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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을 판 게 아니라 여름을 팔았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6. 6. 19.

K뷰티가 인기죠?

만약 여러분들이 무더운 여름날 선크림을 판매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세요?
대부분 경쟁사보다 SPF가 높고 발림성이 좋고, 세정력.. 이런것들을 생각하실거에요.

하지만 Vacation은 그 공식을 깼습니다.

선크림이지만 이름이 Vacation입니다.

그들은 시작 부터 달랐습니다.

여름이 오면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죠!

하나는 “선크림 꼭 발라야지” 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알긴 아는데 귀찮다” 하는 사람.

대부분의 선크림 브랜드는 이 둘을 설득하는 방식이 비슷합니다.
강한 자외선, 피부 노화, 광노화, 피부 장벽, 임상 테스트, 블라블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재미는 없죠.

Vacation Inc.는 바로 그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한 브랜드예요.

“사람들이 선크림을 안 바르는 이유가 정보 부족일까?
아니면 그냥, 선크림이 너무 재미없어서 아닐까?”

이 질문 하나가 정말 많은걸 바꿨습니다.

1. 이 브랜드는 선크림 회사가 아니라, 휴양지 전문 여행사 같아요

Vacation을 처음 보면 좀 이상합니다.
사이트는 선크림몰인데, 톤은 마치 1980년대 리조트 회사 사보 같고,
고객은 고객이라기보다 명예 직원처럼 취급됩니다.

브랜드는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향기로운 선크림(The World’s Best-Smelling Sunscreen)”이라 부르고,
“여가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레시피(Leisure-Enhancing Formulas)”라는 표현을 씁니다.

홈페이지 문장도 딱 이렇습니다.

“태양의 보호만큼 휴가를 생각 합니다”

한마디로,

선크림을 기능성 화장품이 아니라 휴가를 돕는 액세서리로 재포장한 거에요!

여기서 제일 재밌는 점이 있는데요.

보통 브랜드는 이메일을 받기 위해 “10% 할인받기” 팝업을 띄우죠.
Vacation은 다르게 가요.

이메일을 넣으면 Vacation의 명예 직원 비즈니스 카드를 만들어줍니다.

그럴듯한 직함도 받고, “우리 회사 사람”이 된 기분도 줍니다.
이건 리드 수집이 아니라 거의 채용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선크림 브랜드가 고객을 회원이 아니라 직원처럼 입사시킨다?
이쯤 되면 이미 기억에서 안 지워질거에요.

2. 제품보다 ‘문맥’을 만들다

좋은 브랜드는 상품을 설명합니다.
더 좋은 브랜드는 상품이 어떤 기분 속에서 소비돼야 하는지를 먼저 이야기해요.

단순해 보이지만 10명중 9명은 안하는 전략이에요.

Vacation의 공동창업자들은 선크림 시장을 보며, 1990년대 이후 선케어 카테고리가 점점 더 의학적이고 임상적이며 진지해졌다고 판단했어요.

(공동 창업자중 한명인 Lach Hall)

그러다 보니 선크림은 필요하지만 설레지 않는 물건이 됐죠.
그래서 이들은 1960~80년대의 해변 광고, Club Med 감성, 여행 브로슈어, 올드스쿨 리조트 문법을 다시 끌어왔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선케어 카테고리에 ‘복고 휴양지 세계관’을 씌운 건데요.

기가 막힙니다.

이 문맥 설계가 왜 강력하냐면, 제품 하나하나가 전부 그 세계관 안의 소품처럼 작동해요.

그냥 로션형 선크림이면 끝날 수도 있었을 제품들이,
Vacation에 들어오면 “휴가에서나 볼 법한 이상하게 쓸데없이 정성스러운 물건”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브랜드는 선크림 향을 너무 진지하게 다뤄서 아예 향수, 캔들, 차량용 방향제 같은 파생 상품까지 만들었습니다.
즉, “선크림 냄새가 좋다”에서 끝나지 않고, “그 향 자체가 Vacation이라는 세계의 입구”가 된 겁니다.


3. 제품을 설명하지 않고도 사고 싶게 만드는 법

Vacation이 판 물건 중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Classic Whip SPF 30입니다.
휘핑크림 캔처럼 생긴 선크림 무스죠.

이 제품의 영리함은 “새로운 성분”이 아니라 “새로운 장면”에 있어요.
사람이 이 제품을 보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거 진짜 선크림 맞아?”
그다음은
“잠깐, 이거 너무 웃긴데?”
그다음은
“한 번 써보고 싶다”입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상품은 “좋아 보인다 → 필요하겠다 → 사야겠다”로 가는데,
Vacation은 “재밌다 → 공유하고 싶다 → 갖고 싶다”로 갑니다.

Forbes에 따르면 이 브랜드의 Classic Whip SPF는 TikTok 바이럴을 타며 계속 품절과 대기 수요를 만들었고,
브랜드는 유료 광고 없이 확산된 영상들 덕을 크게 봤습니다.
즉, 이 제품은 기능이 아니라 이야깃거리로 팔렸습니다.
요즘 이커머스에서 정말 비싼 자산은 클릭이 아니라,

“사람들이 먼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제품성”인데, Vacation은 그걸 제대로 만든 사례입니다.


