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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던 딸 먹이려 만든 셰이크가 대박 난 진짜 이유

한이룸

이커머스

2026. 7. 30.

시장이 너무 좁아서 접을까 했던 그 밤

새벽 두 시, 재고를 세다가 문득 계산을 해봐요.

이 제품, 살 사람이 너무 적어요. 딱 정해진 몇 명.

"시장이 이렇게 좁은데 이걸 계속 붙잡는 게 맞나." 이 생각, 저도 수백 번 했어요.


직접 파는 입장이면 다 알잖아요.

넓은 시장은 이미 큰 회사가 다 먹었고, 나한테 남은 건 늘 구석의 좁은 손님들뿐이죠.

그래서 다들 그 구석을 부끄러워해요. 더 힙하고 넓은 데로 가고 싶어하고요.


근데 미국에 정반대로 간 브랜드가 하나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좁은 손님만 보고 시작했거든요. 입으로 밥을 못 삼키는 사람들.

그 좁디좁은 데서 출발한 셰이크가, 지금 미국 최대 마트 진열대를 통째로 밀고 들어가고 있어요.

이거 보세요. 왜 그런지 뜯어보면 등골이 서늘해요.


다섯 살 딸의 몸무게가 7킬로였어요


이야기는 리처드 라버라는 한 아빠한테서 시작해요.

딸 케이트가 뇌성마비로 태어났어요. 입으로 밥을 못 먹어서, 관으로 영양을 넣었어요.

문제는 시판 환자용 영양액이 죄다 몸에 안 맞았다는 거예요. 유제품, 카제인, 설탕. 케이트 몸은 그걸 못 받아냈거든요.


그 시절 환자용 영양액은 대개 옥수수 시럽이랑 유제품이 바탕이었어요. 케이트한테는 그게 오히려 독이었죠.

아이는 먹는데도 말라갔어요.

리처드가 그때를 이렇게 기억해요.

"케이티는 아프고, 점점 더 아파졌어요. 다섯 살인데 7킬로그램까지 빠졌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썩었어요. 영양은 넣고 있는데 의사들은 '성장 부진,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밖에 못 했어요."


먹이고 있는데 죽어간다는 말.

부모한테 이보다 무서운 문장이 있을까요.

병원이 줄 수 있는 정답은 이미 다 실패한 뒤였어요. 남은 건 부부 둘뿐이었죠.


그래서 부부가 부엌에서 직접 갈기 시작했어요


포기 대신 이들이 택한 건, 직접 만드는 거였어요.

채식 요리사 한 명을 붙잡고, 어느 날 밤 자기 집 부엌에서 영양 셰이크를 갈았어요.

설탕도 빼고 유제품도 빼고. 전부 식물성 재료로만요.


케이트가 그 셰이크를 먹고 살아났어요.

수면무호흡 치료를 뗐고, 소화 문제가 사라졌고, 썩어가던 입이 다시 멀쩡해졌어요.

부부는 2011년에 아예 회사를 차렸어요. 딸 이름을 그대로 붙였고요. 케이트 팜스.


주변에선 '부모가 부엌에서 만든 셰이크를 누가 믿고 사냐'고 했어요.

근데 케이트한테 통한 그 한 잔이, 똑같이 고생하던 다른 아이들한테도 통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서부터가 진짜 중요해요.

이들은 "건강식 브랜드 하나 만들자"가 아니었어요.

"보통 음식을 몸이 못 받아내는 사람들." 딱 그 한 종류의 손님만 죽어라 팠어요.


부엌표 셰이크를 병원에 넣는 건 또 다른 산이었어요.

의료 시장은 세상에서 제일 보수적인 동네예요. 근거 없으면 의사가 안 써요.

그래서 이들은 임상 근거를 쌓고, 병원 영양팀을 한 곳 한 곳 설득하며 몇 년을 갈았어요.

투자도 받았어요. 2020년엔 300억 원 넘는 돈을, 2022년엔 1,000억 원 규모의 투자까지요.


그 좁은 우물을 얼마나 깊게 팠냐면요.

