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저렴해진 제미나이 3.7 플래시

한이룸
이커머스
2026. 8. 21.
구글이 새 AI 모델 '제미나이 3.7 플래시'를 내놨습니다.
직전 모델이 나온 지 3주 만이었어요.
눈에 띈 건 성능보다 가격표였습니다. 100만 토큰당 입력 0.75달러, 출력 3.75달러. 직전 모델이 나왔을 때의 딱 절반입니다.
단, 이 값에는 유효기간이 붙어 있어요. 2027년 1월 1일이 되면 입력 1.50달러·출력 7.50달러로, 정확히 두 배로 돌아갑니다. 신년 인사보다 확실한 일정이네요.
요금표만 보면 절반만 본 겁니다
값이 내려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기업들의 API 호출 24억 건을 모아 본 분석에서, 100만 토큰당 평균 단가가 1년 새 18.40달러에서 6.07달러로 떨어졌습니다. 67% 하락이에요.
그럼 AI 고지서도 3분의 1이 됐을까요. 반대였습니다.
핀옵스 재단이 실무자 1,192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73%가 "AI 비용이 처음 잡은 예산을 넘었다"고 답했어요. 기업 평균 AI 예산 자체가 2년 만에 연 12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로 뛰었고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싸진 만큼 아낀 게 아니라, 싸진 만큼 더 돌렸거든요.
한 모델만 쓴 곳과 나눠 쓴 곳

같은 분석에 더 재밌는 숫자가 있습니다.
모든 작업을 최상위 모델 하나에 몰아넣은 조직은 여전히 100만 토큰당 18.40달러를 냈어요. 반면 업무별로 여러 모델에 나눠 보낸 조직은 중앙값 2.31달러였습니다. 여덟 배 차이죠.
계정당 쓰는 모델 수도 2024년 평균 2.1개에서 올해 1분기 4.7개로 늘었습니다.
구글도 같은 걸 합니다. 자사 업무 에이전트 '스파크'를 이번 플래시 모델로 옮겼어요. 파일 정리, 메일 초안, 문서 상태 업데이트 같은 반복 작업은 여기서 처리하고, 진짜 어려운 대목에서만 상위 모델을 부르는 구조입니다.
거기다 고를 카드도 늘었습니다. 알리바바가 앞서 공개한 최상위 모델도 입력 2달러·출력 6달러로, 같은 급 미국 모델과 가격이 딱 붙었어요.
상품 1만 개의 분류작업이 만원이면 됩니다

숫자를 실제 일감에 대입하면 감이 오게되죠.
상품 하나당 제목·옵션·카테고리 텍스트를 넣고(약 500토큰), 새 카테고리와 키워드 열 개를 받는다(약 100토큰)고 잡아볼게요.
상품 1만 개면 입력 500만 토큰, 출력 100만 토큰입니다. 지금 플래시 단가로 계산하면 입력 3.75달러에 출력 3.75달러, 합쳐서 7.5달러예요. 원화로 1만 원 남짓입니다.
급하지 않은 작업을 한꺼번에 모아 보내는 배치 방식을 쓰면 여기서 또 절반이에요. 5천 원대죠.
상세페이지 원문을 통째로 넣으면 서너 배로 늘어납니다. 그래도 몇 만 원 단위예요.
이 계산이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들은 "하면 좋은데 돈이 아까워서" 접어둔 쪽에 있었거든요. 리뷰 전수 요약, 경쟁사 상세페이지 대량 비교, 키워드·카테고리 재분류 같은 것들이요.
이제는 이렇게 저렴하게 업무가 가능해요.
이제 내 PC에서도 공짜로 쓰세요

여기에 한 겹이 더 붙었습니다.
알리바바가 파라미터 277억 개짜리 모델 Qwen3.8-27B(퀜3.8-27B)를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공개했어요. 누구나 받아서 자기 컴퓨터에서 돌려도 된다는 뜻입니다.
4비트로 압축한 파일이 13.9GB. 그래픽카드 한 장(RTX 4090급)에 올라갑니다.
발표는 화려했는데요. 알리바바는 겹치는 벤치마크 19개 중 15개에서 클로드 오퍼스 4.6을 앞섰다고 했습니다.
원문을 보면 온도를 좀 낮춰야 합니다. 제조사 자체 발표 수치이고 독립 검증은 아직이에요. 코딩·화면 조작·문서 인식에서는 앞섰지만, 일반 추론 항목에서는 여전히 뒤집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외부 API에 올리기 꺼려지던 데이터를 처리할 길이 생겼거든요. 고객 문의 원문, 매입 원가표, 거래처 견적서 같은 것들이요.
국내 기준으로 개인정보를 해외 서버로 보내려면 국외 이전에 대한 별도 동의가 필요합니다. 내 컴퓨터 안에서 끝내면 그 절차 자체가 안 생기죠.
다만 거리는 재고 갑시다. 지금 당장 그래픽카드를 지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이건 국내 CS 솔루션이나 상세페이지 도구를 만드는 회사들이 먼저 얹을 재료입니다. 서비스 형태로 내려오는 데는 몇 달이 걸릴 거예요.
요금제를 갈아타는 게 아니라 일을 쪼개는 겁니다
이번 달에 생긴 건 "AI를 더 싸게 쓰는 법"은 아니긴해요.
예산은 그대로 두고 처리량을 몇 배로 늘리는 법이 생긴 거죠.
하나만 덧붙이면, 실무에서 볼 숫자는 토큰 단가가 아니라 '제대로 끝난 작업 하나당 비용'이에요.
싼 모델이 세 번 실패하면 비싼 모델 한 번보다 비쌉니다.
그러니 전부 옮기려 하지 말고 하나만 골라 시작해보세요.
제일 오래 미뤄둔 배치 작업 하나를 싼 모델에 던지고, 결과만 눈으로 검수하는 겁니다.
반값 딱지는 연말까지입니다. 실험 비용이 가장 싼 구간이 지금이에요. 꼭 한번 도전해보세요.
— 미나킴, 거리를 재는 사람






