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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품이 많을수록 돈버는 쇼핑몰 이야기

한이룸
이커머스
2025. 4. 2.
"반품률 20% 초과 시 적자입니다."
"반품 처리 인건비가 매출을 다 잡아먹어요."
"장사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셀러들의 고민입니다. AI 챗봇으로 상담을 자동화하고, 상세 페이지를 더 꼼꼼히 만들고, 리뷰 이미지를 더 많이 올려도... 반품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있었습니다.
"반품이 많은 고객이 우리의 VIP입니다."
"반품할 때마다 우리 브랜드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반품은 마케팅 비용입니다. 광고비보다 효과적이죠."
미쳤나요? 아닙니다. 이건 연매출 1조원, 아마존에 1조 4천억원에 인수된 Zappos의 이야기입니다.
Zappos를 이룸회보에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15년 동안 저의 롤 모델이었거든요.
"반품이 많을수록 좋다"는 놀라운 전략
Zappos의 CEO 토니 셰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Zappos CEO 토이 셰이>
"우리는 고객들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5켤레를 주문하세요. 집에서 신어보고, 마음에 드는 1켤레만 남기고 나머지는 반품하세요. 왕복 배송비는 우리가 부담할게요.'"
처음 들으면 자살 행위 같은 전략에는 세 가지 비밀이 있었습니다:
1) 반품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반품 과정이 신뢰 구축 기회
반품 고객의 재구매율이 일반 고객보다 50% 높음
반품 경험 후 평균 구매액 2.5배 증가
2) 데이터가 증명한 반품의 매력
"우리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많이 반품하는 고객들이 우리의 최고 VIP가 되더군요. 그들은 Zappos를 '믿을 수 있는 친구'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데이터는 이렇습니다:
반품 경험 고객의 연간 구매액: 평균 $1,500.
일반 고객의 연간 구매액: 평균 $625
반품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 일반 고객 대비 2.7배 높음
3) 반품이 입소문을 만든다
"Zappos에서 신발을 샀는데 사이즈가 안 맞아서 반품했어요. 그런데 택배비도 안 받고, 너무 친절했어요. 이제 신발은 여기서 삽니다."
이런 후기들이 SNS에서 바이럴처럼 퍼졌습니다. Zappos는 광고비를 줄이는 대신, 이 금액을 반품 서비스에 투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마케팅 효과는 더 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전화상담을 기록한 회사
CS팀 운영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상담시간을 줄이고, 응대율을 높이고, 통화품질 점수를 관리하느라 고민이죠. 처음 Zappos 사례를 들었을 때는 믿기 힘들었습니다.
회사는 상담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고객과 충분히 이야기하세요. 시간제한 없습니다."
한 상담원이 고객과 10시간 43분 통화를 했습니다. 신발 주문 대화가 라스베가스 관광 이야기로 이어지고, 인생 상담까지 했다고 하네요.
더 놀라운 건 이 상담원이 해고는커녕 칭찬을 받았다는 겁니다. 보통 회사 같았으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른 고객 응대하라"고 했을 텐데요.
Zappos는 상담원들에게 슈퍼맨급 권한을 줍니다. 매뉴얼? 없습니다. 환불이나 교환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죠.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비용 제한도 없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이겁니다.
한 고객이 남편 장례식용 구두가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걱정했는데, 상담원이 즉시 VIP 배송으로 전환하고 위로의 꽃다발을 보냈다고 해요. 또 다른 고객은 애완견이 신발을 물어뜯었다고 했더니, 새 신발과 강아지 장난감까지 보내줬다네요.
"이러다 회사 망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상담 만족도는 98%였고, 고객 재구매율은 75%까지 올랐습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런 '비효율적인' 정책이 오히려 비용을 줄였다는 거예요. 광고비가 줄고, 고객들이 떠나지 않았으며, 법적 분쟁도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비효율이라고 생각한 것이 최고의 효율이었던 셈이죠. 고객과 마음껏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주고, 가끔은 파격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것.
Zappos가 보여주는 새로운 고객서비스 방향인 것 같습니다.

