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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원짜리 매크로, 이제 말로 시키면 돼요

한이룸

AI

2026. 8. 27.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순서대로 여는 창이 있습니다. 도매처 사이트 로그인, 재고 엑셀 내려받기, 품절 옵션 표시하기.

한 번에 15분쯤인데 매일 똑같아요. 그런데 이걸 자동화하자는 얘기만 나오면 늘 같은 자리에서 막혔습니다. "거긴 연동이 안 돼서요."

 

그 '연동 안 됨'이 갑자기 1순위가 됐어요

앤스로픽의 크롬 확장 프로그램 '클로드 인 크롬'이 모든 유료 플랜에 정식 공개됐습니다. 브라우저 오른쪽에 패널로 붙어서 지금 보고 있는 페이지를 읽고, 링크를 누르고, 입력칸을 채웁니다.

전에는 동작 하나하나 승인 버튼을 눌러줘야 했는데 이제는 알아서 이어서 해요. 대신 동작마다 안전 검사기가 "이거 지금 시킨 일이 맞나" 하고 한 번씩 대조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따로 있는데요. 내가 이미 로그인해 둔 크롬을 그대로 쓴다는 점입니다. 비밀번호를 어디다 넘길 일 자체가 없어요.

거의 같은 시기에 오픈AI도 챗GPT 워크가 로그인이 필요한 사이트를 다룰 수 있게 열었습니다.

그동안 자동화를 못 한 이유는 프롬프트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사이트가 자동 연동 규격(API, 쉽게 말하면 다른 프로그램이 자료를 알아서 가져갈 수 있게 만들어 둔 약속)을 안 만들어놔서였어요.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큰 채널은 이 API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동 도구도 진작 나와 있고, 웬만한 반복 작업은 이미 자동화가 끝나 있죠.

남은 건 API가 없는 구석입니다. 소규모 도매처 발주 페이지, 브랜드사 B2B 주문 화면, 물류창고 관리자 화면. 하필 손이 제일 많이 가던 자리예요.

그래서 이번 변화의 최대 수혜자는 IT를 잘 아는 쪽이 아닙니다. 손 잡무가 제일 많은 쪽입니다.

 

32분짜리 일이 13분이 됐는데, 프롬프트는 안 고쳤대요

앤스로픽은 앞서 컴퓨터 사용·브라우저 사용 기능의 시험 딱지를 떼고 정식 출시했습니다. 그 발표문에 실린 고객사 사례가 이 변화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줘요.

에스터로이드라는 회사의 연구원 다비데 로카텔리가 남긴 말입니다. "저희 에이전트는 API가 아예 없는 의료·보험 시스템 안에서 일합니다. 새 컴퓨터 사용 도구로 바꿨더니 가장 긴 청구 처리 작업이 32분에서 13분이 됐고, 테스트한 모든 작업에서 건당 비용이 약 30% 줄었고, 완료율은 100%가 됐습니다. 프롬프트는 하나도 안 바꿨고요."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에요. 사람이 더 잘 시켜서가 아니라 도구가 바뀌어서 나온 결과입니다.

뭐가 달라졌냐면, 새 브라우저 도구는 화면 사진만 보는 게 아니라 페이지의 구조까지 같이 읽습니다. 버튼을 '왼쪽에서 320픽셀 지점'이 아니라 '저장 버튼'으로 찾아간다는 뜻이에요.

예전 매크로가 자꾸 깨지던 게 딱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사이트가 버튼을 조금만 옮겨도 엉뚱한 데를 눌렀으니까요. 이제는 버튼이 이사를 가도 이름표를 보고 따라갑니다.

 

비밀번호는 어떻게 하냐면요

두 회사가 이 문제를 서로 다르게 풀었습니다.

클로드 쪽은 내 크롬을 그대로 씁니다. 이미 로그인돼 있으니 추가로 건넬 게 없어요.

