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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라오 : 고객 신발 닦아주던 시골 훠궈 식당, 연 매출 8조원 브랜드가 되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5. 8. 4.
웨이팅할 때 보드게임 할 수 있는 식당 가봤어? 눈앞에서 수타면을 공중에 돌리는 곳은? 밥 먹고 냄새 배지 말라고 머리 감겨주는 곳은? 고향 가족과 화상으로 저녁 식사할 수 있게 룸에 화면을 세팅해 주는 식당은?
이 모든 게 가능한 곳이 있어. 바로 중국의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海底捞'야. 훠궈가 뭐냐고? 고기나 해산물, 채소를 국물에 살짝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야. 중국식 샤브샤브지.
하이디라오는 중국 1위 훠궈 체인이야. 중국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14개국에서 1,450개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브랜드지. 한국에도 2014년 명동에 첫 매장을 냈어. 지금은 매장이 10개인데, 곧 대구 동성로에 또 하나 열어.
한 해에 하이디라오를 찾는 손님만 세계 4억 1,500만 명. 2024년 연 매출은 무려 427.5억 위안(약 8조 2,000억 원)*이야. 덩치가 꽤 크지?
하이디라오 2024년 연간 재무 보고서 참고.
하이디라오가 이렇게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은 음식 맛이 아니야. 고객 서비스 때문이래. 중국에선 서비스에 불만이 생기면 "사장이 하이디라오에 가서 공부 좀 해야겠다"라고 말할 정도야.
서비스로 중국을 대표하는 회사, 어떻게 만든 거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Chapter 1. 살아남기 위해 친절해야만 했다
하이디라오는 지금 연 매출 8조 원 넘는 브랜드야. 근데 시작은 아주 작았어.
1994년, 중국 쓰촨四川성의 시골 지역 젠양简阳. 테이블 네 개의 작은 훠궈집이 문을 열었어. 주인은 고등학교도 못 나온 용접공 장용张勇. 반복되는 공장 일이 지겨워져 아내와 식당을 시작했지.
문제는 장사가 안 됐단 거야. 쓰촨성엔 훠궈집이 워낙 흔했거든*. 같은 건물 안에만 훠궈집이 일곱 개나 있을 정도였지.
중국음식업협회와 미식 플랫폼 메이퇀이 발표한 '2024 훠궈 산업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오프라인 식당 중 훠궈 매장의 비율이 20%에 달한다.
게다가 장용은 요리를 배운 적도 없었어. 양념 볶는 법을 모르니까, 한 손에 요리책 들고 한 손으론 국자를 휘두르며 소스를 만들었지. 인테리어도 허술했어. 맛도 멋도 낼 줄 몰랐던 거야.
그래서 장용이 집중한 건 '서비스'였어. 가진 건 부지런한 손과 미소뿐이었거든.
"살아남으려면 손님 응대라도 잘하자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손님이 뭘 원하든 바로 가져다주고, 불만이 있어도 웃으면서 응대했죠. 그랬더니 손님들은 맛이 조금 부족해도 다시 찾아주셨어요. 어떤 손님은 더 맛있는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했죠.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정말 좋은 서비스는 음식 맛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단 걸요."_장용 하이디라오 창업자, 2019년 투자자망* 인터뷰에서*중국의 벤처투자·창업·기업가 전문 미디어
서비스가 어땠는지 하나 예를 들어볼까?
식당을 연 지 얼마 안 됐을 때, 흙이 잔뜩 묻은 신발을 신고 온 손님이 있었어. 농촌 시찰 다녀온 공무원이었지. 그때 직원이 식당 대기시간 동안 손님의 신발을 닦아줬어. 손님은 이 세심한 배려에 감동해 단골이 됐지. 이후 하이디라오에선 아예 신발 닦아주는 서비스가 생겼어.
장용은 손님이 머무는 전 과정을 관찰했어. 불편함 없이 응대하기 위해서. 고객 경험을 철저히 설계했달까?
들어올 땐 짐을 들어주고, 손님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아이를 봐줬어. 긴 머리를 묶을 머리끈도 주고, 안경닦이까지 챙겨줬지. 대기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간식과 보드게임을 준비하고, 네일아트까지 해줬어. 화장실 전담 청소 직원도 뒀어. 밥 잘 먹다가 더러운 화장실에 가면 기분이 안 좋을 테니까.
요즘 이런 수준의 서비스는 꽤 많지 않냐고? 하지만 장용은 이런 서비스를 20년 전 중국에서 시작한 사람이야. 그땐 식당은 음식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거든.
2005년부터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김남국 이랜드차이나 대외협력실장은 하이디라오를 이렇게 평가해.
"하이디라오는 중국 외식업계의 서비스와 위생의 표준을 올려놓은 브랜드예요. 제가 2000년대 초에 하이디라오를 방문했을 때와 지금 방문할 때, 서비스 종류는 늘어났지만, 그 수준은 거의 똑같아요. 그렇다면 20년 전엔 장용의 서비스 기획이 얼마나 혁신적인 시도였을지 가늠이 가죠."_김남국 이랜드차이나 대외협력실장, 롱블랙 인터뷰에서
우연일까? 훠궈라는 아이템은 서비스 중심주의와 잘 맞아떨어졌어. 육수와 재료, 소스만 주면 손님이 직접 만들어 먹는 구조니까.