"퇴사하고 싶으면 돈을 드립니다."
"신입사원 여러분, 지금 퇴사하시면 3천만원을 드립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Zappos는 신입사원들에게 이런 제안을 합니다. 교육 기간이 끝나고 정식 입사를 앞둔 직원들에게 "지금 그만두면 3천만원을 주겠다"고 합니다.
미친 짓 같아 보이지만, 이 파격적인 정책 뒤에는 중요한 철학이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일하러 오는 직원이 아니라, 이 회사를 진정으로 사랑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1% 미만이라고 해요. 오히려 거절한 직원들은 더 강한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나는 돈보다 이 회사를 선택했어"라는 자부심이죠.
Zappos의 인사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3천만원은 잘못된 사람을 뽑았을 때 회사가 치르게 될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 돈을 기꺼이 투자합니다."
"매뉴얼은 버리고, 재미있게 일하세요"
콜센터의 이미지가 있죠. 칸막이 사이에서 기계처럼 일하는 직원들, 빽빽한 응대 매뉴얼, 초단위로 체크되는 통화시간...
Zappos의 콜센터는 다릅니다. 직원들은 자기 책상을 장식하고, 때로는 코스튬을 입고 일하기도 합니다. 할로윈에는 사무실 전체가 미니 테마파크가 된다고 하네요.
"고객과 웃으며 대화하려면, 직원들이 즐거워야 합니다." Zappos의 철학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콜센터 업계 평균 이직률이 40% 넘는데, Zappos는 10% 미만입니다.
"우리는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Zappos의 실적이 증명하고 있죠.
"이런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반품은 마음대로 받아주고, 직원들은 놀게 하고, 고객상담은 몇 시간이고 해도 되는 회사가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요?
결과를 말씀드리죠. Zappos는 창업 10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2009년 아마존이 1조 4천억원에 인수 제안했고, 역사상 가장 큰 인수 건 중 하나가 됐죠.
더 놀라운 건 돈보다 그들이 만든 '신화'입니다.
광고비 거의 제로, 입소문 마케팅의 교과서가 됨
연간 고객 만족도 98% (업계 평균의 두 배)
직원 이직률 10% 미만 (콜센터 평균의 1/4 수준)
고객 자발적 재구매율 75% (일반 온라인 쇼핑몰의 3배)
비결이 뭘까요? 토니 셰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신발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 회사입니다. 우리가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우리도 할 수 있을까요?
"좋은 얘기는 들었는데... 우리같은 작은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Zappos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것은 규모나 자본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단순했어요.
고객을 '진짜 사람'으로 대하기
직원을 '로봇'이 아닌 '파트너'로 존중하기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신뢰 구축
우리도 오늘부터 시도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있습니다.
반품 요청에 짜증내지 않기
고객 문의에 더 친절하게 답하기
직원들에게 더 재량권 주기
매뉴얼보다 상황 판단 존중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Zappos도 이런 작은 변화들로 시작했다는 걸 기억하세요.
결국 비즈니스의 본질은 '사람'입니다. AI 시대에도 이 진리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질지도 모르죠.
결론: 작은 용기가 만드는 큰 변화
Zappos 이야기를 들으면서’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누구나 있었을 거예요. 누구나 그럴 겁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최고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실수로 주문한 상품을 반품해준 가게, 친절하게 설명해준 판매자, 문제가 생겼을 때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해준 회사... 그때마다 우리는 그들의 평생 고객이 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나요?
Zappos는 이런 '당연한' 진실을 비즈니스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말로만 "고객이 왕"이라고 하지 않고, 진짜로 그렇게 했죠. 직원들을 로봇처럼 다루지 않고, 진짜 파트너로 대우했어요.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고객 문의 하나를 더 친절하게 답변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반품 요청에 짜증 내지 않고, 더 좋은 제품을 찾아주겠다고 제안하는 것부터요. 직원 한 명에게라도 더 많은 신뢰와 자율성을 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변화는 항상 작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Zappos도 처음부터 대단한 회사가 아니었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저 "이게 맞다"고 믿는 것을 꾸준히 실천했을 뿐입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