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한 봉지에 1만 8천 원, 근데 없어서 못 팔아요

한이룸
이커머스
2026. 8. 21.
"저희 라인에선 그 배합 안 나옵니다."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팔아본 적 있으면, 이 문장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벌써 스펙을 깎기 시작하죠.
기름 바꾸고, 함량 낮추고, 포장 얇게. 그래야 만들어 주니까요.
이거 보세요. 미국에서 옥수수칩 파는 두 친구는 그 말을 200번 들었어요. 그런데 한 번도 안 깎았습니다.
지금 그 과자는 미국 소매점 3,000곳 넘는 곳에 깔려 있고, 한 달에 50만 봉지씩 나가요.
친구 과자를 놀리다가 시작된 회사예요

2022년 새해, 마이애미 비치였어요.
스티븐 로프라노가 친구 세스 골드스틴이 집어 먹던 시판 토르티야칩을 보고 한마디 했대요. 그걸 왜 먹냐고.
로프라노는 메타에서 일하던 엔지니어였고, 골드스틴은 헬스케어 분야 사모펀드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어요. 둘 다 식품 근처에도 안 가봤죠.
로프라노가 자기가 먹고 싶은 칩을 설명했어요. 첨가물 없고, 유기농 옥수수로 만들고, 목초 먹인 소기름에 튀기고, 소금만 뿌린 것.
문제는 그런 게 세상에 없었다는 거예요. 골드스틴이 "그럼 네가 만들어 보든가" 하고 내기를 걸었고요.
로프라노는 부모님 집 뒷마당으로 갔어요. 거기서 유기농 옥수수 토르티야를 소기름에 튀겼습니다. 칠면조 튀김기로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통째로 넣는 그 물건이요. 식품 회사 창업 장비 목록에 올라갈 만한 건 아니죠.
맛본 가족과 친구들이 시판 제품보다 낫다고 했고, 내기는 로프라노가 이겼어요. 그리고 골드스틴은 "그때 저는 종자유가 뭔지도 몰랐어요"라고 나중에 말했더라고요.
하루 만에 다 팔렸는데, 만들어 줄 곳이 없었어요

둘은 저축에서 8,000달러를 꺼내 산업용 튀김기와 토르티야 절단기, 파우치 실링기를 샀어요.
2022년 7월, 400제곱피트(약 11평)짜리 상업 주방에서 첫 배치를 찍었습니다. 하루 만에 다 팔렸고요.
그다음이 더 재미있어요.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식료품 체인 에러원이 먼저 연락을 해 왔거든요. 그해 가을 입점했고, 몇 달 만에 그 매장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칩이 됐어요.
여기까지는 흔한 성공담처럼 들리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때 터졌어요.
만들어 줄 공장이 없었습니다.
200곳한테 거절당한 다음에 한 선택

둘은 제조사 200곳에 연락했어요. 200곳이 다 거절했고요.
이유는 단순해요. 대량생산 공장의 튀김 라인은 값싼 식물성 기름에 맞춰 설계돼 있거든요. 소기름으로 바꾸면 설비도, 세척 방식도, 원가 구조도 전부 틀어져요.
보통 이쯤 되면 제품을 의심하죠. 우리가 무리한 걸 하려는 건가, 싶어서요.
이 둘은 공장을 의심했어요. 그리고 저축에서 25만 달러를 더 꺼내 뉴저지에 작은 생산 설비를 직접 지었습니다. 둘 다 뉴저지에서 자란 사람들이에요.
소량 생산 라인을 직접 돌린다는 건, 튀김 온도부터 세척 주기까지 전부 자기가 알아내야 한다는 뜻이에요. 남들이 다 아는 걸 혼자 다시 배우는 시간이죠.
로프라노는 그 시간을 이렇게 정리하더라고요. "제대로 만들면 더 건강하면서 동시에 더 맛있어요. 그게 우리가 찾던 거예요."
무모해 보이는데, 원가를 보면 무모한 게 맞아요. 소기름은 식물성 기름보다 파운드당 3~5배 비싸요.
거기다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소기름 값이 40% 올랐는데, 이 회사는 그걸 판매가에 안 넘기고 자기 마진으로 먹었어요. 지금은 한 달에 소기름 10만 파운드를 씁니다.
전국 매대가 한 번에 열린 게 아니에요