"서비스가 저를 구했어요. (…) 훠궈는 다른 외식 업종에 비해 음식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았거든요. 경쟁 속에서 서비스로 차별화를 할 수 있단 걸 깨달았죠."_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 2019년 투자자망 인터뷰에서
혁신적인 친절로 손님을 사로잡은 하이디라오는 지역 맛집이 됐어. 1999년엔 시안西安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어. 2000년대부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중국 주요 도시에 속속 진출했지.
그런데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하나 있어. 장용 혼자서 중국 전역의 매장을 다 챙길 순 없잖아. 그의 서비스 정신은 어떻게 다른 매장까지 퍼질 수 있었을까?
하이디라오 1호점 때부터 시작된 신발을 닦아주는 서비스. 일부 지점에서는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하이디라오 싱가포르
Chapter 2. 직원의 '진심'은 저절로 우러나지 않는다
장용은 교육만으로는 직원이 손님에게 진심을 다할 수 없다고 봤어. 억지로 웃게 시켜봤자, 그건 진심이 아니니까.
"어떤 식당에서 웨이터들에게 치아 여덟 개를 드러내고, 입에 젓가락을 물고 웃으라고 교육하는 것을 봤어요. 저는 그게 웃지 않고 우는 것보다 더 불편해요.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굳은 미소는 진심이 아닙니다. 하이디라오는 그런 규칙을 절대 만들지 않아요.열정에 만족이 더해지면 결괏값은 행복입니다. 행복한 직원이 손님을 행복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해요. 리더는 이 열정과 만족을 주는 방법만 고민하면 돼요."_장융 하이디라오 창업자, 2017년 계면신문 인터뷰에서
그렇다면 장용은 어떻게 '진심'을 만들어냈을까?
① 권한 없는 주인은 없다
장용은 직원에게 자율권을 줘서, 진짜 '주인처럼' 일하게 했어.
예를 들어 서빙 직원도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거나 할인해 줄 수 있어. 손님이 만족하지 않았다면 식사를 아예 무료로 해줄 수도 있지. 반대로 팁을 받으면 점장에게만 보고하고 본인이 가져갈 수 있어.
점장에겐 3만 위안(약 580만 원)까지 매장 운영과 고객 응대에 쓸 수 있는 '재량 결재권'을 줘. 서비스 불만이나 음식 품질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할 수 있게 말이야.
이런 권한들이 직원들에게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을 심어줘. 그게 주인의식이고, 진심의 시작이지.
"자율권이라는 건 결국 권한을 이양하는 거예요. 정보도 주고, 결정할 수 있게 해줘야 직원들이 '내가 인정받고 있고, 신뢰받고 있다'고 느끼죠. 급여가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외적 동기'라면, 인정은 '내적 동기'가 돼요."_권기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롱블랙 인터뷰에서
하이디라오 직원은 말단 직원도 서비스 메뉴를 주거나, 할인을 해줄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현장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하이디라오
② 내부 승진 : 서빙하던 소녀가 CEO로
권한만 있고 올라갈 사다리가 없다면? 직원은 순간의 이익만 보게 돼. 장용은 이를 막기 위해 내부 승진 시스템을 정착시켰어.
하이디라오에선 누구든 점장이 될 수 있어. 임원 대부분이 내부 승진자야.
대표적인 인물이 양리쥐안杨利娟이야. 1994년, 15살에 하이디라오 1호점에서 서빙 직원으로 일을 시작했어. 그리고 5년 뒤, 시안 매장을 오픈하면서 21살에 점장이 됐지. 지금은 장용의 뒤를 이어 본사 CEO가 됐어. 고등학교도 들어가지 못했던 그 소녀가 말이야. 하이디라오 미국 지사장도 매장 문을 열어주던 도어맨 출신이래.
이들을 지켜본 직원들은 '나도 잘하면 임원이 될 수 있겠네'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지. 그럼, 진심이 생기는 거야. 손님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하게 되는 거지.
"하이디라오의 핵심 철학은 '내 두 손으로 운명을 바꾼다双手改变命运'예요. 저희의 모든 시스템은 이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요.우리는 외부에서 관리자를 데려오지 않아요. 모든 직원에게 스스로 운명을 바꿀 기회를 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커리어 개발의 길이 풀뿌리부터 최고위직까지 이어져야만 하죠._장용 하이디라오 창업자, 2017년 청화경영리뷰 인터뷰에서
하이디라오의 창업자 장용.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트랙터 공장 용접공 출신으로, 자신의 두 손과 서비스 정신으로 하이디라오 외식 기업을 일궈냈다. ⓒ하이디라오
③ 가족처럼 남길 바라면, 가족같이 대하라
직원의 진심은 보상이 아닌 애사심에서도 나와. 특히 성장한 직원을 떠나지 않게 하는 건, 회사와의 유대감이지.
하이디라오는 그 유대감을 '생활환경'에서부터 만들기 시작했어.
중국 요식업계엔 농촌에서 도시로 일하러 온 노동자, 일명 '농민공'들이 대부분이야. 이들은 회사 숙소에서 살아. 대부분 도심 외곽의 지하 단칸방이지.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