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로 쓴 상세페이지엔 도장이 찍혀요. 근데 네이버가 잡는 건 글이 아니었습니다

한이룸
AI
2026. 8. 13.
8월 2일 이후에 나온 클로드는, 자기가 만든 문장 안에 사람 눈에 안 보이는 표식을 하나씩 심습니다.
앤스로픽이 11일 공식 안내 문서에 올린 내용이에요.
상세페이지 문구를 뽑아서 스마트스토어 편집기에 붙여넣어도, 그 표식은 글자를 따라 그대로 옮겨갑니다.
복붙해도 따라오는 표식, 8월 2일부터예요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클로드가 단어를 고를 때 생기는 미세한 패턴에 신호를 섞어 넣는 방식이에요. 읽는 사람 입장에서 뜻도, 문장 맛도 안 바뀝니다. 대신 기계는 읽어냅니다.
범위가 꽤 넓어요. 클로드 웹·앱은 물론이고 API, 클로드 코드, 클로드 코워크, 클로드 태그까지 전 제품이고 지역도 전 세계입니다.
8월 2일 이후 나온 모델은 출시부터 들어가고, 그 전 모델에는 지금 추가 작업 중이라고 해요.
물론 만능은 아닙니다. 앤스로픽이 직접 밝힌 한계가 있어요.
글이 너무 짧으면 심을 자리가 없고, 크게 고쳐 쓰거나 다른 말로 바꾸거나 번역하거나 사람 글과 섞으면 신호가 흐려집니다.
이미지 쪽은 .svg·.png·.jpg 파일에 C2PA라는 공개 표준(쉽게 말하면, 이 파일이 어디를 거쳤는지 적어두는 이력표)으로 서명한 정보를 붙이는데, 파일 형식을 바꾸거나 화면을 캡처하면 그냥 날아가고요.
그리고 지금 중요한 사실 하나. 이 표식을 확인할 도구가 아직 없습니다.
앤스로픽은 탐지 방법을 추후 기술 문서로 공개하겠다고만 했어요.
오늘 기준으로는 누구도 남의 글을 넣고 조회해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클로드가 썼다'가 아니라 '클로드를 거쳤다'

여기가 제일 많이 헷갈리는 지점이에요. 앤스로픽 안내문에는 표식이 발견됐다는 게 그 내용이 클로드를 거쳤을 수 있다는 신호일 뿐, 클로드가 원저자라는 뜻은 아니라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다 쓴 글을 클로드에게 오타만 봐달라고 넘겨도 표식이 붙어요. 요약을 시켜도, 번역을 시켜도, 서식만 다듬어도 똑같습니다. 저도 어제 초안을 클로드한테 맞춤법 봐달라고 던졌는데, 그럼 제가 밤새 쓴 문장에도 표식이 붙는 거죠. 미국에서는 라디오 진행자 에릭 에릭슨이 "내가 쓴 글에 클로드가 작업했다고 표시된다니 말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습니다.
이게 운영하시는 가게로 치면, 상세페이지를 직접 쓰고 맞춤법만 맡긴 경우에도 같은 표식이 남는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표식 하나만 보고 "이건 AI가 만든 상품 설명이네" 판정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오픈AI는 비슷한 기술을 갖고도 잘못 걸릴 위험과 이용자 이탈을 걱정해서 아직 안 켰어요.
네이버가 실제로 잡는 건 글이 아니라 사진이에요
우리나라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국내 셀러한테 이미 벌점이 걸려 있는 쪽은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거든요.
네이버쇼핑은 7월 10일부터 AI 생성물 사용 기준을 시행했어요. AI 도구로 만들거나 변형한 이미지·영상을 대표 이미지나 상세페이지에 올리면, AI를 썼다고 안내해야 합니다. 문구든 아이콘이든 형태는 자유입니다. 대표 이미지는 이미지 안에, 상세페이지는 이미지 안이나 그 콘텐츠 바로 옆에 붙이면 돼요.
아예 못 쓰는 칸도 있습니다. 생명·신체·건강과 직결되는 카테고리 —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영유아 식품, 신선식품, 미용기기, 반려동물 건강용품 — 는 AI 이미지 사용이 막혀 있어요. 어기면 상품 미노출 같은 조치가 들어갑니다. 같은 네이버여도 블로그·카페 쪽은 표기가 자율이라, 쇼핑만 유독 빡빡한 편이더라고요.
거기다 구글 머천트센터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상품 이미지는 IPTC DigitalSourceType(쉽게 말하면, 사진 파일 안에 "이건 AI가 만들었다"고 적어두는 항목)을 지우면 안 되고, 지운 채로 올리면 이미지가 비승인될 수 있어요. 방향이 재미있죠. 우리는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데, 규칙은 흔적을 남기라고 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클로드가 파일에 붙이는 C2PA 정보도 위협이 아니라 재료예요. 어차피 요구받던 표시를 도구가 알아서 채워주는 셈이니까요.
표시 의무는 아직 만든 쪽 숙제예요

법도 한 번은 짚고 갈게요.
국내에서는 AI 기본법이 1월 22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생성형 AI 결과물에 AI라고 표시하라는 의무가 담겨 있어요. 다만 그 의무를 지는 쪽은 생성형 AI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입니다. 남이 만든 AI 도구를 가져다 쓰는 이용자는 현행 기준으로 강제 대상이 아니고, 1년 이상 계도기간도 잡혀 있어요.
앤스로픽이 이번에 움직인 것도 결이 같습니다. EU AI법의 투명성 규정이 8월 2일 발효되면서, 만드는 쪽이 표시를 책임지게 된 거죠.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도 같은 약속에 서명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더 무거운 건 법이 아니라 플랫폼 규칙이에요. 네이버 기준에는 계도기간 같은 게 없고, 이미 두 달째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정리해 보니 결론이 좀 싱거웠습니다. 크게 고쳐 쓰면 표식은 흐려지고, 안 고치면 어차피 글이 안 팔려요.
그러니까 할 일은 원래 하던 그대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