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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서 단어하나 분석해 미국 매장 580곳낸 한국 사장님

한이룸

이커머스

2026. 8. 21.

리뷰창을 열어보면 대개 이래요. 별 다섯 개, 그리고 "좋아요" 한 줄.

정작 궁금한 건 따로 있는데 말이죠. 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그런데 서울의 작은 비누 회사 하나는, 그 방치된 리뷰창을 뒤지다가 미국 매장 580곳을 얻었어요. 이거 보세요, 순서가 좀 거꾸로예요.

 

파나마 보육원에 비누를 보내던 아이


아렌시아를 만든 임주현 대표는 어린 시절을 파나마에서 보냈어요.

학교를 통해 보육원에 물품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시중 세정제로 씻은 아기들이 피부 트러블을 겪는다는 걸 그때 알게 됐대요. 그래서 지천에 널린 망고랑 알로에, 코코넛 오일로 비누를 만들어 적십자와 보육원에 보냈고요.

사업이 아니라 그냥 마음이었어요. 다만 그 과정에서 제품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였죠.

2014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연세대에서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했고, 수업에서 사회적기업을 배웠어요. 2017년에 회사를 세우고 이듬해 첫 제품을 냈습니다. '프렌치 에그'라는 클렌징 바였는데, 한 달 만에 다 팔렸어요.

샴푸바는 산도 맞추느라 천 번쯤 다시 만들었고요. 시작은 꽤 성실했어요.

 

버리기 아까운 자투리에서 떡이 나왔어요


지금 이 회사를 먹여 살리는 제품은, 계획해서 만든 게 아니에요.

비누를 만들고 남은 원료가 아까웠대요. 쌀이랑 녹차, 로즈힙 같은 것들이요. 그걸 갈고 치대기를 수천 번 반복했더니 떡처럼 쫀쫀한 덩어리가 나왔어요.

써본 사람들이 이거 쓰면 일반 비누는 잊게 된다고들 했고, 그래서 팔기 시작했어요. 이름은 떡솝. 해외엔 '코리안 라이스 케이크 클렌저'라는 이름으로 나갔습니다.

비누 부스러기가 회사를 먹여 살릴 줄은 본인도 몰랐을 거예요. 지금까지 38개국에서 500만 개가 팔렸어요.

 

코스트코가 먼저 문을 두드렸는데, 하필 그해였죠

2020년 5월, 미국 코스트코와 노드스트롬에서 입점 요청이 왔어요. 그해 8월에 납품했고요.

작은 브랜드한테는 인생이 통째로 바뀌는 소식이죠. 그런데 2020년이 어떤 해였는지 다들 기억하시잖아요.

처음부터 해외를 보고 만든 브랜드였는데,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멈췄어요. 매대는 열렸는데 사람이 안 오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방향을 틀었어요. "K뷰티뿐 아니라 K컬처 자체가 굉장히 유행인 동남아 마켓 진출을 결정했습니다." 임 대표 말이에요.

하지만 동남아는 나라마다 말이 다 달라요. 설명으로 파는 게 불가능했죠.

그래서 말을 줄이고 화면을 바꿨어요. 쌀 알갱이가 뭉쳐진 질감, 손가락에 쫀쫀하게 눌리는 장면. 번역이 필요 없는 정보만 남긴 거예요.

쇼피에서 넉 달 만에 매출이 1,400% 올랐고, 싱가포르 캠페인에선 거래액이 6배 넘게 뛰었어요.

 

리뷰 1,585개에서 같은 단어가 계속 나왔어요

여기가 진짜 갈림길이에요.

아렌시아는 리뷰 분석 서비스와 함께 자기 떡솝 리뷰 1,585건을 제형 얘기만 따로 골라 읽었어요. 경쟁 클렌징폼 네 개 브랜드의 리뷰 4,636건도 같이요.

경쟁 제품 리뷰엔 세정력, 향, 거품 얘기뿐이었어요. 제형을 파는 브랜드는 없었고요.

반대로 자기 리뷰엔 쫀쫀하다, 말랑하다, 산뜻하다가 계속 나왔어요. 손님들이 이미 답을 적어두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마케팅의 축을 세정력에서 제형으로 옮겼어요. 잘 씻긴다고 말하는 대신, 만지면 이런 느낌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거죠.

