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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가리코 : 삶은 감자에 아재개그 한 스푼, 일본 대표 과자의 이상한 기획법

한이룸
이커머스
2025. 2. 9.
‘메가 히트 상품’이 많은 시장은 어디일까요? 전 과자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잖아요. 사람들이 한번 맛들인 과자는 쉽게 버림받지 않죠.
한국의 과자 매출 순위가 이걸 증명해요. 출시한 지 30년 넘은 과자들이 상위권을 채우거든요. 2023년 기준 새우깡(1358억원), 빼빼로(1184억원), 포카칩(1163억원)이 늘 1~3위를 다투죠.
철옹성 같던 과자 시장에도 최근 고민이 생겼어요. 2023년 주요 제품의 매출이 모두 정체됐거든요. 아마 과자의 주 소비층인 0~10대 인구가 줄어드는 탓이겠죠?
옆 나라 일본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제과회사들은 ‘모든 세대가 찾는 과자’를 만들려 노력 중이죠. 10년간 한국의 식품 대기업에서 일한 크리에이터 일본식품비밀노트가 귀띔해 줬는데, 그중에서도 가루비カルビー가 제일 부지런하다네요!
일본식품비밀노트
가루비엔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요. 세계 최초로 감자칩을 내놓은 회사, 일본에서 감자를 가장 많이 쓰는 회사,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매너리즘 없는 회사.’
무려 76년 된 회사인데 스테디셀러 과자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어요. 새우깡의 원조인 갓파 에비센かっぱえびせん부터 세계 최초의 감자칩인 포테이토칩ポテトチップス, 길쭉한 감자튀김의 자가비じゃがビー까지요.
하지만 가루비의 도전 DNA를 대표하는 과자는 따로 있어요. 바로 쟈가리코じゃがりこ. 감자 스낵으로 유명한 가루비가 1995년 내놓은 막대형 감자과자죠.
쟈가리코는 30년간 무려 60가지*가 넘는 맛을 내놓았어요. 연 매출도 평균 400억 엔(약 3796억원)을 넘으며 가루비 전체 매출(2800억 엔·2조6712억원)의 14%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 됐죠.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약 20가지.
그런데 이 과자, 한 30대 사원의 ‘말장난’에서 시작됐다는 거 아시나요? 좀 더 들려드릴게요.
Chapter 1.포테이토칩을 뛰어넘는 과자가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곧 위기일 텐데…’
1990년, 가루비의 3대 사장 마츠오 마사히코松尾雅彦는 떨고 있었어요. 가루비엔 ‘10년 징크스’가 있었거든요. 10년 안에 히트 상품을 내놓아야 회사가 성장하는 징크스.
회사 실적이 정체될 때마다 히트 상품이 구세주처럼 나타났거든요. 1960년대엔 새우깡의 원조인 갓파에비센이, 1970년대엔 포테이토칩이, 1980년대엔 곡물 시리얼이 가루비를 먹여 살렸죠.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렇다 할 상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었어요. 가루비를 대표하던 포테이토칩도 경쟁 제품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매출도 정체하기 시작했죠.
마츠오 사장은 돌연 ‘감자 스낵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저장고에 쌓인 감자를 모두 폐기해야 했거든요. 미션은 하나. “포테이토칩과 다른 감자 스낵을 만들자.”
“포테이토칩은 분명 인기였고 주류였지만, 사장님은 인기에만 기댈 수 없다는 생각을 늘 갖고 계셨어요. 출시한 지 20년도 더 된 제품에 언제까지 의존할 순 없다고 보신 거죠.”_야마사키 히로아키 전 가루비 연구개발본부장, 2018년 가루비 ‘쟈가리코 개발 이야기’에서
프로젝트엔 일부러 젊은 사원을 데려왔어요. 신선한 생각을 기대했거든요. 당시 31살의 사업개발부원이었던 야마사키 히로아키山崎 裕章가 팀장으로 발탁됐죠. 사원 네 명도 함께요.
“저와 동갑내기가 한 명, 나머지 세 명은 고작 입사 2년 차였어요. 젊은 건 좋았지만 모두 고집도 세고 승부욕이 강하더라고요. 왜 사장님이 이런 사람만 모아뒀나 싶었는데, 돌아보면 천운이었어요. 더 빠르게, 더 의욕적으로 도전할 수 있었으니까요.”_야마사키 히로아키, 전 가루비 연구개발본부장, 2018년 가루비 ‘쟈가리코 개발 이야기’에서

