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손님을 버렸더니 월마트 4,500곳에 깔렸어요

한이룸
이커머스
2026. 8. 27.
광고 두 개를 나란히 돌려본 적 있으실 거예요.
A는 클릭이 잘 나오고 B는 조용해요. 당연히 A에 돈을 더 붓죠.
미국에서 전해질 가루를 파는 작은 브랜드 하나는 그 반대로 했어요. 반응이 잘 오던 손님 쪽을 통째로 광고에서 뺐거든요.
그리고 지금, 그 가루는 월마트 4,500개 매장 매대에 놓여 있어요.
이거 보세요. 순서가 좀 이상한데 끝까지 따라가면 말이 돼요. 그리고 이 순서가 지금 해외 판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한테 꽤 쓸모가 있어요.
물을 아무리 마셔도 두통이 안 가셨어요

로런 피카소는 원래 음료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었어요. 미국 이커머스 스타트업 제트닷컴에 초창기 멤버로 들어가 월마트가 33억 달러에 사갈 때까지 있었고, 렌트더런웨이와 블루밍데일스도 거쳤어요.
계기는 트라이애슬론 훈련이었어요. 운동을 마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웠거든요. 물은 충분히 마셨는데도요.
필요한 게 물이 아니라 전해질이라는 걸 알고 마트에 갔더니, 파는 건 설탕 덩어리 아니면 인공감미료 범벅이었어요.
그래서 세계보건기구가 50년 넘게 써온 경구수액 배합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포도당과 나트륨, 칼륨의 비율은 건드리지 않고 재료만 바꿨죠. 유기농 코코넛워터와 핑크 히말라야 소금으로요.
본인 설명은 짧아요. "같은 과학을 쓰되 재료를 더 좋은 걸로 바꿨어요."
그렇게 2019년에 큐어(Cure)라는 이름으로 나왔어요. 1년 넘게 월급을 안 가져갔고, 생활비는 컨설팅 부업으로 벌었고요.
짐 100곳과 공항 75곳이 같은 달에 닫혔어요
초반 판로는 그럴듯했어요. 고급 피트니스 스튜디오 100곳 넘게, 공항 매점 75곳 넘게 깔았거든요.
운동하는 사람과 이동하는 사람. 전해질 가루가 있어야 할 자리처럼 보였죠.
그리고 2020년 3월이 왔어요.
짐이 닫혔고 공항이 비었어요. 판로 두 개가 손잡고 같은 달에 사라진 거예요.
하필 그달에 기관 투자 라운드를 열어둔 참이었어요. 투자자들은 전부 몸을 사렸고요.
더 얄궂은 건 같은 시기에 CVS(미국 대형 드러그스토어 체인)가 큰 물량을 발주했다는 거예요. 주문은 들어왔는데 만들 돈이 없었어요.
"재고를 대려고 결국 빚을 냈어요. 거기까지 자력으로 버티는 게 정말 힘들었지만, 덕분에 출시할 수 있었죠."
투자 대신 대출로 물건을 찍었어요. 시드 260만 달러는 그해 11월에야 들어왔고요.
동시에 판로도 갈아엎었어요. 짐과 공항을 붙잡고 있는 대신, 문 여는 곳으로 갔거든요. 약국과 식료품점 같은 생필품 매대요.
나중에 그 시기를 이렇게 정리하더라고요. "투자자들은 당연히 이력을 봐요. 그런데 진짜 질문은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해낼 수 있느냐거든요." 이력서로 넘긴 게 아니라 주문서로 넘긴 셈이에요.
결과적으로 그 판단이 맞았어요. 그해 1월과 비교해 매출이 14배가 됐고, 매장은 4,200곳으로 늘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운 좋게 시류를 탔네"로 끝나는 이야기예요. 실제로 운이 절반은 도왔어요. 집에서 전해질을 챙겨 먹는 사람이 갑자기 늘었으니까요.
근데 이 브랜드가 6년 뒤에도 안 꺼진 이유는 딴 데 있었어요.
손님이 두 종류였는데, 한쪽을 버렸어요