첫 달 매출은 3만 달러였어요. 큰돈 아니죠.
그런데 골드스틴이 이렇게 말해요. "첫 달부터 매출이 꽤 꾸준히 나왔어요." 크기보다 꾸준함. 이게 뒤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2024년 추정 연매출이 2,000만 달러였어요. 첫 정식 영업 연도 대비 400% 성장이었고요.
그다음 경로가 진짜 볼 만해요.
에러원 한 곳에서 칩 판매 1위를 찍었어요. 그리고 2025년 10월 스프라우츠(미국 자연식품 마트 체인)에 들어가서, 그다음 달 그 체인에서 금액 기준 주간 판매 1위 칩이 됐습니다.
타깃은 서부 326개 매장부터 시작했어요. 홀푸드는 전국에 한 번에 깔아준 게 아니라 93개 매장에서 먼저 테스트했고요. 그 성적표가 나온 다음에야 전국으로 확대됐어요.
그렇게 지금 3,000곳이 넘습니다. 봉지당 13달러, 한 달에 50만 봉지. 연매출 추정치가 5,000만 달러(약 700억 원)예요.
봉지당 13달러면 우리 돈으로 1만 8천 원쯤이에요. 나초 한 봉지 값으로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격이죠. 그런데 그 값에 한 달 50만 봉지가 나가요.
창업 4년 차 회사고, 지금까지 외부에서 받은 돈은 1,400만 달러 정도예요. 새로 합류한 소매 총괄은 "DTC 중심 회사가 옴니채널 회사로 바뀌는 걸 이끌 기회라 설렜다"고 했더라고요.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거절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품질이 안 나온다"는 거절, 그리고 "우리 설비로는 못 한다"는 거절.
앞의 것은 고치라는 신호예요.
뒤의 것은 뜻이 좀 달라요. 남들도 못 만든다는 말이거든요.
마사가 한 건 그 두 번째 거절을 재고 위험으로 안 읽고 자기 자산으로 읽은 거예요.
대신 값을 치렀어요. 25만 달러, 그리고 오른 원가를 몇 년간 자기 마진으로 흡수하는 일.
그 값을 치르려면 제품 가격을 제대로 받아야 하고, 가격을 받으려면 이유가 봉지 뒷면 한 줄로 설명돼야 해요. 이 회사 성분표는 짧아요. 유기농 옥수수, 소기름, 소금. 끝.
창업자가 남긴 조언도 딱 그 결이에요.
"타협하지 마세요. 비전에 100%를 걸고, 어디서도 대충 넘어가지 마세요."
그리고 하나 더. 이 사람들은 처음부터 전국 매대를 노리지 않았어요.
한 매장에서 1등을 찍고, 그 숫자를 들고 다음 문을 두드렸습니다.
내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자사몰이나 단골 채널 한 곳에서 재구매율과 회전 속도를 먼저 만들고, 그 표를 들고 큰 채널 담당자를 만나는 순서예요.
마침 지금 그 문들이 꽤 열려 있어요. 중국 징둥이 한국에 구매 전문 법인을 세우고 국내 소비재를 직접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설명회에 온 200곳 가운데 계약까지 간 곳은 아직 9곳이에요. 줄이 짧을 때 서면 앞자리죠.
거기 들고 갈 게 대단한 브랜드 스토리는 아니에요. 작은 데서 만든 회전율 숫자 한 장이면 됩니다.
칠면조 튀김기 하나로 시작한 사람들도 거기까지 갔는걸요. 우리도 충분히 해볼 만해요!
박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