4. 웃기기만 한 브랜드는 오래 못 가죠

이쯤 되면 이런 의심이 듭니다.

“좋아, 웃기고 재밌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제품은 괜찮아?”

Vacation이 영리한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겉으론 농담이 많은 브랜드지만, 제품 자체는 꽤 진지하게 설계를 해요.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이들의 포뮬러는 Hawaii Act 104 기준에 맞추고,
피부과 전문의 Elizabeth Hale와 함께 개발했으며,
향도 ARQUISTE Parfumeur와 협업해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겉은 유쾌하지만, 속은 느슨하지 않다는 거죠.

이 균형이 정말 중요합니다.
세계관만 있고 제품이 별로면, 한 번 웃기고 끝납니다.
반대로 제품만 좋고 세계관이 없으면, 팔리긴 해도 기억은 안 남습니다.
Vacation은 둘을 같이 잡으려 했고, 그래서 “밈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다운 브랜드가 됐습니다.


5. 숫자도 예쁘다. 그것도 꽤 많이

예쁜 브랜드는 종종 숫자가 약하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그런데 Vacation은 의외로 숫자도 셉니다.

Inc. 영상에 따르면 Vacation은 2021년 봄 런칭 후,
직전 연매출 약 540억원(4,000만달러),
최근 3년 성장률 2,557%를 기록했어요.
Forbes는 이 브랜드가 누적 기준 약 151억원 이상(1,120만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Ulta Beauty 1,200개 이상 매장을 포함해 Nordstrom, Bluemercury 같은 유통 채널에도 입점했다고 전합니다.
쉽게 말해, 이 브랜드는 “인스타에서 웃긴 브랜드” 수준을 넘어
실제로 리테일까지 뚫고 올라간 브랜드입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성장 숫자보다 성장 방식입니다.
Vacation은 선크림을 더 싸게 팔지 않았고,
더 전문용어로 팔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크림을 기능 제품에서 문화 소품으로 옮겨버리는 방식으로 성장했습니다.
즉, 시장을 뺏어온 게 아니라 카테고리의 기분을 바꿔서 자리를 만든 것에 가깝습니다.


6.배울점

여기부터가 진짜 핵심이에요!

이 사례를 “미국 감성 좋은 브랜드 하나” 정도로 보고 지나가지 마시고요.

아래 내용을 한번 봐주세요!

첫째, 기능이 비슷한 카테고리일수록 분위기가 경쟁력이 된다는 점

선크림, 샴푸, 수건, 향초, 커피, 반려용품, 주방용품, 생활잡화.
이런 카테고리는 스펙이 비슷비슷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결국 “더 좋은 제품”보다 “더 갖고 싶은 장면”을 고릅니다.

둘째, 광고비보다 디렉팅 감각이 중요할 때가 있다는 점

Vacation의 명함 생성기, 가상의 직원 설정, 과몰입 고객응대, 브랜드 사내방송 같은 요소는
돈이 많이 들어서가 아니라, 한 톤으로 끝까지 밀어붙였기 때문에 강합니다.
작은 쇼핑몰도 충분히 응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를 그냥 고객센터로 두지 않고
브랜드 세계관에 맞는 부서 이름으로 바꾸고,
자동메일 문구를 브랜드 말투로 다시 쓰고,
패키지 동봉물을 브랜드 안의 소품처럼 설계하는 거죠.

셋째, 사람은 제품을 사기 전에 그 제품을 산 뒤의 자기 모습을 먼저 산다는 점

Vacation을 사는 사람은 단지 자외선 차단제를 사는 게 아닙니다.

“나는 이런 여름을 즐기는 사람이야”라는 버전을 함께 삽니다.
좋은 브랜드는 제품 효능을 설명하고,
강한 브랜드는 고객의 자아 연출을 도와줍니다.

7. 결국 Vacation이 판 것은 SPF가 아니라 ‘휴가의 문장’이었다

이 브랜드를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엔 제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제품을 설명하는 방식이 너무 비슷한 것 아닐까?

Vacation은 그 지루함을 잘 피해 갔습니다.
선크림을 “피부를 지키는 의무”로 말하지 않고,
“여름을 더 잘 즐기게 해주는 물건”으로 바꿔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는 고객에게 이렇게 들립니다.
“선크림 바르세요”가 아니라
“휴가 모드로 들어가시죠.”

별것 아닌 차이 같지만,
브랜드 세계에선 이런 사소한 말투 차이가 매출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건 거대한 글로벌 회사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브랜드일수록 더 날렵하게 할 수 있는 일이죠.


마무리

Vacation 사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은 선크림을 사는 게 아니라, 선크림을 바른 뒤의 기분을 산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제품은 어떤 계절, 어떤 장면, 어떤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상세페이지 문장도 바뀌고,
패키지도 바뀌고,
고객응대 말투도 바뀌고,
결국 브랜드가 팔리는 방식도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