큐어를 사는 사람은 크게 둘로 갈렸어요. 운동하는 사람, 그리고 전날 과음한 사람.
"손님이 두 종류였어요. 운동하는 사람이랑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이요. 솔직히 페이스북에서 양쪽 다 타깃으로 돌려봤어요."
숙취 쪽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전해질 가루랑 숙취는 궁합이 좋으니까요. 광고 문구 뽑기도 훨씬 쉬웠을 거고요.
그런데 피카소는 이 손님들을 광고 대상에서 뺐어요. 이유가 이거예요.
"숙취 제품을 사는 사람이 그걸 정기구독까지 하진 않잖아요."
"숙취에 걸릴 계획을 세워두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건강이나 운동 쪽 용도는 사용 빈도가 훨씬 높아요."
한 명을 데려오는 광고비는 양쪽이 비슷해요. 그런데 한쪽은 1년에 두세 번 사고 사라지고, 한쪽은 매주 사요.
숙취 손님은 매출이었고 운동하는 손님은 자산이었던 거죠.
그래서 광고도 콘텐츠도 신제품 라인도 전부 건강·운동 쪽으로 몰았어요. 잘 먹히던 '숙취' 두 글자를 광고 소재에서 지우는 손이 꽤 떨렸을 것 같은데, 그걸 했어요.
이 선택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지금 월마트 매대를 보면 알아요. 큐어가 거기 올린 품목 중에 아이들용 6개입 팩이 있어요. 10.98달러짜리요.
숙취를 쫓아갔다면 절대 안 나왔을 제품이죠. 대신 이 팩을 사는 집은 다음 달에도 사요.
인플루언서도 같은 자로 골랐어요
큰 광고를 살 돈은 없었어요. 그래서 인플루언서를 썼는데, 여기서도 똑같이 좁혔어요.
"인플루언서는 좁을수록 효과가 좋아요."
"라이프스타일이나 웰니스 전반을 다루는 사람보다 암벽등반 하는 사람 쪽이 훨씬 잘 됐어요."
"팔로워 5,000~1만 5,000명대가 제일 나았고요. 그 위로 올라가면 참여율이 확 떨어져요."
팔로워 100만 명한테 한 번 스치는 것보다, 매주 바위에 매달리는 사람 3천 명한테 닿는 게 나았다는 얘기예요.
암벽등반 하는 사람한테 전해질은 취향이 아니라 소모품이거든요. 다음 주에도 또 사요.
결국 같은 계산이에요. 넓게 뿌리면 한 번 팔리고, 좁게 꽂으면 계속 팔려요.
그래서 매대가 27,000개가 됐어요

지금 큐어는 미국 매장 27,000곳에 들어가 있어요. 타깃 1,227개 매장을 먼저 뚫었고, 이번엔 월마트 4,500개 매장. 거의 전 점포예요.
숫자를 몇 개 더 붙이면 이래요. 3년간 561% 성장, 매대 수는 1년 새 35% 증가, 홀푸드 최근 13주 매출 192% 상승, 아마존 점유율 525% 상승, 아마존 구독자 9배.
2024년부터 흑자고, 외부에서 받은 돈은 다 합쳐 820만 달러예요. 요즘은 투자를 안 받고 있고요.
그런데 이 회사가 밖에 내놓는 자기소개서에서 제일 앞에 서는 숫자는 매대 수가 아니에요.
자사몰 재구매율 40%, 활성 구독자 33,000명, 올해 새로 온 고객 22만 명.
"얼마나 팔았나"가 아니라 "얼마나 다시 사나"예요. 숙취 손님을 놓아준 덕에 얻은 게 정확히 이 숫자고요.
월마트에서 큐어 10개입 한 박스는 15.98달러예요. 한 봉에 1,600원 남짓. 대형마트 매대 기준으로 절대 싼 값이 아니죠.
그 값을 붙이고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근거가 저 40%예요. 한 번 팔리고 마는 물건은 매대를 못 버티니까요.
이 이야기에서 훔칠 건 딱 하나예요

지금 한국 셀러 앞에도 문이 여러 개 열려 있어요.
티몰글로벌은 신규 입점 연회비를 면제했고, 징둥은 한국에 구매법인을 세워 대리상 없이 직매입에 나섰고, 11번가는 역직구 관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국내 라이브방송으로 반응을 확인한 다음 크로스보더로 넘기는 순서도 업계에서 흔해졌고요.
이런 조건은 플랫폼이 카테고리 진열장을 급히 채워야 할 때 나와요. 그리고 다 차면 조용히 닫히죠.
그래서 지금은 심사표가 느슨한 구간이에요. 브랜드 인지도가 아니라 숫자 몇 줄로 판단하는 구간이요.
다만 그 숫자는 오늘부터 만들 수가 없어요. 재구매율은 반년 전에 어떤 손님을 데려왔느냐로 이미 정해져 있거든요.
큐어가 숙취 손님을 놓아준 건, 6년 뒤 월마트에 낼 서류에 뭘 쓸지를 그때 고른 것과 같아요.
내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이런 질문이에요. 지난 3개월 주문서를 열었을 때 두 번 이상 산 사람이 몇 퍼센트인가요? 그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가요? 광고비는 그 사람들한테 가고 있나요, 한 번 사고 사라지는 손님한테 가고 있나요?
명절에만 팔리는 선물세트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건 해외 매대를 열어주는 숫자는 아니에요.
매주 사는 손님 300명이 한 번 사고 가는 손님 3,000명보다 서류에서 세거든요.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보세요. 안 잡을 손님을 한 종류 정하는 거예요. 제일 어렵고, 제일 빨리 표가 나요!
박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