1992년 신개념 감자 스낵 개발팀의 팀장으로 발탁된 야마사키 히로아키. 그는 2021년 가루비 연구개발본부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했다. Ⓒ가루비
Chapter 2.가설 : 여중생이 찜한 과자는 전국으로 퍼질 것
TF 팀은 가장 먼저 포테이토칩의 불편한 점부터 파고들었어요. 한 가지 결론으로 좁혔죠. ‘실내라면 몰라도, 야외에서 먹기는 어려운 과자’라는 것.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1. 손에 기름이나 양념이 쉽게 묻는다.
2. 봉지 과자라 가방에 넣으면 잘게 부서진다.
문제를 정의하니 해결책도 금방 나왔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즐겁게, 손을 더럽히지 않고 먹는 감자 스낵’을 만들자.
여기서 특이한 건, TF 팀이 제품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핵심 타깃’을 정했다는 겁니다. 다름아닌 ‘10대 여중생’으로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는 무선호출기나 시티폰이 보급되던 시기였어요. 정보 전파력이 크게 늘었죠. 이 도구를 즐겨 쓰는 세대가 다름 아닌 ‘여중생’이었고요. 전국에 스티커 사진과 루즈삭스를 유행시킨 것도 이들이었죠.
TF 팀은 가설을 세웠습니다. 여중생이 한번 맘에 들어 한 과자는, 전국으로 퍼질 수 있을 거라고요. 당시 일본의 인구 구성비 중 3.9%에 불과한 수였지만요!
“기존 스낵의 타깃층은 영유아 및 아이를 둔 주부층이었어요. 다른 판로를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여중생의 가방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은 과자를 개발하게 됐습니다.”_고이즈미 다카키 전 쟈가리코 사업부 부장, 2013년 dengekionline 인터뷰에서

쟈가리코의 최초 프로토타입. 여중생이 밖에서 들고 다니며 먹기 편한 과자를 구상했다. Ⓒ가루비
Chapter 3.추진력 : 사장의 의견을 무시한 31살 사원
타깃을 정하니 일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여중생의 생활 패턴에 맞춰 과자를 디자인하기 시작했죠.
팀은 먼저 봉지 과자를 ‘상자형 과자’로 바꿨어요. 봉지에 든 과자는 여중생들의 가방에 넣으면 쉽게 부서져 먹기 불편했거든요.
두 번째로 칩chip 형태의 스낵을 스틱stick 타입으로 바꿨어요. 얇게 썬 감자를 튀기는 대신, 감자를 쪄서 으깬 반죽을 기다란 막대 모양으로 다시 튀긴 거예요. 그러면 상자에 들어가기도 좋고, 식감도 오독오독해 신선했죠.
“생감자를 쪄서 기름에 튀기는 과자는 가루비에서도 유례가 없었던 일이었어요.
시제품을 들고 가루비 사장을 찾은 야마사키, 대차게 거절당합니다. 사장은 “딱딱한 감자 스낵은 안 팔릴 것”이라며 더 얇게 만들길 원했어요. 하지만 야마사키는 그 자리에서 반박합니다. “딱딱한 게 분명 먹힐 겁니다.”
야마사키가 고집을 부린 이유가 있어요. 기존에 없었던 식감이었거든요. “식감이 재밌다”는 입소문만 나면 인지도가 올라갈 거라 본 겁니다.

