했어요. ‘애들 건들지 마. 뭘 만들어 오든 아무 말도 얹지 마’라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결과물이 ‘무해한 여행’ 시리즈였어요. 이 영상이 뜨자, 과거 콘텐츠도 함께 주목받았대요. 여행 가서 황당한 일을 겪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여행 썰’, 여행에서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까지요.

“하나투어의 ‘의외성’에 힘이 실릴 거라 생각했어요. 브랜드는 전통적인 느낌을 준다면 유튜브에서만큼은 B급 감성 같은 재미를 주길 기대했죠. 하나투어인 듯, 아닌 듯한 그런 느낌이요. 이런 새로운 모습이 우리의 또 다른 힘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개 한 달 만에 100만 뷰를 찍은 ‘무해한 여행 - 쿼카편’. 한글과 영어를 적절히 섞은 내레이션, 유행하는 밈을 잘 살린 편집으로 주목받았다. ⓒ하나투어 유튜브

Chapter 5.‘버티기’ 다음을 생각해야 생존할 수 있다

송미선 대표는 강조했어요. “지금까지의 변화들이 성공했기에 웃으면서 말하지만, 5년의 여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고요.

“늘 사건의 연속이었어요. 대표로 부임하자마자 팬데믹이 터지고, 지난해에는 티메프 사태*, 항공기 사고처럼 막기 어려운 변수를 맞닥뜨려야 했죠.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거든요.최근에도 마음이 어려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걸 보며 원망해 봤자,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죠. 내가 손쓸 수 없는 건 잊으려 했어요.”*이커머스 기업 티몬, 위메프가 자금난으로 인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판매자 대금을 정산 및 지급하지 못한 사태.

이야기를 듣다 물었어요. “송 대표와 하나투어의 생존력은 눈앞에 닥친 변수를 원망하지 않고 대응하는 데서 나온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그의 답은 제 예상과 조금 달랐어요.

“꼭 당장의 일만 해치우고 버틴다고 생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를 비롯한 직원들은 예측할 수 있는 변수는 어떻게든 예측하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자연재해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정치·경제 상황의 변화는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미리 알고 대응하려고 하죠.그래서 저는 ‘진짜 생존은 생존한 다음까지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 위기를 버티나’가 아니라, ‘위기에서 벗어난 뒤에도 어떻게 1등이 될까’를 고민하는 거죠. 여전히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직원들부터 복귀시킨 것도 그래서였어요. 언젠가 끝날 코로나 이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죠. 그게 저희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송미선 대표가 생각하는 생존은 ‘생존 다음까지 대비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정신으로 하나투어를 더욱 성장시킬 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