지금 미국 병원 열 곳 중 아홉 곳 넘게 이 회사 영양액을 써요. 1,400개가 넘는 병원이요.

온라인 주문의 절반쯤은 의사가 "이거 드세요" 하고 추천해서 들어와요.

남들 눈엔 시시하고 좁아 보이던 그 우물을, 끝까지 판 거예요.


근데 여기서 진짜 반전이에요


어느 날, 세상이 갑자기 이 우물 쪽으로 걸어왔어요.

위고비, 오젬픽. 그 다이어트 주사(GLP-1) 아시죠.

미국은 이제 다섯 집 중 한 집이 이 약을 쓴대요.


이 약을 맞으면 식욕이 뚝 떨어져요. 밥이 잘 안 넘어가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요.

게다가 급하게 살이 빠지면 근육까지 같이 빠져요.

적게 먹는데 단백질이랑 영양은 꼭 챙겨야 하는 몸이 되는 거죠.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문제 아니에요?


맞아요. 15년 전 다섯 살 케이트의 문제가, 이제 수백만 성인의 문제가 된 거예요. "보통 음식을 몸이 제대로 못 받는 사람들"이 갑자기 온 나라에 쏟아진 셈이죠.

케이트 팜스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어요.

이 사람들만을 위한 셰이크를 따로 다시 설계했어요.

단백질 25그램, 식이섬유 6그램, 설탕 0. 딱 이 몸 상태에 맞춰서요.


근데 이들이 진짜 집요했던 건 맛이었어요.

단백질 음료 특유의 그 텁텁한 뒷맛, 다들 아시죠. 그거 하나 없애겠다고 배합을 800번 바꾸고, 시식을 600번 넘게 했어요.

마케팅을 총괄한 캐서린 헤이든이 이렇게 말했어요.

"바닐라 맛이 '기가 막히다' 소리가 나오기 전엔 절대 안 내놓겠다고 못을 박았어요. 그리고 진짜 그렇게 됐죠."


결과가 어땠냐고요?

최근 몇 달 새, 미국 최대 마트 월마트 진열대가 1,000곳도 안 되던 데서 3,879곳으로 늘었어요.

큰 약국 체인까지 더하면 머지않아 6,800개 매장이에요.

아마존 매출은 1년 새 50% 넘게 뛰었고, 자사몰 재구매율은 80%. 한 번 먹은 사람 열에 여덟이 다시 사요.

회사는 세계적인 식품 대기업이 지분을 사들일 만큼 커졌고요.


우리가 여기서 훔칠 건 딱 하나예요


"다이어트약 유행에 올라타라." 이렇게 끝내면 너무 얄팍해요. 진짜 배울 건 순서예요.

이들은 유행을 보고 니치를 고른 게 아니에요.

아무도 거들떠 안 보던 좁은 문제를 15년간 미련하게 팠더니, 세상이 그 문제 쪽으로 걸어온 거예요.

그때 이미 답을 손에 쥐고 있었으니까, 남들보다 먼저 뛸 수 있었던 거고요.


그러니 내 제품이 "시장이 좁다"고 느껴질 때, 질문을 두 개로 바꿔보면 어때요.

하나, "이 좁은 문제를 나만큼 깊게 아는 사람이 있나?"

둘, "이 문제가 앞으로 커질 신호가 어디서 오고 있나?"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조용히 커지는 좁은 우물이 많아요.

고령화로 삼킴이 불편해진 어르신 식사, 혈당 때문에 저당·고단백을 꼭 챙겨야 하는 사람들.

지금은 작아 보여도, 인구가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장이요.

중요한 건 남들이 '그게 되겠어?' 할 때 이미 파고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세상이 옮겨온 뒤에 뛰어들면 늦거든요.


좁아서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좁아서 오히려 끝까지 깊게 팔 수 있는 거예요.

그 우물을 남들이 비웃을 때 끝까지 파두면, 어느 날 세상이 두레박을 들고 제 발로 찾아와요.

그날 답을 이미 쥐고 있는 사람이, 다음 판을 가져가요.


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