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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나를 바꾼 15권의 책

한이룸

비즈니스

2025. 1. 29.

퇴사하면 뭐 하고 싶으세요?

"면접관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친한 동생이 물었습니다. 그때 저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2024년 초, 결국 저는 아무런 계획 없이 퇴사를 했습니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책 읽기'뿐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과 거리가 멀었던 제가, 퇴사 후 1년 동안 제 인생을 바꾼 여러 책들을 만났습니다.

사실 저는 집중력이 부족해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에쿠니 가오리처럼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소설이 아니면 대부분 중간에 포기했죠. 하지만 퇴사 후에는 달랐습니다. 책은 제게 가장 효율적인 투자였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수십 년의 경험과 지혜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책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내면의 성장을 찾아서

의미있는 삶을 위하여

퇴사 직후, 저는 도서관에서 알렉스 룽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만났습니다. 독일 작가의 이 깊이 있는 책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당시 저는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되어주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기 고백의 시간이었습니다.

책의 제안대로 치앙마이에 도착해 저는 50페이지가 넘는 자기 고백록을 썼습니다.

한번도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제 안의 숨겨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적어내려갔습니다. 아마도 치앙마이의 여유로운 공기와 새로 얻은 자유가 저를 그렇게 솔직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성공의 법칙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 저는 한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수화물 제한이 15kg인데, 책만 한가득 넣은 거죠.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웠던 책이 나폴레온 힐의 '성공의 법칙'이었습니다.

이 책은 현대 자기계발서의 바이블이라고 불립니다. 읽다 보니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서점가에 있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 성공론, 내면의 성장에 관한 책들이 이 책에 뿌리를 두고 있었거든요.

치앙마이의 공유 오피스 야외 테라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 두꺼운 책과 씨름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무거운 책을 들고 간 것이 오히려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마치 수행처럼 매일 책과 씨름하며 보낸 시간이 제게는 특별한 의미가 되었으니까요.

이 책의 영향으로 나폴레온 힐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다시 치앙마이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수화물 무게를 줄이기 위해 전자책으로만 준비할 생각입니다.


인간관계론

퇴사 후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제가 인간관계에 서툴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책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입니다. 이 책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작년 한 해에만 세 번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유명한 자기계발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제 일상에서 실천할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세 번째 읽을 때는 책 속의 모든 문장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자기관리론', '성공대화론' 같은 카네기의 다른 책들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카네기가 쓴 링컨의 자서전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도 카네기의 에센셜북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뇌과학으로 나를 이해하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자청'님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참신한 관점에 매료되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분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당시 저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욕망의 진화

그중에서도 특히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는 제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설명합니다.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지, 왜 남녀의 욕망이 다른지,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수많은 의문들이 하나둘 답을 찾아갔습니다.


정리하는 뇌

이어서 읽은 '클루지'와 '정리하는 뇌'는 우리의 뇌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그리고 그 불완전함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정리하는 뇌'에서 소개된 '기억의 외현화' 개념은 제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늘 머릿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안 되던 저에게, 생각을 밖으로 꺼내 정리하는 방법은 마치 구원과도 같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저는 모든 생각과 아이디어를 노트에 적어두는 습관을 들였고, 덕분에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비즈니스와 성장의 길

뇌과학 책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고명환의 이 책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망설였습니다. 또 저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하지만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 책이 특별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가장 큰 매력은 명쾌함이었습니다. 복잡한 이론 대신 단순하고 실용적인 조언들로 가득했죠. 특히 퇴사 후 막막했던 제게, 돈을 버는 것이 단순히 생계수단이 아닌 자아실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짧은 문장과 명확한 챕터 구성 덕분에 술술 읽혀갔고, 그만큼 내용도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저는 고명환 작가의 열렬한 독자가 되었고, 이후 그의 신간은 출간과 동시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

고명환의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성공'이라는 키워드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숴버렸습니다.

'일은 길게 해야 한다', '성공하려면 고통이 필요하다'는 등의 전통적인 성공 공식을 뒤집는 이 책은,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일의 방식은 제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레버리지

이어서 읽은 롭 무어의 '레버리지'는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지렛대 효과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안내서였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자신의 실패 경험을 숨김없이 공유하면서, 그것을 통해 배운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게 사업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통찰을 주었습니다.

작년 8월, 저는 '실행학교'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그 여정에서도 '레버리지'는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듣는 이 책은 제주도의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비즈니스 서적들을 읽으며 성공에 대해 고민하던 중, 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책을 만났습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제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의 처절한 경험을 기록한 이 책은, 단순한 생존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었죠.

