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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한 병으로 해외 매출 76%, 1,869억 매출낸 사장님

한이룸

이커머스

2026. 8. 21.

밤에 침대에 누워 '내 제품 해외 판매' 같은 걸 검색해본 적, 한 번쯤 있으실 거예요. 그리고 5분 만에 창을 닫았겠죠. 현지 법인, 대리상 마진, 입점 연회비, 국제 물류. 견적을 내보기도 전에 숨이 차거든요.

근데 이거 보세요. 화장품이라는 지독한 레드오션에서, 자기 매장 하나 없이 해외 매출 비중 76%를 찍은 한국 브랜드가 있어요. 무기는 미스트 한 병이에요.

달바 이야기예요. 올해 2분기에 매출 1,869억 원을 벌었는데, 그중 1,415억 원이 해외에서 나왔어요. 근데 시작은 전혀 화려하지 않았어요.

 

첫 성적표는 연 매출 7억이었어요

창업자 반성연 대표는 1981년생이에요. 네이버에서 7년 동안 개발자로 일했고, 컨설팅 회사에서 7년을 더 보냈어요. 그리고 서른다섯에 화장품을 골랐죠.

낭만적인 이유는 아니었어요.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거든요. "망하지 않을 사업을 고민하던 제게 화장품은 현실적인 선택이었죠. 이미 인프라가 잘 구축된 제조업 기반에 브랜딩을 더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원료는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로 정했어요. 유럽 명품 브랜드나 일부 쓰던 재료라, 이름 없는 후발주자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선점하기 좋았거든요.

그렇게 나온 첫 미스트 세럼, 반응이 어땠냐고요? 설립 이듬해 받아든 성적표가 연 매출 7억 원이었어요.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바다에 물뿌리개로 물 준 수준이죠.

혹평도 아팠어요. 오일을 넣은 제형이 무거워서 분사가 시원치 않다는 피드백이 계속 붙었죠. 세럼처럼 촉촉한데 미스트처럼 안 나가는, 애매한 물건이 된 거예요.

 

펌프 수백 개를 사 모은 2년

여기서 달바는 광고비를 태우는 대신 좀 이상한 짓을 시작해요. 국내외 뷰티 박람회를 돌면서 남의 제품 펌프를 사 모은 거예요. 2년 동안 수백 개를요.

부스마다 다니면서 칙칙 눌러보고, 잘 나가는 펌프는 사서 뜯어봤어요. 오일을 5~10% 품고도 안개처럼 퍼지는 분사력을 찾을 때까지요. 반 대표는 이 시절을 이렇게 요약해요. "창업 초기에 미스트 세럼 하나에 모든 걸 걸고, 집착하듯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요.

펌프를 갈아 끼운 개선판이 나오자 숫자가 달라져요. 매출 35억, 그다음 해 233억. 2년 만에 33배가 된 거예요.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에요. 건조한 기내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이 이 미스트를 캐리어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회사가 시킨 게 아니라 소문이 먼저 났고, 별명이 아예 '승무원 미스트'가 됐죠. 신라·롯데·신세계 면세점에도 올랐고요.

사람보다 제품이 먼저 출국 도장을 찍은 셈이에요.

 

매장 없이 나라를 늘리는 공식

보통 여기서 해외 진출 하면 현지 법인 세우고 매장부터 내잖아요. 반 대표는 반대로 갔어요.

"우리 제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굳이 벤더나 유통업체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체 매장을 한 곳도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라마다 그 나라 1등 플랫폼의 행사 캘린더에 올라탔어요.

일본에선 큐텐재팬이 1년에 네 번 여는 대형 할인 행사 '메가와리'를 공략했어요. 벚꽃 에디션 세트를 준비해 갔다가 조기 완판, 하루 매출 1억 원을 넘긴 적도 있죠. 동남아에선 쇼피 라이브 방송에 현지 인플루언서를 태웠는데, 시청 수가 평소의 350배로 튀고 판매가 874%나 뛰었어요.

미국은 아마존과 틱톡숍이 문이었어요. 올해 2분기에 틱톡숍 미국 매출이 258% 늘었고, 아마존 미국도 96% 컸어요. 유럽은 242% 성장이고요.

그렇게 쌓인 게 2분기 해외 매출 1,415억, 비중 76%예요.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4% 줄었으니, 안방보다 바깥이 커진 완전한 역전이죠. 미스트는 누적 5,000만 병이 팔렸고, 회사는 작년에 코스피 상장까지 했어요. 다음 목표는 매출 1조에 해외 비중 70%래요.

공식은 결국 하나예요. 물류·매장·모객은 플랫폼 걸 빌려 쓰고, 자기 돈은 제품 완성도에만 쓴다. 반 대표 철칙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단 1원도 쓰지 않는다"거든요.

 

그 입장료가 지금 내려가고 있어요

달바가 이 공식을 만들 때는 그래도 입장료가 있었어요. 입점 비용 내고, 행사 물량 준비하고, 재고 리스크도 셀러 몫이었죠.

근데 여기서 반전이에요. 요즘은 플랫폼들이 그 입장료를 서로 내주겠다고 줄을 서요.

중국 1위 징둥닷컴은 아예 한국에 구매 법인을 세우고 한국 상품을 직매입하기 시작했어요. 코트라와 연 첫 상담회에서 9개사와 150만 달러어치 계약을 맺었는데, 직매입은 재고를 통째로 사가는 구조라 정산이 위탁판매보다 오히려 단순해요. 티몰글로벌은 신규 입점 연회비를 면제하며 한국 패션을 모으고 있고, 11번가는 징둥 직구 플랫폼 안에 한국 셀러 전문관을 열었죠. 틱톡샵은 현지 법인 없이 한국 사업자 정보만으로 동남아 5개국에 입점하는 길을 깔아놨고요.

달바 때는 개척이던 길이, 지금은 포장도로가 된 거예요.

 

우리도 달바처럼 되는 법

반 대표의 이력이 부럽긴 해요. 서울대에 네이버 출신이니까요. 근데 그 이력이 한 일은 결국 '유통을 소유하지 말고 빌리자'는 판단 하나였고, 그 판단은 이제 누구나 베낄 수 있어요. 빌리는 값까지 내려갔으니까요.

시작은 거창할 필요 없어요. 지금 파는 것 중 리뷰에서 유독 칭찬받는 제품 하나를 골라, 라방이든 스토어든 국내 반응 데이터부터 만들어 두세요. 그 숫자가 그대로 해외 바이어 앞에 내밀 상담 자료가 되거든요.

연 매출 7억짜리 브랜드도 펌프 하나 고치고 세계로 갔어요. 우리 선반 위의 그 제품도, 여권 만들 자격은 충분해요!

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