야마사키 히로아키는 가루비 사장의 반대에도, 자신의 제품 구상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감자를 쪄서 튀기는 스낵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가루비
2% 부족함을 ‘슈퍼마켓 조사’로 채우다
남은 건 고집을 ‘실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1994년, ‘쟈가스틱*’이라는 가칭의 시제품을 내놓고 도쿄의 14개 슈퍼마켓에 진열했죠.
감자의 일본어인 ‘쟈가이모ジャガタラ芋’에서 쟈가를 따왔다.
그런데 웬걸, “먹기 불편하다”는 원성이 잦았어요. 상자를 열어보니 다 부서져 있다, 스틱이 너무 길어 먹기 힘들다는 거예요.
TF 팀은 이 원성을 ‘절호의 찬스’로 삼았습니다. 슈퍼마켓의 시식판매원으로 잠입해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개선에 들어갔어요. “스틱을 짧게 만들자”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자” “박스 대신 둥근 컵에 담아보자”며 조금씩 제품을 바꿔나갔죠.
끝내 1995년, 쟈가리코*가 정식 출시합니다. 사라다 맛과 치즈 맛 두 가지로요. 일본인이 자주 먹는 채소, 감자와 잘 어울리는 치즈가 소비자 테스트 1, 2위에 올랐거든요.
감자라는 뜻의 쟈가이모에, 감자 스틱을 먹고 감탄했다는 직원 친구의 이름 ‘리코’를 붙여 탄생한 이름이다.
승부수를 던진 덕일까요? 쟈가리코는 출시 후 꾸준히 매출을 올려, 10년 뒤인 2005년엔 200억 엔(약 1924억원)을 넘어섰죠.

1995년 10월, 초기 제품인 쟈가스틱의 단점을 보완한 쟈가리코가 정식 출시했다. Ⓒ가루비
Chapter 4.특색 : 회의실 말장난, 제품에 ‘이야깃거리’를 만들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쟈가리코를 재밌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말장난 패키지’에요. 패키지엔 무려 100가지의 ‘썰렁한 말장난’이 인쇄돼있죠.
가령 발렌타인데이 기념 쟈가리코엔, ‘들키다’라는 뜻의 일본어 발음 바레루バレル를 활용해 ‘바레바레 바렌타인バレバレバレンタイン’이라 쓰여있어요. ‘마음이 들켜버린 발렌타인’이라는 뜻의 언어유희죠.
유치해 보인다고요? 말장난은 쟈가리코를 30년간 살아남게 한 ‘제1의 원동력’이에요. 회의실에서도, 발표 현장에서도 선후배끼리 말장난으로 소통합니다.
시작은 1995년이에요. 팀원끼리 쟈가리코의 ‘마스코트’를 고민한 게 계기였어요. ‘프링글스Pringles’에 콧수염 달린 아저씨 ‘미스터 피Mr.P’가 있잖아요. 당시엔 과자에 캐릭터를 녹이는 게 트렌드였죠.
쟈가리코 팀의 생각도 같았어요. 회의실에 팀원들이 모여 스케치북에 캐릭터를 잔뜩 그리고 있었어요. 결과물이 급했던 상사가 때마침 기린 그림을 발견합니다. 그는 “기린이라도 (결과물로) 올리자”고 해요.
이때 야마사키가 말장난을 툭, 던졌어요.
“아무래도 쟈가리코를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키리きり*하니까요~”
상사 맘에 쏙 든 야마사키의 말장난. 곧바로 기린을 쟈가리코의 마스코트 ‘자가오’로 만들어버립니다.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졌어요. “왜 기린이 들어가 있냐”고요. 때문에 응대 담당자는 매번 말장난을 설명하느라 고생했대요.
결국 쟈가리코는 패키지에 기린과 말장난을 함께 넣었어요. 근데 똑같은 말장난만 보여주면 재미없잖아요? 야마사키와 팀원들은 매일 회의실에서 말장난을 고민하기 시작했대요.

