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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와 읽는 『코스모스』 : 티끌만 한 우리가 138억년 우주를 안다는 것

한이룸
이커머스
2026. 2. 16.
서점을 거닐 때마다 꼭 한번 정복하고 싶었던 책이 있습니다. 719쪽짜리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COSMOS』. 1980년에 출간된 이 책, 전 세계 6000만 명이 읽은 ‘과학의 성서’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지금도 서점에서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죠.
거대한 우주를 품고 있는 이 책, 어디서부터 탐험해야 할까요? 저와 같은 분들을 위해 물리학자,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코스모스』 함께 읽기. 시리즈 <벽돌책 두드리기>의 두 번째 시간으로 준비했어요.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저는 『코스모스』를 TV 다큐멘터리*로 처음 접했습니다. 1980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컬러 TV가 보급될 때 방영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우주에 빠져들었죠. 이걸 보고 저처럼 과학자가 되기로 한 이들, 한둘이 아닐 겁니다.
칼 세이건은 책을 낼 당시 13부작 다큐멘터리도 기획해 발표했다. 그는 직접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맡았다.
그로부터 46년, 저는 지금까지 책 『코스모스』를 열 번 읽었습니다. 읽고 느낀 게 있다면 이 책은 ‘그저 어려운 천문학 지식을 담은 책’이 아니란 겁니다. 오히려 저는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해요. 우주를 이해하다 보면, 그 광대한 시점에서 바라본 ‘인간’을 생각할 수밖에 없거든요.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존재인가.’ 제가 오늘 『코스모스』를 함께 읽으며,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질문입니다. 그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Chapter 1.가장 지적인 모험의 기록, 코스모스
먼저 단어의 뜻부터 짚어 볼까요. 코스모스는 단순 번역을 하면 ‘우주’로 번역됩니다. 하지만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해석이 있어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우주를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눴습니다. 그는 ‘질서가 있는 우주’를 코스모스라 불렀습니다. 대신 ‘질서가 없는 혼돈 상태의 우주’는 카오스Chaos라고 이름 붙였죠.
여기서 중요한 건 ‘질서’입니다. 다만 궁금해집니다. 질서는 대체 뭘까요? 인간이 없어도 우주에 질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사실 질서는 인간이 찾아낸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코스모스는 ‘그냥 존재하는 우주’를 뜻하는 카오스나 유니버스Universe와는 다릅니다. ‘우리가 함께 이해해 온 우주’라고 할 수 있죠.
책 『코스모스』 역시 이 점에서 천문학 지식을 나열한 백과사전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인간이 거대한 우주를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치열하게 발버둥 쳐온, ‘가장 지적인 모험의 기록’이죠. 책 제목이 『유니버스』가 아니라 『코스모스』인 이유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속 칼 세이건. 다큐멘터리 첫 방영은 1980년 9월 28일, 책 『코스모스』의 출간은 같은 해 10월 12일이다. 칼 세이건은 다큐멘터리와 책을 동시에 기획했다. ⓒCosmos: A Personal Voyage (1980), PBS
Chapter 2.우주를 다룬 책이 ‘바닷가’에서 시작한 이유
제목의 뜻을 이해했으니, 이제 책의 초반부를 펼쳐 볼까요. 책 1장의 제목은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입니다.
여기엔 유명한 비유가 숨어 있어요.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인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죽기 직전,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남긴 말입니다.
“나는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가지고 놀던 어린아이였다. 내 눈앞에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대양이 펼쳐져 있는데, 나는 그 바닷가에서 남보다 조금 더 매끄러운 조약돌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았을 뿐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죽기 전 자신의 업적을 ‘그저 바닷가에서 놀았던 것’이라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광활하다는 뜻을 담은 것이기도 하죠.
칼 세이건은 뉴턴의 비유를 『코스모스』에 담아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구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우리를 향해, “당신은 코스모스라는 대양과 맞닿아 있는 좁은 바닷가에 서 있을 뿐”이라고 알려주는 거예요. 그가 남긴 문장은 이렇습니다.