리뷰창은 보통 별점만 세고 닫아버리는 곳이잖아요. 거기 손님이 직접 써준 문구가 굴러다니고 있었어요.

 

튜브 하나 바꿨더니 라인업이 5배가 됐어요


2024년 6월에 올리브영에 들어갔어요. 넉 달 만에 전 매장 대표 프로모션 품목이 됐고요.

그다음이 재밌어요. 올리브영 쪽에서 튜브형 클렌저를 제안했대요.

"올리브영에서 제품 개발 단계부터 같이 머리를 맞댔다"고 임 대표는 말합니다. "튜브형 클렌저 덕분에 팟 타입과 튜브 타입 매출이 함께 크게 늘었고, 라인업도 앰플까지 5배 이상 확장할 수 있었다"고요.

보통 비슷한 신제품을 내면 기존 제품 매출을 갉아먹잖아요. 여기선 둘이 사이좋게 같이 컸어요. 흔치 않은 그림이죠.

2024년 매출은 240억원이었어요. 올해 목표는 600억원이고, 그중 200억원을 올리브영에서 잡아뒀습니다. 직원은 마흔 명 남짓이에요.

 

이번엔 세포라가 데리러 왔어요


그리고 8월 20일부터, 아렌시아 제품은 미국 세포라 580여 개 매장과 온라인몰 매대에 올라갑니다.

올리브영이 고른 19개 브랜드, 150여 개 상품이 'K뷰티에딧'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실려요. 마녀공장, 토리든, 아비브 같은 이름들이 같은 칸에 놓이고요.

중요한 건 고른 방식이에요. 세포라가 브랜드들을 일일이 만나서 고른 게 아니라, 한국에서의 상품력과 소비자 반응을 보고 올리브영이 골라 실어 보냈어요.

쉽게 말해 한국에서 팔린 순서대로 실려 간 거예요. 미국 영업사원도, 현지 법인도, 통관 노하우도 아니었어요. 입장권은 국내 판매 기록이었죠.

 

지금 문이 한 개가 아니에요

이게 아렌시아 혼자만의 일도 아니에요.

중국 1위 쇼핑몰 징둥은 한국에 구매법인을 세우고 대리상 없이 직접 사가기 시작했어요. 리끌로우를 비롯한 아홉 개 회사와 150만 달러어치 계약을 이미 맺었고요.

직매입은 저쪽이 돈을 주고 물건을 사가는 구조예요. 재고가 안 팔리면 저쪽 손해라는 뜻이죠.

그러니 저쪽이 확인하고 싶은 건 딱 하나예요. 이 물건이 실제로 몇 개나 나갔나.

 

이 대목만 훔치면 돼요

아렌시아가 잘된 진짜 이유는 좋은 비누를 만들어서가 아니에요. 좋은 비누는 세상에 많거든요.

팔리는 이유를 한 단어로 특정했기 때문이에요. 쫀쫀함.

그 단어는 대표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리뷰창에 이미 적혀 있었어요. 그걸 찾아낸 다음부터 제품도, 패키지도, 영상도 전부 그 단어에 맞춰 다시 정렬됐고요.

이건 돈이 드는 일이 아니에요. 스마트스토어 리뷰가 200개만 있어도 오늘 저녁에 시작할 수 있거든요.

칭찬 말고 명사를 세어보세요. 손님들이 반복해서 쓰는 단어 딱 하나, 그게 상품명 맨 앞에 와야 할 말이에요.

그리고 그 단어를 앞세운 뒤로 몇 개가 나갔는지를 적어두면 됩니다. 라이브 한 번에 몇 개, 기획전 며칠에 몇 개. 해외 유통이 상담 자리에서 보자고 하는 게 딱 그 종이거든요.

올리브영은 이 매대의 브랜드 목록을 1년에 두 번 갈아엎겠다고 했어요. 여섯 달마다 자리가 다시 열린다는 뜻이죠.

파나마에서 망고 비누 만들던 사람도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리뷰창에 잠들어 있는 단어 하나쯤은 오늘 캐볼 만하잖아요!

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