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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유령상품 청소를 시작합니다. 남는 쪽이 웃습니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6. 7. 9.

쿠팡이 '유령상품' 청소를 시작한다


쿠팡이 7월 11일부터 90일 이상 판매가 한 건도 없던 상품을 걷어냅니다. 90일간 거래가 없고 고객 경험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상품이 대상입니다. 다행히 한 번에 지우는 방식은 아닙니다. 자동 품절 처리로 시작해서 검색·전시 노출 제한, 판매 제한과 판매 중지를 거쳐 최종 삭제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됩니다. 대상 상품과 사유는 판매자에게 개별 안내한다고 쿠팡은 밝혔습니다.

공지만 보면 "내가 등록해둔 상품이 지워진다"는 손실 소식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이 정책의 본질은 삭제가 아닙니다. 노출 자리의 재분배, 쉽게 말해 대청소입니다. 그리고 청소가 끝난 방에서 웃는 건, 치워진 쪽이 아니라 남은 쪽입니다.


검색 결과는 그동안 창고였습니다

그동안 쿠팡 검색 결과의 앞자리는 상품을 수천 개씩 뿌려놓고 팔리기만 기다리는 도배 물량에 상당 부분 빼앗겨 있었습니다. 이건 짐작이 아니라 제가 직접 본 숫자입니다. 로켓그로스 초창기에 입점 셀러 계정을 열어본 적이 있는데, 등록 상품 3천 개 중에 한 달에 한 건이라도 팔리는 상품은 백 개를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나머지 2천9백 개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창고가 아니라 검색 결과 안에 있었습니다. 진짜 팔리는 상품의 노출을 갉아먹으면서요.

소액 셀러 입장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내 상품이 검색 몇 페이지 뒤로 밀린 이유의 일부는, 나보다 잘 팔아서가 아니라 그냥 많이 등록한 물량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었습니다. 90일 룰로 이 좀비 물량이 걷히면, 실제로 회전되는 상품을 가진 셀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집니다. 상위 노출 경쟁에 끼어 있던 허수가 빠지는 거니까요. 형식은 규제지만, 정직하게 팔던 쪽에는 반가운 청소입니다.


단, 이 청소기는 계절상품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여기까지만 읽고 덮으면 지뢰를 밟습니다. 90일이라는 기준은 기계적입니다. 안 팔린 상품과 지금은 안 팔리는 상품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여름에만 도는 물놀이용품, 김장철에만 나가는 대용량 용기 같은 계절상품을 생각해보세요. 비수기 90일이면 판매 이력이 0건인 게 정상입니다. 재고는 창고에 원가 그대로 멀쩡히 쌓여 있는데, 쿠팡 눈에는 유령상품으로 보이는 겁니다.

문제는 노출이 한번 끊긴 다음입니다. 제가 생활잡화를 직접 돌려보면서 겪은 건데, 노출이 끊긴 상품은 다시 살려도 검색 순위 회복에 2~3주가 걸렸습니다. 계절상품이라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렇게 그려집니다. 비수기에 품절 처리되고, 성수기 초입에 부랴부랴 살렸는데, 순위가 회복될 때쯤 성수기가 절반 지나 있는 겁니다. 원가 200만 원어치 계절 재고를 물고 있는 입장에서 노출 정지 3주는 마진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들어와야 할 정산이 통째로 밀리는, 현금흐름이 막히는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정책은 두 얼굴입니다. 회전되는 상품에는 자리를 넓혀주는 청소고, 계절·간헐 상품에는 미리 손쓰지 않으면 터지는 지뢰입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쿠팡이 아니라 이번 주의 내가 정합니다.


이번 주 할 일

시행일이 내일입니다. 순서대로 가시면 됩니다.

  1. 90일 0건 SKU 전수조사 — 셀러 어드민에서 최근 90일 판매 이력이 0건인 SKU 목록을 오늘 뽑습니다. 지뢰가 어디 묻혀 있는지 모르면 피할 수도 없습니다.

  2. 계절·간헐 상품은 이력 한 건 만들기 — 삭제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옵션가 조정이나 소량 판매로 거래 이력을 한 건이라도 만들어 노출을 지킵니다. 판매 한 건이 노출 정지 3주를 막습니다.

  3. 살릴 것과 접을 것 가르기 — 쿠팡 개별 안내 알림을 매일 확인하면서, 재고 원가 기준으로 살릴 상품과 접을 상품을 이번 주 안에 가릅니다. 어차피 안 팔릴 상품을 붙들고 있는 것도 비용입니다. 이번 청소를 내 계정 정리의 계기로 쓰면, 쿠팡이 시킨 일이 내 일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청소가 시작되면 방 안의 물건은 둘로 나뉩니다. 치워지는 것과, 치워진 자리 덕에 더 잘 보이는 것. 내 상품이 어느 쪽 무더기에 있을지는 청소부가 오기 전에 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