“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구의 표면은 곧 바닷가에 해당한다. ‘우주라는 바다’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이 바닷가에 서서 스스로 보고 배워서 알아낸 것이다.

『코스모스』 1장의 제목은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다. 칼 세이건이 기획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또한, 바닷가 장면으로 시작한다.
Chapter 3.우리가 ‘별의 자녀’라는 걸 안다는 것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 같은 존재인 우리는 왜 더 큰 바다를 갈망하는 걸까요.
칼 세이건은 우리가 대양처럼 광활한 우주를 갈망하는 이유를 ‘향수Homesickness’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우주에서 왔기 때문에, 그곳을 본능적으로 그리워한다는 거예요.
세이건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코스모스』의 9장 ‘별들의 삶과 죽음’에서 독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애플파이를 하나 만들고 싶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사과를 사고 밀가루를 반죽하면 될까요? 아뇨. 세이건은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_432p고 답합니다.
시계는 약 138억 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빅뱅이 일어났던 우주 초기에 존재했던 원소는 가장 가볍고 단순한 수소와 헬륨뿐이었어요. 하지만 애플파이의 재료인 설탕이나 물을 만들려면 탄소와 산소, 질소 같은, 복잡하고 무거운 원소들이 필요하죠. 이 원소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요?
세이건은 이게 바로 ‘별’이라는 거대한 아궁이에서 나왔다고 설명합니다. 별들은 수억 년 동안 스스로를 불태우며 가벼운 원소들을 짓눌러,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냈죠.
“나머지 원자들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별이 우주의 부엌인 셈이다. 이 부엌 안에서 수소를 재료로 하여 온갖 종류의 무거운 원소라는 요리들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스스로를 불태우는 별들은 수명이 다하면 폭발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원소들은 우주 공간으로 사방팔방 뿌려지죠. 뿌려진 별의 티끌들은 수십억 년간 우주를 떠돌다가 서로 뭉칩니다. 그렇게 지구가 만들어졌고, 그중 일부가 지금 우리의 몸이 되었죠.
결국 세이건의 관점으로 보면, 애플파이 한 조각에는 우주가 쌓은 138억 년의 연금술이 통째로 들어있는 겁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We are made of starstuff).”_458p
별의 자녀. 세이건은 우리의 존재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오래전 이름 모를 어느 별이 죽어가며 남긴 유산이라는 거예요.
이 관점을 품으면 광활한 우주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내’가 광활한 우주의 일부라는 걸 감각하는 것. 이게 『코스모스』가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죠.

‘카시오페이아 A’라고 불리는 폭발한 별의 잔해를 촬영한 이미지. 카시오페이아자리 방향으로 1만 광년 떨어져 있다. 별이 수명이 다해 폭발할 때, 그 속의 원소는 우주로 흩뿌려진다. 그 잔해가 다시 모여 별이 되고, 생명체가 된다. ⓒNASA
Chapter 4.이오니아 항구에서 피어난 ‘과학적 사고’
우리가 ‘별의 자녀’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티끌처럼 작은 인류는 어떻게 거대한 코스모스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칼 세이건은 그 원동력을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항구 도시, 이오니아Ionia에서 찾았습니다. 사실 제가 학생들과 『코스모스』를 읽으며 수업할 때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해요. 이곳이 바로 ‘과학적 사고’가 처음 등장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오니아는 세계의 상인들이 모여드는 무역의 중심지였어요. 자연스레 수많은 문화와 신화가 충돌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빌로니아 상인은 “하늘의 신은 마르두크”라 했고, 그리스 상인들은 “최고의 신은 제우스”라 주장하는 식이었어요.
이 풍경을 매일 같이 보던 이오니아 사람들,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마르두크와 제우스 둘 중 하나가 진실이 아니라, 둘 다 거짓인 것이 아닐까? 어쩌면 자연 현상 뒤엔 신이 아니라 어떤 법칙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이 관점을 품고 이오니아에서 나고 자란 학자가 바로 피타고라스입니다. 원리를 파고들다 코스모스를 ‘질서가 있는 우주’로 본 인물이었죠.