쟈가리코의 제품 패키지엔 기린 마스코트 자가오와 말장난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키리할 수 없어”가 인쇄돼 있다. 이후 다양한 말장난 및 위트 있는 디자인 바코드로 확장했다. Ⓒ가루비
직원의 기분이 고객에게 전달된다
쟈가리코 팀은 왜 이렇게 말장난에 진심일까요? 이것 하나로 회사의 분위기가 유연해지고, 이 분위기는 끝내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쟈가리코 팀은 믿어요. 우리의 즐거운 기분이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상사는 우리에게 ‘고민하는 얼굴로 있지 마!’라고 자주 하시죠. 식사나 회의 자리에서도 문득문득 말장난을 주고받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려 해요.”_다니사와 케이스케 쟈가리코팀 브랜드 매니저, 2024년 가루비 공식 인터뷰에서
지금도 말장난 만들기는 쟈가리코 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예요. 아예 2주에 한 번 말장난 회의를 소집하죠. 직원 모두 말장난을 하나씩 뱉어야 회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나온 말장난은 직원이 기록으로 남겨요. 그 뒤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장난을 Most Valuable Dajare*(MVD)로 선정하고 공개적으로 칭찬하죠.
언어유희라는 뜻의 일본어 ‘다자레駄洒落’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
“연간 (1인당) 200개가 넘는 말장난 훈련을 거듭하다 보면, 누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말장난이 떠오릅니다. 사석에서도 말장난을 즐긴다고 하니, 훈련의 성과가 꾸준히 나타난 셈이죠.”_타니사와 케이스케 쟈가리코팀 브랜드 매니저, 2024년 가루비 공식 인터뷰에서

쟈가리코 팀의 회의 현장. 직원이 모두 말장난을 한 마디씩 꺼내야 회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가루비
Chapter 5.각인 : ‘오도독’ 소리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만들다
많은 브랜드는 자신을 연상시킬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한입 베어 문 사과 로고가 애플Apple을, 금색 왕관 로고가 롤렉스Rolex를 상징하는 것처럼요.
쟈가리코는 독특하게도 ‘과자 씹는 소리’를 브랜드와 연상시켜요. 단단한 감자 스틱을 씹었을 때 나는 ‘오도독’ 소리로요.
그래서 쟈가리코의 TV 광고엔 그 흔한 배경 음악도, 유명 연예인도 없었어요. 1995년 쟈가리코의 첫 광고를 볼까요? 붉은 배경 앞에 무표정한 여성이 나와 쟈가리코를 먹어요.
그가 쟈가리코를 한 번 깨물 때마다 오도독 소리와 함께 ‘쟈가!’라는 효과음이 나와요. 천천히 씹으면 ‘쟈가, 리코, 쟈가, 리코’로 소리 나다가, 빠르게 씹으면 ‘쟈가리코 쟈가리코’로 리듬이 빨라지죠.
과자 씹는 소리를 반복하면 뭐가 좋을까요? ‘오도독 소리=쟈가리코’라는 무의식을 만들어내요. 광고 제작에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죠. 쟈가리코는 이 전통을 조금씩 변주하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2019년, 쟈가리코가 24주년을 기념해 ‘1995년 첫 광고’를 재현한 광고. Ⓒ오리콘 유튜브채널
쟈가리코 챌린지 : 소리로 세대를 연결하다
과자 씹는 소리는 TV를 넘어 팬들의 콘텐츠로도 이어지고 있어요. 2024년 10월, 쟈가리코는 곧 있을 30주년(2025년 10월)을 기념해 ‘팬들과 만드는 광고’를 준비하기 시작했거든요.
광고 소스 제작은 팬들의 몫. 쟈가리코 팀이 웹사이트에 ‘씹는 소리’ 음원 2개를 배포하면, 팬들이 내려받아 틱톡에 챌린지를 올리는 거예요. 음원 A는 빠른 리듬의 쟈가쟈가, B는 느린 리듬의 쟈가, 리코죠.
이 음원으로 쟈가리코는 ‘30가지 챌린지 테마’를 제안했어요. 댄스부터 포즈, 랩, 악기 연주, 합창까지. 자신 있는 분야를 골라 리듬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면 됩니다. 틱톡 유명 크리에이터 세 명이 직접 찍은 ‘모범 영상’까지 만들어 보여줬죠.
챌린지 모집 한 달 만에 틱톡과 엑스, 인스타그램에 200개 넘는 챌린지 영상이 올라왔어요. 기린 가면을 쓰고 노래 부르는 영상부터, 학교 치어리더 팀이 리듬에 맞춰 점프하는 영상까지 다양하죠.