저자는 99%의 사망률을 보이는 수용소에서, 극심한 굶주림과 혹한, 폭력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제게 성공이나 돈 이상의 것, 바로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욕망의 법칙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인간의 숭고함을 보여줬다면, 로버트 그린의 '욕망의 법칙'은 인간의 다른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의 일부 교도소에서 금서로 지정될 만큼 논란적인 이 책은, 인간의 본성과 권력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담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충격이었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고 권력을 얻는 방법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이 책이 단순한 처세술 매뉴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었죠.

이 책은 제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렌즈를 선물했고, 덕분에 로버트 그린의 다른 저서들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실행력의 벽을 넘어서

지식은 쌓였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죠.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것 같았습니다.

옛 장수들이 전쟁터에서 배를 불태우고 솥을 깨버렸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심정으로, 저는 실행력을 키울 수 있는 책을 찾아 나섰습니다.


거절당하기 연습

그러던 중 만난 지아 장의 '거절당하기 연습'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창업자였던 저자는 투자 유치 실패 후, 100일 동안 매일 낯선 사람에게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며 거절당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실행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본능 때문이었던 거죠. 사업 시작을 망설이고, 유튜브 촬영을 미루고, 새로운 도전을 피하는 것 모두 이 본능적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거절 미션'들을 하나씩 따라하면서, 저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카페에서 다른 손님의 커피를 얻어 마시려 시도하는 것조차 떨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도전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실행이 답이다

'거절당하기 연습'이 실행력의 심리적 장벽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면, 이민규의 '실행이 답이다'는 실행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너무 뻔해 보여서 망설였습니다. '또 하나의 뻔한 자기계발서겠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 책은 제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실행력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깊이 있고 체계적으로 다룬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단순히 "실행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왜 우리가 실행하지 못하는지, 어떻게 하면 작은 실행을 큰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특히 '실행 근육'이라는 개념은 제게 큰 통찰을 주었습니다.



숨 쉬는 여유를 찾아서

자기계발서와 비즈니스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삶이 너무 메말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성과', '실행', '레버리지'... 이런 단어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니 마음 한켠이 허전해졌죠. 그때 만난 책이 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의 이 책은 제가 읽었던 그 어떤 책과도 달랐습니다. 과학 에세이인 듯 소설 같고, 역사책인 듯하면서도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었죠. 19세기의 한 과학자가 물고기를 연구하면서 겪은 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오디오북으로 접했는데, 너무나 매료되어 종이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오디오북을 들었죠. 책의 매력에 푹 빠져, 같은 이야기를 세 번이나 반복해서 보게 된 겁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마음 깊은 곳을 적시는 봄비 같은 책이었습니다. 삶에 지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첫 번째 책이 되었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나서, 저는 더 깊은 통찰을 주는 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마침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미 스토아 철학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들었죠.

이 책은 마치 철학이라는 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과도 같았습니다. 저자는 실제로 유럽 각지의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에피쿠로스의 아테네에서 루소의 파리까지, 각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펼쳐집니다.

특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월든 호수의 고독한 철학자로만 알고 있던 소로의 다른 면모, 특히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성장 과정을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철학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재미있고 친근하게 풀어낸 책은 처음이었습니다.



고전의 힘

철학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문학 고전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이 있습니다.

목로주점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은 우연히 집어든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우연한 만남은 제게 잊지 못할 독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19세기 파리의 뒷골목,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제르베즈의 이야기는 마치 제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겪는 고난과 좌절, 그리고 희망과 절망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완전히 매료되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까지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원작의 깊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더군요. 오히려 소설의 감동을 반감시킬 수 있어 영화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퇴사 후의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읽은 이 책은, 역설적으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 했던 제르베즈를 통해, 저 자신의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토너

'목로주점'의 강렬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저는 전혀 다른 결의 소설을 만났습니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였습니다.

이 소설은 마치 잔잔한 호수와 같았습니다.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평범한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는데, 그 소박함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대학교수가 된 농부의 아들, 그의 실패한 결혼생활,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끝내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학문에 대한 열정까지.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스토너가 자신의 고독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혼자"라는 메시지가, 퇴사 후 홀로 길을 찾아가는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이렇게 다양한 책들과 동행했습니다. 자기계발서로 시작해 철학, 문학, 과학까지... 각각의 책은 제게 새로운 시각과 깊은 통찰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사실 여기 소개하지 못한 책들이 더 많습니다. 특히 제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실전서들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려고 합니다.

책은 여전히 제게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입니다. 앞으로도 이 여정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