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0건에 57만 원, 이젠 안 써도 됩니다

한이룸
이커머스
2026. 9. 4.
쿠팡 새 이용약관이 9월 3일부터 적용됩니다.
소비자가 쓴 리뷰를 개인 식별 정보를 지운 뒤 AI 학습과 신규 서비스 개발에 쓸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어요.
소비자 기사로만 돌던 뉴스입니다. 그런데 셀러 자리에서 읽으면 문장 하나가 다르게 보입니다.
지금까지 리뷰는 순위를 밀어 올리는 숫자였습니다. 앞으로는 AI가 읽고 요약해서 손님에게 대신 말해주는 원료가 됩니다.
같은 리뷰인데 쓰임이 바뀌면, 거기 붙던 돈의 값어치도 같이 바뀝니다.
리뷰 100건에 대행비만 57만 원이에요.

먼저 지금 나가는 돈부터 세어보죠.
리뷰 대행사 가격표는 의외로 친절하게 공개돼 있습니다. 한 업체 판매 페이지 기준으로 리뷰 마케팅 100건이 29만 7천 원, 실물 없이 배송만 도는 대리발송 100건이 27만 7천 원. 합치면 57만 원 안팎입니다.
여기에 상품 원가는 별도예요. 원가 7천 원짜리 생활용품이면 70만 원이 더 붙습니다. 리뷰 100건 만드는 데 130만 원 가까이 나가는 셈이죠.
마진 10% 남기는 물건이라면, 이 돈을 되찾으려고 1,200만 원어치를 더 팔아야 합니다.
리뷰 한 줄이 꽤 비싸다는걸 아실거에요.
그런데 손님은 그 100개를 다 안 읽어요

쿠팡이 올해 상품 페이지에 붙인 AI 기능이 다섯 개가 넘습니다. 상품 한눈에 보기, 상품 하이라이트, 복잡한 스펙을 그림으로 바꿔주는 AI 인포그래픽, AI 상품 비교, 그리고 리뷰 요약.
이 중 리뷰 요약이 하는 일을 쿠팡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여러 고객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긍정·부정 포인트를 정리해준다고요.
읽어보면 기준이 개수가 아닙니다.
언급 빈도예요.
"잘 받았습니다" 100개는 요약에 한 줄도 안 남습니다. 반면 "발목까지 딱 오는 길이"라는 말이 스무 번 나오면, 그 표현이 리뷰 맨 위에 박힙니다.
대행으로 채운 리뷰가 여기서 힘을 못 쓰는 이유가 이겁니다. 대개 짧고, 서로 비슷하고, 그 상품에만 있는 단어가 안 들어가거든요. 개수는 채우는데 빈도는 못 만듭니다.
100건을 사놓고 요약칸이 "배송이 빨라요"로 끝나면, 그 돈으로 택배사 홍보를 대신 해준 겁니다.
단속은 개수 쪽으로만 촘촘해지고 있어요

한국소비자원이 광고감시단 60명을 43개 팀으로 묶어 다섯 달 동안 소셜미디어와 오픈마켓 광고를 훑었습니다. 부당광고 의심 사례가 2,214건 나왔고, 그중 약 1,600건이 AI로 만든 가짜 후기와 가짜 전문가였어요.
기계로 후기를 찍어내는 쪽이 늘어나니 보는 눈도 같이 늘어난 겁니다.
규칙도 이미 조여져 있습니다. 공정위 추천·보증 심사지침 개정판이 올해 시행에 들어갔어요. 대가를 받고 쓴 후기를 일반 구매 후기처럼 보이게 두면 표시광고법 문제이고,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2% 또는 5억 원 이내입니다.
쿠팡 쪽 규정도 분명해요. 마켓플레이스 금지 행위 가이드라인에 리뷰 교환과 노출 어뷰징이 적혀 있고, 걸리면 계정 정지까지 갑니다. 이번 약관 개정으로 연관 계정을 함께 제재하는 근거까지 들어갔고요.
정리하면 개수를 사는 쪽은 비용은 그대로인데 위험만 늘었습니다.
값이 오르는 쪽은 따로 있습니다
반대편 숫자를 보면 방향이 더 선명해집니다.
11번가가 AI 검색을 붙였더니 첫 달 구매 전환율이 기존 검색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네이버 AI 쇼핑 에이전트도 구매 빈도와 전환율이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밝혔고요. 다나와는 클로드에 상품 데이터를 물려 14억 개 상품을 말로 물어볼 수 있게 했습니다.
손님 쪽 조사도 같은 방향이에요. 생성형 AI를 쓰는 사람의 49.9%가 이미 AI 추천으로 물건을 샀습니다.
다만 71.1%는 그 추천을 다시 검색해서 확인하고요.
이 두 숫자가 붙어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AI가 상품을 골라주면 손님은 그 상품 페이지로 들어와 리뷰 요약으로 한 번 더 확인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리뷰는 순위를 사는 자리에서 내려오는 대신,
손님 앞에서 나 대신 말해주는 자리로 옮겨가는 중이죠.
우리는 카드 한장으로 시작해봐요

돈 안 드는 것부터 해보면 됩니다.
첫째, 리뷰 요청 문구를 바꿔보세요. "리뷰 부탁드립니다" 대신 "어떤 점이 좋으셨는지 한 가지만 적어주세요"로요. 동봉 카드든 배송 완료 알림톡이든 문장만 갈아 끼우면 되니 비용이 0원입니다.
둘째, 손님이 쓸 단어를 내가 먼저 정해둡니다. 상세페이지와 옵션명에 "발목 길이", "세탁해도 안 줄어듦"처럼 돌아왔으면 하는 표현을 심어두면 리뷰에 같은 말이 따라옵니다. 같은 단어가 반복돼야 요약에 뽑히니까요.
셋째, 부정 포인트도 요약에 뜬다는 걸 계산에 넣으면 좋습니다. 지우려고 애쓰기보다 상세페이지에서 먼저 답해두는 쪽이 낫습니다. "얇다"는 말이 자주 나오면 두께를 미리 적어두는 식이죠.
거기다 대가를 주고 받은 후기라면 협찬 표시는 꼭 넣어주세요. 이건 취향이 아니라 규정입니다.
회수해도 되는 돈입니다
리뷰 사는 비용은 매달 나가는 고정비입니다. 줄이면 줄인 만큼 그대로 마진이 되죠.
약관이 바뀐 김에 계산을 한 번 새로 해보면 어떨까요. 지난 석 달 리뷰에 쓴 돈을 한 줄로 뽑아보고, 내 상품 페이지 요약칸을 열어 그 돈이 무슨 문장을 남겼는지 보는 겁니다.
남은 게 없으면 그 예산은 회수해도 되는 돈입니다.
대신 이번 주말에 동봉 카드 문구 한 줄만 고쳐보세요. 100건 사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쌉니다!
— 김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