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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앱 만들어 350만원 번 13살 이야기

한이룸

이커머스

2026. 9. 4.

밤 10시, 상세페이지를 고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요.
"사이즈 문의만 하루에 열 번인데, 자동 추천 계산기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용히 접죠. 개발은 남의 일이니까요.

근데 중국 상하이의 13살 중학생은 그 생각을 안 접었어요. 코딩을 거의 못 하는데도요.
그리고 사흘 만에 1만 8,000위안, 우리 돈 약 350만 원어치를 팔았어요.

이거 보세요. 이 이야기의 진짜 반전은 '천재 소녀'가 아니에요. 이 아이를 3등으로 뽑은 대회의 심사 기준이에요.

 

심사위원석 대신 계산대가 있었어요

8월 말 주말, 중국 항저우의 강변 광장에 50여 개 팀이 모였어요. '마이커송(卖客松)'이라는 대회인데, 해커톤이 아니라 말하자면 '팔기톤'이에요.

규칙이 살벌하게 단순해요.

48시간 안에 자기가 만든 AI 제품을 실제 손님에게 팔아라. 끝이에요.

심사위원도 없고 채점표도 없어요. 심판은 딱 하나, 지갑을 여는 진짜 손님이었죠. 중국에서 처음 열린 '무(無)심사위원' 마케팅 해커톤이에요.

현장에서 팔든, 라이브 방송으로 팔든, 단체방에 뿌리든 방법은 자유였어요. 매출 숫자가 그대로 점수판이 되는 구조죠.

코드가 얼마나 우아한지는 아무도 안 봐요. 말만 하면 앱을 만들어주는 도구가 올여름에만 몇 개씩 쏟아진 마당에, 그걸로는 순위를 못 가리거든요.

만들기가 흔해지니까, 남은 채점 기준이 '팔았는가' 하나가 된 거예요.

 

13살의 제품은 자기 방에서 나왔어요

이 대회에서 3등을 한 주수한(朱书浛)은 상하이의 중학교 2학년생이에요.

AI를 처음 만져본 게 겨우 1년 전이고, 코딩은 거의 몰라요.

대신 확실하게 아는 게 하나 있었어요. 자기 자신이요.

"엄마 아빠는 계속 옆에 있어줄 시간이 없어요. 저도 숙제하다 딴짓하고, 몰래 폰을 봐요." 본인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에요.

그래서 만든 앱이 '짜이창(在场)'이에요. '곁에 있음'이라는 뜻이죠.

부모 사진을 올리면 화면에 가상 부모가 떠요. 카메라가 폰 만지작거리기, 엎드려 자기, 자리 이탈을 잡아내면 부모 아바타가 음성으로 한마디 해줘요. 숙제가 끝나면 집중력 리포트까지 뽑아주고요.

한마디로 잔소리를 외주 주는 앱이에요.

그런데 디테일이 귀여워요.

"고자질하는 건 싫어서요. 좀 더 부드럽게, 아이한테 여지를 주고 싶었어요." 감시 카메라가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존재'로 설계한 거예요. 숙제하기 싫은 마음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개발자니까 나올 수 있는 결정이죠.

만드는 과정은 허무할 정도로 짧았어요.

하고 싶은 걸 말로 AI한테 설명하면, AI가 로직을 정리하고 코드를 짰어요.

블록 쌓듯 기능을 하나씩 조립해서, 구상부터 핵심 기능까지 사나흘 걸렸어요. 그것도 밥 먹고 쉬어가며 틈틈이요.

수한은 이 경험을 이렇게 정리했어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AI가 그걸 진짜로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작 행사장에선 잘 안 팔렸습니다

수한의 판매 목표는 500장이었어요. 본인도 "좀 많긴 한데, 그 목표에 다가가 보고 싶었어요"라고 했죠.

근데 문제가 있었어요.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개발자와 구경꾼이었지, 초등학생 숙제로 속 썩는 학부모가 아니었거든요. 수한도 "오프라인엔 타깃 고객이 아직 많지 않았어요"라고 인정했어요.

수한은 정말 좋은 환경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수한의 엄마가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거든요.

숙제 때문에 속 터지는 부모가 모여 있는 곳, 바로 거기로 앱을 들고 갔죠.

90건 주문의 대부분이 엄마의 라이브와 숏폼에서 나왔어요.

방송을 보던 학부모들한테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었어요. '숙제하다 딴짓하는 아이'는 매일 밤 자기 집 거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순서를 눈여겨봐 주세요.

제품이 저절로 팔린 게 아니라,
고객이 이미 모여 있는 곳으로 제품이 간 거예요.

사흘 총매출 1만 8,000위안. 단순하게 나누면 한 건에 200위안, 4만 원꼴이에요. 13살이 파는 디지털 상품치고 꽤 좋은 결과였어요.

목표 500장에는 한참 못 미쳤어요.

그래도 '돈 낸 손님' 숫자로만 매기는 심사표에서 3등, 상금 5,000위안(약 100만 원)을 받았어요.

만약 이 대회가 코드 품질을 심사했다면 어땠을까요. 코딩을 거의 모르는 이 아이는 명함도 못 내밀었을 거예요.

 

이 게임, 파는 사람이 유리해요

여기서 잠깐 따져볼게요. 이 90건을 만든 건 뭐였을까요.

코드는 AI가 짰어요. 그럼 남는 건 두 개예요. 본인이 직접 겪어서 뼈저리게 아는 불편 하나, 그리고 그 불편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고 말을 들어주는 채널 하나.

문제를 아는 눈, 손님이 있는 곳. 이거, 물건 파는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잖아요.

러닝화를 팔아온 입장이면 "발볼 넓은데 270 신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일주일에 몇 번 받는지 알아요.
반려용품을 팔면 사료 급여량 계산을 손님 대신 해준 적도 있을 거고요.

그 질문 하나하나가 수한의 '숙제 딴짓'과 같은 재료예요.

챗GPT 같은 도구에 말로 설명해서 사이즈 추천 계산기, 급여량 계산기 같은 미니 도구를 만들면, 재고도 물류도 없는 매출 라인이 하나 생겨요. 도구값은 무료거나 커피 몇 잔 값이에요.

그리고 그걸 팔 곳도 이미 있죠.

내 스마트스토어 단골, 내 인스타 팔로워요.
13살의 무기가 '엄마 팔로워'였다면, 직접 파는 입장에선 그 팔로워를 본인이 벌써 갖고 있는 거예요.

만약에 없다면 내 고객이 모아져있는, 내 소셜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한번 생각해주셔야 해요.

물론 90건이 9,000건이 되려면 갈 길이 멀어요.
근데 수한이 확인한 건 매출 규모가 아니라, 돈을 내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인터뷰 끝에 이렇게 말했죠. "정말로 돈을 내주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 만들어 볼 거예요."

만드는 능력은 흔해졌고, 파는 능력이 채점 기준이 된 시대예요. 그 채점표라면 우리는 이미 앞쪽 줄에 서 있어요.

손님들이 제일 자주 묻는 질문 하나 골라서, 이번 주에 AI한테 말로 설명해보세요!

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