쟈가리코 리듬 챌린지의 홍보 포스터. 과자 씹는 리듬과 일상 속 다양한 소리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면 된다. Ⓒ가루비
Chapter 6.진화 : 홋카이도 한정판을, 도쿄 사람이 부러워하게 만들어라
쟈가리코는 감자 스낵 브랜드 중에서도 ‘압도적인 라인업 수’를 자랑해요. 사라다와 치즈 맛 2개로 시작해, 지금은 20가지 맛을 팔고 있거든요.
가장 눈에 띄는 건 ‘지역 한정 쟈가리코’입니다. 예컨대 옥수수가 맛있기로 유명한 홋카이도에선 ‘스위트콘 맛’을, 가리비가 많이 잡히는 토후쿠 지방에선 ‘가리비 간장 버터 맛’을, 도쿄에선 직장인들이 즐기는 안주 ‘명란젓 치즈 몬자야키 맛’을 내놓는 식이죠.
맛의 다양화는 입소문을 부릅니다. 홋카이도 현지인이 엑스에 쟈가리코 한정판 후기를 올리면, 도쿄와 히로시마 사람들이 ‘여행 가서 꼭 먹어보겠다’며 욕구를 불태우는 식이죠.
그런데 이상해요. 제품을 많이 내도, 매출 1위는 늘 사라다 맛과 치즈 맛이거든요. 1년에 4~5개가 넘는 맛을 내놓고 얼마 안 가 단종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걸까요? 쟈가리코의 사업부 부장으로 일한 고이즈미 다카키는 이렇게 말해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었다면, 제품 라인업을 늘리지 않았을 거예요. 이건 팬들과 교류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팬들이 원하는 맛이 있다면, 쟈가리코가 빠르게 만들어주는 거죠.”_고이즈미 다카키 전 쟈가리코 사업부 부장, 2013년 dengekionline 인터뷰에서
맞아요. 쟈가리코는 대부분의 지역 한정판 기획에 ‘팬들의 참여’를 받아요. 엑스에서 ‘히로시마를 위한 쟈가리코를 만들고 싶은데, 어떤 맛이 좋을까요?’라는 식의 투표를 받죠. 투표 한 번에 약 1만 명이 참여합니다.

쟈가리코의 지역 한정판 지도. 각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한 맛을 내놓는다. Ⓒ가루비
답은 언제나 소비자가 알고 있다
쟈가리코가 무엇이든 거침없이 도전하는 것 같아도, 30년간 넘지 않는 ‘선’이 있습니다.
바로 쟈가리코가 ‘손을 더럽히게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과자를 집었는데 기름이나 양념이 묻어나오면, 다른 감자칩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때문에 한계도 있다고 해요. 쟈가리코가 2008년 출시한 ‘약간 매실 맛’을 볼까요? 처음엔 찐 감자와 매실 절임을 함께 반죽한 뒤 튀겼습니다. 그랬더니 매실 특유의 새콤한 맛이 날아가 버렸죠.
담당 직원이 “스틱 위에 매실 맛 파우더를 뿌리자”고 제안했지만, 야마사키가 단칼에 거절했어요. 차라리 솔직하게 ‘약간 매실 맛’을 내고 소비자 피드백을 들어보자고 제안했죠.
어떻게 됐을까요? ‘매실 맛’ 쟈가리코가 2024년 2월에 나왔습니다. 소비자들이 매실의 신맛을 지킬 방법을 수소문해 피드백을 보낸 덕이죠.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믿는 것. 이 두 가지로 쟈가리코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아닐까요?
“모든 걸 바꾸는 게 혁신이 아니에요. 우리가 정한 본질을 지키며 한계를 조금씩 비틀어볼 때 혁신이 일어나죠. 고객은 쟈가리코의 장점으로 늘 ‘손이 더러워지지 않는다’는 걸 꼽았고, 우린 그 본질 위에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고객이 바라던 혁신’을 이룰 수 있었어요.”_야마사키 히로아키 전 쟈가리코 마케팅 본부장, 2022년 가루비 공식 인터뷰에서

쟈가리코는 2008년 처음 ‘약간 매실 맛’을 내놓은 뒤, 개발을 거쳐 2024년 ‘매실 맛’을 공개했다. 맛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쟈가리코 팀은 레시피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려 한다. Ⓒ가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