“수천 년 동안 인류를 억눌러 온 생각은 이 우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신 또는 신들이 실을 당겨 조종하는 꼭두각시 연극이라는 생각이었다. (…)
고대 이오니아의 ‘과학적 사고’는 실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합니다. 일례로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er는 수직으로 세워둔 막대의 그림자가 이동하는 걸 관찰해, 1년의 길이를 측정했어요. 그리스 최초의 해시계를 만들었죠.
세이건은 “이오니아 과학자들이 보인 태도가 곧 현대 과학의 뿌리”라고 말합니다. 그는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라고 봤어요.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알아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단 겁니다.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의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누구나 끄덕일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로 합의해 나가는 것. 저는 이것이 과학의 본질이자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의 태도라고 믿습니다.
세이건은 이오니아 과학자들의 태도를 빌려 우리에게 말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건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지식을 검증하고 찾아가는 ‘생각의 힘’이라고요.

김범준 교수는 “『코스모스』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이라고 말했다. 관찰과 실험, 객관적인 근거로 합의해가는 합리적인 생각의 과정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Chapter 5.끝내 138억 년을 인식한, 0.2초의 존재들
과학적 사고를 쌓아나간 인류는 ‘우주의 무엇’을 알아냈을까요? 여기서 700쪽이 넘는 『코스모스』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너무나도 크고 오래됐다.”
너무 단순하다고요. 하지만 인간이 이를 차근히 자신들의 언어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본다면 다르게 느껴지실 겁니다.
먼저 크기를 볼까요? 천문학자들은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거리를 잽니다. ‘광년光年’이라는 단위죠.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약 30만km) 돕니다. 태양에서 나온 빛이 지구까지 오는 데는 약 8분이 걸려요. 정리하면, 태양은 지구에서 ‘8광분光分’ 떨어져 있는 셈이죠.
그런 빛이 1년을 꼬박 달려야 도달하는 거리를 우리는 1광년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사는 ‘우리은하’의 지름만 해도 약 10만 광년에 달합니다. 그 안에는 태양 같은 별이 4000억 개나 있죠.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다시 수천억 개 있고요.
쏟아지는 숫자에 잠시 혼란스러우셨나요. 사실 시간은 더 아득합니다.
칼 세이건은 우주 138억 년의 역사를 1년짜리 달력으로 환산한 ‘코스믹 캘린더Cosmic Calendar’를 소개했습니다. 1월 1일 0시가 빅뱅*이고, 12월 31일 밤 12시를 지금 이 순간으로 잡은 달력이죠.
아주 작은 점 하나가 폭발하며 지금의 시공간이 시작되었다는 우주 탄생의 순간을 말한다.
이 달력을 기준으로 보면, 지구의 탄생일은 9월 14일입니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나타난 건? 놀랍게도 12월 31일 밤 11시 56분쯤이에요. 1년이 끝나기 딱 4분 전이죠.
여기에 한 개인의 인생 100년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이 달력에서 ‘0.2초’에 불과해요. 이걸 보면 우리는 ‘찰나’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요.
“인류는 지구 바깥으로 나가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 점 티끌 위에 살고 있고 그 티끌은 그저 그렇고 그런 별의 주변을 돌며 또 그 별은 보잘것없는 어느 은하의 외진 한 귀퉁이에 틀어박혀 있음을 알게 됐다.
2014년 리메이크된 「코스모스」 다큐에 등장하는 코스믹 캘린더. 우리 은하가 형성된 건 약 110억 년 전으로, 코스믹 캘린더 기준 3월 15일이다. 코스믹 캘린더에서 인류가 기록으로 만든 역사는 마지막 14초만을 차지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아득한 시간 앞에서 우리는 찰나를 머무는 티끌뿐이라는 것. 이게 『코스모스』가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책을 다 읽고 허무감을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세이건의 메시지를 완전히 잘못 읽은 겁니다.
사실 티끌은 자신이 티끌인 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티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낸 ‘유일한 티끌’이죠.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우리가 작은 찰나의 존재라는 걸 깨닫는 순간은 곧,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선명히 깨우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코스모스』가 여러분께 건네는 진정한 메시지죠.