챗GPT 워크는 클라우드에 있는 별도 브라우저를 씁니다. 로그인 화면을 만나면 작업을 멈추고 안전 입력창을 띄우는데, 거기에 내가 직접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칩니다. 비밀번호 관리자로 채워 넣어도 되고, 문자로 온 인증번호도 여기서 넣어요.

오픈AI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모델이 보지 않으며 학습에도 쓰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입력한 값을 저장하지도 않고요. 이 로그인 요청이 진짜인지 피싱인지 검사하는 모델도 따로 붙였습니다.

다만 로그인 상태를 유지하는 쿠키는 오픈AI 서버에 남습니다. 그래서 다음번엔 로그인 없이 바로 이어지고, 내 PC를 꺼도 클라우드에서 작업이 계속 돌아요. 편한 만큼 정리도 필요한데, 설정의 클라우드 브라우저 메뉴에서 사이트별로 지울 수 있습니다.

 

첫 일감은 '틀려도 되는 일'로 고르세요

두 서비스 다 예약이나 결제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동작 앞에서는 사용자 확인을 받게 해뒀습니다. 금융 사이트는 아예 별도 허락을 요구하고요.

그래도 완벽하진 않아요. 앤스로픽이 공개한 자체 공격 테스트를 보면, 웹페이지에 몰래 숨겨둔 문장이 AI에게 딴 명령을 먹이는 수법의 성공률이 보호 장치를 다 켠 조건에서는 0%였지만 조건에 따라 3.8%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니 첫 일감은 읽기만 하는 일로 잡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 도매처 세 곳에 들어가서 품절된 옵션만 표로 정리하기

  • 광고 관리자 두 개 열어서 어제 소진액과 클릭수를 한 줄로 적기

  • 채널별 정산 화면에서 입금 예정액만 뽑아 오기

결과가 틀려도 내가 다시 보면 그만인 일들이에요. 저도 처음엔 신나서 "알아서 다 정리해줘"라고 크게 질렀다가, 열어둔 쇼핑 탭까지 아주 성실하게 읽고 있길래 조용히 창을 닫았습니다.

손이 익으면 그다음이 '초안까지만' 단계입니다. 반품 접수 양식을 채워두게 하고 제출 버튼은 내가 누르는 식으로요. 발주와 결제는 맨 마지막입니다.

 

구독료를 안 올려도 오늘 만져볼 칸

예약 작업 기능이 무료 계정에도 열렸습니다. 활성 3개까지, 하루 한 번까지라는 조건이 붙지만 "매일 아침 9시에 이거 확인해서 알려줘"는 오늘 바로 걸 수 있어요.

유료 플랜에는 여기에 이벤트 감지가 붙습니다. 지메일에 특정 발신자 메일이 오거나 슬랙 채널에 글이 올라오면 지정해 둔 작업이 알아서 돕니다. 여기까지만 알면 돼요.

값을 세워보면 감이 옵니다. 크몽의 업무 자동화 외주 견적 가이드는 간단한 엑셀 매크로가 최저 20만 원대, 파이썬으로 수집·연동까지 붙이면 평균 30만~100만 원이라고 안내해요. 클로드 프로는 월 20달러, 챗GPT 플러스는 부가세까지 3만 원 안팎입니다.

물론 외주로 만든 프로그램은 한 번 만들면 계속 돌고, 브라우저 에이전트는 매번 시켜야 합니다. 같은 물건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거 자동화되면 좋겠는데 견적 받기는 애매하네" 싶어서 몇 년째 손으로 하던 일이 있다면, 이번엔 견적서 없이 그냥 시켜볼 수 있습니다.

연동되는 큰 채널부터 손대려다 매번 흐지부지됐다면 이번엔 순서를 거꾸로 잡아보세요. 제일 촌스럽게 손으로 로그인하던 그 화면이 지금 가장 크게 시간을 돌려줍니다.

오늘은 딱 하나만요. 아침마다 여는 사이트 한 곳을 골라서 "여기 들어가서 이것만 표로 정리해줘"까지 시켜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