칼 세이건이 1980년, 책 첫머리에 쓴 헌정사를 보면, 이 메시지는 더 선명해집니다. 아내이자 학문적 동료였던 앤 드루얀Ann Druyan을 향한 말이었죠.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_5p

나사의 은하진화탐사선이 2012년에 찍은 ‘안드로메다은하’.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대형 은하로,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NASA
Chapter 6.창백한 푸른 점 위의 ‘멸종 위기종’
거대한 우주를 유영한 칼 세이건의 시선은 마지막에 이르러 다시 우리의 ‘지구’로 향합니다. 그래서인지 13장의 제목은 의미심장해요.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여기서 그는 인류를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라 정의합니다.
먼저 그는 인류가 얼마나 ‘희귀한 존재’인지 두 개의 발자국 사진으로 증명합니다. 하나는 350만 년 전 탄자니아 벌판에 남겨진 인류 조상의 발자국이고, 다른 하나는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이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남긴 발자국.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에서 내린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뎠다. ⓒNASA
우주 달력으로 치면 인간은 불과 ‘몇 분’ 만에 아프리카 벌판을 떠나 달까지 도달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서 스스로의 고향을 떠나 다른 천체에 발자국을 남긴 존재는 인간뿐이죠.
하지만 세이건은 동시에 우리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책이 쓰인 1980년 무렵, 인류는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며 자멸의 위험을 안고 있었거든요. 그는 “우리가 우주로 나갈 만큼 위대해졌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파괴할 만큼 위태롭다”는 사실을 꼬집었습니다.
“호전성, 그릇된 관습,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이방인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같이 오랫동안 유전돼 온 못된 요소들은 인류의 생존 자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 별들의 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작은 푸른 반점일 뿐이다. 이렇게 여행은 우리의 시야를 활짝 열어준다.”_632p
실제로 이 위태로운 지구에 대한 세이건의 통찰은 10년 뒤 한 사진으로 완성됩니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우주 사진이기도 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입니다.
1990년,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려 할 때 세이건은 나사NASA에 이런 요청을 보냈습니다.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찍어 보자”고. 과학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그는 ‘이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우리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찍힌 사진 속의 지구는 어둠 속에서 보이는 하나의 픽셀에 불과했습니다. 이 사진을 본 칼 세이건은 훗날 펴낸 자신의 책에 이런 감상을 남겼죠.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

1990년 2월 14일 나사의 보이저 1호가 태양으로부터 60억k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 ‘창백한 푸른 점’이란 이름이 붙었다. 오른쪽 주황빛 선(태양 반사광) 안, 5분의 3지점에 있는 작은 점이 지구다. ⓒNASA
우리는 우주의 쓸쓸함을 다독이는 존재다
이야기를 마무리해 볼까요.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끊임없이 외친 건 다음과 같았습니다.
“티끌만 한 인간이, 그리고 지구라는 작은 터전이 얼마나 드물고 귀한 기적인가.”
가끔 저도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우주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봐주는 이가 없다면, 우주가 서운해하지 않을까?’라고요. 우리가 존재하기에 우주는 비로소 ‘인식’됩니다. 우리는 별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고백하는 유일한 존재니까요. 우리가 없으면 우주도 참 쓸쓸할 겁니다.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보다 지능이 높은 생물을 찾을 때까지, 우리 인류야말로 우주가 내놓은 가장 눈부신 변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이다.”_60~61p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마다 저는 어째선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코스모스의 일부로서 이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이곳에 사는 ‘별의 자녀’들을 더 소중히 대하고 싶어지죠.
이런 우주적 감수성을 모두가 마음에 품는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좀 더 정다워지지 않을까요?
『코스모스』를 열 번 읽었다는 김범준 교수. 그는 “어릴 적 코스모스는 광활한 우주와 방대한 지식이 매력적인 책이었지만, 지금은 세상과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라 말했다. 그는 곧 열한 번째 정독을 시작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